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정신을 차렸을 땐 난 생면부지의 산속에 버려져 있었다.
길을 찾아 헤메는 사이 어느덧 해가 졌고,
끈적한 어둠과 산속의 추위가 살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정말 날 미치게 하는 건...
"하하하..."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더욱 소름끼치는건 이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하하하하..."
난 *듯이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이 칠흑같은 어둠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헉... 헉..."
그러다 발견한 불빛.
그것은 구원의 빛줄기였다.
"살려주세요. 조난을 당했습니다."
별장안으로 뛰어들어간 난 숨을 헐떡이며 등산객들로
보이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잠시 날 훑어보더니 다시 그들의 얘기에 집중했다.
한사람만이 일어서서 내가 열어놓았던 문을 닫았을 뿐이었다.
"하하하하하..."
"저기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 웃음소리 안들려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는 별장의 바로 앞까지 따라왔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내일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봐요. 너무하는거 아닙니까?"
날 무시하는 그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소리쳤지만
그들은 그것마져도 무시해버렸다.
난 허탈감에 빠져 별장문을 열었다.
문앞엔 머리가 깨져 허연 두개골이 다 비취는 소년이 웃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자 등산객 중 한명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야, 문좀 잠궈라. 자꾸 바람땜에 열리잖냐. 추워죽겠는데."
그 순간 난 뒷통수를 맞은듯한 충격에 휩쌓였다.
그리고 이내 내가 소년과 함께 등산을 하다가 추락사했고,
장애를 가지고 있던 아이가 떨어지는 것을 놀이기구로 착각
했는지 웃고있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
난 아이의 손을 잡고 컴컴한 어둠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휴우..."
문이 닫히자 별장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귀신 처음봤어... 존내 무섭다."
"만약에 그놈말에 조금이라도 반응했으면 귀신에 씌었을지도 몰라."
"아무튼 내 말이 맞지? 그럼 이번 내기는 내가 이긴거다?"
긴장을 풀고 떠들던 그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난 천천히 별장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