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평소 눈팅만하다가 언젠가부터 제 경험담도 한번 올려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오늘에야 적어보네요.
무서운 얘기는 절대 아니고 귀신을 보았던 경험이니 너무 기대는 하지마시고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말주변은 없지만,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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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도 전문대를 갖 졸업하고 첫 직장을 다니던 때였습니다.
무더운 8월 어느날 여름휴가를 받아서 기분이 무지 들떠있었습니다.
헌데 막상 피서를 떠나려니 같이갈 사람이 없더군요.
친구들도 각자 직장생활을 하고 저마다 휴가 시기가 틀린터라...
하는수없이 걍 혼자서 바다낚시를 가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차를 달려 바다를 가던 중 마침 군대 동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강원도 원통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친구였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 터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제가 휴가중이라고 하니 마침 자기도
방학이어서 본가(경기도)에서 지내다 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어서 3일정도 원통에 내려와 있을꺼라고
놀러오라고 하더군요. 마침 별다른 휴가 계획도 없던터라 알았다고하고 바로 차를 돌려서
집에가서 짐을 챙기고 원통으로 출발했습니다.
같은 강원도라도 끝과 끝이라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4시간여를 달려 원통에 도착하니 오후 5시쯤 되었습니다.
친구가 얘기해준데로 집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2년여만의 반가운 만남에 우리는 바로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1차로 삼겹살에 소주 3병, 2차로 호프집 맥주 3병을 마시고 약간 알딸딸한 기분으로 친구가 자취하는 방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가는 중간에 슈퍼에 들러 맥주피쳐 2병과 안주를 사들고 친구네 집으로 갔습니다.
친구는 산 중턱에 달랑 5층짜리 몇가구 안되는 한동뿐인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1층에 살았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왠지 찜찜한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녹이슬어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현관문과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자극하는 곰팡이 냄새 그리고 후덥지근한 방 공기까지.....
집에 들어서니 아파트는 13평정도로 방1칸 거실겸 부엌 화장실의 구조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너무 더웠던터라 샤워부터하고 술 마져 마시자는 친구 얘기에 알았다고 하고는 샤워를 하였습니다.
다 씻고 나오니 친구가 술상을 봐놨더군요 둘이 마주앉아 주거니 받거니하다보니 시간이 얼추 자정을 넘어가더군요
둘이서 한참을 옛이야기를 하던중 옆을보니 왠 아가씨가 다소곳이 앉아있더군요
그당시에는 으레 여자들과 술을 자주 마시던터라 꺼리낌없이 그 여자에게 술을 따라주고는 아무렇지 않게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다 마시고 친구에게 치우라고하며 뒤쪽에 있던 쇼파겸용 침대로 기어가며, 무심코
"근데 저아가씨는 어디서자냐?"고 물었습니다.
이 얘기를 하고 나니 오늘 5시에 친구를 만나서 자정이 넘은 지금까지 둘이서만 있었는데. 이 아가씨는 어디서 튀어나왔지?
하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론 내가 술이 이렇게 취했나 생각하며 친구에게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머쩍은 웃음으로 친구를 보며 "내가 술이 많이 취했나보다 헛소리를 다하네 하하하" 하며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근데 이게 왠일인지 친구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제게 말했습니다.
"그치? 너도 봤지?"
저는 속으로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어안이 벙벙해서 "내가 헛것본거 아냐?"하며 물었습니다.
친구는 제게 "그럼 너는 술 왜 따라줬냐?" 며 되물었습니다.
저는 "그냥 옆에 있길래....."
그제서야 친구는 자기가 이집에 이사와서 두세달정도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습니다.
친구가 그집에 처음 이사온지 며칠 안되서 하루는 잠에서 깨어보니
어떤 여자가 친구가 누워있는 발 부분에 서서 자기를 지켜보더랍니다.
이놈이 얼마나 무딘놈인지 걍 꿈인가보다하고 그후로도 자주 봤었는데 매번 헛것을 봤다보다 하고는 지나쳤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놀러가서 보게된거랑 얼추 맞춰보니 그동안 자기도 헛것을 본게 아니었던걸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귀신)은 흰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20대 초중반정도에 그냥 평범해 보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친구와 얘기해보니 인상착의도 거의 비슷했구요
그렇게 친구와 저는 귀신을 봤다는 신기함에 한참을 얘기하다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친구가 8시쯤 자기는 학교에 일이있어 먼저 나가니 좀더 자다가 점심때 맞춰서 나오라더군요
전 알았다고 하고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에 눈을 떠보니 방은 어둑어둑했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열시쯤 되었는데 술도 깨고 어젯밤일을 생각하니 좀 무서워 졌습니다.
그래서 대충 씻고 그집을 나왔습니다.
낮에보니 아주 가관이더군요. 산 중턱에 아파트 한동 겉으로도 아파트는 아주 오래돼 보였고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있는 모습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친구집은 여름철 맑은날씨에도 오전 10시가 되도록
햇빛도 잘 안드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왜 그런곳인줄 알면서도 거기 사냐고 물었더니, 그동네는 들어갈만한 전세집도 없고
학교 관사에 살면 자기가 막내라 맨날 다른 선생들 뒤치닥거리 해야하기땜에 그게 싫어서
차라리 귀신이랑 사는게 더 편하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아무리 좋은 귀신도 자주 보이면 안좋을꺼같아서 왠만하면 그집을 나오라고하고는
식사를 마치고 친구와 헤어져 저는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그 친구는 그집에서 6개월을 더 살았습니다. 아주 독한놈이죠 ㅋㅋㅋ
그렇게 휴가가 끝나고 회사에 복귀해서 바쁘게 몇달을 보내고 그 친구와 다시 통화를 하던중 그 처녀?귀신은 잘있냐고
물으니 친구가 의외의 대답을 하더군요.
제가 다녀간 이후로는 안뵈더라고 혹시 제게 붙은거 아니냐고 하더군요(농담인지 진담인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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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담은 여기까지입니다. 다 쓰고보니 별얘기도 아니면서 좀 길긴하지만,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군대있을때 후임병이 겪은 이야기랑, 제 외가집 얘기를 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