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무제와 명신들

구름을찾아서 작성일 08.04.30 1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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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세조 광무제는 성명이 유수, 자는 문숙입니다.

태어날 때 한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린 벼가 나서 이름을 수(秀)라 했다고 하지요.

통치 시대에 채준, 오한, 마원 등 명신들이 많았지만,

통치자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그들을 뽑아 쓸 수 있게 한 것이니,

간단한 일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광무제는 일단 뇌물 받은 죄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사도(삼공 중 하나의 벼슬이지요) 구양흡이 뇌물 받은 죄를 범해 옥에 갇혔는데,

구양흡은 서경 강의를 통해 천여 제자를 두었던 바

그 제자들이 대궐로 몰려와 탄원을 했습니다.

그러나 광무제는 결국 뇌물죄를 용서하지 않아, 구양흡은 옥중에서 죽었습니다.  

 

광무제의 누님으로 호양공주라는 과부가 있었는데, 그녀는 송홍이란 인물에게 호감을 가졌지요.

어느날 송홍이 입궐하여 광무제에게 알현을 청하자,

광무제는 호양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 놓고 송홍을 만났습니다.

-부자가 되면 사람을 바꾸고, 귀하게 되면 아내를 바꾼다는데, 인정이란 그런 게 아니겠소?

-빈천할 때 교분은 잊어서는 안되고(빈천지교 불가망), 고생을 같이 한 아내는 버릴 수 없습니다(조강지처 불하당).

송홍의 대답을 들은 광무제는 슬쩍 공주를 돌아보고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이 호양공주의 집에 사람을 죽인 하인이 숨어있었습니다.

포리가 잡으려 했으나 공주가 거절하고 내어주지 않았답니다.

이 때 낙양태수 동선이 공주의 외출 때를 기다려, 살인한 하인이 공주 수레에 같이 타고 나가는 걸 보고

이를 꾸짖고 수레에서 끌어내려 죽였습니다.

공주가 이를 광무제에게 호소하니, 광무제가 크게 노해 동선을 불러서 매를 쳐 죽이려 했습니다.

이에 동선은,

-살인자를 내버려두고 어찌 천하를 다스릴 수 있습니까? 신은 매를 기다릴 것 없이 여기서 자살하겠습니다.

동선은 스스로 기둥에 머리를 부딪쳐 내뿜는 피로 얼굴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광무제가 황궁의 사환을 시켜 동선을 붙잡아 누르고 억지로 호양공주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했는데,

끝내 동선은 두 손으로 땅바닥을 버티고 영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광무제는

-이 고집쟁이야, 물러가라.

동선에게 오히려 강직한 포상으로 30만금을 주었다고 합니다.

 

광무제는 날마다 아침 일찍 정사를 보고 밤 늦게까지 국가 통치의 대도를 논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걱정한 황태자가 간했습니다.

-밝은 덕을 갖추신 황제께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잊고 계십니다. 좀 더 즐겁게 지내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나는 지금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니, 결코 피로하지 않구나.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도 그 때문에 나라 살림이 피는 게 즐겁다는 마음가짐이었겠지요.

 

國害위원을 돈으로 사고 파는 세상에, 너무 아득한 전설의 고향 인가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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