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죽을뻔했던 순간들

생각하는갈대 작성일 09.09.06 20: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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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태 껏 귀신을 본적은 없지만 누군가 내주위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서

그런 경험담을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물론 이러한 소위 단지' 죽을뻔 했었던' 기억들이란 누구든지 저마다 소유하고 있는것들이란거 압니다.

그렇지만 그러한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점에선 결코 우연이라고만 하기엔 역시 좀 그렇네요.

 

첫번째 이야기는 초등시절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 취미셨던 갯바위낚시를 따라 간적이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들어간곳이 아니었고 그냥 여러 바위들을 넘어서 적당한곳에 자리잡아 낚시를 했었습니다.

아버지가 낚시를 하시는동안 여동생과 난 지루한 나머지  이런 저런 놀이를 하다 심지어 술래잡기를 했습니다.

 

바위높이가 꽤 높아서 처음엔 비교적 평탄한 지형내에서만 놀았기에 아버지도 안심하셨었고

그렇게 놀고있을거라고만 생각하신데다 낚시도 하셔야 하니 우리를 지속적으로 돌봐주진 못하셨습니다.

그런데 술래잡기란게 잡기가 힘든곳으로 도망가게 되잖아요.

점점 바위의 외곽쪽으로 도망치다가 그만 밑을 보지 못한채 발을 헛딛여 그대로 바다속으로 수직 추락했었습니다.

그높이가 아마 3미터 정도는 된걸로 기억합니다.

처음에 아버지는 제가 빠진 줄 모르셨습니다. 아버지가 허겁지겁 달려오셨을때에는 이미 제가 스스로 땅위로 다시 올라온뒤였습니다. 

추운겨울이라 두꺼운 파카를 입고 있었기에 그게 구명조끼 같은 역할을 잠시동안 해주었던 것이죠.

그리고 갯바위 바로앞에서 떨어진것이라 다수의 미역들이 붙어있었고 전 허우적대다 그걸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아버지는 아들 얼어죽을까봐 얼른 옷을 다 벗기고 당신의 옷을 입혀주시고는 집으로 곧장 복귀하였습니다.

 

이게 뭔 신기한 경험이냐고요?  물론 뛰놀다 물에 빠진게 신기하단게 아닙니다.

집에와서 거울을 보면서 어머니께 제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나 : "엄마,  내코에 이게 뭐고?"

어머니 :  "니 어디서 긁혔나?

나 : "모르겠는데?"

어머니 : "이거 상처 남겠데이. 이리온나 약바르자"

 

코끝 약 1센치정도로 수직으로 뭔가 날카롭게 긁힌듯한 상처가 생겨있더군요. 결코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당시엔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어느 날 성인이 되었을때 생각해보고는 그때가 정말 찰나지간의 죽을 뻔했던 고비의 순간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고 중1이 되었을때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그렇다고 우산을 안쓰기에는 뭣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바람이 무척 불어서 안그래도 가벼운 빗줄기가 대각선 방향으로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럴땐 당연히 복장의 옆부분을 안젓게 하려고 우산을 약간 비마주보는 방향으로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양쪽방향 모두 차가 오지 않는 상황이 되자 전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차소리도 안들리니 당연 평상시 걸음을 내다가 횡단보도 중간쯤에서 한걸음을 내딛으면서

무심코 옆을 한번 쳐다보았어요. 다음걸음 내딛을 차례가 왼쪽 발이었고 다리를 슬쩍 들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상황이었죠. 언제왔는지 택시한대가 제코앞까지 와있었고 미처 위험신호를 뇌에서 인식하기도 전에 택시가 어정쩡하게 들려있는 제 왼쪽무릎을 치고 지나가더군요.

의지와 상관없이 팽이처럼 한바퀴를 회전하며 그대로 쓰러졌는데 운좋게도 다친곳은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택시는 저를 치고 지나간후 약 30미터를 더 가서 급정거를 하더니 기사분이 정신나간 표정으로 달려오더군요.

어린제가 뭘 알았겠습니까.. 그저 제가 잘못한건줄 알았었죠 그때는..

황당함과 두려움, 그리고 택시기사분께 죄송한 마음부터 들더군요.

기사분께 엄청 혼나겠다 싶어 잔뜩 주눅들어 있었는데 기사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애야, 괜찮나? 미안하데이..  내 니를 못봤다"

 

나쁜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끝까지 제가 괜찮은지 확인하였고 진짜 급한 일이 있었던지 자기는 지금 꼭 가봐야 하는데 미안하다며 혹시 몸에 문제있으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갔거든요.

 

그때 그기사가 음주였는지 졸음운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급한일이 있고 앞에 장애물이 없다고 인식한채 운전하는 택시에 제다리나 몸이 부딪혔었다면  자칫 불구가 되거나 지금 이런글을 쓰지 못하게 될뻔 했던건 분명합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군제대후 아르바이트로 공사현장에서 일할때입니다.

군대에서 의욕을 한참 불태우고 있던 저는 말년휴가때부터 공사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휴가가 끝나고 부대잠시 복귀하였다가 이틀후 제대하고 집에서 이틀을 더쉰후 다시 공사현장으로 바로 달려갔었죠.

의욕이 넘치니 뭐든 힘든일이 있으면 제가 무조건 손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할 위험한일도 많이 했었는데 이 이야기는 실내 5미터정도의 높이에서 일명 '트레이'라고 하는 전선케이블이 천장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기차선로같이 레일을 설치하는 작업을 할때입니다.

 

노가다 해보신 분들은 다 알테지만 FM대로 규율 지켜가며 일해서는 절대 정상업무시간내에 일 못끝내는 법입니다.

높은곳에 올라가면 안전고리 꼭 걸고 작업하고 이동시 안전고리 풀었다 다시 안전고리 연결한후 작업해야 하는게 FM입니다만 정신없이 계속 왔다갔다 해야 되는 상황에 누가 그걸 하고 있겠습니까

 

그러니 안전고리는 빛좋은 개살구일뿐이고 그저 믿을것은 긴장끈을 놓지 않는것과 제가 밟고다니며 작업해야하는 우리업체도 아닌 남이 작업해놓은 파이프배관들이 그저 튼튼하기만을 바랄 뿐이죠.


오전내내 그위에서 쉴새없이 오가며 일을 했었습니다.  안전하게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만족감을 느끼며 점심을 위해 내려오려고 밑에 사다리를 대어달라고 한다음 내려가려는 중이었습니다.

몸은 이미 사다리에 거의 올라탔고 마지막 손을 파이프에서 놓으려는데 제마지막 손이 닿은곳의 파이프와 파이프가 쉽게 분리되 버리더군요. 결코 손에 힘을 준것도 아닌데 말이죠.

순간 몸에 소름이 쫙.... 돋더군요.

제가 오전내내 일하며 쉴새없이 밟고 다녔던 파이프 배관들이 아직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것들이었던 겁니다.

파이프간의 이음새를 꽉 조여줘야 하는데 그저 천장에 매달아만 놓고 아직 조여놓질 않은 것이었죠.

다시 손으로 끼어봤을때 둘간의 접점부위는 약 1센치도 안되더군요.

 

5미터 높이에 올라가서 밑을 보면서 뛰내리라고 하면 결코 높지않을것으로 보이나 전혀 인식못한채 불의의 순간에 떨어지게 되면 어딘가 부러지는건 다반사고 재수없으면 저제상 가는거죠.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겠습니다.

물론 저 세가지가 가장 큼직하고 뇌리에서 항상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구요.

그외 소소한 일들.. 가령 죽지는 않더라도 크고작은 다칠뻔했던 일들도 참 많습니다.

 

가령 일이 잘풀릴때 그것이 당연한 것인양 생각하고 누군가가 애타게 노력해도 못얻을 기회를 쉽게 획득하고도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 세번째 이야기 이후 몇년간은 폐인 짓거리도 하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제가 한국이 아닌 호주에 와 있습니다. 여기서 영어공부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먹고 살기에 지금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한달동안 일해야 벌돈을 여기선 일주일만에 벌때도 있으니까요. 결코 회사가 지식계열이 아니라 오히려 막노동에 가까워서 전 그저 열심히 할뿐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선 스폰서 비자까지 제의해주네요.  그래도 전 한국이 좋아 다시 돌아갈겁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지금 여기 있는동안 제가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를 해서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항상 주어진 기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흔한 로또나 복권에서 5천원이상 당첨되어본적 없지만 전 조상님들이 항상 저를 돌봐주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명절날 산소를 찾아봡거나 제사날이면 항상 진심으로 조상님께 감사를 드리고 잘돌봐달라고 기원합니다만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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