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말을 놓는 점 양해바랍니다....
군대 제대하고, 마음잡고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생활도 2년만에 결딴 내고... 뭔 바람인지 이곳 저곳 하염없이 떠돌때였다.
전라도 남원! 내가 그곳에 가게 된 건 친구녀석이 거기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던 때문이었다.
그저 친구 얼굴이나 보러 들른 것이, 어찌어찌 두어달 정도를 기생하게 되었고,
그때 있었던 일인데, 이걸 무서운 일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희한한 경험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녀석은 남원에서 공부했고, 학교(서남대)에서 후문으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곳에 형성된 자취촌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 분위기가 을씨년스럽고 주변엔 온통 무덤들과 개발 덜된 논밭 뿐... 술 한잔 마시려 해도 몇km는 걸어가야 하는 인가들과는 동떨어진 곳이었다.
그런 그곳에--전화로 주소를 물어 찾아간 녀석의 자취방은 원룸 형식으로 된 5층 건물의 3층 중간쯤 되는 몇호였다--찾아 갔을 때, 수업이 일찍 끝났던지, 혹은 땡땡이를 쳤던지 녀석은 집에 있었다. 그런데 공부를 열심히 한 탓인지, 어디가 아픈건지 녀석은 피골이 상접해진 사람 꼴이 아닌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그렇게 거기에 머물게 된 첫날.
오전부터 방에서 술상 벌려놓고 마시던 중, 얼추 취해서 내가 물었다.
"뭔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렇게 말랐냐? 아님 타지 생활이 힘드냐?"
"......"
그러나 녀석은 대꾸 없이 그저 소주잔만 들이켰다.
"미친놈! 맨날 혼자누워서 ddr 치는구만... 뼈삭는다 뼈삭아!!!ㅋㅋㅋ"
"......"
그래도 대답이 없기에 농을 걸었더니 녀석 무지하게 심각하다. 맥빠지고 보통일이 아니다 싶어 내가 재차 심각하게 물었다.
"무슨일 있냐? 뭔 일인데..."
그제서야 녀석은 술한잔을 털어 넣고 입을 열었다......
"집에... 귀신이 나온다......"
"뭐?"
"귀신 나온다고...."
"푸 하하하하. 이 병신이 밥처먹고, 아니 술 잘 처먹다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뭐? 귀신? 니미 시베리아다. 씨x놈아! 해해해해 귀신이라니..."
"진짜 나온다. 영감 귀신인데... 나 정말 돌아버리겠다."
"병신 갑떨지 마라... 웃기지도 않는다.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나? 가위나 눌린거겠구만... 잘처먹으면 그런거 없다. 형이 밑반찬 좀 장만 해주마... 이 똘추야!"
난 그렇게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술을 마셨고, 녀석도 더는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소주 몇병 마시며 친구들 소식 전해주고, 내가 다녔던 곳 여행이야기며 썰을 풀다가 만취해서 녀석의 침대에 고꾸라져 잠들었나보다.
얼마가 지난 걸까? 숙취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눈을 떠보니, 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이런 젠장...
이불 새로 빛이 드는 걸로 보아 아직 해가 넘어가진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도무지 몸을 꿈쩍도 못하겠는 거다.
이런 씨 파~ 난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입도 벙끗 거리지 않고...
니미 씨부랄 가위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겼다.
이런 제길! 아~~~ 어쩐다. 허나 밤이 아니란 확신과 이불 밖에선 친구녀석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나는 일단 안심을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와중에 필사적으로 입을 열어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순간!!!........................
턱! 이불 속, 발 밑쪽에서 뭔가 내 발목을 잡더니 슬금 슬금 타고 올라오는게 아닌가?
'아악~ 아 씨 발... 이거 뭐여.'
말은 안 나오고 마음 속으로만 외치며 나는 그때 거진 기절하기 일보 직전의 심정으로 발목을 잡고 타고 올라오는 것을 바라 보았다. 가위는 몇번 눌려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이었다.
시커멓게 생긴 그것은 발목, 그리고 무릎, 사타구니 쪽을 더듬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 나는 온몸에 소름을 느끼며 눈을 질끔 감았다. 발목부터 슬금 슬금 타고 올라온 시커먼 것은 거진 내 머리 맡까지 와서는 멈췄다. 아니,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무서웠다. 심장은 벌렁벌렁 거렸고, 나는 눈을 떠야하나 말아야하나 심각하게 망설였다. 그리고 잠시간 동안 이었음에도 수억번 고심 끝에 아주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곤 그 검은 물체를 바라 봤다.
아~~ 씨 바~~ !!!!!
그건 상투를 튼 백발의 노인의 모습이었다.
아! 이씨 이거뭐여...
식은땀 줄줄 흘리며 난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내가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겠는 심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농 안 섞고 이렇게 말했다.
"넌 또 누구냐?................................................."
'..........넌 또 누구냐? 이런 씨 바~ 그러는 당신은 누구슈?'
난 정말 젖먹던 힘 까지 다해 몸을 움직이려 애 썻고, 어느순간 뭄에 힘이 들어감을 느끼며 거진 공중부양하듯이 누운 자세에서 떠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곤 "으아아아악~~ 이런 씨 바 ㄹ 사람살려!" 라고 외치며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보니 친구녀석이 컴퓨터 만지다가 나를 돌아본게 보였고. 그 얼굴엔 너도 봤구나 하는 그런 표정이 역력했다.
나 한참을 밖에서 집 안 을 바라보며 부들 부들 떨었고, 친구녁석이 담배를 가지고 나와 한 개피 물려 주는 순간까지도 넋이 빠져서는 아무말 못했다.
담배 한모금 태워 물고 마음이 진정 된 후에 녀석에게 물었다.
"야! 그 영감 누구냐? 나 돌아버릴 뻔 했다."
"내가 말했잖냐? 영감 귀신 때문에 내가 깊은 잠을 못잔다고..."
"......"
나는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물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런데 녀석의 3층 집 건너편이--한 30m정도-- 산이었는데... 그 높이와 같은 능선에 무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보고 말았다. 나중에 동네를 돌아보니 그 동네엔 무덤들이 즐비했다.
내가 거기 머무는 동안 그 영감 귀신을 정확하게 몇번을 봤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중엔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 봤고, 나역시 살이 비쩍 말랐다. 내가 거기서 떠나던날! 친구도 방을 옮겼고. 더는 그 영감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해 겨울 친구녀석은 서울산업대학 편입에 성공하여 상경하였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녀석과 소주잔 부닥뜨리릴 때면 그 이야기를 하곤한다.
녀석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그곳이 온통 공동묘지 였단다. 학교가 들어서고 자취촌이 형성되면서 이장한 후에 건물들이 들어선 건데... 무연고 무덤들도 상당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그냥 밀어버린 무덤도 꽤 될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