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매주 토요일마다 방영했던 토요미스테리.
기억하시는 분, 많으실텐데요.
위험한초대라던가 이야기속으로도 재밌었지만
그당시 토요미스테리 정말 재밌게 봤었습니다.
삼남매인 저희는 매주 토요일만 되면
옹기종기 앉아서 이불을 둘러쓰고는
방불을 끈 채 그 프로그램을 보는 게
일과라면 일과이기까지 했으니까요.
지금은 매주 일요일 개콘을 보지만요ㅎ
그랬던 프로그램이였는 데 어느날 끝난 시점으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니 뭐래니 이야기도 많았었죠.
아무튼 그 프로그램에서 봤었던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잠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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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한 여자.
나이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꽤나 젊은 여자였다.
당연하지만 방은 두개로, 어머니의 방과, 그 여자의 방.
이렇게 두개였는데
그렇게 여자가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자던 어느깊은 밤.
여자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옳을까.
길게 트인 이차선 도로외엔
우거진 나무들밖에 없는 정체모를 곳에서
여자는 서있었다.
밤이 매우 깊어 아마도 기억에는 여름이였던 것 같은데
여자의 입에서는 살짝 입김이 났었고
그렇게 그 여자가 그 도로 갓길에서 초조하게 서 있는 가운데
저 멀리서 작은 불빛이 드리웠다.
불빛이 너무 밝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점차 다가오면서 그것이 버스임을 알 수 있었고
버스는 꿈이여서 그랬는진 모르지만
꽤나 묘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여자는 당황했지만
그 도로에 언제까지 멍하니 서있을수도 없다 싶어
결국 버스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 탔는데
어라.
꽤나 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기에 그래도 쉽게 발을 옳긴 그녀였는데.
자세히보니 그 승객들이라는게
얼굴에 눈코입이 없었고
꽤나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꽤나 당황한 여자가 버스에서 내리려 하자,
죽은 듯이 앉아있던 승객들이 어느덧 일어나서는
새하얀 손으로 그녀를 잡아 끌기 시작했다.
그 완강한 손길에 여자는 두려움으로 울부짖기 시작했고
그사이. 아직 출발하지 않았던 버스는
이제서야 출발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때.
낯익은 한 아주머니가 버스에 들어서더니
앞문으로 다시 나가려고 하는 이 여자의 손을 잡아 끌고는
"어서 도망쳐!!!!" 라고 외치는 게 아닌가.
여자는 너무 무서웠기에 그 아주머니가 누군지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아주머니가 막아주시는 동안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고
뒤늦게 정신을 차려, 아주머니의 손을 잡아 끄는 순간.
이제는 일제히 일어선 승객들이
아주머니의 팔과 다리를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기이했고, 또 그들의 힘이 꽤나 완강해
여자는 아주머니의 손을 놓치게 되었고
그렇게 버스는 아주머니를 끌고 간채
출발했다.
그리고 그순간 여자는 잠에서 깨어났다.
꿈인데도 생생한 느낌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난 여자.
방안은 어두웠고
여름인데도 조금 서늘한 느낌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방으로 들어섰다.
어머니방 역시 서늘한 느낌이 감돌았지만
혼자 잠들면 또 다시 악몽에 시달릴 것 같아
여자는 재빨리 어머니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무서운 꿈을 꿀 때마다 언제나 그랬듯
조금의 애교섞인 목소리로
"엄마, 나 악몽 꿨는데 너무 무서웠어~"
라며 어머니의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데.
이상하게 어머니의 미동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여자가
어머니를 깨우려 몸을 흔드는데
배위에 걸쳐져있던 어머니의 팔목이
그녀가 흔들자 힘없이 이불위로 떨어졌고
어두웠지만 밤에 익숙해진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고 한다.
..
어머니의 팔목에 선명히 찍힌 무수히 많은 손자국들을.
...이야기가 썰렁하게 끝맺었네요.
뻔한 반전일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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