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기담

cry4you 작성일 09.04.18 03: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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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조 19년(1586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진사 관직을 가지고 있던 외암 김훈의 집에 사단이 생겼다.

그집 가축과 하인들이 잇달아 죽었고

그의 노모는 뭔가에 홀린듯 망령이 났다.

 

게다가 그의 아들 여물은

갑자기 열병으로 쓰러져 일어나지를 못했다.

 

수많은 의원들의 그를 살폈으나 고개만 흔들고 돌아갔다.

 

결국 김훈은 사대부의 의를 깨고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 신막점을 불렀다.

 

신막점은 한참 점을 치더니만 심각한 소리로 얘기했다.

 

"이집에 손말명(원한 맺혀 죽은 처녀귀신)이 붙었습니다."

 

"귀신이... 쫓아낼 밥법은 있는가?"

 

김훈의 질문에 점쟁이는 쉬이 말을 못했다가

재차 묻자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소인의 재주가 미천하여 이 귀신을 쫓아낼 방법이 없나이다.

대신 쫓아내줄 사람은 아나이다."

 

점쟁이의 말에 김훈이 반색하며 물었다.

 

"누군가 그게...?"

 

"이조 정랑 중 백사라는 호를 쓰시는 분을 데려오면 됩니다"

 

"백사라면 이항복 대감이 아닌가...

그분이 무슨힘으로 귀신을 막을수 있는가?"

 

"그분이라면 능히 막을수 있을겁니다.

오늘 원귀가 나설 모양이니 어서 그분에게 연락을 하소서..."

 

김훈은 반신반의 했지만 사람을 시켜 이조 정랑을 불렀다.

 

잠시후 저녁 노을이 질 무렵 백사 이항복이 도착했다.

 

(이항복은 오성으로 유명하지만 오성은 관직이름으로

이때는 백사라는 호로 호칭했습니다.)

 

김훈은 오셔셔 감사하다는 말과 자초지정을 설명 했다.

 

말을 들은 이항복은 태연하게 점쟁이에게 물었다.

 

"그럼 내가 어떻하면 되겠는가?"

 

"대감은 의선대군의 인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웬만한 귀는 영감에게 접근조차 못할것이니

여기서 이집 자제분을 지켜주소서..."

 

(이항복은 젊을 때 억울하게 죽어 원귀가 된

의선대군의 원한을 달래줘서

잡귀를 다스리는 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점쟁이의 말을 들은 항복은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정갈이 한체 조용히 앉아있었다.

 

시간이 지나 어두어 지자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그리곤 미쳐 누워있던 김훈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쉰 목소리로 말을했다.

 

"이 갈갈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것들...

오늘이야 말로 이집안의 놈들 씨를 말려주마!"

 

그렇게 외치며 봉두난발을 한채 김훈의 어머니가 걸어왔다.

 

집안의 장정들이 노파의 몸을 붙들었으나

노파는 장정들을 물리치고는 안방으로 들어왔다.

 

"흐흐흐... 오늘 이날을 기다렸다. 네놈들 씨를 말려주마!"

 

노파가 무서운 형상으로 들어오자

담이 약한 사람들은 기절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엎드린체 일어나지를 못했다.

 

노파가 여물의 곁으로 가는순간 이항복을 보자 뒷걸음질을 쳤다.

 

"네놈은 뭐하는 놈이냐... 어서 비켜라!"

 

노파가 무서운 형상으로 고함을 질렀으나 이항복은 태연했다.

 

그러자 노파는 벽에 걸린 장검을 뽑아들어 이항복에게 휘둘렀다.

 

"비키지 않으면 이걸로 네놈을 베겠다..."

 

그러나 이항복은 물러나지 않고 제망매가를 불렀다.

 

(고려때 월명이란 사람이 죽은 누이의 넋을 달래기 위한 향가로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노파는 괴로운듯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네 이놈 오늘은 내 그냥 가지만 내일 네놈들을 요분질 해주마."

 

귀신이 물러나자 노파는 입에서 피를 토한체 쓰러졌다.

 

악몽의 밤이 지난후 이항복은 김훈과 점쟁이를 불렀다.

 

"내 제주가 마땅치 못하여 원귀를 완전히 잡지 못했네...

자네는 무슨 도리가 없겠는가?"

 

이항복의 대답에 점쟁이는 한참 점을 치다 물었다.

 

"이 원귀는 보통 원귀와는 다릅니다...

상당히 덕을 쌓은 귀이온데 무슨일로 원으로 바뀌었나이다."

 

"아니 그 귀가 우리 집안하고 무슨 원한이 맺혀

이런단 말인가... 설명 좀해보게..."

 

"그건 이 집의 사위가 잘알고 있을듯 합니다."

 

점쟁이의 말을 듣자 모여 있던 집안 사람 중

사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점쟁이이세 외쳤다.

 

"그럴리가 없사옵니다. 그 귀신은 분명히..."

 

"무슨말인지 상세히 말해보게!"

 

김훈의 역정에 사위가 한말은 이러했다.

 

1년전 과거길에 오른 사위는 비가 오자 산속의 사당으로 들어갔다.

 

초를 붙이고 보니 사당은 깨끗했고 벽엔 미인도가 그려져 있었다.

 

사위가 미인도에 손을 댄순간 말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마음에 드시옵니까?"

 

"누...누구요"

 

사위는 소스라치게 놀랬다.

 

"놀라지 마옵소서 소녀 잡귀이긴 하나 사람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귀신의 정감 어린 말에 사위는 안심을 했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던 중

자신은 세번째 과거를 보러가는 거라고 이번에도 떨어지면

부모님과 약혼자에게 면목이 없을거라고 넋두리를 했다.

 

"그럼 소녀가 도와드리겠나이다. 제 초상화를 가져가소서...

대신 제부탁을 한가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야 여부가 있겠소."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초상화가 마음에 들고

처지가 급해 귀신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실제로 과거에 붙었고 장가도 들었다.

 

사위의 얘기를 들은 김훈이 노했다.

 

"이놈 니놈이 귀신을 부린게구나."

 

"아니옵니다... 장인어른 저의 말을 들어주소서..."

 

사위의 말에 김훈은 잠시 화를 다스렸다.

 

"처음엔 귀신의 말을 듣고 운수가 대통할수 있었는데

어느날 귀신이 약조를 지키라고 하더이다...

무슨 부탁이냐고 하니까...

제 처남을 죽게 할테니까 영혼 결혼식을 시켜달라고...

도저히 안될말이라 박쥐 고기를 양념을 해서

귀신한테 먹게하자 귀신이 피를 흘리며 사라지기에

전 죽었는줄 알았나이다..."

 

(서양과는 달리 동양에서는 박쥐를 천서라고 하여

성스럽게 여기고 귀신이 박쥐 고기를 먹으면

죽는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사위의 말이 끝나자 점쟁이가 물었다.

 

"혹... 아직 초상화를 들고 있소."

 

점쟁이의 말에 잠시 머뭇거린던 사위는 초상화를 내놓았다.

 

"아직까지 귀신에게 홀렸구려...

초상화를 보아한데 원래 원귀는 아닌듯 합니다.

단 죽을번 했던 원한때문에 악귀가 됐습니다.

원래 박쥐고기를 먹으면 귀신은 죽기 마련인데

누군가 귀신을 치료한듯 합니다."

 

"아니 누가 귀신을 치료할수 있단말이가?"

 

김훈의 질문에 점쟁인는 잠시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앞으로 수년후 큰난리(임진왜란)가 일어날때

조선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사람들이 있사옵니다.

그중 한명이라면 귀신을 치료할수 있사옵니다..."

 

"그게 누군가?"

 

이항복이 묻자 점쟁이는 고개를 어렵게 말을 했다.

 

"이 얘기까지 하면 벌써 천기누설을 2번 하는거라

제 목숨을 보전치는 못할것이니

제 자식들을 잘 보살펴 줄거라고 약조해 주시옵소서..."

 

김훈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점쟁이는 두번 절하며 피를 토하며 얘기 했다.

 

"내의원 당사관 허준을 부르시옵소서..."

 

쓰러진 점쟁이는 그대로 요절을 했다.

 

김훈은 점쟁이를 애석히 여기면서도

그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허준을 불렀다.

 

(허준은 내의원에서 앙예수한테 의학을 배우고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서자출신이라

그 당시에는 이름이 별로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허준이 당도하자 이항복이 혹시 귀신을 치료한적 없냐고 묻자

허준은 놀라며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허준이 휴가를 받아 잠시 밖에서 자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서럽게 우는듯한 소리가 들리자

허준이 의아해 문을 열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허준은 잠시 놀랐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게 누구냐..."

 

"놀라지 마옵소서 전 잡귀이온데 박쥐고기를 먹었나이다.

부디 소녀를 가엾이 여겨 절 치료해 주옵소서..."

 

"아니 내가 무슨 재주로 보이지도 않는

귀신을 치료한단 말이요...?"

 

"제가 벽에 제 모습을 그릴테니 실로 진맥을 하여주소서...

허의원님 밖에 못하는 일이옵니다..."

 

그리고는 붓이 허공에 떠서 벽에 뭘그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한 미인의 초상화가 그려졌다.

 

허준은 놀랬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귀신의 초상화의 손목에 진맥을 대자

놀랍게도 숨술기가 느껴졌다.

 

그는 진맥을 따라 귀신의 몸에 감도는 나쁜 피를 뽑아내자

귀신은 감사하다며 언젠가 답례를 하겠다고 하며 사라졌다.

 

자초지정을 들은 이항복이 허준에게 초상화를 건네주며 물었다.

 

"이것이 그 귀신의 모습인가...?"

 

초상화를 본 허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항복이 말했다.

 

"자네의 치료는 의원으로선 훌륭하나

사람의 도리로서 잘못됐네...

벌써 애꿎은 사람이 수십명 죽어갔네...

이 귀신을 물리칠수 있도록 도와죽게나."

 

이항복의 제의에 허준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그후 시간이 흘러 밤이 되자

긴 봉두만발에 칼을 든 원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은 뒤집혀 지고 입에선 운한에 찬 괴성이 흘러나왔다.

 

"오늘이야 말로 네놈들 씨를 말려주마..."

 

귀신이 칼을 휘두르는 순간 허준이 소리쳤다.

 

"그만두게..."

 

"아니 은인이 어떻게..."

 

"내 자네의 원한을 모르는건 아니나

이렇게 사람들을 죽인다고 해서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는가...

부디 원한을 잊고 좋은곳으로 가게나..."

 

허준의 간곡한 부탁에 귀신은 어쩌지도 못하다가 칼을 놓았다.

 

"소녀가 아무리 미천한 원귀이지만

어찌 은인에게 칼을 들이대겠습니까...

소녀가 물러날테니 6년후 여물님이 억울하게 죽거든

소녀와 짝을 지어 주소서..."

 

귀신이 이말을 하고 절을 하고 사라지자

김훈은 몹시 언짢아하며 퉁명스럽게 알았다고 했다.

 

그후 5년후 김여물은 의주목사로 있다가

서인 정철의 당으로 몰려 파옥되었다가

1년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신립의 부장으로 참전하였다가 죽음을 당하니...

 

이항복이 그의 시신을 수습해서 그를 사모하던 귀신과

영혼 결혼식을 시켜 주었다고 한다...

 

 

[원본출처 : 브레이드 블리크 / 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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