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바바리맨... 저도 여고 나왔지만 이런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었고, 실제로 정말 저럴까 했드랬죠. 사실 저런 거 안보고 사는 게 행복한건데 --;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두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뒤돌아보니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별 일 없길래 다시 컴터로 눈을 돌렸는데! 아니 뭔가 이상하다 싶어 일어나 창문가로 갔습니다. 더워서 창문을 열어놨었는데, 방충망에 손가락 두 개 크기의 부분만 젖어있는 겁니다. '이상하네.. 비는 안오는 거 같은데..' 하고 방충망 가까이 얼굴을 내밀고 밖을 봤죠. (저희집은 반지하입니다..흑) 아무리 봐도 비는 안옵니다. '이상하네.. 저기만 젖어있다니 희한하네. 뭐지? 뭐지?' 하며 방충망 앞의 탁자위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제 노트 위로 역시 빗방울 같은 게 떨어져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어?' 하며 냄새를 한 번 맡아봤습니다. 소주냄새 같은 게 납니다. '이 씨.. 어떤 미친XX가 남의 집에 소주를 뿌려!' 하고 있는데 눈 앞에서 물이 또 떨어지는 거에요. '이게 뭐야!' 하고 고개를 드는데 인기척이 났습니다.
옆 벽에서 갑자기 남자가 나타나더니, 물건을 꺼내들고 나를 향해 서 있는겁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머리가 멍해져서 잠시 몇 초간 서 있다가, "꺄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얼른 문을 닫았습니다. 남자는 제 소리에 놀라 급하게 도망가더군요. 세상에.. 어떻게 남의 집 안에 오줌을 쌀 생각을 합니까.. 너무 기가 막혀서 앉아있는데, 한쪽 어깨가 심하게 저려왔습니다. 놀란 상태로 갑자기 창문닫느라 근육이 손상됐는지 팔을 등 뒤로 뻗기가 힘들어요.
제가 정말 기분나쁜 건.. 그 미친놈이 숨어서 계속 날 내려다보고 있었고, 저는 불빛 환히 비치는 방 안에 서서 냄새 맡아보고(-_-) 쇼를 하고 있었다는 거. 그리고.. 길 가다 잘못 걸려서 당한 게 아니라, 안전해야 할 집 안에서 당했다는 거!
너무 비참합니다. 빨리 돈 벌어서 반지하 탈출해야겠어요. 이제는 건넛집에서 무슨 소리만 나도, 변태가 오는 소린 줄 알고 긴장해요. 한동안은 잠도 제대로 잘 못잤구요, 그 순간이 자꾸자꾸 떠올라 괴롭습니다.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눈 앞에 있던 변태XX의 물총구멍.. 정말 기분나쁜 기억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