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대공초소 이야기

다크마스크 작성일 10.04.26 16: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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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6년 5월 말경이었습니다. 당시는 저는 이제 자대로 전입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신병이었습니다.(06년 3월 군번입니다.)

 

당시 저는 25사 70연대 지원중대 소속이었고 3소대 5분대소속이었는데 그 날은 2분대 부분대장인 05년 2월 군번 고참과 같이 대공 초소를 근무를 가게되었습니다.

 

저희 중대는 연대본부에서 약 30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연대본부 진입부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연대본부에서는 불침번과 위병소 근무만을 서고 저희 중대에서 대공초소 근무를 섰습니다.

 

원래는 대공초소 a탄약고 b탄약고 근무를 섰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탄약고 근무는 더 이상 안 선다고 하더군요.

 

대공초소는 말 그대로 인근에서 제법 높은 언덕 같은데에 mg-50이라는 대공기관총이 설치되어있는 초소인데 언덕에 있다보니 종종 고참들의 경우 맘에 안 드는 후임이 있을 경우 본부소대 애들한테 부탁을 해서 일부러 근무를 변경해서

 

2시간 근무동안 후임을 마음껏 교육시키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소위 개념을 밥 말아먹은 후임들은 대공초소 근무가 상병급하고 같이 가게 되며 "아 오늘은 맞는 날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정도였죠.

 

다행히 저랑 근무를 섰던 고참은 성격이 남자답고 좋고 저를 귀여워 해주시던 분이라서 맞고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친형처럼 잘 대해 주셔서 간혹 장난도 치시고 그러셨죠. [물론 맞장난을 치면 보일러실에 불려가서 교육 받았습니다.]

 

그 고참이랑 간혹 이야기도 하면서 근무를 서고 있는데 a탄약고 쪽에서 사람 3명이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고참에게 그걸 말하자 고참은

 

"아 씨, 간부도 같이 왔나 보다. 야 똑바로 서! 하이바 쓰고"-그 고참이 좋았던 이유입니다. 일단 근무 나가면 덥기 때문에 하이바를 벗게 해주었습니다.

 

동초는 근무시간동안 부대를 한 바퀴 돌면서 각 근무지가 이상이 없는 지 체크하고 울타리 상황같은 것은 보는 그런 근무인데 저희 중대는 최전방은 아니었기 때문에 역시 [교육의 수단]으로 많이 애용되던 근무 중 하나였습니다.

 

동초 근무자의 임무 중 하나는 부대 내의 중요한 포인트 같은 데에 순찰을 돈 시간을 적는 것이었는데 a탄약고 역시 그런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3명이 a탄약고로 들어가기에 저랑 고참은 적나보다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30분을 기다려도 안 나오는 가 싶더니 아래쪽에서 다시 2명이 올라오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그냥 '아 내가 순간 놓쳤나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2명이 대공초소 근처에 오자 저는 암구어를 대었고 그쪽에서도 답어를 하였습니다. 대공 초소 가까이에 올라와서 보니 같이 근무를 서는 고참의 동기가 사수 였습니다. 그래서 고참이

 

"야, xx야. 당직(=당직사관을 말함)갔냐? 왜 여기까지 같이 왔대?"

 

그러자 동초 사수가

 

"*. 당직 조낸 코 골면서 자고있다. 오기는 뭘 와."

 

그러더니 부사수와 함께 내려갔습니다.

 

그럼 저랑 고참이 봤던 3명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런 의문이 드는 순간 다시 본 a탄약고 초소에서 다시 3명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그 걸 본 저랑 제 고참은 남은 1시간동안 a탄약고 쪽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동초가 내려간 b탄약고 방향만 계속 사주경계하였습니다.

 

[덕분에 근무교대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다음 근무자로 온 소대 3고한테 엄청 혼났습니다. 정확히는 그 다음 날 오후에 보일러 실에서 상병급한테 교육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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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그 이후 제 아버지 군번이랑 같이 대공초소 근무를 나간 적이 있는데 성격이 개같아서 후임들 사이에서는 "저 새끼 전역할 때 두고보자"라는 말을 오가곤 하였습니다.

 

그날도 그 아버지 군번한테 발길질에 채이고 언덕 오르는 길에 굴르면 초단위로 세서 늦게 온 만큼 또 맞고 구르고 그러다가 그 아버지 군번이 뭐라고 막하는데 갑자기

 

"잠깐, 너 뭐라 그랬냐? 야 돌았냐? 미쳤어?"

 

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무얼 말씀이십니까?"

 

"이 새끼야 니가 나보고 그만하라매! 이 새끼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면서 제 하이바를 벗기고 자신의 하이바로 제 머리를 가격하려는데 저도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랑 고참은 그 자리에서 잠시 얼어버렸습니다. 저도 아무 말 안 하고 있었고 고참의 목소리로 아닌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거든요.

 

"시...끄...러..."

 

그 때는 낮 근무 였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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