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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은부재중 작성일 07.10.21 08: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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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구시 동구에 있는 영신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얼마전에는 학교가 이전을 했다죠?)

 

이 이야기는 제가 고3때 격은 일입니다.

 

영신고 나오신 분들은 다들 이 중국집을 아실겁니다.

 

정문(씨름부쪽 정문)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가서 문방구에서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중국집이 하나 있죠.

 

영신고 교복을 입고있으면 자장에 밥도 먹고 싶은 만큼 비벼 먹을 수 있고 심지어 자장면이 통째로 리필 되는 중국집이었습니다.

 

영신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모를레야 모를 수가 없는 인기만점의 중국집이었습니다.

 

 

 

 

한날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먹성 좋은 저와 제 친구 하나가,

 

"아무리 우리가 영신고 다닌다지만 음식의 제로의 영역까지 넘볼 필요가 있냐! 이건 아니다, 가자."

 

라며 평소에도 엉망이던 학교내 점심 급식에 회의를 느끼고 무단외출 겸 외식을 결심하고 몰래 그 중국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체육선생님을 뵈었지만 당당하게 문방구로 심부름 가는 척 하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중국집 안은 토요일/일요일 자습때 보다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영신고 교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저와 제 친구, 이렇게 둘 뿐이었고, 다른 테이블에는 할아버지 한분이 외롭게 자장면을 드시고 계셨죠.

 

본디 식사량이 많은 저는 짜장곱배기를 두그릇째 먹고 있었고, 제 친구는 그런 저를 돼지 보듯이 쳐다보며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평소라면 항상 그러했듯이,

 

"니는 씨름부도 아닌것이 뭘 그래 많이 묵노? 교복 멋고 마 삿바 차야 겠네~! 니때매 장사 거덜나겠다~"

 

라며 아줌마가 한말씀 할 때도 되었는데도 가게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조용해 졌습니다.

 

눈치 없게도 저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계속 자장면을 마시고 있었죠.

 

 

 

그때, 제 친구가 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습니다.

 

"야, 니 모른척 할끼가? 니 이새퀴 그래 안봤는데 이칼끼가 진짜?"

 

저는 친구가 무슨 소리를 하는 줄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시던 짜장의 일부를 자르고 물었습니다.

 

"뭔 소린데? 뭘 모른척 해??

 

 

 

그러고 보니까 아까 혼자 자장을 드시던 할아버지가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젇가락을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뭔가를 모른 척 하시는 것 같았죠.

 

제가 주위를 살피고 있자니 친구가 또 작은 소리로 말을 꺼냈습니다.

 

"새퀴야, 나야 키도 작고 힘도 없다치자. 그래도 니는 새퀴야, 운동도 쫌 했다는 새퀴가 덩치도 있겠다, 창피하지도 않나? 어떻게 좀 해 봐라. 어?"

 

저는 그때까지도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고작해야 저기 계시는 할아버지가 어디 편찮으신가~ 정도의 짐작만 하고 있었죠.

 

 

 

이런 제가 답답했는지, 평소와는 너무 다른 표정을 한 주인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학생, 저기 봐봐, 저기."

 

아주머니는 가게 문 밖을 가리키고 계셨습니다.

 

 

밖에는 하얀 승용차 한대와, 여중생 두명이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자장면 그릇과 젇가락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저에게 아주머니가 외쳤습니다.

 

"환장하네 진짜, 지금 저기 둘이 잡혀가는거야, 좀 가서 어떻게 해봐 빨리!!!"

 

 

그제서야 상황판단이 된 저는 교복 웃도리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여중생 둘이는 차 뒷자리에 막 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차가 출발하지 못하게 차 바로 앞으로 달려가서 후드를 쿵쿵 치면서 외쳤습니다.

 

"다 내리라! 빨리 다 내리라!"

 

아무도 내리지를 않기에 저는 바로 뒷문을 열어서 여학생을 끌어 내듯이 차 밖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그 남자는 차안 조수석에 "엘리트 학생복" 홍보용 연습장과 전단지 몇장을 두고서 여학생 둘을 모델로 쓴다면서 대려간다는 둥 저에게 둘러댔습니다.

 

헌데, 누가 봐도 흔해빠진 "학교앞 아줌마가 나눠주는 연습장" 일 뿐이었고, 에이전트도 없이 하필이면 이렇게 작은 동네에 작은 골목의 작은 중국집 앞에서 일어날 만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이상하게 쳐다보니,

 

그 남자가 왜 일하는데 방해냐면서 언성을 높이기에 저는 내심 무서우면서도 두 핵생 아는 오빠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싸울 기세를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그 남자도 뭔가 안된다 싶었는지 몇마디 알아들을 수 없는 작은 말로 중얼거리더니 차를 타더니 끼익 소리가 나도록 도망을 가더라구요.

 

 

여학생 둘은 부끄러운 건지, 고마운건지 알 수 없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저에게 꾸벅 인사만 하고 다다다 집으로 가더군요.

멀지도 않았습니다.

 

한 학생 집은 중국집에서 30미터도 안되어 보였습니다. 바로 앞인 샘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봉고차 이야기 같은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격고나니 세상 참 무섭더군요.

 

 

일을 마치고 남은 자장면을 먹으러 들어가자 중국집 아주머니는 이런 일을 종종 봤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대부분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돕는 사람이 없어서 잡혀들 가게 되더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짱공유 형님동생분들은 모두 강인하시리라 믿습니다!

 

 

ps. 아주머니 짜장면 값 안깍아 주셨죠? 그리고 친구xx야. 왜 내가 나갈때 같이 안나왔냐... 나 정말 무서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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