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다닐때 여름방학을 이용해 학교동생녀석이랑 자전거 전국일주를 떠났다.
준비를 하긴했지만 처음이라 장비든 뭐든 준비가 부족한 상태였는데,
며칠을 달려 강원도에 진입했을때 이야기다.
소나기가 내려 싸구려우비에 노끈으로 허리띠삼아 메고 길을 달리는데 2차선 도로였는데,
양옆으로 산과 계곡이 있는곳이었다.
산이라 해가 금세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돈이 풍성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잠은 대부분 노숙으로 했는데,
한참을 가도 마땅히 잠잘곳은 보이지 않았다.
계곡을 끼고 민박식으로 먹고 놀만한 곳도 몇군데 지나쳤지만 여름이라 비쌀꺼라 생각해 그냥 지나쳤다.
그러던중 어느새 해는 다 떨어지고 완전한 어둠으로 바뀌었다.
인적도 드물어서 소리라고는 빗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전부였는데, 전등도 제대로 된걸 준비하지 못해 둘다
왼손으로 손전등을 쥐고 핸들에 밀착시킨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는데,
그 와중에 내 손전등을 실수로 떨어뜨렸다. 여지없이 램프가 나가 나는 동생을 앞세워 동생의 불빛만 보면서 달렸다.
그렇게 가다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이상하게 힘이 들지 않았다.
마치 가방을 뒤에서 누가 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오~ 자전거 잘나간다! 라고만 생각하고 달렸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내리막길을 가려는데 이번에는 아까와 반대로 뒤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내리막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짐받이쪽을 누가 당기고 안놔주는 느낌.
동생은 이미 저만치 내려가 있고, 이상해서 뒤를 돌아봤는데 깜깜해서 뭐가 뭔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뭔가의
윤곽이 보였다. 공간이 살짝 일렁이는듯한...
목뒷덜미에 순간 소름이 돋고 모든힘을 쏟아부어 폐달을 밟고 미친듯이 달렸다.
밑에서 기다리던 동생을 만났고, 달리다 처음 보이는 민박집에 무조건 들어가서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