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가 내리는 밤 [본인 실화 100%]

lclmai 작성일 06.09.18 17: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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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도 그것이 2005년 여름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날은 회식이있어 술을 한잔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나는 김포에서 살고 있는데, 발전을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 부분부분

전원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집은 그 한 예이다.

내가 우리 마을가지 가기 위해선 아침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시간마다

한번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타야했다.

놓지면 약 2.5km 를 걸어가야 하는데, 운동을 하기엔 좋은 거리이지만

출퇴근 시간에 걷기는 정말 귀찮은 거리이다.

그날, 내가 퇴근버스에서 내린것은 오후 11시즈음 해서였다.

마을버스는 끊긴지 오래.

택시비가 아까워 오랜만에 노래나 부르면서 지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기분좋게 술에 취한채로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느새

중간에 왔음을 알리는 수로쪽에 도착을 했다.

"어라..?오늘은 웬일인지 낚시꾼들이 하나도 없네?"

평소 이 천은 붕어낚시로 유명하여

겨울을 제외하곤 항상 사람이 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로를 지나,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안개가 수로부터 마을까지 촤악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아 써글...졸라 무서운데.."

난 노래를 좀 더 크게 부르면서 안개속을 걷기 시작했다.

정말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칠흙, 그 자체였다.

어째서인지 그날은 가로등도 켜져있지 않더라.

그렇게 수로에서 100m정도 멀어져 갔을까,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난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그 누군가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할머니..목소린데..'

나는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추측해

보았지만, 평소에도 10시면 주무시는 분인데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깊어지는 정적과 어둠은 나를 공포로 몰아갔다.

어느새 마을어귀가 보이기 시작했고, 안개는 걷혀갔다.

아직도 그 누군가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설마..정말..할머니..?"

내가 뒤를 돌아보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우리집에 불이 켜져있는 것이 보였다.

창문엔 할머니가 밖을 빼곰히 쳐다보시면서

내가 오는걸 기다리고 계시는게 보였다.
(내가 늦으면 항상 그러신다.)
나는 두려움에 집으로 뛰어들어갔고,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오는길에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말했다.

그때 난 처음으로 우리 마을 수로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 우리 마을까지 오는 길엔 다리가 몇개 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랬다.

"우리 마을 앞 다리와 수로는 일제시대에 만들어 진 것이거든?..
다리를 세우기 전에 그곳에 빠져죽은 사람도 몇몇 있었어..
수로를 세운담부터.. (수로에 의해 물고임 현상으로 가끔수로를 닫아 물을 가둬둔날
수로부터 마을까지 도로옆이 논 전부 물안개가 낌)
물만 가두면 물안개가 껴... 그때부터 물안개가 끼는 날이면,
그 길을 지나는 행인이 있으면... 그사람에겐 가장 익숙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는거야! 그때 절대로 돌아보면 안돼!!"

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만약..할머니가 나를 기다리지 않아 불을 끄고 먼저 주무셨다면..

나는 그 목소리를 할머니로 알고 뒤를 돌아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을 끝내는 할머니의 표정엔 날 걱정하는 안도의 표정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데..

난 어쩌면 나를 걱정해주시는 할머니의 작은 배려로

그날 목숨을 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할머니는 물안개가 끼는 밤이면,

집앞 현관과 안방의 불을 켜고 나를 기다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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