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 이야기는 사실 제가 여기저기 다 하고 다닌 이야기입니다. 하이텔 섬머 난에도 두번이나 썼었고, 루리웹 호러 동호회나 이글루에 있을 때도 쓴 글인데, 짱공유에도 이런 게시판이 있는 걸 보고는 또 쓰게 되네요. 아마도 여기저기 잘 떠돌아 다니시는 분들은 읽어 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 그래도 여름이니까~~~
자 그럼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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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3년 전 이야기입니다(14년인가? 제가 올해 만으로 31살이니까....).
당시 저는 홍대부고(보통은 홍익 고등학교라고 부르곤 하죠. 유명한 사람으론 농구선수 이상민 선배??) 학생이었는데, 중학교 때 단짝 친구인 녀석들은 용문 고등학교에 들어갔죠.
그런데 어느날인가 이 녀석들이 난데없이 합창반에 들었다는 겁니다. 평소 노래 부르길 좋아하긴 했지만 합창단은 뭔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단 뭔가 왕성한 부 활동을 한다니까 친구인 저로선 열심히 응원을 해 줬죠.
그러다가 2학년이 되니까, 이 홍대부고 합창반이 KBS에서 주최하는 전국 고등학교 합창대회에 출전을 한다는게 아니겠습니까?
"응원하러 와~"
라고 둘이 스테레오로 부추겨 대니 안갈수도 없고 해서, 여의도 KBS별관으로 향했지요. 저녁 8시 부터 시작을 해서 12개 학교가 2곡 정도씩을 불렀습니다만, 뭐 준비시간이니 뭐니 이러저러 해서 대충 끝난 시각은 저녁 11시 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신생 만화반에 있던 저로선 전통있는 서클의 뒷풀이란게 그렇게 오래 가는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11시 부터 12시 반까지 KBS 별관 앞에 모여서 각 학교별로 둥그렇게 모여 악을 쓰면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면서, 좀 심한말로 하면 GR발광을 하더라구요. 뭐 부외자인 제가 "우리 뒷풀이는 원래 이래"라고 하는데다, 제 친구네 학교만 그러는게 아니라 출장한 남학교는 다 똑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뭐, 합창반이란게 원래 저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발작적인 뒷풀이로 인해 집에 귀가해야 하는 시간이 12시를 훌쩍 넘겨버렸다는 점이었죠.
게다가, 고등학교 2학년... 1년 후엔 고3이 되서 죽어라 공부만 해야 하는 시기.. 즉 무서울 거 없는 막나가는 이팔청춘, 질풍노도의 시기였기 때문에 괜시리 호기를 부리기 시작한 우리들...
밤 늦었으니 딴 사람들은 다 택시 잡아타고 가는데, 저희들만 "걸어서 여의도 횡단! 버스 정거장 찾기 대탐험이다~!!!"라며 밤거리를 방황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때 처음으로 여의도에 들린데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캄캄한데 주변에 뭐가 있는지 솔직히 저희들로서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질풍노도의 객기도 10분만에 사그라들어서 저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을 목표로 이동을 개시했는데....
8시 부터 시작해서 4시간 이상 긴장하고 있었더니 다들 볼일이 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런데 마침 넓직한 공원으로 유추되는 곳 한 귀퉁이에 있는 공중 화장실을 발견! 다들 앗싸 좋구나~ 하면서 들어갔습니다.
자 여기서 부터가 중요한데....
일단 화장실의 구조는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뭐 전형적인 구닥다리 공중 화장실이었던 것이지요. 그래도 급한데 뭐 볼 거 있겠습니까? 그냥 들어갔지요.
친구 1은 큰거 보겠다고 좌변실로 들어갔고, 친구 2와 저는 간단하게 소변을 보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 2가 저보다 먼저 볼일을 끝내고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그림에서 보시듯, 창문이 열린 저 위치, 제 위치에선 보이지 않지만 친구 2에게는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에서 조그마한 창문이 드르륵! 하교 열리더니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온 겁니다.
저는 위치상 목소리만 들었지만, 정면에서 본 친구2의 말로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 할머니"같이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고개를 내미시고는 질그릇 깨지는 목소리로(목소리는 저도 들었습니다만, 진짜 걸걸~하고 질그릇 깨지는 듯 한 탁한 목소리였습니다)
"학생들, 다 쌌으면 나가!"
라고 하는 겁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약간 놀라긴 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했습니다. 뭐 화장실 관리하시는 할머니일 수도 있고, 여자 화장실 청소하시는 중에 이쪽에다 청소 할테니 빨리 나가라고 한 것일 수도 있는 일인데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 왜 있잖습니까? 괜히 젊은 사람들만 보면 짜증 부리시는 성질 고약한 어르신들이요...
저희로선 그런 할머니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아무 의심없이 나왔습니다. 친구 1이 아직 큰일 보는 중이었기 때문에 정문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다리는 중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이 친구1이, 화장실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저희한테 막 화를 내는 겁니다.
"야, 나 심장 약한 거 알면서 왜 그런 장난을 쳐?!"
..... 응??? 뭔 소리여? 황당해서 물어보니, 자기가 들어있는 칸의 창문을 저희들이 계속 두드렸다고 이 친구가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당시 상황이 이랬던 겁니다. 1.5M라곤 해도 저희들 가슴깨 까지 올라오는 철제 울타리를 건너서, 나무가 가리고 있는 창문을, 그것도 안에서 보면 몰라도 바깥에서 보면 어디인지도 모를 친구가 들어있는 칸의 창문을 찾아서 두드린다는게.... 아무리 장난이라도 시간적으로도, 그리고 효과면에서도 전혀 무의미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아마 "바람이 불자 옆에 있던 나무가지가 흔들리다 창문을 두드린 것일 거야"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3명이 다 모였으니 당연히 이동을 시작했습니다만, 친구 기분도 가라앉혀 줄 겸 저희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우리도 이상한 할머니를 봤다. 갑자기 저기 저 창문을 열면서..."
라고 하며 저와 친구 2는 여자 화장실 쪽에 나 있는 창문을 봤습니다만...
첫번째 그림에서도 썼듯이 창문의 위치는 어른 얼굴높이 정도.. 즉 남자화장실 같으면 소변기에 소변을 보면서 바깥을 쳐다볼 수 있는 그정도의 높이에 있었습니다. 어차피 여자 화장실이야 다들 좌변기를 쓰니 창문통해 쳐다본다 해도 문제될 것 없고, 어른 얼굴 높이 정도 되면 밖에서 안을 쳐다보기가 좀 애매하기도 한 높이니까 달려있었겠지만...
어쨌든 저희가 가리킨 위치, 즉 할머니가 창문을 열고 쳐다봤을 거라고 생각되는 위치에....
'창문이 없었다'
라는 거였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위치관계상 보이지 않는 곳이라곤 해도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연결하는 창문이 있다는 것도 좀 이상하고... 당시 창문이 열린 위치가 제 친구보다 머리 하나 정도 높은 위치(제 친구 키가 당시 178cm였습니다. 즉 약 2m 정도 높이의 창문이 열린 것)였는데, 우리나라 할머니들 중에 2m 높이의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의 장신 할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죠...
순간, 아까 친구1이 들어가 있던 화장실 창문을 누가 두드렸다.. 라는 이야기까지 머리속에 겹치면서 순간 뒷골이 싸~~~아~~ 해 지더군요.
마침 주변에 경찰 아저씨들이 계시길래 혹시나 하고 여쭤봤지요. 여자 화장실에서 나온 할머니 혹시 보셨냐구요. 그랬더니 대답이...
"응? 아니? 내가 여기 한 30분쯤 서 있었는데,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은 너희밖에 못봤는데?"
그 뒤는 뭐 더 볼 것 있겠습니까? 멈춰서면 할머니가 갑자기 탁 채가면서 "내가 빨리 가라 그랬지~~~" 하면서 나타날까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죠. 죽어라 뛰다가 버스 정거장 보이자 무슨 찬지도 모르고 그냥 뛰어 올라탔습죠. 마침 다행히도 저희들이 타려던 버스였던지라 다행이긴 했습니다만.....
그 일 이후로, 저희들은 한동안 쉽게 여의도에 못 가겠더라구요.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건물과 건물 사이에 그 왜.. 관리인 실 있지 않습니까? 청소 도구랑 이런저런 거 넣어두는 방.. 그런게 있었거나 아니면 창문이 있는데 우리가 실수로 그걸 놓치고 못봤거나 둘중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경찰 아저씨 경우도 여자 화장실 출입구는 반대쪽에 있으니 못 봤을 수도 있는 거구요. 하지만 어째서 12시도 넘은 시간에 할머니가 거기 계셨는지, 그리고 왜 공공시설인 화장실에서 "빨리 나가!"라며 제촉을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고.... 무었보다 "확실하게 알고 싶으면 그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 보면 될 것 아니냐?"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하지만.... 그래도 왠지 확인하러 가기에는 무서워 지는 것 만은 사실이지요. 뭐 그렇게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젠 여의도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면서 "여의도의 공중 화장실"만은 절대 들어갈 생각이 없는 31살 노총각의 경험담이었습니다~~
ps. 무지하게 길죠? 그래서 지루하지 않으시도록 그림을 넣어 봤는데 어떠실런지...? ps. 뭐 실제론 저희가 잘못 본 것일거다... 라고 지금도 강하게 자기최면을 걸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확인하러 가기엔 무서워요.. 히~ ps. 혹시 거기가 어디냐고 물으시는 분들 계실까봐... 워낙 어두웠던 데다 13년 전의 일인지라 정확한 위치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지 거기서도 국회 의사당이 보였고, 주변은 꽤 넓은 공원 비슷한 곳이었다.. 라는 점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뭐.. 직접 찾아가 보면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찾아가 볼 생각은 전혀 없는고로.. 후하하하~~ (31살이나 되서 그런거 무섭다는게 자랑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