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귀신을 보는 훈련병

J-너스 작성일 06.07.07 15: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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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군대에서 전역하기 얼마 전인 2000년 6월 경... 제 위로는 고참 두명 뿐이고, 제 동기도 단 2명뿐인 말년병장 개구리 라이프를 한참 즐기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솔직히 말년병장 때는 대단히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 마련입니다. 제대는 한달정도 밖에 안남았지요, 곧 나갈 사람이라고 간부들도 험한 일은 안시키지요, 짬밥이 있는데 밑에 애들 일일히 단속하기도 애매하지요.. 결국은 탱자탱자 놀기 마련인데...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다 보면 당연히 심심하기 마련이지요.
마침 그 당시 저희 내무반에 신병이 두 명 들어왓습니다. 말 그대로 절호의 장난감이었죠.
후임들과의 절묘한 컴비네이션을 이용한 신병들 가지고 놀기로 소일을 하는게 당시 저와 제 동기의 낙이었습니다(그 왜 있잖습니까.. 신병에게 "너 총 가져왔냐? 없어? PX에서 사야되는데 그거 비싸~"라며 놀리는 거...).

그러던 어느날... 토요일 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날은 별로 힘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취침시간이 됐는데도 별로 잠이 오질 않더라구요. 저만이 아니라 후임들도요.

그래서 노가리 까면서 놀다가 마침 6월, 즉 여름이 다 돼던 때였기 때문에 각자가 알고있는 괴담을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알고 있는게 밑에 적어놓은 여의도 화장실 이야기 하나밖에 없었으니 그거만 이야기 해 주고 다른 애들 이야기 듣고 잇었지요.

그러다가 제 동기가 신병에게 이야기를 하라고 시켜버렸습니다. 처음엔 뭐 어리버리한 신병이 하는 이야기가 뭐 대단하겠냐.. 싶었는데...

그 신병이 하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자신의 논산 훈련소 동기중에 무당의 아들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동기의 왈, 자신도 신내림을 받아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거였습죠.
하지만, 누가 난데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들은 믿으시겠습니까?
당시 동기들은 물론이고 조교, 교관들까지 다들 피식 웃고 말았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논산 훈련소 4주차 훈련중에 수류탄 투척 훈련이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막내도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러 갔지요. 다들 차례를 기다리면서 대기중인데, 갑자기 이 귀신보는 신병이 조교를 부르더랍니다. 조교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혹시 2개월 쯤 전에 여기서 훈련 중 실수로 사망한 김XX라는 훈련병이 있지 않았습니까?"

라고 질문을 했다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당시 막 일병으로 올라간 후임 하나가 벌떡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더니 이야기를 하고있는 막내에게 "니가 곌 어떻게 알아!?"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동기가 어리둥절해서 물어보니, 막내가 이야기 한 그 훈련병이 제 후임과 동기였다더군요. 같은 기수지만 내무반은 달라서 그냥 대충 아는 정도인데, 그 당시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안전핀을 꽉 잡지 않아서 던지기 전에 터지는 바람에 사망한 동기였다는 것입니다. 너무 끔찍하게 죽어버려서 그때까지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듣자 마자 갑자기 내무반 분위기가 싸아~~ 해 지는 겁니다.
그냥 훈련소에서 주워들은 괴담이겠거니.. 했는데 갑자기 해당 사건을 겪은 사람이 나타나면서 리얼리티가 팍 살아나기 시작한 거죠.

어쨌든 후임을 진정시키고 막내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로 했습니다.

... 어쨌든 그렇게 훈련병이 질문을 하니 조교로서는 황당해 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자기들도 워낙 끔찍하게 죽은 아이라 기억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2개월이나 지나서 얼굴도 모르는 훈련병이 그 사망자 이야기를 하니 섬뜩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애가 있긴 있었는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거지?"
".... 저기서 자꾸 저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 쿠에에엑~!!! 조교는 당연히 뒤로 넘어가고, 소동이 일어나자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온 다른 조교들과 교관들 모두 이야기를 듣고는 그 귀신보는 훈련병을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하더라고 합니다.
물론 수류탄 투척 훈련은 정규 훈련과정이니 중지시키진 못하고, 다른 조교들까지 다들 달려들어서 안전수칙 확인시키고 훈련 빡시게 하게 해서 겨우 그 날은 넘어 갔답니다.

어쨌든 그런 소동이 있은 며칠 후, 겨우 분위기가 진정이 되어 갈 무렵...
논산 훈련소의 경우 막사 외각에 초소가 있는데, 여길 순번대로 돌아가면서 조교 한명, 그리고 훈련병 2-3명이 함께 보초를 서곤 합니다. 그런데 그 날 초병으로 선발 된 사람 중 하나가 그 귀신 보는 훈련병.

조교는 물론이고 동기들까지 뭔가 깨름직한 기분이 되긴 했지만, 규정은 규정이니 초병근무를 안나갈 수도 없는 일... 어찌어찌 근무를 서는데....

한 30분 쯤 지났을 까요? 새벽 3시 정도였다는데... 이 귀신보는 훈련병, 갑자기 허공에다 대고 경례를 하더랍니다. 이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하고 물어보니

"방금 자전거를 탄 장교분이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경례를 했습니다"

..... 쿠에에에에엑~~~~
당근 같이 나갔던 조교와 훈련병들은 패닉 상태가 되고... 우당퉁탕 하며 그날은 그렇게 보냈는데, 우리 막내가 나중에 알아보니 그 자전거 탄 장교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막사 자리에서 예전에 근무하다 사망한 장교라고 하더군요. 조교들은 다들 모르고, 간부들 중에 몇명만 알고 있던 사실이라 정확한 내역까지는 듣지 못했다곤 하지만, 어쨌든 1주일 정도만에 2번이나 귀신이 봐 버린 이 훈련병...
결국은 간부고 조교고 동기들이고, 다들 슬금슬금 피하는 바람에 남은 1주일을 참 쓸쓸하게 보냈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가 제가 막내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냥 들었다면 "거 재미있네"하고 끝날 일이었는데, 첫번째 수류탄 사고 당시의 목격자가 함께 있다보니 리얼리티 죽이더구만요.
뭐, 결국 그날은 상당히 오싹하게 보내서 심심하던 말년에 심심치 않게 지냈던 하루였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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