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니깐 당시 제가 국민 학교(요즘 초등학교) 4~5학년 쯤 한글날이었을 거예요. 그 때만해도 휴일이라 학교를 안 갔죠. 마침 아버지께서 당직이라 집에 안계시고 어머니 잔소리도 듣기 싫어서 동생이랑 친구 집으로 탈출했습니다.
어떻게 일이 잘 풀리려는지 동네 껌 좀 씹는 엉아들이 버린 훔친 자전거들이 친구 집 안에 방치 되어 있더군요. 아싸~ 이게 왠 떡이야 하고 저, 동생, 친구 이렇게 셋이서 자전거 타고 건너 동네까지(시골입니다 -_-ㅋ) 놀러나 가자하는 합의안을 도출하게 되었죠.
천고마비의 계절. 날씨도 상쾌하고 시원한 가을바람 맞으면 시골 도로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저 혼자 멀찍이 앞서 가는 겁니다. 그러다 뒤에서 귀가 간지럽게 부르는 거예요. 같이 가~ 같이 가~하고 짜식들 체력은 국력이야 보리 문딩이들이란 생각을 하고 핸들을 트는 순간.
온 세상 하얀 세상. 눈에 그것 밖에 안보이더군요. 마침 뒤에서 오고 있던 트럭과 찐한 키스를 하게 되었죠. 몇 미터를 날아서 굴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근데 이상하리만치 온 몸이 말짱했어요. 트럭 앞부분은 뭐랑 부딪혔는지 수박 크기만 하게 찌그러졌는데...... 하여튼 그 교통사고 땜시롱 머리털 나고 첨으로 경찰 아저씨들 구경하고 ㅎㅎ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게 좋았을 뿐이었습니다. 워낙 철없고 어릴 때라 부모님 걱정하시는 거는 안중에도 없었죠.
저녁에 아버지께서 그 날 새벽에 꾸신 꿈 얘길 해 주셨는데 내용인 즉 당신이 꿈에 엄청 노란 황구가 한 마리 있는데 어느 시커먼 사람이 와서 막 끌고 가려고 했답니다. 당신은 분명히 저 개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갠데 저 양반이 왜 끌고 가나 하면서 막으려고 했는데 몸이 굳어서 전혀 움직여지질 않았답니다. 황구는 안 끌려가려고 발버둥치고 급기야 개줄이 목에 걸려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그러다 황구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당신께서도 우시다가 잠에서 깨셨다고 하시더군요.
그 날 제가 입은 옷이 노란 티셔츠였습니다. 또 동생한테 “니는 뒤에 차오는데 와 오라고 불렀노?” 하고 물어 봤는더니 전혀 부른 적이 없다는 겁니다. -_-;; 나중에 친구 녀석한테 물어봐도 그런 적 없다고 하고요. 하긴 뒤에 바짝 붙은 트럭 엔진 소리도 안들렸으니..... 귀신이 같이 가자고 부른 걸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