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베트남 출신 아가씨가 머나먼 시골 집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타향살이 자체가 고달프기도 했지만, 그 집은 집안 분위
기도 엉망이어서, 도무지 화목함이라든가, 평화로움은 찾아볼 수 없이, 살벌하고 서로 성질부리는 느낌 뿐이었다.
며느리가 특히 괴로웠던 것은, 시아버지의 반찬 타박이었다. 시아버지는 된장찌게를 맛볼때 마다, 맛이 없다고 타박했다. 시
어머니가 만든 맛이 안난다는 것이었다. 그저 가벼운 반찬 투정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시아버지는 진심으로 짜증스러운 표
정을 지으며, 된장찌게가 나올 때 마다 며느리를 욕했다.
며느리는 정성을 쏟아 보기도 하고, 갖가지 요리책이며, 다른 사람의 조언을 참조하여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하지만, 시아
버지는 "이 맛이 아니다" 라며 짜증낼 뿐이었다. 도무지 가족간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안에서, 하루 이틀 이런 일이
계속 되다보니, 며느리는 가슴이 답답해져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며느리는 홧김에 농약을 시아버지가 먹을 된장찌게에 들이부었다. 농약을 넣은 된장찌게가 시아버지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순간 며느리는 정신이 번쩍 들어 얼굴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된장찌게를 삼킨 시아버지는 놀란듯 멍한 표정으로 며
느리를 바라보았다.
한참 만에 시아버지가 말했다.
"오늘은 희한하게도 니 시어머니가 내게 해주던 맛이랑 똑같구나."
2. 불쌍한 로즈마린.
불쌍한 로즈마린.
로즈마린은 남자를 사랑했지만, 남자는 로즈마린 보다 훨씬 아름다운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
로즈마린은 남자의 눈에 뜨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남자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남자는 사랑을 소중히 여겼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도 항상 진실했다.
견딜 수 없는 로즈마린은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갔다.
로즈마린은 그 얼굴에 황산을 뿌려버렸다.
남자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찾아 왔다.
남자의 눈에 부상을 당해 누워있는 힘없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된 얼굴을 보고 슬퍼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은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며, 말 없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뜨거운 눈물이 녹아내린 얼굴을 타고 흐른다.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나는 실은 로즈마린.
당신의 사랑이 변함없음을 나는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 사랑한다고 하는 말을 듣기 위해 나의 얼굴에도 황산을 뿌리고 여기에 누워 있었어요.
불쌍한 로즈마린.
불쌍한 로즈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