게시글 쓰다가 책 집필. I am 도전이에요~

뒤집기교주 작성일 23.11.01 11: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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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리얼엔진 배우다가 가끔씩 생각나는 것들로 유튜브 영상 만들고 온라인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 2년이 벌써 넘었네요. 육아하고 일하고 설거지 하고 청소기 돌리고 멍도 때리고, 멍때리다가 와이프한테 등짝 맞고….. 등등 사는게 바쁜 와중, 틈날때 가끔씩 시간 내서 영상 만들고 글쓰고 하다 보니 생각만큼 그렇게 자주 업로드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았는지 언리얼 관련해서 여러가지 감사한 기회가 찾아 왔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공모전도 참여 해보고, 좋아하는 아티스트 분들에게 댓글 은총도 받아보고, 공짜로 텀블러도 받아보고, 일할 기회가 생겨 이직도 하고, 새로운 인연들도 만들고….. 이렇게 적으면서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너무 단기간에 운을 다 몰아 쓴게 아닌지 걱정 될 정도로 감사할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 가장 의외였던 건 언리얼엔진 관련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신 출판사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책이라는건 원래 읽기만 읽었지 쓸 생각은 상상으로도 안해봤었던 터라 선뜻 그러겠다고 이야기 하기가 망설여졌었습니다. 제가 뭔가 대단한 업계 전문가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닌데 내가 그래도 되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그런데 받은 메일에 있던 ‘종이책’ 이라는 단어가 계속 뇌리에서 맴돌았습니다. 뭐가 되었든 내가 쓴 글이 종이책으로 엮여서 만들어진다는 상상을 해보니 가슴이 둑흔둑흔 해서 그날 잠을 좀 설쳤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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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말이나 한번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기획자 분과 몇번 미팅을 했는데 두세번 같이 이야기 하다가 정신차려 보니 귀신에 홀린것처럼 챕터 내용까지 다 결정하고 계약까지 해버리는 저를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자 분께서 출판사에서 생각해 놓은 기획방향을 설명 해 주시면서도 제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긴 했는데, 뭘까요 뭔가 숨 쉴 새도 없이 스르륵 당한 이 기분?? 원래 기획이었던 예제 따라 할 수 있는 강의책에다가 중간 중간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어쩌다 주워먹은 노하우들을 포개넣어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출판과정에 대해서는 완전한 문외한이라 몰랐는데 출판 계약을 하면 계약금을 주시더라구요. 물론 나중에 도서가 팔리는 수익에서 까이기는 합니다. 저는 살면서 한번도 저한테 돈을 주려는 사람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경험 해본적이 없었는데, 아니 송금 정보 공유부터 이체까지 일사천리로 연락 주시고 송금 후 확인까지 퍼펙트. 그리고 제 통장에 계약금이 찍히는 순간, 아? 계약금까지 받아버렸으니 어쩌겠느뇨, 원고를 써야 하지 않겠느뇨? 저질러버렸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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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족쇄아닌 족쇄를 차고 원고 집필기간으로 정한 1년 동안 매일 짬내서 열심히 꾸준히 원고를 썼습니다…. 는 거짓말이고 일 때문에 바쁠때는 몇달동안 워드파일 열어보지도 못하다가, 짬날 때 찔끔찔끔 쓰기도 하고,  뭔가 뒤통수가 저릿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왕창 벼락치기로 쓰고는 했습니다. 물론 원고 마감 두달 전에 제일 많은 내용을 완성한건 비밀입니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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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쓸 때 있었으면 참 좋았을 QK80, 그래도 막판 수정 할 때 잘 쓰고 작업용으로도 잘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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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K80 오기 전까지 메인으로 쓰던 저가형 키보드입니다. 가성비에 만족하면서 사용했습니다. 옆에는 와이프님이 하사해주신 플랫화이트 

 

풀고 싶은 썰을 정리해서 적는 것도 이래저래 고민이 많이 되고, 썼다 고쳤다 지웠다 무한 반복을 하는 바람에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쓰려는 책 특성상, 글과 그림만 보면서 예제를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어렵더라구요. 예제 프로젝트 만들고 스크린샷 찍어가면서 어떻게 해야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설명이 가능할지 고민 하는데에 시간을 제일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새삼 중딩 때 보던 참고서, 문제집들의 위대함을 느껴지더군요. 물론 참고서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제가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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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언리얼로 예제 만들고 스크린샷 정리하고 글 끄적거리고 하다보니 1년이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1년이 짧지는 않은데, 책 원고 쓰는 시점에서 보니 정말 후딱 지나간 것 같습니다. 네? 미루다가 벼락치기를 하니까 짧게 느껴진게 아니냐구요? 원고 쓰는 기간 동안 출판사 담당자님이 중간 중간 체크 할겸 연락 주시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스스로의 게으름과 귀차니즘과의 싸움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은 벼락치기가 국룰인가 라고도 생각했구요. 저만 그런거 아니죠?? 아니라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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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말로 1년이 다 가버리고 약속된 원고 마감일 이틀을 남기고 탈고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탈고라는 표현도 모르고 있었는데 출판사 분들과 이메일 주고 받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원고 쓰기를 마치다는 의미도 있는데 또 다른 의미로 괴로움에서 벗어나다는 의미도 있더라구요. 참 공교로우면서도 절묘하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두가지 의미를 굳이 나누어서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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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원고를 드디어 출판사에 보내고, 드디어 끝났다라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몰려왔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기말고사 끝난 중딩, 졸업과제 제출한 대딩의 기분을 다시금 느껴보면서 맥주 한캔을 들이키고 있을 때 였습니다. 출판사에서 답변이 와서 탈고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있을 수정 과정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 때만 해도 끝났다는 기분에 취해 (혹은 맥주에 취해)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대충 넘겼던 것 같습니다. 탈고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인 걸 까맣게 모르고 말이죠.  

 

그렇게 제 원고 수정을 담당할 편집자 분이 정해질 때까지 저는 몇 주동안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육아도 맘껏, 일도 맘껏, 집안일도 마음껏, 밤에 맥주도 맘껏 마시고 말이죠 훗. 질풍과 노도의 시기였습니다.  그러고선 새로 정해진 편집자 분에게 연락을 받고 수정 작업을 시작하게 되자 이게 생각보다 일이 많고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편집자 분이 참 감사하게도 원고를 정말 꼼꼼히 보시고 수정사항을 체크 해주시더라구요. 심지어 원고를 보고 직접 언리얼엔진 설치까지 해보시면서 따라해보시기까지 하시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꼼꼼히 탈탈 털어주실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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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함께 첨부한 스크린샷이 애매한 경우, 원고 글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거나 표현이 중의적이라 헷갈릴 수 있는 경우, 너무 글만 길게 이어져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경우, 예제 프로젝트 강의 내용과 부가적인 정보제공이 섞여서 간결함을 잃는 경우, 아재개그 욕심이 지나쳐서 읽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유발 할 수 있는 경우 등등 시간이 지나고 편집자님과 함께 원고를 다시 보니 고칠 곳이 많았습니다. 1차 수정, 2차 수정, 3차 크리스탈을 거치면서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손 안댄 곳이 없을 정도로 싹 다 정리를 해주셨습니다. 물론 편집자님이 다 알아서 고쳐주시는 것은 아니고 의견 조율해가면서 서로 고칠부분 고치고, 수정본 토스하고 다시 토스 받고 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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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원고 내용을 모두 수정해서 완성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는 디자이너 분에게 넘겨져서 페이지 디자인 기간에 돌입했는데, 디자인 부분도 정말 신경 써야 할게 많더라구요. 글 사이 여백, 문단 모양이나 띄어쓰기, 스크린샷 배치 등등 쉽게 넘길 수 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디자인도 수정의 수정을 거쳐서 완성에 가까워질 때 쯤 드디어 책 제목을 정식으로 정하고 표지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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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 옵션들을 받아보고 든 느낌은 뭔가 이게 진짜로 인쇄 되어서 나올 모양이구나 라는 느낌? 저의 경우에는 탈고 하고 나서 수정 편집 과정을 거치고 표지까지 나오는데에 반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경험이 없어서 이정도의 기간이 일반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꽤나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 작업이었습니다. 초보 작가 원고 고치느라 오랜기간 고생하신 편집자님께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제 정말 책 출간만 하면 끝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표지에 들어갈 추천사 받는 미션이 남았더라구요. 보통 책 표지 뒷면이나 맨 앞페이지 부속 같은데에 보시면 작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던가, 책 내용에 관련 있으신 분이라던가 하시는 분들이 해당 도서 추천하면서 쓰는 짤막한 글들 보신적 있을 겁니다. 책 읽을 때에 저도 추천사를 본적은 많은데, 추천사를 부탁하고, 주고 받는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편집자님이 필수는 아니라고 하셔서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지만, 가만히 생각 해보니 꼭 추천사를 받고 싶은 분들 이름들이 자꾸 떠올라서 욕심을 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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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엔진과 3D 업계에 관련된 분들 중에 생각나는 분들이 양손에 다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이 계셨지만 시간상의 문제도 그렇고 수락의 가능성까지 모두 고려해서 딱 세분에게만 부탁드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 세분도 저의 존재는 아시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상태여서 부탁드리기가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연락드리기 전에 이 중에 한분만 수락해주셔도 다행이라고 마음을 비우기는 개뿔 제발 써주세요라고 속으로 빌고 빌었죠. 다들 바쁘신 분들이기 때문에 원고를 다 보실 수 없을거라 생각해 최대한 액기스만 간추린 요약본도 준비하고 최대한의 공손함과 평소에 동경하던 저의 진심을 담아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너무 구구절절 쓰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최대한 공손하면서도 간결하게 쓰려고 했는데, 인스타 디엠이나 카톡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써본적은 와이프랑 싸웠다가 화해할 때 말고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세분 다 추천사를 흔쾌히 써주셔서 도서에 포함 시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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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가지고 무사히 출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중딩 때 괜히 광화문 교보문고 들락날락 하면서 새 책 냄새 맡고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그 교보문고 사이트에 제가 쓴 책이 올라가 있다니 뭔가 아직도 얼떨떨 하네요. 책 출간되면 꼭 알려달라고 했던 분들에게 드디어 책 나왔다고 자랑하려고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도서 출판 후기? 정도의 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 아재개그 한가득한 글 올릴 때마다 응원 해주신 분들, 힘이 되는 댓글 남겨주신 분들, 특히 웃기다, 재밌다고 격려 해주신분들 덕분에 제가 글쓰기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도서 집필까지 해보지 않았나 생각해보면서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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