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서 한참 눈팅하고 댓글달고 하다보니 벌써 5시네요 에구구
내일 10시 반 수업있는데 말이죠 ㅠㅠ..
한참 읽다가 슬슬 자긴 자야겠는데
이만큼 봤는데 그냥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글 하나 올리겠슴당
먼저 친구한테 들은 얘기를 하나 할까 싶네요.
요넘이 저랑 대학 동긴데 요번 여름방학 끝나고 간만에 만났습니다 ㅋ
제가 올 여름에서 알바를 하니라고 자취방을 비웠던 관계로
아주 그냥 이놈이 신이 났네요... ㅋㅋ 그동안 술 마실 사람이 없었다나 뭐라나
(저희 학번이 과 내에서 소문난 콩가루 No.2 학번입니다..ㅋㅋ 남자들 수도 적은데 친한사람 몇 없죠)
그래갖고 한 세 놈 제 방에다 불러놓고 소주 딱 까놓고
개같이 딱딱한 오징어다리 몇개 깍깍 씹어가면서 남는 라면 하나 턱 뽀개서 스프 찍어먹고 한 잔 털어넣는데
아 그 맛이 그저 일품인겁니다.
친구넘들은 제 피부가 막 시커멓게 탔니 마니 얘기부터 하면서 정신없이 들이켰습니다 ㅋㅋ
아따 알바하러 가서는 만날 화이트만 쳐 빨다가 간만에 참소주 먹으니까 요게 또 그리 맛있더라고요 ㅋㅋ
그래 서론이 좀 길었네여 한참 술 먹다 보니
개강 직전 늦여름... 이상하게 이번 여름은 좀 덜 덥기는 했지만
여름밤이 깊었는데 이야기 나올 건덕지가 뭐있겠습니까...ㅎㅎㅎ
아까 말씀드린 그놈이 자기 고교동창 꿈 얘기라면서 정색을 딱 빨디만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그니까 친구의 친구가 되는 셈이네요 편의상 A라고 칭합죠.
A 글마가 평소에 하는 짓도 개념있고 성격 무난한 놈이라고 하데요(제 친구 말로는)
그래 A 그친구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얼마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할아버지께선 A 이친구를 엄청 아끼셨다고 하네요
어느 날 A 그친구가 안좋은 일이 있어서 소주 많이는 안먹고 한 두어잔 걸치고 느즈막한 시간에 잤답니다.
술도 잘 못먹는 친구라 진짜 한 두어잔 마셨을라나요 ㅋㅋ 이상하게 그날따라 잠이 막 깊게 왔더라는 겁니다.
희한하지요 꿈이라는 게 잠 얕게 잘 때 꾸는거라고 하긴 하는데
그날따라 땅에 꺼지듯이 잠에 드는 느낌을 받고는
잠깐 있으니까 하늘로 솟는 듯 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배경이 하얗고 따뜻하게 변하면서 저 멀리 할아버지께서 보이더랍니다.
그래 A 이친구가 조심스레 걸어가니까 할아버지가 와보라고 손을 이렇게 이렇게 펴서 안으로 접는 동작을 하시더랍니다.
그래 쨌든 할부지테 이친구가 딱 다가가니까
그 분이 아무 표정 없이 담담하게 양 팔을 앞으로 슥 올리더니
손으로 숫자 6을 딱 만드시더랍니다.
그니까 한 손은 다 펴고 한 손은 엄진가 검진가를 딱 드셨다고 하네여
근데 꿈에서 A 이친구가 할아버지가 그동안 너무 보고싶은 것도 있고
그날따라 영 안좋은 일도 있고 해서 할아버지께 말 걸려고 손 딱 들면서 입 떼는데
눈이 딱 떠지더라는 겁니다.
벌써 날은 밝아가지고 이 친구가 꿈이구나... 하는데
꿈이 생각이 나는거죠. 갑자기 할아버지가 안좋을 때 나타나셔서 6이라는 숫자를?
A 이친구가 그렇게 둔한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ㅋㅋㅋㅋ 눈치 바로 딱 깠죠
'X발 내 인생 여기서 펴는구나' 이러면서
머리 부스스하게 뜨고 말고 이런건 뒤도 안보고 그냥 쓰레빠 발에 걸고는 편의점으로 날라갔답니다.
그래갖고 생전 처음으로 로또라는 걸 해봤다네여.
6, 16, 26, 36... 6들어가는 숫자는 다찍고 나머지 두 숫자는 자기 생일로 했답니다.
삘이 진짜 강력하게 왔다네요 어차피 할아버지는 A 이친구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하니까
당연히 할아버지 생신은 잘 알지도 못하니까 딱 자기 생일 때려넣고 2만원치인가 그정도 했다네요(자세히는 저도 잘)
사실 제가 로또는 안즉 한 번도 안해봐서=_= 뭐 어떻게 하는지는 자세하게 몰겠네요
여튼 뭐 있는 돈 거진 다 털어갖고 했다는데
지갑 보니까 천원 남았는데 아침을 그걸로 때워야 되겠더랍니다.
그래갖고 너구리 하나를 딱 사갖고 집에 들어왔답니다.
그래갖고 딱 가스렌지에 물 올리고 라면 봉지를 뜯으며 티비를 켜고
로또 당첨되면 뭐할까 생각하는데
다시마가 6개 툭 튀어나오더랍니다.
ㅋㅋ 어찌보면 낚시성이었군요 ^^ㅋㅋㅋㅋ 근데 실화라는거ㅋㅋ...
술자리에서 이거 듣고 웃겨서 배 터지는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
역시 조상님은 영험하시다며 ㅋㅋㅋㅋ
여튼 그래 이런 얘기를 하면서 저희의 동기사랑은 날이 깊는 줄 몰랐습니다 ㅋㅋ
무게랑 성격 안맞다고 하지 마시고
어쨌든 조상님이 점지해주신 육다시마 얘긴데 좀 봐주세여 ㅎㅎ
덤으로 간단하게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신 얘기 좀 해드립져.
저희 어머니가 참 '선하신' 분입니다 ㅋㅋㅋ 본인 주장이 그러시네요
물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정말 저희 어머니께선 순수하신 면이 없지않습니당.
근데 뭐랄까 어머니께서 기운은 참 맑은데 그 기운이 약하달까=_=
예전부터 엄청 부실하셔서, 지금도 제가 참 신경쓰이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 뭐 이상한 일도 쫌 겪으시고 그러셨다네요
제 친가쪽이 좀 천주교쪽이라 제사를 지내긴 지내는데 뭔가 날로-_- 하는 것 같고 비실비실 했습니다.
결국 뭐 친가 삼형제 사이가 파토나서 서로 얼굴도 안보고 지내는 사이로 가버긴 해서 상관은 없게 되었습니다만
쨌든 뭐 친가쪽은 그렇게 대강 제사를 지내고 그랬던 반면에
외가쪽은 외할아버지께서 나름 지방 유지고 그러셔서 그런지 제사는 확실하게 하네요.
어머니 말씀 들어보면 외할아버지께서 그 마을에서 쫌 먹어주시던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유식하고 력 보실 줄 아시고 뭐 그러셨다네요 동네 사람들이 막 뭐 물어보러 외갓집으로 막 오고 그랬답니다.
쨌든 그런 집이니 제사는 보통 꼼꼼하게 하는 게 아니죠 =_= ㅎㅎ
막내인 어머니가 중학생인가 고등학생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때 어무니랑 한 방에서 이불 같이 푹 뒤집어쓰고 이 얘기 듣던 게 생각나네요 ㅎㅎ
겨울철 뜨뜻한 이불 감촉 속에서 어무니는 조용히 그 때 기억을 더듬으시더라구요
어무니가 이제 한창 교복 입고 학교 다니던 그 시절...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어디 방에 관을 놔뒀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아직 나이도 어린 축-_-이고 주변에 상이 없다 보니 상례라든지 염이라든지 과정을 잘 모릅니다 -_-;;
쨌든 활동 공간인 방에서 좀 떨어진 방에다가 관을 놓고 외할머니 시신을 거기 두었댑니다.
우리 어무니가 또 보통 여린 소녀였겠습니까 ㅠㅠ.. 학교 갔다와서는 너무 슬퍼가지고
뚜껑 덮인 관에 기대 갖고 그날도 막 울고 계셨대요
한참 우시는데, 왜 관 높이가 있으니까 앉아서 팔을 괴고 머리는 약간 돌려서 기대잖아요
학교 다니실 적에 책상에 엎드려 자시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그 자세로 막 우시는데
관에서 외할머니 목소리로 또렷하게 '경자야' 하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저희 어머니 성함)
그대로 어무이가 방문을 발로 박차고 맨발로 흙마당에 뛰어나가면서
'엄마야아아--------!!!' 카셨다는데 ㅋㅋ..
외할머니, 그니까 울 어무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막상 입에 익은 건 엄마인가봅니다 ㅎㅎ...
여튼 그래갖고 막 뛰어나가셔서는 외삼촌들 붙잡고
관에서 소리 난다고 막 그러시니까
집안에 사람들 다뛰어가서 확인하러 간거죠
그래서 관에 귀 바짝 갖다붙이고 난릴 쳐도 안에선 아무 소리도 안나거든요
결국 뭐 확실한 거 아니면 관 뜯을수도 없고 하니까 엄니보고 잘못들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끝났다는데
어무이가 그 얘기를 저한테 해 주실때 눈이... 그 왜
엄마가 걍 애들한테 무서운 얘기 해 주는 눈이 아니고
눈 약간 위로 올려뜨고 과거 회상하는 눈 있잖아요
그러면서 살짝 부르르 하시는데
와 그게 그렇게 소름돋더라고요
외할머니께서 막내라고 어무이를 그렇게 아끼셨다는데... 가시는 길에 많이 안쓰러우셨나 봅니다.
아 제사얘기 하고 있었죠
쨌든 그런 외할머니 제삿날이 된 어느날이었슴당
가정 형편상 매번 제사때마다 외가에 어무이가 갈 수 없으니까...
제사 있으면 이제 제주라고 해야되나, 큰외삼촌이랑 통화라도 하고 그러셨거든요
안그러면 하다못해 달력이라도 보면서 제삿날이구나 하시는데
언젠가 한 번 저희 어머니께서 그 제삿날을 깜빡하셨답니다.
그래서 바쁘게 집안일 다 끝내시고 이제 저녁드라마 타임 좀 넘었다고 티비 켜서 보고 계시는데
구슬비랄까 비도 은근히 추적추적 오는 밤이었다네요
부엌쪽 창문에서 뭐가 후두두둑 하더라는 겁니다.
어무이가 놀래서 뭔가 싶어서 휙 돌아보니까
시커먼 까치 모양의 새가 창틀가로 푸드득 푸드득 하다가 휙 날아가더라네요
비도 오는 밤이고 하니 형체 본 것만도 신기해하시며 밖을 내다보니까
그 새가 있던 자리에 뭔가 덩어리진게 있더랍니다.
뭔고 싶어서 나가서 보시니까
그, 제사상에 쓰는 양초 있잖아요? 희고 굵고 커다란거
그 초 도막이 떡하니 올려져 있더랍니다 ;;
아니 저 새가 이런 날씨에 이 밤중에
둥지도 어딘지 모를 놈이 이 쓰다 만 제사용 초는 어디서 구해갖고
하필이면 외할머니 제삿날에, 그것도 어무이가 날짜 까먹은 날에 갖다놨단 말입니까 =_=;;;
완전 신기하고 섬뜩하고 그러신 와중에도
어무이는 또 외할머니 생각에 찡하셨다고 하네요
참 섬뜩하면서도 훈훈한 얘기더라고요
에고 이거 뭐 글 좀 끄적끄적 하다 보니 벌써 6시 넘었군요 =_= 저는 잣됐네여
자러 가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조상님들은 여러분들의 곁에 계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