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실에 영화 다운받으러 왔다가 용기내어 적어봅니다.
제가 대학 1학년 때 겪은 일인데요. 참고로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섭기 보단 은혜스러운 일인것 같네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기숙사 한 동은 신식이었고
제가 있던 나머지 한 동은 좀 오래된 구식건물이었죠.
구식이다 보니 복도 조명도 어두침침하고,
그 어두침침한 복도를 한참 지나야 화장실에 갈 수 있었죠.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가 덩치에 비해 겁이 많은 편이라
되도록이면 참고 잠을 청하려 했는데 뜻대로 되질 않더군요.
결국,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겁이나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고,
화장실에 다다라선 공포가 극에 달했죠.
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고선 제발 이 공포감을 없애달라고 기도를 드렸죠.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 나오더군요.
화장실에서 나온 후에도 그 음악은 계속 들렸고,
저는 그 음악을 사생들을 깨우는 기상음악이라 생각했습니다.
(기숙사생들은 매일 아침 6시에 일괄 기상해 아침체조를 했거든요.)
순간, 저는 아, 어느덧 기상시간이 되었구나. 이제 친구들이 체조를 하려고 하나 둘씩 나오겠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어느덧 공포감은 없어지고 한결 여유로와 지더군요.
부리나케 방으로 돌아가려는 생각 대신 거울도 한번 보고, 콧노래도 부르며 느릿느릿 방으로 돌아왔죠.
저는 개인사정으로 기상체조를 면제받은 터라 한 숨 더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그 때 무심코 손목의 야광시곗 바늘이 제 시야에 들어왔고,
바늘은 새벽 03시30분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저는 한편으로 너무 무섭고, 또 한편으론 너무 감사해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 날의 일을 하나님께서 제 기도에 응답해 주신 것이라 믿고 있구요,
지금도 친구들과 얘기할 때 심심찮게 꺼내놓는답니다.
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 지으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