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 안의 불
분명 아무도 없는데도 집에서 이상하게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집 안의 불이란 불은 다 켜고 목욕탕 들어 갔어.
발에 쓰레기통이 채여 넘어졌을 때는 되려 괜찮았어.
오히려 목욕탕을 나와 불을 켰을 때
벽에 걸려 있던 가방이 떨어져서 쫄았다.
2. 스토킹
오늘도 또 상사에게 야단 맞았다. 직장 동료 사이에서 상당히 평판이 나쁜 대머리다.
「날 스토킹하는 범인이 그 녀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귀가했다
집이라 해도 거실 + 주방 그리고 침실의 싸구려 아파트
창문도 거실에 밖에 없다.
뭐, 그 만큼 싸니까.
현관 열쇠를 열고 들어 가 불을 켜곤 깜짝 놀랐다.
거실에 있던 서랍장이 엉망으로 뒤집혀져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침에 급하게 나온다고 현관문 열쇠 잠그는 걸 잊고 나왔네……
빌어먹을!! 창은 전부 제대로 잠겨 있으니, 분명 현관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아~ 기분 나빠~ 화나,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이제 오늘은 지쳤어. 저녁밥은 생각도 없고, 경찰에는 내일 신고해야지…
현관 문이 잠긴 걸 확인하고 침실로 향했다.
3. 누군가 보고 있다.
내 방에 혼자 있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진다.
가족들이 있는 거실이나, 바깥에선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방의 책상에 앉아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 보고 있단 생각이 든다.
분명 누군가 보고 있단 생각에 책상앞 창문 커텐을 열고 바깥을 내다 보았다.
순간, 내 등뒤로 사람 그림자가 비쳐서 깜짝 놀랐다.
헌데 잘보니 창문 맞은 편에 있는 큰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쳐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구나! 평소 느껴지던 시선의 정체는 이거였구나
나는 안심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4. 상자
한 낯선 신사가 상자를 들고 남자의 집을 방문했다.
상자에는 버튼이 하나 붙어 있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신사는 온화한 어조로 남자에게 말했다.
「버튼을 누르면 어디있는지 모를 사람이 죽습니다. 대신, 버튼을 누르면 100만달러를 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신사는 돈뭉치가 가득 든 다른 상자를 꺼내 보여 주었다.
남자는 주저했고, 신사는 3일 후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결론을 내라 말하며 떠나갔다.
고민을 거듭한 남자는 결국 마지막 날 버튼을 눌렀다.
다음날, 신사가 나타나 남자에게 백만 달러를 건네주고 상자를 회수했다.
떠나려는 신사에게 남자가 물었다
「정말로 사람이 죽었습니까?」
「네. 어젯밤, 아주 먼 곳. 당신이 모르는 어떤 사람이 죽었습니다.」
남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눈앞의 현금에 애써 현실을 무시하려 했다.
그러다 문득 든 한 가지 생각,
「하나 더 가르쳐 줘요」
「네, 무엇이지요?」
「그 상자는 이제 어떻게 되죠?」
그러자 신사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모르는, 어딘가 먼 곳의 누군가에게 줄 겁니다.」
5. 할머니
7년 정도 전에 할머니가 죽었는데
할머니가 죽고 내 생일이 된 날,
pc 사용하던 중 뭔가 등뒤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되돌아 보면 사라질 듯 약하지만, 분명 뭔가 있다.
알 수 없는 실루엣이 있는 느낌.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그게 할머니 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말을 걸거나 손을 대는 것도 아니라,
다만 지켜보고 있을 뿐.
아마 내 마지막 생일 축하를 보러 와준거라 생각한다.
6. 손금
옛날에 한 가족 5명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손녀, 손주, 엄마, 아빠...하루는 할머니가 티비로 손금을
어떻게 보는지 배웠습니다.
할머니가 손녀의 생명 줄을 보았습니다.
손녀의 생명 줄이 너무 짧아서 할머니가 억지로 생명 줄을 늘였습니다.
그리고는 몇 년이 지났는데 손주, 아빠, 엄마는 병이 들어서 다 죽고는
할머니와 손녀만 살아남았습니다.
할머니가 궁금해가지고는 절에 가서 스님한테 사정을 얘기하기도 전에
스님이...
"이 집에 죽어야 되는 사람이 남아있네..."
7. 우산
퇴근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세차게 비가 내린다.
이사온지 얼마 안되고 혼자 자취하는 터라
우산을 가지고 마중 나올 사람도 없다.
우산을 가지고 올 남자친구 역시 없다.
아마도 회사 옆 편의점에 우산을 놓고 온것 같다.
중간에 비가 그쳤을 때였을 거다.
집까지 그저 수 백 미터.
조금만 달리면 된다.
도중에 나와 같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나처럼 우산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가방을 머리에 올리고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달려간다.
체구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도 있다.
하기야 어떻하든 나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집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열쇠로 문을 열어...
어라, 열려있다.
문에....
현관에는 물기가 아직 남아있는 우산이 넘어져 있다.
우산 옆에는 작은 종이가 떨어져 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우산 잘 썼습니다. >
8. 초상화
오늘 학교에 지각했다.
지각한 벌로 수업이 끝나고 미술실 청소를 하게 되었다.
혼자서 청소를 하니 생각보다 오래 걸린 것 같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벌써 해가 져서 주변이 어두컴컴해졌다.
빨리 집에 가려고 서두르고 있는데,
못 보던 그림이 걸려 있는 걸 봤다.
그 그림은 매우 아름다운 여자의 초상화였다.
특히 눈이 크고 아름답고 마치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무서워져서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큰소란이 있는것 같다.
미술실의 그림이 도둑맞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본 건 나였기에,
미술선생님께선 나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다.
청소할 때는 그림이 있었다는 거지?
그럼요. 그런데 그 그림이 비싼건가요?
그 그림은 잠자는 미녀라는 작품으로
화가인 지인이 자신의 딸이 잠자는 모습을 그린거야.
금전적인 의미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화가이신 분이나 따님도 이제는 이 세상에 안 계시지
그렇군요...
결국 그 그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도둑이 든 흔적은 없었던 것 같다.
9. 우물
시골에 계신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친척들이 모두 모였다.
이제 4살이 된 딸은
죽음을 인식하기에 너무 어린가보다
처음 온 고모할머니 댁이라 신이 나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뜰에 있는 우물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당황해서 급히 데리고 왔다.
영정사진 속의 고모할머니를 보고
이상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 할머니 사진만 왜 장식하는거야?"
딸은 모르겠지만, 슬픈 질문이다.
"할머니는 천국에 가셨어요."
친척 중 누군가가 대답해 주었다.
딸도 이 정도라면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응? 천국은 우물속에 있는거야?"
10. 비상계단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가끔 밤마다 비상계단을 급하게 뛰어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아파트에는 분명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왜 일부러 비상계단을 오르는 걸까?
그것도 밤에만.....
어느날, 드문 일이지만 자정이 넘도록 야근을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엘리베이터 앞이다.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오기만 하면 된다.
땡~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타려고 했지만,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남자가 서 있었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황급히 엘리베이터 뒤로 하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라가고 있는데,
문득 깨달았다.
한방중에 들리던 비상계단을 뛰어 오르는 소리
그건 나처럼......
11. 아직이야?
나는 아내를 향해 불만을 내뱉었다. 여자들은 왜 이리 준비가 오래 걸리는 걸까?
'이제 곧 끝나. 서두르지 마. 미사코야, 왜 이렇게 요란이니!'
아내가 말하는 것처럼 확실히 난 성격이 급하다. 기다리다 지쳐 난 담배를 꺼내 붙을 붙였다. 어느새 딸이 조용해졌다.
'아버님, 어머님이 갑자기 놀라시지 않으실까?'
'손녀를 보시자마자, 싱글벙글 하실 거야.'
아내가 내 목 주위를 가지런하게 해 주었다. 목이 약간 조이는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왜~ 부부잖아'
아내는 시선을 내리며, 수줍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나도 당신 사랑해.'
이렇게 이야기한 건 정말 몇 년 만일까.
조금 부끄러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 갈까?' '응 여보.'
난 발 밑에 놓인 의자를 찼다.
12. 엄마와의 동행
아직 학교에 들어가 않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어머니께서 '좋은 곳에 가자' 라고 하고, 내 손을 잡아 당겨 집의 밖에 나왔다.
어딘가 즐거운 곳에 어머니께서 데려 가 주신다고 생각하고, 기뻐서 함께 걸었다.
좀 걸은 후, 어머니께서는 전철이 지나가는 철도 건널목 앞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고 계셨다.
전철이 와있는 것도 아닌데, 왜 건널목을 건너지 않는 것인지 이상했지만,
나도 왠지 아무말도 없이 입을 다물어 함께 서있었다.
곧, 차단기가 내려오고 전철이 왔다. 그 때 어머니께서, 매우 강하게 내 손을 졸릴 정도로 잡았다.
전철이 통과하고, 다시 차단기가 올라갔는데도, 모친은 그때까지도 걷기 시작하지 않았다.
몇번이나 전철이 통과할 때까지, 계속 손을 잡고 힘이 들어가던,
그 감촉의 기억이 남아 있다.
지금도 사람과 손을 잡는 것이 싫다.
13. 소원을 말해봐
한 여자가 대학 입시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에 남자가 나타나 말했다.
「당신의 소원은?」
여자는 대학에 합격하고 싶다고 했다. 그 후, 여자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몇 년 후, 여자는 취직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의 소원은?」
여자는 취직하고 싶다고 했다. 그 후, 여자는 원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이 지났다. 여자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남자가 나타나 말했다.
「당신의 소원은?」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남자는 말했다.
「이런, 순서가 잘못되었군…….」
14. 버스사고
어느 가족이 계곡으로 놀러가고 있었다.
휴가를 갈 형편은 전혀 아니었지만, 여름이니 무리해서라도 가는 것 같다.
가는 곳은 산 속 외진 곳이라 하루에 몇 대 없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산기슭 근처까지 오니 아이가 배고프다고 징징거린다.
덕분에 가족들만 내리게 해주기 위해 버스는 정차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내려서 정류장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몇 시간을 텔레비전을 보며 기다리는데,
속보로 아까 버스가 낙석 사고로 전원 사망이라는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아내는 「그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 중얼거렸다.
남편은「바보같이 무슨 소리야!」 라고 고함쳤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 말이 맞기도 한 것 같다 .
15. 바람의 전학생
어느 날 전학생이 왔다. 자리는 바로 내 옆 자리.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점점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다.
가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전학생에겐 죽은 누나가 있었다고 한다.
누나는 신경계의 난치병으로, 의식은 있지만 신체를 잘 움직이지 못하여,
죽기 전 몇 달 동안은 자주 죽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엄청 무거운 이야기를 초면에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나를 친구로 대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방과 후, 전학생 집에 놀러가기로 했다.
전학생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는데, 두 분 다 밤이 깊어야 돌아오신다고 한다.
방에서 게임하면서 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전 학교 혹은 지금 학교에 대해.
그러다가 문득,「아, 너네 돌아가신 누나 말인데…….」 라고 물어보려고 하는데,
전학생의 얼굴이 순간 바뀌면서 "그 이야기는 이제 됐고." 라며 화를 냈다.
나는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왠지 분위기도 이상해지고 거북해져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전학생에게 말을 건네자, 허물없이 대해주었다.
전학생도 어제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뭐 그리고는 친구로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전학생이 학교를 쉬었다. 선생님의 말씀으론,
어젯밤, 집에서 계속 투병생활 중이었던 누나가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16. 벽에 씌여진 낙서
내 친구가 학생시절에 방을 빌려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방의 벽 한쪽에 「엄마 아빠 최고」라는 아이의 낙서가 남아 있었다.
그 삐뚤빼뚤한 어린이 글씨의 그 낙서를 보고 절로 미소가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몇 달간 거기에 살고 있었는데 역시 자취 보다 기숙사가 돈이 덜 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방을 비우면서 청소를 하고 가구를 움직이는 동안 문득 벽에 있던 낙서 아래에 또 다른 낙서가 보였다.
「엄마 아빠 최고」
친구는 신기한 생각이 들어 원래 있던 가구까지 완전히 밀어내고 벽을 보았다. 벽에는 빽빽하게 낙서가 가득했다.
「엄마 아빠 최고」
「아빠 최고」
「엄마 아빠 최고」
「아빠 최고」
「엄마 아빠 최고」
빽빽하게 수없이 가득 적혀 있는 낙서에 친구는 놀랐다.
가장 아래에 쓰다가 멈추게 된 글씨로 마지막 낙서가 있었다.
「엄마 엄마 제발 살려줘 엄마 엄마 엄마 엄마」
17. 무엇을 보는 걸까
나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다.
매일 아침 통근시간에 지하철 구내에서 뭔가 투덜투덜 말하고 있는 노숙자가 한 명 있었다.
그 남자와 가까운 벽에 기대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래 들어봤다.
아줌마가 눈앞을 통과한다. 그러면 그 남자는
「돼지」
하고 중얼거렸다.
뭐야 단순히 욕이었나. 동물에 비유하고 있을 뿐이잖아….
다음에는 평범한 비지니스맨이 통과한다. 그러면 그 남자는
「사람」
흠. 확실히 보편적인 인간이라는 느낌이다….
다음 날 심심풀이로 또 몰래 엿들어봤다.
여윈 남자가 통과한다. 그러자 그 남자는
「소」
하고 중얼거렸다.
소라고?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데…?
다음에 전형적인 비만남이 통과하자 그 남자는
「채소」
하고 중얼거렸다.
채소? 돼지로 말해야 하는데 실수한 거겠지?
나는 집으로 돌아가 곰곰히 생각했다.
어쩌면 전생을 알아 맞추는 것일지도!
그 후로 몇번이나 노숙자를 관찰하고 있다보니 의문도 확신으로 바뀌었다.
어느날 과감하게 노숙자에게 말을 걸고 능력을 몸에 익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다.
노숙자는 묘한 빛이 감도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다가 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다음날부터 노숙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사나 초능력자 같은 거였을까? 아니면 신일지도?
아무튼 나는 능력을 몸에 익혔다.
하지만 그것은 기대하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단지 그냥 그 사람이 바로 직전에 먹은 것을 알아맞추는 능력이었다.
나는 너무 시시해서 웃어 버렸다.
18. 이상한 방
몇년 전에 라디오로 부동산업에 관련되는 도시전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소는 시내에 있는 빌딩.
모부동산 중개소가 그 빌딩의 일을 맡았다고 합니다.
부동산은 빌딩의 도면을 받아서, 방의 구조등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방이 하나만 있는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림을 보니, 어느 방에는 출입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림에 표시하는 것을 잊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한 번 그 빌딩을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빌딩은 번화가에 있었습니다.
옛날 건물 이지만, 꽤 좋은 빌딩이였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빌딩의 0층에 올라 갔습니다.
엘레베이터에서 나와서 도면을 손에 든 채로 이리저리 살펴보며
돌았다녔는데도 이상한 방만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보면, 실내의 중앙에 위치할 것이라는데 거기는
벽과 기둥에 덮여 있어서 방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벽이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안쪽에는 공간이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쩔 수 없이 벽을 부수어 조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빌딩 주인의 입회의 아래, 업자에게 부탁하여 벽을 부수었더니,
붕괴된 벽으로부터 아니나 다를까 장판만 깔려 있는 방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문은 없고, 완전하게 밀폐된 방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방에 들어 갔습니다.
방의 중앙에 중국식 식탁이 있고, 그 위에 그릇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릇에는 흰 밥이 담겨져 있고,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밥을 한지 얼마 안된 쌀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들어서
그 안에서 모든 벽이나 천정 그리고 마루까지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어디에도 출입구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 밥한지 얼마 안 되는 흰 쌀은 옮겨진 것입니까?
그리고 이 방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19. 입원실의 동료
양팔을 골절해서 입원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 얽매이고 있어서 처음에는 심심했지만, 2인실이라 옆 환자 저절로 친해지게 되었다.
매일 가족이나, 취미, 그리고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최근에 대수술을 끝낸 것 같았고, 한쪽 팔이 없었다.
참혹한 광경이었지만, 그는 밝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병실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입원 생활도 마침내 오늘로 마지막이다.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에 돌아오자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인사라도 하려고 옆 침대로 갔다. 자고 있는 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포를 쓰고 있다.
숨소리조차도 나지 않는다. 말을 건네는 게 오히려 방해하는 것 같았다.
그가 오랜만에 이렇게 푹 자는 건 처음 보는 일이다. 밝은 성격이었지만, 상처의 고통으로 매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런 작별이 아쉬웠지만, 그의 쾌유를 빌며 병원에서 나왔다. 병원을 나와 병실 근처를 되돌아보았다.
그러자 창문 너머로, 환하게 웃는 얼굴로 양팔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 뭐야, 일어나 있었구나. '
넘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인다.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택시에 탔다.
20. 점쟁이
금요일 밤.
고단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오늘도 거래처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심난했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은 미국에 있다.
나는 기러기 아빠다.
심난한 마음으로 무작정 길을 걷고 있었다.
걸으면서 문득 옆을 보니, 노인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남자 앞에 있는 책상에는 점이라는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아무래도 점쟁이 같다.
남자는 호기심에 점을 보기로 했다.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음, 저 말고 형 운세를 봐주실래요?"
점쟁이는 형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봤다.
남자는 자신의 이름과 5년 후의 나이를 대답했다.
사실 남자에겐 형이 없다.
심난한 마음에 점쟁이에게 대신 화풀이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씨? 음……."
점쟁이는 점을 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안색이 좋지 않았다.
책상에 쌓아둔 책을 닥치는 대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조사를 한 점쟁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물었다.
"실례지만 **씨 건강하시죠?"
"네, 건강하죠. 너무 건강해서 탈이죠."
그러자 점쟁이는 형에게 몸을 소중히 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점쟁이의 태도에서 이상함을 느껴 물어 보았다.
"왜, 그러세요?"
"음, 당신의 형은……. 운세대로라면 5년 전 오늘,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21. 훌륭한 담임선생님
반년 전, 아이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는 상당히 화가 나 있는 듯 했다.
흥분한 상태라 아이가 사고라도 당한 건지, 불안해졌다.
이윽고 담임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어머님,***[아이 이름]은 여자가 아닙니다. 거기가 함몰되어 있을 분, 훌륭한 사내 아입니다. 곧바로 수술하면 괜찮을 겁니다."
깜짝 놀라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확인해보니 역시나.
급히 병원에 가서 수술했다. 다행히도 아이의 그것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의 아들이 있는 것도 훌륭하신 담임선생님덕분이다.
22. 병문안 온 친구
집에 들어가는 길에 뺑소니를 당해 입원했다.
다행히 심한 부상은 아니어서, 퇴원 후 통원치료 받기로 했다.
퇴원하고 집에 돌아오니 친한 친구가 왔다.
-병원에 병문안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괜찮아. 신경쓰지마.
-범인 얼굴은 봤어?
-아니, 갑자기 당해서 못 봤어.
-그래? 그렇군.
-너도 조심해라. 사고 당하는 거 한 순간이더라.
-그래, 난 이제 돌아갈게. 다음엔 진짜로 병문안으로 올게.
-응 와 줘서 고맙다.
23. 흙장난
저녁 무렵, 공원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늙은 홀아비와 재혼한 젊고 예쁜 계모였지만,
항상 친절하고 밝은 웃음이 아름다워서, 아이는 어머니를 잘 따랐습니다.
어머니는 저녁 식사 준비도 해야 했고, 여러가지로 바쁘기 때문에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자.'
'네-! 그런데, 계속 흙장난 하고 싶어요-!'
'바쁘기 때문에 안돼. 빨리 끝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잖아? 이제 곧 어두워져.'
'에이, 엄마도, 아빠가 없어진 날 밤에는, 늦게까지 흙장난 했잖아?'
'어머나, 봤어요? 그러면, 나는 오늘 밤도 흙장난 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24. 시멘트 포대
내가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던 시절, 동호대교 보수공사 현장에 있을 때 였다.
나는 시멘트를 물에 개기 위해 시멘트 봉투를 열었는데, 그 안에서 편지 하나가 툭 떨어졌다.
'이 시멘트에는 내가 사랑하는 그이가 들어 있습니다.
공장에서 오랫동안 제가 짝사랑만 해오던 그이는 사고로 분쇄기 안에 떨어져, 석회석과 함께 빨려들어가 버렸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이 시멘트를 사용한 장소를 저에게 편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벽이나 다리가 된 그이를 만나러 갈테니까.'
25. 남편의 부탁
한 신혼부부가 있었다. 결혼한지 일주일즘 지났을까, 남편이 올시간이 되었는데,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늦은 시각까지 남편을 기다리다가, 아내는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에 남편이 나왔다.
꿈속에서 남편이 말하기를, '내가 오더라도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돼.' 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눈을 떴는데, 꿈이 너무나 생생해서 결코 예사로 넘어갈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문을 열어주려다가, 인터폰에 비치는 화면을 보았다.
그런데, 문을 열어주려 했지만, 표정이 이상한 것이 뭔가 자연스럽지 않아 보였다.
아내는 꿈속의 남편 말을 떠올리며 머뭇거렸다. 그러자, *듯이 초인종이 울리며, 문을 열어 줄 것을 재촉했다.
아내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베개로 귀를 감싸고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남편의 목이 잘려 머리만 나뒹굴고 있고, 문에는 피로 글씨가 씌여 있었다.
'똑똑하군'
26. tv속 얼굴
나는 어느 날 tv에서 오락프로를 하는 것을 보았다.
계속 보고 있는데 귀신처럼 분장한 사람이 구석에 쭈그려 있었다.
나는 아 ? 벌칙 때문에 분장을 했다 보다 생각하고 샤워을 하려고 tv를 껐다.
tv를 껐는데도 그 여자가 그대로 있었다.
27.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대학생 l양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l양은 오후에는 학교에 나가기 때문에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l양은 평소와 다름없이 알바를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두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였다.
집에 갈 채비를 마친 l양은 교대할 다른 알바생 p군이 오기를기다리며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졸음을 참고 있는 l양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가 날 따라오는 느낌이 들어 조금 늦을 것 같아 미안해]
문자를 확인한 l양은 p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p군 지금 어디야?"
"나 지금 편의점 근처야, 늦어서 미안해. 걱정하지 말구."
"알겠어. 조심해서 얼른 들어와."
전화를 끊은 l양은 p군이 걱정되어 자꾸만 문 밖을 바라봤다.
그 때 저 멀리서 p군의 모습이 작게 보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p군의 뒤에 한 남자가 칼을 들고 천천히 쫓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p군과 그 남자의 간격이 점점 좁아졌다.
p군이 뒤를 돌아본 순간 쫓아오던 남자가 p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p군은 편의점으로 들어가기 위해 죽기살기로 달렸다.
l양은 문으로 급하게 다가갔다.
그리고 l양은 편의점 문을 잠궈버렸다.
28. 한 남자
한 여자가 밤에 길을 걷고 있었다.
뒤에서 남자 두명이 쫒아왔다.
여자는 조금만 있으면 골목길로 들어가야하기에
너무 무서워서 빨리 걷고 있는데 한 남자가
" 여자가 밤에 혼자다니면 안된다 "
라고 말하면서 같이 집에 데려다 주었다.
같이 가고 집에 들어갔는데 여자는 이 남자가 너무 맘에 들었다.
대문 밑으로 잘가나 하고 봤는데
그 데려다준 남자가 대문 밑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29. 요리
일요일 점심때까지 자고 있던 나는 멍한 채 거실로 향했다.
똑똑똑 부엌칼 소리, 부엌에서 아내가 점심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tv를 켜면서 휴대전화를 보니 그저께 아내에게 비밀로 간 다과회에서 번호를 따낸 여성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1통 있었다.
잠옷 호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고 부엌을 가로질러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작은 목소리로 그 여성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통화중 대기 신호가 울렸다.
아내였다.
몰래 전화하다 들켜 버렸다는 생각에 당황해서 바로 전화를 받으니
「여보세요. 지금 일어났어? ○○(딸의 이름)이 클럽활동 하다 다친 것 같아서 지금 마중나가니까 점심은 냉장고에 둔 거 데워 먹어」
라고 들려왔다.
전화 저 편에서 차안의 라디오 소리도 들렸다.
전화를 끊지 않고 화장실 문을 살그머니 열고 부엌쪽을 들여다 보면
부엌의 아내는 휴대전화는 갖고있지 않고 부엌칼을 손에 든 채 아무것도 없는 도마를 단지 자르고 있었다.
내 손에 든 휴대전화에서는 「여보, 듣고 있어?」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엌의 아내와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
무서워서 겁에 질린 나는 집을 뛰쳐나와서「빨리 돌아와줘」라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두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아내와 딸이 돌아오고 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 함께 집에 들어갔지만 아무도 없다.
부엌에는 완성된 요리가 우리 가족 먹을 만큼 준비되어 있었지만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고,
아내와 딸은 음식점에 주문시킨 거냐고 물었지만 절대 그런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이상하다.
30. 지하철 테러
그 날따라 지하철엔 사람으로 붐볐다
'아...이러다가 수업에 늦겠는걸'
대학생 a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이 빨리 안오나 주위를 둘러보던 a는 한 중년남자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헤메는 모습을 보았다
'저..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a는 남자대신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고 길도 헤쳐나가주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됐는데..'
'아니에요, 그저 전 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뭘'
a는 남자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가려고 했다
그 순간 중년남자가 a에게 말했다
'저, 학생에게만 특별히 말해주는건데요 내일 x시엔 지하철을 타지않는게 좋아요'
꺼림직했지만 a는 대충 알았다고 한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다
다음날 어김없이 지하철을 타러 가려고 했던 a는 어제 그 남자 말이 생각났다
그냥 무시하기엔 뭔가 꺼림직했던 a는 버스를 타고 학교로 등교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tv를 켜보니 뉴스속보가 방송중이었다
그리고 a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기가 타려던 그 시간 지하철에 어떤 사이비종교 광신도가 독극물을 뿌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였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일본 오옴진리교 지하철 테러사건이었다.
31.
학교에서 돌아온 유미. 한 여름 뙤악볕의 시골길을 한참 걸었더니 무척 목이 말라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보리차를 마시려고 보니 부엌 한쪽 구석의 공간에..
엄마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깜짝 놀라 컵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지르려던 순간, 옆 방에서 아빠가 걸어나왔다
「유미? 침착하고 잘 듣거라. 엄마가 바람을 피웠단다. 너도 버리고 다른 남자를 따라서
나가려고했어. 그래서 싸우다가...이 애비가 그만 엄마를 죽여버리고 말았단다...」
하며 울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그 도를 넘은 충격적인 상황에 유미는 침착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교도소에 보냈다가는 친척도 없는 유미 자신은 고아원에 맡겨질것이 분명했다.
유미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아버지를 경찰에 보내지 않기로.
이대로 둘이 함께 살기로 했다. 그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교복을 갈아입으려 하는 순간. 방 구석에 작은 메모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유미? 도망치거라. 아버지가 미쳤어...」
32. 타임캡슐
도시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다.
2년 간 사귄 여자친구와 함께 타임캡슐을 고등학교 뒤에 있는 큰 소나무 아래에 묻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었을 때 꺼내자고 약속했다.
타임캡슐에 뭘 넣었는지는 서로 비밀, 만약 결혼하지 않게 되면 그대로 두기로 했다.
1년 후. 여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10년 후, 대학시절에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하게 되었다.
나는 약혼자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모두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전 여자친구의 몫까지 행복해지자며 타임캡슐을 대신 꺼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반대했지만, 그녀의 생각을 자신이 이어가고 싶다며 약혼자는 고집을 피웠다.
아마 전 여자친구에 대한 질투도 있었을 것이다.
결혼식 며칠 전 휴일.
고향으로 돌아가 타임캡슐을 꺼냈다.
내 타임캡슐에 들어있던 건 전 여자친구가 짜 준 머플러.
약혼자는 조금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이었지만, 곧바로 전 여자친구가 묻은 타임캡슐을 열었다.
거기에는 주먹 정도의 검은 덩어리가 들어가 있었다.
잘 보니 작은 팔다리에 조그만 사람머리가 있는 것 같았다…….
30 . 생일사진
나의 생일날, 집에서 파티를 열었지.
집안에서 친구들 모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는데 이상한 것이 비쳐 버렸어.
등뒤의 장농에서 하얀 얼굴에 새빨간 눈을 한 낯선 여자가 얼굴을 내밀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어.
우리들은 너무나 무서워서 영능력자를 수소문해서 그 사진을 감정 받았지.
그랬더니
「이 사진에서는 영기가 느껴지지 않는군요. 심령사진이 아닙니다.」
라지 뭐야.
에이~ 괜히 깜짝 놀랐잖아.
난 또 귀신인줄 알았네. 다행이다.
31. 행방불명
1997년 일본 구마모토현(くまもとけん) 한 시골 마을에서 '마도카(まどか)'라는 어린 소녀가 행방불명 되었다.
오후, 어머니와 함께 공원에서 산책하던 중, 어머니가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었다.
소녀와 놀고 있던 동갑내기 또래아이들은
「에? 마도카라면 방금 전까지 나랑 모래밭에서 놀고 있었는데?」
「내가 미끄럼틀을 타자고 했지만 모래밭에서 논다고 하길래 나는 혼자 미끄럼틀을 타러갔는데..」
등으로 증언했다.
소녀의 부모님은 놀이터에서 계속 마도카를 찾다 저녁이 되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
시골마을에서의 사건이었기 때문에 조금 대응이 늦기는 했지만 저녁 무렵에는 각지에 검문이 마쳐졌다.
그러나 전혀 수사에 진전은 없었고 그러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 마침내 1년이 지났다.
소녀가 행방불명 된 지 1년 째, 경찰은
「이제 마도카는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도 전력을 다했고, 앞으로도 수사는 계속
하겠습니다만 일단 위에는 여기서 사건종결로 보고를 하겠습니다」
라고 부모님에게 고하고는 집을 나섰다. 소녀의 부모는 거기서 도저히 단념할 수 없었기에 마지막 수단으로
「행방불명자나 지명수배자를 투시로 찾는 일」
을 직업으로 하는 그 당시 제일 유명했던 영능력자(れいのうりょくしゃ)를 찾아 소녀의 행방을 의뢰했다.
그는 처음 소녀가 행방불명이 된 공원에 가고, 자택에 가고, 그 소녀가 입었던 옷, 구두 등을 손댄 후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숨을 내쉰 후, 영능력자는 한 마디를 말했다.
「마도카는 살아있습니다」
그 말에 소녀의 부모들은 흥분에 휩싸여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럼 마도카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영능력자는 조금 슬픈 얼굴을 하더니
「마도카는 유복한 생활을 하는 듯, 마도카의 눈에 고급가구가 보이고 있습니다」
「전혀 굶고 있지도 않습니다……지금도 그녀의 뱃 속에는 고급요리가 들어있습니다」
어머니는 그 말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금 진정하고는
「그럼 마도카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가르쳐주세요!」
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발광하듯이 소리치며 말했다. 그러자 영능력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온 세상에 있습니다.」
소녀의 부모들은 잠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10초쯤 굳어있다가, 그 후 바닥에 실신하듯 쓰러져 울었다.
32. 캠코더
독신 생활 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가 사는 곳은 평범한 아파트지만, 이따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커텐의 형태나 쓰레기통 위치 같은 게 미묘하게 변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최근 들어 다른 누군가의 시선까지 느껴지는 나날,
이에 기분이 나빠진 남자는 친구에게 이 일에 대한 상담을 했다.
남자 「혹시, 스토커일까? 경찰 신고가 제일 좋을 것 같지만. 실제 피해가 없으면 경찰은 움직이지 않는다던데.」
친구 「캠코더 촬영같은 걸 해보면 어때? 만약 진짜 스토커가 있다면 증거품이 될테니 경찰도 납득할 거야」
친구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과 비디오 카메라를 빌려 주기까지 했다.
이에 힘입어 남자는 바로 캠코더 카메라를 설치했다.
다음날 아침 나가기 전 녹화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갔다 돌아온 남자는 더욱 초조해 졌다.
방안에는 침입자의 흔적이 여느때보다 확실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건 진짜 스토커 찍혀 있을 지도…」
남자는 이렇게 생각하며 캠코더 녹화를 멈추고, 재생을 시작했다.
한동안은 아무 것도 찍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저물고 얼마 있지 않아, 낯선 여자가 부엌칼을 가지고 방에 들어 오는 게 보였다.
「…!!!!!!」
잔뜩 위축된 남자는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찍혀 있어!! 찍혀 있어!! 스토커 찍혀 있어!!!!」
공포를 넘겨 완전히 흥분한 남자는 녹화된 영상을 보면서 친구에게 내용을 실황하기 시작했다.
「쓰레기통 뒤지고 있어…」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 여자가 방안을 돌아다녔을 걸 생각하니 남자는 절로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이걸로 경찰도 움직여 주겠지?」
남자가 한가닥 희망에 마음을 놓고 있던 중, 화면속 여자는 남자의 방 옷장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우아…옷장에 들어갔어, 게다가 좀처럼 나오질 않아……」
남자가 친구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중, 또 다른 누군가가 방에 들어 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영상 속 남자는 점차 가까워지더니 이내 영상이 멈췄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3. 노인과 게임
노인이 남자에게 말한다.
「게임을 하나 하겠나?」
노인이 설명한 게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자안에 고액의 상금이 들어 있는데 남자가 상자를 열 수 있다면 그 안의 상금은 남자의 것이 된다.
상자는 아주 튼튼해서 맨손으로 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상자 옆에는 도끼같은 것들이 놓여있다.
시간제한은 없다.
남자는 얼마든지 하자고 한다.
돈을 얻을 기회만 있고, 자신이 손해볼 것은 없는 아주 매혹적인 게임이었다.
참가의사를 밝힌 남자에게 노인이 말한다.
「사실 상자속 상금에 다다르기까지 난관이 몇 가지 있다. 5만엔만 낸다면 상금의 바로 옆에서 시작하게 해주지.」
남자는 웃는 얼굴로 5만엔을 내민다.
게임이 시작되자 상금은 남자의 눈앞에 있었다.
34. 수박서리
어느 수박 농가에서 상습적으로 밭에 몰래 들어와 수박 서리를 하는 놈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좋은 대책이 없을까 궁리를 한 끝에 멋진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간판을 만들어 수박밭에 세워두었다.
「경고! 이 밭에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 수박 1 개 있다.」
그 다음날 농부가 밭에 나와 수박을 확인하니 하나도 없어진 것 없이 수박은 모두 무사했다.
다만 간판 아래쪽에 한구절이 덧붙여져 있었다.
「지금은 2 개」
35.
아내는 매일 빠뜨리지 않고 약을 침대로 가져다 준다.
남자는 한심해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고 싶다.'
이러한 생각이 점점 커지고, 며칠 뒤 남자는 실행에 옮겼다.
아내가 세탁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맞는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몸을 던졌다.
'죽기 전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천천히 흘러간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였구나.' 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자신의 몸이 천천히 떨어져 간다.
자신의 층에 가까워 진다.
베란다에서 세탁물을 말리고 있는 아내가 보인다.
문득 앞을 본 아내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내의 입이 웃고있다.
36. 불청객
결혼한지 이제 2년째.
평일에는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주말에는 쉽니다.
빨래나 청소 같은 건 언제나 미뤄뒀다가 토, 일요일이 되면 한꺼번에 해왔지만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내키질 않아서 그냥 멍하게 있다가 잠깐 낮잠을 잤습니다.
남편도 일어나지 않고 있어서 그다지 신경 안쓰고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점심때쯤일까 인터폰이 울려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30대~ 40대 정도로 보이는 낯선 여성이 서있었습니다
뭔가 돈을 받으러 온 걸까요? 아니면 남편을 만나러?
남편이 일어나질 않아서 확인할 수도 없는데다가
나도 잠옷바람으로 단정치못한 모습이라서
응답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람이 없는 척 하고 있으니 또각또각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3분 뒤 다시 인터폰이 울렸습니다.
같은 여성이었습니다.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역시 응답하지 않고 있으니 그 여성은 다시 돌아갔습니다.
저녁이 되어 찬거리를 사러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열쇠로 잠그려는데
투명한 셀로판지로 감싼 꽃 한송이가 편지함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약간 시들어버린 국화꽃이었습니다.
서서히 이 일의 중대함을 깨닫고 무서워졌습니다.
어째서? 어떻게!
혼란스러운 머리속으로 낮에 찾아왔던 그 여성이 떠올랐습니다.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 저는 혼자서 두려움에 떨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37.
우리 마을은 심각한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나라 여기저기가 내전으로 혼란스러워, 마을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봉사단체에서 보내주는 구호물자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정대로라면 구호물자가 오기로 한 날이었지만,
그 날은 비행기에서 구호물자가 투하되지 않았다.
아니, 비행기조차 지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지 않는 건가.
남는 걸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일주일 후.
예정에 없던 구호물자가 비행기에서 떨어졌다.
구호물자는 조금 늦었을 뿐이었나 보다.
다행이다.
그런데 상자를 열어보니 소량의 분유가 들어 있었다.
평소랑 다르게 희지 않고, 탁한 회색이었다.
게다가 물에 잘 녹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거라도 어디인가.
마을 사람들과 서로 조금씩 나눠 먹으면서
다음 구호물자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견디기로 했다.
기다리던 다음 구호물자가 오는 날.
이번에는 순조롭게 도착했다.
안에는 평소보다 많은 물자와 흰 분유들이 있었다.
또한 한 통의 편지도 있었다.
저희 측의 착오로 구호물자가 도착되지 않았던 점을 사과드립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전회분도 아울러 보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추신.
저번에 말씀드렸던 **씨의 유골은 잘 도착했습니까?
저희 단체의 **씨는 생전에도 이 마을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마을에 자신의 유골을 뿌려달라고 하셨으니,
유골을 잘 뿌려주시기 바랍니다.
38. 사과하는 모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득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가방을 짊어진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나는 살짝 손목시계를 보았다.
「우리 켄타로가 또 무슨 짓을 했나요? 장난을 쳤다고 하니. 정말 죄송합니다」
세토 켄타로의 모친은 방금 전부터 쭉 같은 말을 하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엄마 혼자서만 키우는 집이라 제가 가정교육을 잘하지 못한 탓입니다 」
「어머니 잘못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 아이가 장난만 치는 것은 틀림없이 저에게 관심을 끌려고 한 짓일 거에요. 외로움을 잘 타요.
그 아이를 혼자 내버려둔 제 잘못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일단 오늘은 그냥 돌아가셔도 좋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켄타로에게는 더이상 장난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 시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모친은 몇번이나 내 쪽을 뒤돌아보며 고개를 숙이고 돌아갔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세토의 모친은 돌아갔습니까?」부하가 나에게 물었다.
「응.」 나는 책상 위의 서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세토 켄타로ㆍ42세ㆍ초등학교 여학생 상습 *범>
「그녀는 아들이 언제까지나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는군.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걸로 괴로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도망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39.
한 교대생이 초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처음으로 하는 실습이라 많이 긴장했지만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고,
일주일 동안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실습 종료를 앞 둔 어느 날,
반의 한 여자아이의 집에 화재가 일어나 2층에서 자고 있었던
여자아이와 오빠가 죽었다.
1층에서 자고 있었던 부모님과
백일이 갓 지난 아기는 어떻게든 도망쳐서 살았다.
친구의 죽음에 충격 받은 반 아이들은 모두 울면서 장례식에 다녀왔다.
장례식 후, 학교로 돌아온 교생은
아이들이 미술시간에 그림 그림을 보고 있었다.
그림의 주제는 가족.
모두 자신의 가족을 천진난만하게 그려냈다.
그 중에 죽은 여자 아이의 그림도 있었다.
도화지에 그려진 가족.....
아버지가 아기를 안고 엄마와 함께 1층 화단에 물을 주고 있었고,
여자 아이와 오빠는 2층 창문에서 세 명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교생은 깜짝 놀랐다.
화재에서 도망쳐 살아남은 건, 그림에서 1층 밖에 있는 세명.
도망치지 못하고 죽은 건 그림에서 2층의 2명.
그림은 그렇게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세 명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은 마치......
40.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새로 이사를 해서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사를 한지 이틀만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매일 밤 11시 59분 쯤만 되면 마치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남자는 11시59분이 됬을 쯤에 인터폰을 눌러서
밖을 보았다. 그러나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문에선 소리가 났다.
다음 날 그는 이번엔 11시 59분이 되지 10분 전 부터 계속 인터폰으로
밖을 보고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11시 59분이 되자 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궁금해진 남자는 밖으로 나가보기로 결심하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더 이상 문두드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41.
요즘에 악몽에 시달려요. 어쩌죠?"
나는 떨리는 목을 애써 참으며 천천히
내 앞에 있는 의사에게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나에게 물을 권했다.
"감사합니다. "
그리고는 의사는 나에게 악몽의 내용을 물어보았다.
"평범하게 일상을 지내다가 밤만 되면 제가 사람을 죽여요.
그리고는 집에 들어와서 이불을 덮고 자는 겁니다."
그러자 의사는 무언가를 메모에 꼼꼼히 적었고
나는 무슨 내용을 적는 지 궁금하였지만 애써 참으며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했다.
"처음에는 그냥 넘겼는데, 가면 갈수록 수법도 다양해지고
죽이는 방법도 끔찍해져요.
그 꿈을 연속으로 꾼 지 이제 56일 정도 됩니다."
"자 그럼."
드디어 의사가 말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의사가 의자를 들어 내 머리를 쳤다.
피가 주룩주룩 나고 침을 삼키기가 어렵다.
그런데 왜 안 아프지?
42.
잠을 자고 있는데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툭.......... 툭..........
우리 집엔 아무도 없어 깜짝 놀란 나는 불을 키고 문을 살짝 열었다.
문 틈새로 살짝 보니 피가 묻은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천천히 내 방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너무 무서운 나는 일단 장롱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잠시 후 내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서웠던 나는 기도를 하며 장롱안에 웅크려 있었다.
10분이 지났을까?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장롱 열쇠 틈새로 살짝 밖을 봤다.
그러나 밖은 검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 10분 후 다시 밖을 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43.
어느날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이쁜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를 선물받았고
그반지가 너무 예뻐서 잠을 잘때도 항시 착용하고 잠을 잤다.
신비한 푸른빛이 감도는 그 보석은 마치
스스로 빛나듯 보였고,
보고있노라면 몽롱한 기분까지 들었다.
너무 빼지않고 오래도록 끼고있어서 그런가그녀의 손가락에
약간의 부스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지를 너무 아꼇다.
그남자와 헤어지고난후 반지를 볼때마다
가슴아픈 그녀는 팔기로 결심한다.
그반지와함께 들어있던 보증서를 읽기시작한그녀
그 반지의 상품은 cesium 137 이름도 너무 이뻣다.
아마 137은 이반지가 한정품이라 번호가 메겨진듯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눈동자는
점점 푸른색으로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44.
2층 아파트 같은 건물로,
콘크리트 벽이 너덜 너덜해질 정도로 오래된 곳이었다.
유리도 대개 금이 가 있고,
회칠도 군데 군데 벗겨져 그야말로 흉가라 할만한 곳이었다
근처 마을 사람들도, 그 흉험한 모습에 낮에도 가까이 오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구와 담력 시험의 일환으로
그 흉가에 갔다와야만 했다.
조금 꺼름칙 했지만 당시 시간이 한낮이었기에,
나와 친구는 건물 2층까지 올라가 내부를 탐색해 보기로 했다.
외부나 1층에선 그다지 특별한 건 없었다.
그러다 2층에 올라가 복도를 둘러보던 중 2층 방문 중 하나에
글귀가 적혀 있는 게 보였다
친구랑 같이 근처에 다가가 확인해 봤더니, 문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 나는 이 방에 있어」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선 나는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문을 열고 약간 어두침침한 방안으로 들어섰다. 몇 발자국 걸었을까,
어느 새 우리 앞을 벽이 가로 막았다.
낙담한 나는 그냥 돌아가려다가 벽에 적힌 또 다른 글귀를 보게 된다.
「 나는 옆 방에 있어」
조금 무서워졌지만, 글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았다.
조금 좁은 복도 양측으로 방이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 벽엔
「머리는 이쪽, 몸은 이쪽」
친구는 이걸 본 순간, 큰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오기가 생긴 나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렀다,
그리고 용기를 내소 오른쪽 방문을 열어 보았다.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내 맞은 편 벽에 크게 적혀 있는 글자와 화살표..
「 내 몸은 이 아래 있어」
화살표를 따라 바닥을 보자 거기엔
「뒤돌아 보지마, 이방으로 내머리가 오고있어」
45.
환자: 선생님, 고민이 있습니다.
의사: 뭐지요?
환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입원비를 낼 돈이 없습니다.
의사: 혹시 생명보험에 가입했나요?
환자: 네.
의사: 그러면 괜찮습니다. (라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46.
중학생 때 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롭지는 않았다.
a라는 같은 반의 여자아이 덕분이었다.
a는 얼굴도 예쁘고, 성적도 좋았다.
게다가 운동까지 잘해 모두에게 인기 있었다.
난 반 아이들에게 무시당했지만,
a만은 상냥하게 말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나와 달리 친구들이 있어서 언제나 나와 함께 있진 못했다.
그런 a가 갑자기 전학하게 되었다.
여태까진 a가 있어서 괴롭지 않았지만 이젠 그녀가 없으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a가 전학가고나자 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아마 a가 모두들에게 나와 친하게 지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
어른이 된 지금도 그녀에겐 감사하고 있다.
47.
그는 고교생.
선천적으로 심장에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열린 연례 행사였던 마라톤 대회.
의사나 가족, 클래스메이트가 모두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출주를 결의했다.
「모두와 함께 달리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최하위로 골인했지만 골인 지점에서는 클래스메이트 전원이 그의 완주를 박수로
축하해주었다. 그러나, 그 레이스가 그의 심장에 준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고, 결국 그는 돌아오지 못할
사람이 되고 말았다.
문득 그 날이 떠오른 나는 그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마라톤 대회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골인 순간을 찍은 사진 한 장에 손을 뻗었다.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면서 그를 축하하는 클래스메이트들.
박수의 타이밍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모두가 손바닥을 맞춘 상태에서 사진이 찍혔다.
그래, 마치 무엇인가를 비는 것처럼···
48.
오늘도 야근이다.
지친 몸을 질질 끌고 집으로 향했다.
지하철 승강장에 놓인 의자에 힘없이 앉았다.
막차를 알리는 안내가 승강장에 울린다.
문득 바라보니 승강장에 나 혼자였다.
역시 휴일에도 밤까지 일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걸까.
하지만 그 때, 에스컬레이터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달려 나왔다.
곧 뒤에서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도 달려 나왔다.
이윽고 어머니는 딸의 손을 잡고 승강장에 섰다.
점점 지하철이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려 일어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까 어머니가 아이 손을 잡고 승강장 아래로 뛰어 내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이 멍해졌다.
아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내가 뛰어 내려 모녀를 구하는 수밖에!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를 들렸다.
역무원이었다.
"지금 사람이 떨어졌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왔다. 제길, 늦었다.
눈물이 흘러 넘쳤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 얼굴을 무심히 쳐다보던 역무원이 말했다.
"처음엔 저도 놀랬죠……."
49.
마을 골동품상에는 바이올린 한 대가 있었다.
어느 날, 가게에 한 소년이 와서 물었다.
"그 바이올린, 얼마에요?"
주인이 가격을 말하자, 소년은 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소년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지만, 나중에 돈을 가지고 오겠다며 돌아갔다.
며칠 뒤.
주인은 소년이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소년은 자신의 몸에는 버거울 만한 자전거에 신문을 쌓고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열심히 페달을 밟는 소년의 모습을 주인은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주인이 여느 때처럼 가게를 보고 있는데, 정장을 입은 신사가 방문했다.
남자는 가게 안의 골동품들을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바이올린에 눈을 뒀다.
주인을 향해 이건 얼마입니까. 라고 물었다.
주인이 아니, 그 바이올린은……. 라고 우물거리자,
남자는 이 바이올린이 마음에 들었다며, 바이올린 가격의 몇 배나 되는 돈을 꺼내 주인 앞에 두었다.
주인은 생각지 못한 금액을 앞에 두고 고민했지만,
죄송합니다. 역시 팔수는 없습니다. 라고 남자에게 고했다.
남자는 굉장히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
그리고 수개월 후.
"그 바이올린, 아직 있습니까?"
신문 배달로 모은 돈을 가지고, 소년이 가게에 왔다.
하지만 가게 안에 바이올린이 보이지 않는다.
소년이 두리번거리며 바이올린을 찾자,
주인이 미소 지으며 나타났다.
"기다렸다."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게 숨겨둔 바이올린을 가져와 소년의 앞에 내밀었다.
소년은 정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소년이 눈을 반짝거리며 바이올린을 잡으려고 하자,
콰직!
주인이 바이올린을 꺾어 부셨다.
망연자실한 소년을 향해 주인이 한 마디 했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
50.
겨울 어느 날.
다섯 명의 산악인이 눈 산에 갔다.
산에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날씨가 나빠져서 조난당했다.
추위를 참으며 산장을 찾고 있었다.
한참 걸으니 간신히 산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산장은 무척이나 추웠다.
불을 지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다섯 명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산장의 모퉁이에 앉았다.
그리고 30분마다 옆 모서리의 사람에게 터치,
그 사람은 다음 모서리의 사람에게 터치.
이런 식으로 추위를 견뎠다.
그 후 다섯 명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기자가 다섯 명에게 어떻게 추위를 견뎠냐고 물었고,
추위를 견뎠던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자, 당신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얼굴이었다.
51.
녀석은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 녀석이 유령을 볼 수 있는 걸 난 알고 있다.
오늘도 함께 걷고 있는데,
반대편 건널목에서 할머니를 업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수상하다는 듯이 이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파란 불이 켜졌다.
건널목을 지나면서 아까 남자와 마주치는데,
친구가 남자를 보며 말했다.
"무시하세요. 옆에 있는건 유령입니다."
52.
어느 남자가 사주(蛇酒)를 만드는 방법을 조사했다.
책에는 이어서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이것을 읽고 남자는 깨달았다.
지금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좀 더 오래 살고 건강해지기 위해.
10년 후 산에서 한 남자가 체포되었다.
용의는 연속 유괴 살인.
남자의 은둔지에는 술 창고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1m 정도의 단지가 있었다.
단지 밑에는 수도꼭지가 붙어있었는데 용도는 불명.
창고에는 술이 몇 개 저장되어 있었는데,
경찰은 모두 버렸다고 한다.
기자가 단지에 뭐가 있었냐고 물었지만 경찰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단지는 즉시 파괴했다고 한다.
왜 파괴했는지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과연 무엇이 있었는지는…….
53.
신혼부부가 아파트로 이사 왔다.
시세보다 저렴해서 선택한 곳이지만, 낡은 아파트 건물은 어쩐지 음침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사 당일, 옆집에 인사하려고 했지만 정리할 게 많다보니 인사를 하게 된 건 사흘이나 지나서였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아내 혼자 인사하러 가니, 옆집 남자는 굉장히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바로 문을 닫았다.
여자 혼자 사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한 것 같았다.
기분 나빴지만 다음 날, 신혼부부 집에 장난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남편이 있을 때는 걸려오지 않지만, 아내가 낮에 혼자 있을 때면 무언의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었다.
신혼생활이 즐거워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점점 걸려오는 전화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옆집 사람의 퉁명스러운 태도가 신경 쓰이던 아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옆집 사람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남편은 아내와 함께 바로 옆집으로 갔다.
"오, 오해입니다.
저는 댁 전화번호도 모르는 걸요?"
옆집 남자는 당황해하며 오해를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그리고는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며칠 전에 부인께서 인사하러 오셨을 때 솔직히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 이사하셨던 날에 다른 여자 분이 먼저 인사하러 오셨거든요……."
부부는 당황해서 집을 돌아가니, 현관에 있었던 아내의 신발이 멀리 내팽겨져 있었다.
54.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살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날 밤이었다.
엄마와 텔레비전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관 벨이 울렸다.
밤에 우리집을 찾아올 사람이 없었기에 의아했다.
"누구세요?"
라고 묻자,
"죄, 죄송합니다. 우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느낌으로는 40대 정도.
묘하게 벌벌 떠는 느낌이 이상했다.
"누구세요? 혹시 엄마 아시는 분이세요?"
"모, 모, 모릅니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길을 잃어버려서, 그래서……."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엄마께서 인터폰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체 누굴까 하고 현관 옆 창문으로 봤다.
창문 너머로 본 여자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40대였는데, 밝게 염색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밝은 초록 블라우스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
분명 이상한 사람이 틀림없다!
엄마께 밖에 있는 사람이 이상하기에 절대 열어주면 안 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엄마께서 쓴웃음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우산도 없이 걸어 왔다는 사람을 어떻게 그냥 보내니. 우산이라도 빌려드리렴."
그 날은 확실히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나는 이미 그 사람의 모습을 봤기에 엄마의 친절을 원망했다.
나는 우산을 가지러 베란다로 가고, 엄마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 때였다.
엄마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어서 돌아가! 돌아가라고!"
평소 엄마의 고함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너무 무섭고 당황스러웠다.
현관으로 가니 여자가 체인 걸린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고,
엄마께선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셨다.
나는 곧바로 현관으로 갔고 나까지 합세해서야 겨우 현관을 닫을 수 있었다.
"엄마,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니 괜찮아. 무서웠지? 얼른 자자."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현관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나는 너무 위축되어 울면서 경찰에 전화하자고 했다.
하지만 엄마께선 침착하게 일단 지금은 무시하고 계속 그러면 경찰을 부르자 라고 하시며, 신경 안 쓰신다는 것처럼 잘 준비를 하셨다.
쾅! 쾅!
이윽고 현관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렸다.
30분 정도 지나자 소리가 그쳤다.
너무 시끄러워서 이웃집에서도 나온 것 같았다.
현관 너머로 이웃집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그대로 잠들었다.
이후 같은 일은 없었기에 어머니께서도 별 다른 언급은 하지 않으셨고,
그렇게 하룻밤의 해프닝으로 기억되었다.
몇 년이 지났다.
도시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여 엄마와 떠나 혼자 살게 되었다.
자취방에서 첫 날, 엄마와 통화하는데 문득 그 날 일이 생각났다.
"엄마, 그 날, 무서워서 진짜 많이 울었던 것 같아. 괜찮을까, 자취하는 거?"
그러자 엄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날, 네가 너무 무서워해서 말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 정말 이상했어.
빗속을 걸어 왔다고 하는데, 비에 전혀 젖지 않았어.
그리고 왼쪽에는 방망이를 들고 있었고,
게다가 그 사람…… 남자였지."
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 왜 경찰 안 부른 거야? 경찰을 불렀어야지."
"경찰 불러도 바로 도망갈 것 같아서 그랬지. 이미 여자 둘이 사는 집인 걸 알려졌는데 괜히 경찰 불렀다가……."
분명 그 때 그 사실을 알았다면 그 공포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앞으로 문단속을 잘 해야겠다.
자취 첫 날부터 왠지 무서운 밤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며 잠이 들려는 찰나, 갑자기 현관벨이 울렸다.
"죄, 죄송합니다. 우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55.
새로 이사한 자취방.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이사 온 첫날부터 머리가 아프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어깨가 무겁다.
게다가 묘한 기척도 느껴진다.
아프다는 이야기에 여자친구가 바로 왔다.
여자친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방 안에 누워 있는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표정과 달리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누구한테 보내는거야?"
라고 물어도 응? 이라는 말로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예민한 탓인지, "설마 다른 남자?"
라고 되물었는데, 오히려 여자친구는 "자기야 말로 다른 여자랑 연락하는 거 아냐?"
라고 발끈하며 대답한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깜짝 놀랐다.
"날 의심하는 거야?"
라고 나 역시 발끈하며 핸드폰을 확인시켜주려는 순간,
문자가 도착했다.
악, 최악의 타이밍.
어차피 광고겠지 하며 문자를 확인하는데,
여자친구의 문자다
"절대 뒤돌아보지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단 둘이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부터일까.
밤늦게 돌아가면 "지금 돌아왔니?" 라고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지금 왔다고 대답하면 "으응"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등을 돌리셨다.
뭔가 수긍이 가지 않으신 것 같았다.
다소 신경이 쓰였지만,
밥을 다 먹고 나면 까먹고 만다.
그리고 포만감에 빠져 잠이 들고 만다.
며칠 후.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느긋하게 드라마를 보는데 머리 위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천장을 바라 봤다.
이윽고 부엌에 계셨던 어머니도 아침밥을 미리 준비하던 손을 멈추고 천장을 보고 계신다.
2층 아버지의 서재를 천천히 걷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서재를 돌아보는 기색이 느껴진다.
"……엄마, 혹시 이거였어?"
"……그래."
57. 텔레비전
야근하고 돌아가는 길.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돌아왔다.
어딘가에서 비를 피하고 오고 싶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간이라 급히 올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혼자 사는 건 불편하다.
속옷까지 젖었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목욕했다.
하루의 피로를 따뜻한 물로 씻겨 보낸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미 드라마가 시작한 모양이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집이 어둡다.
마음이 급해서 조명도 켜지 않았던가.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으로 어두운 방에서 일단 전원을 찾는다.
코드……. 코드…….
코드를 찾아내고 전기를 켠 순간, 나는 눈치 챘다…….
58. 흉가의 낙서
우리 동네에는 흉가가 있다.
관리인이 죽어 오래전부터 운영하지 않게 된 여관이다.
음침한 분위기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날 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라면 무서워서 가지 못했지만, 술기운을 빌려 친구와 함께 그 흉가에 갔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흉가의 모습에 조금 무서웠지만,
들어가 보니 역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다른 방에도 들어가 보았다.
핸드폰 불빛에 희미하게 붉은 글자가 보인다.
라이터 불빛을 방 안을 살펴보니 온통 붉은 글자로 쓰여 있었다.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집요할 정도로 방을 메우는 붉은 글자.
천장에까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그 글자들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는 것…….
방 밖으로 나가는 게 무서워졌다.
59.
어느 날, 나는 숲을 헤매게 되어 버렸다.
밤이 되어 배도 고파져 왔다.
그런 가운데, 한 가게를 찾아냈다.
「여기는 어떤 레스토랑」
이상한 이름의 가게다.
나는 인기 메뉴의 「나폴리탄」을 주문한다.
몇분 후, 나폴리탄이 온다.나는 먹는다.
……어쩐지 이상하다.짜다.이상하게 짜다.머리가 아프다.
나는 불평을 늘어 놓았다.
점장:「미안해요. 다시 만듭니다. 돈은 받지 않아도 좋습니다.」
몇분 후, 나폴리탄이 온다.나는 먹는다.이번에는 멀쩡하다.
나는 가게를 나온다.
잠시 후, 나는 눈치채 버렸다……
여기는 어떤 레스토랑……
인기 메뉴는……나폴리탄……
60.
바다에서 조난 당했을 때에, 쇠약한 선원이 동료에게 먹인 어떤 스프.
그 바다 거북이의 스프 맛은 최고로 맛있어서
그는 그 환상적인 맛을 일생 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사히 생환해 성공한 그는,
평화롭게 태어나서 2번째 바다 거북이의 스프를 사먹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마디 중얼거린 뒤 심장 마비로 죽어 버렸다.
「아, 이것은 거북이의 고기가 아니다」
61. 우리집 근처의 여자아이
우리집 근처에 여자 아이가 이사해 온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그녀의 집에는 아빠가 없었다.
엄마는 어린 나의 눈으로 봐도 아주 젊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녀와 나는 다른 반이었지만 금새 사이가 좋아졌다.
그녀는 밝은 성격이 아니라 친구가 적었다.
책만 읽고 있어 친한 친구가 없었던 나와 그녀는 서로 집에 놀러다니며 사이가 좋아졌다.
그러던 중 그녀는 고민거리를 말해주었다.
엄마가 자주 때리는 것.
같은 반 여자아이가 괴롭히는 것.
좋아하는 남자 아이가 있지만 그 소년은 다른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
처음에는 내가 주로 말하는 편이었지만 요즘에 와서는 보통 그녀가 이야기하고 나는 듣는 쪽이 되어 있었다.
어느날부턴가 그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좋아했던 남자 주위의 여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여자애들이 밉다고 했다.
그 괴롭힘을 못본척 하고 있던 반친구들 모두 다 밉다고 했다.
그리고 현실성이 없는 복수나 반친구들의 욕을 끝없이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단지 조용히 맞장구만 쳐주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그녀의 행실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고 놀러다니고, 언제부턴가 담배도 피우기 시작했다.
가정환경도 악화되어서 깊은 밤중에 갑자기 엄마와 크게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주민신고로 경찰이 집에 온적도 있었다.
이웃들이나 학교 친구들과도 사이가 나빠져서 낙서나 쓰레기를 던지는 등의 질 나쁜 장난이 그녀의 집에 행해졌다.
한 번은 편지함에 죽은 고양이 시체가 들어가 있던 적도 있었다.
어머니도 나에게 그녀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녀는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나도 그녀의 모습을 보는 일이 부쩍 줄었다.
갑자기 늙어버린 듯한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낮에는 절대로 밖에 나오지 않고
밥은 방문 앞에 놓고 가고
깊은 밤중 화장실에 갈 때만 나온다.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오랫만에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나와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문너머에서 돌아가라고 고함칠 뿐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문이 조금 열려 있길래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문틈새로 살짝 보인 그녀는 창백하게 여위어 있었다.
말라 비틀어져버린 걸레같았다.
나는 매일 그녀를 만나러 갔다.
부모님과 말다툼을 했다.
겨우 친해질 수 있던 친구와도 멀어져 버렸다.
그런데도 매일 그녀의 집으로 만나러 갔다.
그러다 그녀와 겨우 문너머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던 일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잡힌 일
남자 친구가 생겨 기뻐했는데 피임에 실패해서 아이가 생기자마자 도망가버린 일
도움 받고 싶어서 상담한 모친에게 반광란 상태로 맞은 일
아이를 낙태한 일
죽으려고 했던 일
손목을 그어버린 일
예전처럼 그녀가 일방적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나는 맞장구를 친다.
내 의견을 물어올 때는 될 수 있으면 무난한 방향으로 말한다.
그러다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점점 성격도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말했다.
어느 날 그녀는 집 근처 빌딩에서 뛰어 내렸다.
아래쪽에 풀밭이 있었고 그렇게 높지가 않아서 목숨은 건졌지만
척추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침대에 누운 그녀는 울면서 사과했다.
엄마와 나에게 폐만 끼치고 있던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뛰어 내렸다고 했다.
울고 있는 그녀를 위로했다.
드러누운 채로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어려웠다.
위로하면서 그녀에게 프로포즈했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온몸의 물기를 다 짜내려는 듯이 울면서
「진심이야? 이런 나라도 좋아? 정말로 좋아?」
하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질문받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널 좋아했어.
얼굴을 찌푸리며 반 친구들을 욕했을 때도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거칠어져 있었을 때도
일방적으로 계속 투덜거리며 불평하고 있었을 때도
네가 울면서 엄마가 때린다고 고백했을 때도
방에 틀어박혀서 마치 딴사람처럼 말라버렸을 때도
초등학교 때 네가 좋아하는 남자애 이름을 그 여학생들에게 알려줬을 때도
너의 집 편지함에 죽은 고양이를 집어 넣고 있었을 때도
너의 남자친구를 몰래 따라가 없애 버렸을 때도
다리의 감각을 잃고 하얀 침대에 삼켜질 것처럼 조그맣게 누워 있는 지금도
쭈욱 너를 좋아해.
이것으로 너는 완벽하게 「나만의 그녀」다.
우리 이번에 결혼합니다.
62.
어느 오후.
작은 새가 지저귀는 숲 속을, 한 명의 소녀가 달리고 있었다.
'엄마! 어디에 있는거야?'
외치는 소녀. 하지만 대답은 없다.
그러던 중 소녀는, 어떤 집 앞에 겨우 도착했다.
'여기군요! 여기에 있군요!'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문을 열었다.
하지만 거기에 있던 것은, 중간이 끊어져 있는 일기장 하나 뿐.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 불쑥 놓여져 있다.
소녀는 살그머니 손에 들어 읽기 시작했다.
5월 16일
내일은 즐거운 즐거운 크리스마스.
선물이 가득. 매우 즐거워.
5월17일
산타씨가 오지 않는다.
산타씨가 오지 않는다.
산타씨가 오지 않는다.
5월18일
어제는 매우 즐거웠다.
산타씨에게 가득 선물 받아 버렸다.
그렇지만 이상한데. 그 선물 어디에 둔 거지?
9월33일
시계의 바늘이, 천천히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12월65일
오늘이군요, 밖에 나와 보았어.
그랬더니 사람이 많이 있었어.
가득 많이 있었어.
그리고 전나무는 이상한 색이었다.
어째서 일까?
소녀는 돌연, 일기장을 덮었다. 소녀는 깨달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