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섭진 않지만 경험담입니다..
저희집은 한강 고수부지 근처 아파트였습니다.
어느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길이었는데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보니, 우리 아파트 들어오는 샛길쪽 나무가 많은 잔디밭한곳에
퇴근시간도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슨일인가 궁금해서 근처로 가봤더니, 사람들이 빽빽이 차있어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얼핏보니 왠 뚱뚱한 아주머니 한분이 쓰러져 계셨습니다.
그걸보고 전, '아.. 날이 더워서 아주머니 한분이 더위드시고 쓰러지셨나?'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그 자리를 벗어나 저희 아파트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려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오고 같은동 아주머니 몇분이 같이 타셨는데, 아주머니들께서 하시는 얘기를 엿듣게됬었습니다.
근데, 저희 아파트에서 누가 자살을 했다고 하시는 거였습니다..
저희 아파트 사람은 아니구, 경비아저씨가 평상시 거의 주무시고 계시니 외부인 출입이
전혀 제지가 안되는 상황에 벌어진 일이었던거 같았습니다.
어쨋든 전 집에다가 가방만 던져놓고 호기심에 다시 밖에 나왔습니다.
신발을 신으며 생각해보니, 그 아주머니가 떨어지신 장소가 아파트비상구 계단쪽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사람 많은 1층에 가는 거보다 저희 비상구 계단쪽으로 가는게 더 나을거 같아서
비상구쪽 문을 열고 밑을 봤지만, 시력이 안좋은 상태였기때문에 희미하게 보일뿐 잘 안보였습니다.
그래서 10층, 9층, 8층...... 4층 까지 내려가서 비상구 아래를 내려다 보니....
그 아주머니가 정면으로.. 그러니깐 대자로 누워서 떨어진 상태...
그 눈...
그 눈을 봤습니다..
머리가 무거워 먼저떨어져서 그랬을까요? 시선을 하늘쪽, 정확히 제가 서있던 비상구쪽을
보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아주머니..
뚱뚱한게 아니었습니다..
몸이 땅에 닿는 충격에 납작해진 나머지, 얼핏봤을때 뚱뚱해 보였던거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첨에 저희집 층 비상구 계단문을 열고 내려올때, 분홍색 신 한켤레를 밟고 지나왔었습니다.
전 그때 그게, 비상구쪽 집에서 버린 신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경찰이 조사해 보니, 시체 상태를 봐선 뛰어 내린 층수가 10층내지 11층 정도일꺼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 아주머니는 맨발이셨습니다...
이상한건 분명 제가 처음 저희집 비상구를 내려올때 무심코 그 신을 차버려서 아래층,
그러니깐 10층으로 떨어뜨렸는데, 며칠뒤 다시 비상구를 갔더니 그자리, 처음 그자리에 신이
곱게 놓여 있더군요... 주인 없는 신을 누가 버릴생각을 안하고 다시 그자리에 놨을까요..
전.. 어린마음에 큰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무척 공포에 시달렸었습니다.
다른거 다 잊더라도..
눈뜨고 죽은 시신... 그것도 자살할정도로 한을 가진 사람의 죽은 눈...
그 눈과 정면으로 마주쳐 본 기억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또렷하네요..
뭐 어쨋든 그뒤로 저희집은 몇년 더 살다가 같은 아파트 다른 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근데 몇년 더 지나고 우연히 그길을 지나다가 그 장소를 가보니, 한여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자리, 그 아주머니가 떨어지신 그 자리는 풀한포기 나지 않은 체 였습니다..
사람 형상 그대로 누런 흙만 있더군요..
두서없이 막 쓰고 있는 이와중에도 온몸에 소름이 끼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