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괴담] 기지 살인사건2

새터데이 작성일 10.06.19 16: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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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괴한 최중사의 말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수사관과 나는 답을 얻지 못했다.

 

부대로 돌아온 나는 우선적으로 무엇부터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행정실에서 얼굴을 감싸고 날이 밝아올 때까지 아무 말없이 앉아 있었다.

 

당직 근무자들도 나의 표정을 한 두 번 관찰하더니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아침 6시가 넘어서자 행정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당직근무자가 전화를 받은 후 곧 바로 나를 불렀다.

 

수화기에 대고 하는 근무자의 경례소리로 보아 대대장이 분명했다.

 


"중대장님...대대장님 전화입니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충성! 통신보안, 대위 박한수입니다."

 


-지금 곧 사단본부로 와라. 사단장님 호출이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복장을 정비하고 부대 차량을 이용해 곧 바로 사단장실로 행했다.

 

 

사단본부에 도착하여 사단장실로 향하는 복도가 유난히 길어보였다.

 

대대장과 나의 뚜벅거리는 걸음소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사단장실의 집무실 문을 열고 우리는 들어섰다.

 

골초로 소문나 있는 사단장은 역시나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우리를 맞이했다.

 


대대장과 나는 사단장에게 예를 갖추고 열중쉬어 자세로 사단장의 말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불 붙은 담배를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엄지로 간신히 머리를 받치고 있는 사단장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책상에는 관할 경찰서와 헌병대에서 보낸 1차 조사자료가 놓여 있는 듯 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페이지를 넘기며 자료를 훑어보던 사단장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조사자료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사병들 사건보다 간부들 사건이 크다는 것 알고 있나?"

 


"네."

 


"게다가 이건 총기를 이용한 민간인 살해사건이야. 나 뿐만 아니라 군단장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

 

 

사단장은 들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기고 시선을 우리에게 향한 채 말을 이었다.

 

 

"두 사람 중에 누가 최중사와 친했나?"

 


"박한수 대위입니다."

 


대대장이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대답을 했다.

 


"그럼 대대장은 지금 돌아가서 부대 정비에 신경쓰고, 부대원들이 절대로 외부사람과 일체 접촉하지 않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대대장은 예를 갖추고 곧 바로 집무실을 빠져 나갔다.

 


사단장은 두 손을 깍지끼고 나를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최중사가 평소 어떤 사람이었나?"

 


"아주 성실하고 근면하며,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여자 친구와 사이가 안 좋았다거나 그런 거 눈치 못챘나?"

 


"여러 차례에 걸쳐 번 최중사 집에서 밥을 얻어 먹었었는데, 그런 것은 눈치챌 수가 없었습니다.


곧 결혼할 거라며 자랑하기도 하였고, 제 앞에서 애정표현을 할 정도로 무척 사랑하는 사이 같았습니다.


3일 전에도 그 집에서 저녁을 얻어 먹은 적이 있습니다."

 


"당최 알 수가 없군. 헌병대 조사에서도 살해동기가 분명하지 않다고 하고......."

 

"사단장님, 최중사 사건 이대로 군 검찰로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본인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조차 알지 못합니다.


분명히 다른 내막이 있을 겁니다."

 


"그 걸 어떻게 확신하나?"

 

나는 입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제 직감이 확실합니다. 그 친구는 사람을 죽일 만큼 악인이 아닙니다."

 

나의 단호하고 분명한 대답 소리에 사단장은 잠시 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자네, 공수여단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더군."

 

"네, 그렇습니다."

 

"주특기가 정찰이었지?"

 

나는 잠시 나의 전력을 사단장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네, 작은 아버지가 3년 전 퇴역한 군 사령관 아닌가?


예비역 사성 장군의 친인척이 군에 있는데 모를 리가 있나?


그래서 말인데....이 사건 자네가 한 번 조사해 보겠나?"

 


"네? 제가 말입니까? 헌병대도 있고, 관할 경찰서도 있는데..."

 

"난 다른 각도로 이 사건을 알고 싶어.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 줄테니까 별도로 이 사건을 조사해 보게."

 


솔직히 나도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었다.

 

최중사가 이대로 법정에 선다면 그는 분명히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사단에 요청하여 첨단장비인 음파탐지기를 확보하였고, 1명의 장비관리병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나섰다.

 

마을 외곽의 허름한 단독주택이 띄엄띄엄 있는 곳에 최중사는 살고 있었다.

 

족히 50년은 넘게 보이는 허름한 기와집이었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잘 단장이 되어 있었다.

 

사건 현장에는 이미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어 있었고, 몇 차례 조사가 끝났는지 현장에는 경찰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집 안에 들어서자 역한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사체만 치워졌을 뿐 현장은 그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바닥과 벽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다.


특히 벽에는 누렇게 변색된 작은 유기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것이 살해된 최중사 여자 친구 머리에서 튀어나온 살점이나 뼛조각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구역질이 쏟아져 나왔다.

 

밖으로 급히 뛰쳐 나온 나는 집 앞 화단에 연신 헛구역질을 했다.


그것이 3일 전에 나에게 밥을 차려주고, 나와 대화를 나누던 여자의 파편이라니.......


나는 헛구역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에 동행한 장비병인 김석우 병장이 나를 보고 괜찮냐는 듯 묻고는 히죽거리는 웃음으로 비아냥거렸다.

 

 

"중대장님, 비위도 참 약하십니다."

 


"닥쳐 임마!!"

 


내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180 이 넘는 우람한 체구의 김병장은 계속 손으로 입을 가리며 히죽거렸다.

 

나는 사건 현장에서 나와 최중사의 주변 이웃들을 조사했다.

 

옆집, 뒷집 모두 조사해 봤지만 특이한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밤, 주변 이웃들은 아무도 싸움소리나 듣거나, 살인사건이 일어날 만한 어떠한 징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내가 궁금해 했던 가장 큰 의문점인 아기 목소리를 찾는데 실패했다.

 

주변 이웃들은 모두 연로한 노인들이거나, 자식들이 최소 중학생 이상인 중년의 부부들만이 살고 있었다.

 

최근까지 아기가 집에 있었거나, 현재 아기를 키우는 집은 단 한 집도 없었다.

 


낮부터 구름이 몰려오는 듯 싶더니 저녁이 되자 이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변 조사를 마치고 사건 현장 집의 처마 밑에서 잠이 비를 피하고 있던 김병장과 나는 빨리 비가 멈추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대장님. 왠지 으스스합니다. 오늘은 그냥 부대로 복귀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비가 장난 아니게 내리는데 이거 차 몰고 부대까지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천천히 몰고 가면 됩니다."

 

"그래 가자"

 

우리는 주차되어 있는 차를 향해 힘껏 달렸다.

 

20여 미터를 달렸을 뿐인데 속옷까지 빗물에 젖은 느낌이었다.

 

"와...이거 비가 장난 아닙니다. 앞이 하나도 안보입니다."

 

시동을 켜던 김병장이 얼굴을 앞유리에 들이대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하늘을 주시하며 말을 했다.

 

차량의 와이퍼가 빠른 속도로 작동하고 있음에도 바가지로 퍼붓는 듯한 빗줄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아 차량은 움직일 수가 없었고, 시동만 켜 놓은 채 우리는 쏟아지는 장대비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젠장....이거 걸어가는게 더 빠를지 모르겠군."

 

"중대장님, 그런데 음파탐지기는 왜 요청하신 겁니까?"

 

"너 말 잘했다. 그 기계 한 번 작동시켜봐."

 

김병장은 뒷좌석에 놓인 사과박스 크기의 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나는 뭐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예전 공수여단에서 근무할 때 한 두번 본 것 빼고는 전혀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 이거 어떻게 사용법을 알고 있냐?"

 


나의 질문에 김병장은 기계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작동시키더니 헤드폰을 머리에 얹고 말을 이었다.

 

"제가 한미 연합사 훈련에 파견 나가서 배워 온 겁니다. 이 장비는 사단에 없어서 군단에 요청한 걸로 들었습니다.


이게 말입니다. 소리가 나면 그 소리가 사람 소리인지 기계소리인지 구별을 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예를 들어 건물안의 보이지 않는 곳에 누가 숨어있어도 찾아낸다는 것 아닙니까?


미군 애들은 장비 하나는 정말 끝내줍니다."

 

"나도 다 알아 임마."

 

"그런데 진짜로 왜 이걸 요청하신 겁니까?"

 

"필요할 일이 있어."

 

어둠 속에 파묻힌데다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장대비가 사정없이 쏟아지자 슬슬 나는 부대 복귀가 걱정되었다.

 

게다가 사건 현장 옆에서 차를 세우고 있으니 이젠 나까지 으스스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이대로 마냥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김병장에게 출발할 것을 명령하려는 순간 갑자기 김병장이 차량의 시동을 꺼 버렸다.

 

"김석우, 너 왜 시동 꺼?"

 

그는 내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나를 한 번 빤히 쳐다보더니 헤드폰을 낀 머리를 음파탐지기의


모니터에 가까이 하며 뭔가를 살피고 있었다.

 

"야, 김병장!!"

 

나의 부름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세우며, 나에게 조용히 할 것을 부탁했다.

 

"중대장님............"

 

그는 가는 숨소리로 나를 부르더니 수신기를 이리저리 돌려 방향을 맞추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 안 들리십니까?"

 

"무..무슨 소리?"

 

내 귀에는 차 위로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애기 울음 소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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