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무서운 이야기. (태몽)

걍거라 작성일 06.08.31 00: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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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양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쭉 안양에서 살아왔다.
유치원도 안양에서 다녔는데.. 그때 겪은 이상한 일을 하나 적으려고 한다.
어릴 적에 유치원에서 친했던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매우 친했고 줄곧 같이 다녔다.

1986년의 일이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민규였던 것 같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또렷하게 기억했던 이름이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여러 가지로 생각할 일이 많아서였는지 아니면 내가 간직했던 순수한 우정을 잃어버린 어른이 되어서인지 지금은 흐릿하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상당히 미안하다.

민규와 나는 상당히 친했고 우리 어머니와 민규 어머니도 덩달아 친해지신 격이다. 유치원이 끝나면 나는 줄곧 민규네 집에 가서 놀곤 했는데 지금 기억으론 꽤 부유했던 가정으로 기억한다..

그당시 안양에서는 한창 개발중이었고 그중 거의 개발초에 지어진 아파트(비록 한층에 4개의 가구가 사는 구조였지만 그래도 그당시 아파트는 모든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의 13층이 민규네 집이었고 또 매우 비싸보이는 피아노도 있었고, 뭔진 잘 모르지만 멋들어져 보이는 그림도 거실 벽 중앙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바나나도 있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친하게 지내던 어느날, 어린 나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아니 실감조차 나지 않는 "민규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날 어머니와 나 또 민규와 민규 어머니는 유치원이 끝나고 중앙시장에서 떡볶이를 먹고 이것저것 장거리를 본 뒤 민규네 집으로 가게 되었다.

택시에서 내려 민규네 집으로 가는 도중 민규 어머니는 짐이 무거우니 먼저 가서 문을 열어놓으라고 했고 민규는 알았다며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평소 같으면 같이 갔겠지만 그날따라 과일트럭에 실린 바나나가 눈에 띄어 난 어머니를 졸라 바나나를 살 목적으로 민규를 따라가지 않았다.

할수 없이 민규 혼자 아파트 현관으로 뛰어들어갔고 난 어머니께 바나나를 사달라고 졸랐다. 물론 어머니는 나중에 사준다며 나를 달랬고 난 떼를 쓰며 사주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바닥에 주저앉아 손을 잡아끄시는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위에서 민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위를 쳐다보니 민규는 열쇠를 가져가지 않아 문을 열 수 없다고 손을 휘휘 젖고 있었다. 그러자 민규 어머니는 핸드백을 뒤져보더니만 이내 열쇠를 찾아내 민규에게 바나나를 살테니 내려오라고 손짓을 했고 민규는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나를 바나나가 있는 트럭으로 데리고 가서 고르는 도중, ‘쾅’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과일트럭이 몹시 심하게 흔들렸고 매우 놀란 우리는 사태를 파악하려고 트럭의 앞쪽을 살폈다.

거기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벌건 고깃덩어리가 있었고 과일 트럭의 운전석 부분이 몹시 찌그러져 있었다. 어머니는 황급히 내 눈을 가렸고 곧이어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민규 어머니의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이어졌고, 난 내 눈에 들어온 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민규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 일이 있은 후 난 유치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았고 다음해에 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때의 일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또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시간이 흘러서 군대에 지원하게 됬고 군대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있어서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던 중 무심코 그때의 일이 생각나 얘기를 꺼내고 난 후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머니의 말씀을 빌자면...

"난 그때의 일이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너무 끔찍하단다. 그때 그 과일 트럭이 없었더라면 지금 너도 이 자리에 없을 수도 있었어. 나와 민규 엄마는 너희가 친해진 다음에 알게 됐지. 민규 엄마와는 같은 불교여서 그런지 마음이 잘 맞았단다. 그래서 꽤 친했어. 어느 날 나는 너의 태몽 이야기를 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민규의 태몽 이야기도 듣게 되었는데 그게 조금 불길했어.

사내아이가 죽은 사람 묶을 때 쓰는 끈에 묶여서 울고 있었다고 그러더구나. 원래 내가 미신을 좀 잘 믿는 성격에 너희 토정비결이라도 보자는 핑계로 안양에서 제일 용하다는 점쟁이를 수소문해서 갔지. 가뜩이나 불안한 사람한테 불길하다 어쩐다 하기가 뭐해서 그냥 핑계를 댄 거지.

그렇게 해서 점집에 가서 우선 너의 점을 물었단다. 나는 중간에 위기가 있지만 조상의 도움으로 뭐 어쩌고 그러니 부적을 하나 쓰라고 했고 민규의 점을 물었더니, 옛날 조상중에 신내림을 받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 붙어서 다른 귀신을 부르는 격이라고.. 매우 좋지 않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더구나.. 방법을 물었지만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만 하고 그만 나가라고 했어..

우리는 기가 차서 나왔고 민규 엄마는 표정이 매우 어두웠지. 괜히 가자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리고 민규가 죽기 며칠전 민규 엄마는 불길한 꿈을 꾸었는데... 민규네 집앞 현관에 검은 옷을 입은 귀신이 두 손을 바닥에 대고 개처럼 기어다니는 꿈을 꾸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너 그거 아니? 아파트 난간은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어린아이가 혼자 힘으로는 아래를 쳐다볼 수조차 없게끔 높게 만들어. 민규가 어떻게 아래를 쳐다보면서 말했는지 상상이 가니? 그 난간도 어른 가슴 정도에 가까운 높인데...그 무당 말이 맞았던 거 같아. 그래도 어린게 무슨 죄가 있다고...

그 자리에 과일 트럭이 없었다면 과연 니가 지금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아직도 가슴이 철렁거린단다. 그애 엄마는 정신이 반쯤 나가서 지금 뭘하고 있을런지......"

어머니는 계속 얘기하셨지만 난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검은 옷을 입고 무릎과 손으로 바닥에 엎드린 귀신과 그 등을 밟고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열쇠가 없어라고 손을 휘휘 젓는 민규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일 트럭이 없었더라면.. 내가 민규를 따라갔더라면.. 지금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있었을까? 과연 그 점쟁이 말처럼 조상님이 나를 구해준 거였을까?

한동안 이런 생각들로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후로 자주 악몽에 시달렸고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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