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글 읽다가 제 군생활때 있던 일이 떠올라서 글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101여단 철책 근무중 있던 이야기 입니다.
저희가 근무하는곳은 두개의 작은 언덕(50~70m정도)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 언덕중 오른쪽에 있던 53m 언덕에 2층초소가 하나 있는데요
이 초소에만 근무를 들어가면 바람도 없는데 한기가 느껴지고 누군가 바라보는거 같은 느낌이 난다고
근무가 끝나는 사람들 마다 와서 이야기 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철책 점검을 하면서 초소 이동을 하고있는데 앞에 그 2층초소가 보이는 겁니다.
목적지가 그 초소였지때문에 별생각없이 걸어가고 있었는데요 초소 주변을 뭔가 하얀게 휙 하고 한바퀴 돌며 지나간것이었습니다.
순간 멈칫 했다가 옆에있는 후임에게 말했다간 이상한 인간 취급받을까봐 그냥 넘기고 초소로 들어갔습니다.
초소에서 임진강 바라보는데 그날따라 한기가 느껴져서 외부에 있는 후임을 안으로 들여 보냈습니다.
언덕을 올라오면서 본것도 있고, 혼자있으려니 겨울밤에 시간도 안가고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후임이 저보고 "최xx상병님 사실 아까 초소에서 이상한거 본거 같습니다." 이러는 겁니다.
순간 할말을 잊어버리고 후임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후임녀석이 헛것을 본거 같다고 얼버무리고 넘어가더군요.
그 전부터 다른 근무자들 이야기들도 있던터라 그뒤론 초소 들어갈때마다 후임을 안으로 들여보내고 둘이서 같이 근무섰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건 얼마뒤 군단 기무병들이 강안경계체험을 한다고 부대에 온 그날 밤이었습니다.
기무병 훈련이라 파릇파릇한 이등병들이라(사실 기무병에게 잘보여야...)잘해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한병이 무당의 아들에 자신도 신기가 있어서 남들이 못보는걸 본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이녀석 군생활 날로 먹으려고 거짓말 한다고 넘겼는데 그 무당아들녀석이 제 근무조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근무를 서며 철책이동이라 걸어가는데 무당아들녀석이 갑자기 멈추는게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겨울에 근무서다 어디 다친건가 해서 돌아보니 글쎄 이녀석이 그 언덕을 노려보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하는소리가 저기 앞에 웬 여자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는겁니다. 우리 앞에는 언덕 중턱에 있는 2층초소가 있는데 말이죠.
그 말을 듣는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나더군요. 그날 초소에 절대로 못들어 간다고 소초 상황병이랑 싸웠습니다.
짬으로 밀어서 초소 안들어 갈테니 밖에서 두시간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때가 마지막 이동이라 두시간만 버티면 소초복귀였거든요.
그렇게 버팅기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소대장과 부소대장이 그 이야기를 들었던지 언덕 소초에 못질하러 가더군요.
그때부터 그 언덕주변엔 야간에 아무도 안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웃긴건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저희 소초가 근무지 중간에 있어서 좌우로 번갈아 가며 하루씩 들어가는데요.
왼쪽은 중대본부 포병들이랑 근무지가 겹치는 곳이었습니다. 그날저녁은 그 무당아들을 다른녀석이 데리고 근무를 나갔는데요.
이녀석이 근무를 마치고 들어왔는데 얼굴이 새파래져서 들어온것이었습니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중대본부 포병들을 만나고 왔는데 포병은 3인 1조로 포반을 운영하는데 무당아들녀석이 왜 저쪽에는 넷이서 근무를 서냐고 물어보더랍니다. 그런데 근무나갓던 녀석은 아무리봐도 3명이었더랍니다.
그래서 그녀석이 3명인데 뭘가 잘못본거 아니냐고 하고, 포반들도 3명이서 근무나왔다고 하는데 무당아들이 포반 바로뒤를 가르키며 저기 군인아저씨 한명이 쭈그리고 앉아서 우리이야기 듣고 있다고 말하더랍니다.
사실 그곳이 02년도에 일병 하나가 k2로 자살을 한곳이었습니다.
그때무터 무당아들과 근무를 나가고 싶어하는 소대원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소식이 중대 전체에 알려지면서 근무 못나간다고 버팅기던 녀석도 있었죠.
결국 우리소초에서 문제가 된 2층소초는 폐쇄하고, 포반은 근무지를 하나 더 만들어버렸습니다. 평소면 천천히 놀면서 작업하던 녀석들이 그날따라 무지 빠르더군요. 60mm 포진지 하나 만드는데 하루도 안걸리고 끝내버리더군요.
아무도 무당아들에게 이야기 해준게 없는데 정말로 귀신을 보는사람이 있다는걸 군대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뒤로 우리 소초에선 야간근무때 혼자 근무서는 사람의 거의 없어졌습니다. 문 안에서 둘이서 근무들 서더군요.
다들 무섭다고 언덕 근처도 안가려고 해서 철책 점검 코스도 바꿔버렸습니다.
군대에서 색다른 경험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