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막 입대를 했을 무렵일겁니다.
여느 부대가 다 그렇듯 저희 부대에도 '자체 군견' 이 있었습니다.
중대장님께서 주워오신 강아지를 잔반으로 키워가면서-
맹수-_-; 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며 팍팍한 군생활을 위로 받곤 했습니다.
간부들은 그리 내켜하진 않았지만- 병사들은 '막내' 혹은 '막둥이' 라는 이름을 붙여서-
정서함양과 스트레스 해소;를 동시에 하고는 했습니다.
어쨋든 참 귀엽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였습니다.
자기를 주워온 중대장님 차가 들어올땐 엔진소리만 듣고도 위병소로 뛰쳐나가곤 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에. 그럭저럭 저도 일병도 꺾이고- 상병을 바라보던 참이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당일치기로 중대 고참하고 같이 연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반납물자를 실어나를 인원이 필요해서 따라가는 길이었지만
간만에 바깥바람도 쐬고- 기분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연대를 다녀와서 부대로 복귀하는데- 시간이 착착 맞아주지가 않아서 2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저녁도 못 먹은채로 막사로 돌아왔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군대에서 밥 못 먹는건 정말 죽을만큼 짜증나는 일이지 않습니까 -_-?;
취사장에서 육개장을 뜯으면서 계속 투덜거리고 있을 참에
갑자기 당직병이 뛰쳐 들어왔습니다.
'야! 너희 둘 지금 초번초 근무 들어가야겠다!'
이런- 옆차는 상황이 어딨습니까-
지금 복귀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사람한테-
그래도. 별 수 있습니까. 육개장 대충 넘기고 묵묵히 총 차매고 위병소로 나갔습니다.
같이 기분 말아먹은 중대 고참 병장이 안 되어보였는지 이래저래 달래주었습니다.
장난도 걸어주고- 당직병도 같이 씹어주고-
분위기가 그럭저럭 괜찮아졌습니다.
저도- 그래도 초번초가 어디냐- 얼른 근무 끝내고 들어가서 자야겠다- 싶은맘에
맞장구도 치고 은근슬쩍 농담도 하고- 그러던 참에 위병소 쪽으로 '막내'가 살살 내려왔습니다.
'박 병장님! 위병소 쪽으로 막내! 접근 중입니다!'
'ㅋㅋㅋ 지랄한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지랄하지마라~ 막내가 너보다 짬 더 된다~ 경례는 못 말할망정~'
'아앗! 박 병장님! 막내가 위병소 강행돌파 했습니다! 보고 해야되는거 아닙니까?'
'이새끼가 끝까지 지랄이구나~ 막내도 사회구경해야지~ 내비둬라~'
그렇게 장난을 치던 중에 근무 교대자가 휘적휘적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에-
후번 근무자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내려오는 다음번 근무자에게 신세한탄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농담을 건넸습니다.
'아! 그리고 막내가 탈영했으니까 복귀 안하면 지휘계통으로 보고하십시오!'
'미친새끼야. 낮에 중대장 차에 깔려 죽은 막내가 탈영은 무슨 탈영이야!'
...
저, 아니 저희 둘은 진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