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장난
한순간의 장난이,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쳤던 장난이.
이런 커다란 저주를 가져올거라고 미리 알았다면,
난 내가 반병신...아니,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하지 않았을것이다.
지금의 이 끔찍한 저주를 불러온... 4년전의... 내 커다란 실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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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 야, 서진아! 서진아! `
` 왜, 이 새끼야.`
` 새끼.. 까칠하긴. 너 오늘 그 여자애한테 고백한다며? `
` 뭐? 아 나, 나를 왜 그딴 폭탄하고 엮냐고!!!!! `
` 큭큭큭.... 왜, 너랑 잘어울리는데.`
` 이런 x새끼가... `
아마, 늦여름쯤이었던것으로 기억을 한다.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니, 4년전인 중학교 1학년때의 일이었다.
우리학교는 학년 전체가 수학여행을 떠났고,
1학년과 2학년과 3학년은 각각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썰물때는 갯벌, 밀물때는 바다로, 아이들이 지내기에는 거의 최적의 장소였다.
갯벌이 나타나면 갯벌에서 잡은것들로 각종 구이도 해먹고...
늦여름이기는 했지만, 여름날씨가 아직 다 지나간것이 아니라 낮에는 더웠다.
더욱이 바다만 보면 환장하는 아이들 때문에
바다가 나오면 수영도 하고.. 뭐 가끔 빠트리기도 하고.
재미있을만한 곳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한껏 기대에 부풀어져 있었고, 나또한 그러했다.
내... 가장친한 친구 동혁이와 함께 말이다.
` 야, 여기서 자다가 방구끼는 새끼 죽는다. 좀 씻어!!! `
` 와... 방 되게 좁네.`
우리의 기대와는 좀 멀게도, 방은 좁았다.
아이들이 겨우 끼어들어서 잘수있을만한 정도였다.
남고인 이유로 아이들은 담임에게 온갖 인상을 써가며 방을 바꿔달라고 불만이었지만,
이런일을 한두번 당해본 우리들이 아니었기에, 잠시후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숙소를 정리하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은 시간이 꽤나 흘렀으므로, 우중충해져 있었다. 뉴스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빨간마스크 따위보다 더 믿기힘든 날씨정보를 믿진 않았다.
하지만, 나의 즐거운 수학여행에 그것이 해가 될것이라고는 생각하지않았다.
바다로 나가자, 바다는
물이 다 빠져서 갯벌이 나타나 있었다.
하나둘씩 아이들이 갯벌로 뛰어들었고,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가르키며 소리쳤다.
` 얘들아, 좀이따 30분까지는 나와야 된다. 그때는 밀물때라서 물이 차오르면
선생님도 구조하기 힘들다. 밀물때 그 위에 있으면 아주 위험하다는거 다들 알고있지?
갯벌이 별로 안간거 같지만 엄청 멀리간것도. 알겠지? `
` 예~ `
` 너희들 말하는 꼬라지 보니까 이제 물귀신 나온다!!! `
` 워~ 물귀신 되면 선생님부터 찾아가야지~ `
` 뭐야!?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아이들은 넓고 넓은 갯벌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와 동혁이는 유난히도 호기심이 많다.
뭐든지 아이들보다 더 해봐야 했고,
장난도 더 심하게 쳐야 직성이풀렸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유난히 장난끼가 더 심했다.
나보단 동혁이놈이 더 그랬었던것 같다.
` 야, 저기 존나 큰 게 있대.`
` 니나 가봐. 왕크랩에 물려서 손가락이나 잘려라.`
` 닥쳐! 안갈거면 나 혼자간다.`
혹시라도 내가 따라올까봐 뒤를 돌아보며 가는 놈을 귀엽게 바라보고는
잡고있던 조그마한 참게나 잡고있었다.
내가 안간것은 그놈이 다시 돌아올것을 알고있었던 이유도 있었다.
` 미x놈아!!!! 같이 가자고 좀!!!!!!! `
` 새끼... 무섭냐? `
` 닥쳐! `
얼굴이 벌개지며 닥치라며 손을 거칠게 잡고 끌고가는 놈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못이기는척 따라가주었다.
우리는정말, 아이들보다 훨씬 먼거리까지 왔다.
선생님이 가면 안된다던 거리를 훨씬 넘어선 거리였다.
만약 밀물때라고 친다면... 배가 돌아다닐 정도였다. 한 중간정도의 어척말이다.
` 야, 우리근데 여기 있어도 되냐? `
` 돼. 밀물때 전까지 빠져나가기만 하면 뒤지지는 않아.`
` 밀물 전까지 못빠져나가면? `
` 니랑 나랑 같이 물귀신 되지뭐.`
` 하하하, 이새끼가.. `
` 야, 너 구멍 잘 찾아봐. 구멍 큰거 안에 뒤져보면 큰거 있을지도 몰라.`
` 알았다. 넌 저기 가서 뒤져봐라.`
우리는 그렇게 서로 등을 등지고 앉아서, 꽤나 떨어진 거리에서
게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나 있었고, 구멍중에는 꽤 큰 것도 있었다.
때문에 자꾸 구멍에 발이 빠져서 못빠져나올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보다 더 호기심이 심한 동혁이놈이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놈의 발 무릎까지가, 갯벌에 빠져들어 있었다.
` 야!!!! 아 씨, 나좀 살려줘!!! 이거 존나 안빠져!!!! `
` 구라치긴..... 니 그 황소같은 힘으로 못나오겠다고? 갯벌봐라, 이렇게 물렁물렁한데? `
` 아, 너 과학시간에 졸았냐!? 이거 빠지면 못나오잖아!!!!! 갯벌이 딱딱하냐, 그러면!? `
` 쇼를 해라, 쇼를. 니 구라치는거 고쳐달라고 알라신께서 그런거란다.`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동혁이 놈에게 다가가
헤드락을 걸기 시작했다.
헤드락 걸때 내 무게때문에 놈은 점점 밑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난 사람이 도와주면 정말 빠질줄 알았다.
정말.... 단순한 장난이었다.
당연히 구할수 있을줄 알았다.
내 발 밑으로 바닷물이 밀려오기 시작한걸 보기 전까지는.
` 야, 제발... 살려줘, 아 새끼야, 장난 아니라고!!!! `
` 야.. 이거 진짜 안빠지냐? `
` 안빠진다고 몇번을 말해!!!! `
` 잠깐, 이리와봐.`
동혁이놈의 어깨를 잡고 힘껏 들어올렸다.
하지만, 놈의 몸은 아주 살짝 올라왔다가 더 밑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슬슬 당황이 되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이미 내 발목 위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동혁이 놈의 몸은 이미 허리까지 갯벌 안에 들어간 상태였다.
` 야!!! 움직이지마!!! 내가 선생님 불러올게.`
` 닥치고 나좀 꺼내보라고!!! 선생님 불러올 동안에 물 들어와!!!! `
물은 아주 빠른속도로 들어오고 있었다.
동혁이놈을 들어내려면 들어낼수록, 그녀석의 몸은 점점 더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점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동혁이놈을 어쩌면 구할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문제는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이었다.
내가 선생님까지 가는 시간은 대략 15분은 뛰어야 될것이다. 갯벌에서는
뛰어도 속도가 나지 않기때문에 최소한 20분은 잡아야했다.
20분이면 바닷물이 어디까지 들어올까?
20분?
아마 내 키를 넘고도 남을걸?
그렇다면.... 내가 지금 저쪽으로 간다면... 살 가능성이 있었다.
물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서 뛰면 살수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동혁이를 구하고 간다면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 둘다 죽을수도 있었다.
속에서 묘한갈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긴장한 손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너무 당황한 탓에 괜시리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어느새 물은 동혁이의 목까지 차올랐다.
이제 3분이면 그가 잠겨있는거보다 더 차오를 것이다.
동혁이는 나와 친구를 하면서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내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을 쳐다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절망적인 시선.
` 제발.. 제발살려줘... 서진아... 제발... `
` 동혁아.... 미안.`
점점 물속에 잠겨가는 그를 내버려두고, 선생님이 있는쪽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이건 사고다.
어쩔수 없었지만,
이건 사고다. 나도 죽을수 있는 일이었다.
내 잘못은 없다.
걔를 더 밀어넣은것은 걔와 나 말고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상관없었다. 난 그저 나가서 울며 죽을뻔했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동혁이를 살리지 못했다고 둘러대면 될 일이었다.
일단 살고보자는 생각으로 선생님쪽을 향해 정말 뛰었다.
거의 도착했을때는, 이미 물은 거의 내 키를 넘어섰고, 수영을 해서 거의
도착한 나에게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난 선생님에게 울면서 내가 계획했던 대로 그대로 말했다.
날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친구를 구하려다 어쩔수없이 겨우 살아나온
친구로밖에 보지 않았다.
동혁이의 시신은 결국엔 찾지 못했다.
차라리 잘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시신을 보면 주체할수없는 죄책감으로
살수없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건은 잘 무마됬고,
나는 그 전의 그저 평범하고 호기심 많은 학생으로 돌아갔다.
4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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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맞아 학교에서 야영을 했다.
아이들 모두 계속된 활동에 지쳐있었고, 야영의 꽃이라고 할수있는 밤이 왔다.
조용히 자려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친구놈이 나에게 물었다.
` 야, 서진아. 뭐 알고있는 무서운 이야기 없냐? `
무서운이야기?
갑자기 1년전의 악몽이 봄에 새싹이 피어오르듯 내 머리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끔찍한 장면. 눈을 아예 감아버렸다.
` 아니, 몰라. `
` 그거 알어? 우리학교에 화장실 가면, 다리에 귀신이 붙어서 같이나온대.`
` 피식..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 `
` 신기하게도 하체는 남겨두고 상체만 다 먹어버린대.`
` 지랄을 해라 지랄을... 닥쳐, 좀.. `
동혁이가 나의 다리를 붙잡으면서 살려달라고 했던것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괜시리 친구에게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래, 생각하지말자.
1년동안 나에게 아무일 없었고,
저런 말도안되는 미신따위는 믿지 않아버리면 되는것이다.
` 너네, 안자고 떠들면 복도에 혼자 세워놓는다.`
` 귀신이 잡아가라고요~? `
` 그래. 우리학교에서 공포영화 촬영했었던건 잘 알고있지? `
선생님의 공포스런 한마디에 아이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선생님이 나가자,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고,
그날따라 유난히 피곤했기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한참이나 잤을까, 배에서 신호가 꾸룩꾸룩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까 친구가 말한 화장실 전설이 떠올랐다.
참고 그냥 자보려고 했지만, 식은땀이 날 정도로 참을수 없는 고통이었다.
옆의 곤히 자고있는 친구를 흔들어 깨웠다.
` 야, 화장실좀 갔다오자.`
` 새끼야.. 아까 미신이라며... `
` 그래, 무섭다고. 무서워. 같이가자고.`
친구가 피식 웃으며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한 복도.
복도에서는 우리가 걷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화장실은 우리가 자고있는 교실하고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었다.
화장실 칸 안에 들어가서 급하게 볼일을 봤다.
볼일이 급한 이유도 있었지만,
아까 그 전설이 나에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무언의 두려움때문이었다.
` 다 쌌냐? `
친구가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았다.
교실까지 갈때,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가긴 했지만,
귀신이 따라오거나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모두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깨끗하게 비워진 배를 만족스럽게 두드리며 잠을 청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스스슥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누가 일어났는지 궁금했다.
마침 잠도 안오고 해서 말이라도 걸어볼 참으로, 누가 일어났는지
눈을 살짝 뜨고 바라보았다.
동혁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을 봤을때 나는
주체할수 없는 두려움으로 그자리에서 움직일수 없었다.
'그것'은 아이들의발을 하나 하나 만지면서 가고 있었다.
화장실에 들렸다가 간 사람을 찾는듯 했다.
'그것'의 형상은 끔찍했다.
몸은 퉁퉁 불어서 시퍼런색이었고, 눈은 팽팽 돌아가서 괴이한 형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팔은 돌아가 있었고, 특히나 상체부분만 바닷물에 쓸렸다는듯
바다의 이물질들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것' 은 아이들의 발을 하나 하나 만지며 점점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만약 '그것' 이 발이 차가운 사람을 찾는거라면, 난 발을 살짝 숨기면 될 일이었다.
나말고, 또 발이 차가운 사람이 바로 내 옆에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 스스슥... 스스스슥... `
스슥소리는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난 발을 소리 나지 않게 위로 올려서 옆으로 뉘였다.
그 스슥소리는 내 바로 옆에서 멈췄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그것'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스슥소리는 멈췄고,
이불의 아주 작은 틈으로 '그것' 이 갔는지 안갔는지 확인했다.
내 예민한 데이터망에 '그것' 은 잡히지 않았다.
내 옆에는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 옆에 친구의 발을 내 발로 착각했으리라.
그때서야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발을 쭉 뻗었다.
하지만, 난 생각하지 못했다.
귀신이 바보가 아닌이상, 내가 발이 차가운 사람은 한명이 아닐것이라는걸.
` 스스스스슥.....!!! `
` 으아아아아악!!!!!!!!!!!!!!!!!!!!!! `
내 발을 잡고 엄청난 속도로 기어오르는 '그것' 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4년전의, 동혁이가 죽기 전의 살려달라던 그 섬뜩한 눈빛 그대로였다.
끌려가는 동안 내가 본 것은,
복도에 여기저기 널려있는 친구의 살점들과,
덩그러니 놓여있는 친구의 하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