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최 선배를 찾아갔다.
내 얘기를 들은 그는 예상외로 상황이 심각해 보였는지 바로 친구녀석의
기숙사방으로 왔다.
"미안하다.. 내가 그런거 가르쳐 주지만 않았어도...
솔직히 그거 가르쳐주면서 니네들이 불러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야..그냥 꿈이야.. 귀신 아니다..."
"형.. 그런 꿈때문에 둘이서 지금 2주를 시달리고 있잖아요.. 잠도 못자고.."
방장형과 친구는 그 이후로 잠을 더욱 못자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게 수척해
보였다.
"진짜.. 이 소혼술 귀신 부르는 거 맞냐?"
방장형이 최 선배를 보며 힘없이 물어 보았다..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솔직히 나도 궁금해서 해보고 싶긴했는데...
영혼이라는 것을 불러낸다는 게... 그렇잖냐... 우리 단체에서도
금지하고 있고...난.. 이해가 안간다... 니네들 닭피 썼다며...
혹시해서 그렇게 말한건데...
나 일부러 닭피라고 가르쳐 준건데.. 귀신들은 닭피 싫어하거든...
근데 내 생각엔 지금 니네들한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잡귀같아.."
"아니.. 우리 피도 썼다.."
"뭐?!!!"
최 선배는 적지 않게 놀라는 듯 했다...
"둘다?"
"어..."
"아주.. 귀신 씌일려고 작정을 했구만...여기 주위에 잡귀가 얼마나 많은데"
(학교 주변이 음기가 세다는 말이었다.)
"여하튼.. 일단 내가 부적을 하나 써줄게...이거 창문에 붙이고..
학교 뒷산에 보면 복숭아 나무 있지? 거기서 나뭇가지 몇개 가지고 와서
방에 나둬라.. 그러면 몇일 있다가 물러 날거야..."
최 선배는 방장 형에게 그렇게 일러준 뒤 우리 셋은 학교 뒷산에 있는
복숭아 나무에서 가지 몇개를 부러뜨려 방으로 가지고 왔다...
이틀 후, 친구 놈에게 전화를 했다..
효과가 있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꿈에서 창 밖으로 남자가 보이긴 하는데
저번과는 달리 밖에서 빙빙 돌며 서성거릴 뿐 쳐다보지를 않더라는 것이다..
마치 무언가 불안한 사람처럼....친구는 효과가 있다는 것 같다며..
한숨을 놓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데... 기숙사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방장 형과 친구놈이 보였다.. 무언가 많이 불안해 보이는 사람들 처럼..
멀리서 봐도 어두운 그림자가 둘에게 씌여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건 담배를 비벼 끄고 들어가는 방장형이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이었다. 바로 방으로 찾아갔다..
"형..왜그래요?..."
친구는 얼굴을 보니 막 울었던 것 같다.
방장형 역시 넋이 반은 나간사람이었다..
"*... 잡귀 주제에...어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내가 왔는지 안왔는지도 신경쓰지도 않은채
창 밖만 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형이 내게 알려준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방장형이 어제도 마찬가지로 부적과 복숭아 나무의 효과를 믿으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날 꿈에 마침 그 남자가 나오더란다...
또 한참을 창 밖에서 서성거리던 그 남자 귀신은...갑자기...
뭐라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소리를 지르더란다..
참고로 형 침대가 방 창문 쪽에 붙어 있어서 다리를 창 쪽으로 하고 잔다고
했다..
그러던 중 그 남자 귀신이 눈을 부릅떠며 형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창 쪽으로 달려 들더란다..
"가자!! 나랑 같이 가자!!! 어서!!!"라며 소리를 지르면서 창문안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어 방장형의 다리를 잡아 당기더란다..
기겁을 한 형은 소리를 지르며 침대 난간을 잡고 버텼는데 그 힘이 얼마나
세든지 몸이 반은 창문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싸늘한 느낌..
형은 울면서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끌려 나갈려는 찰나에 마침 친구가
깨웠다고 했다...(형이 자면서 몸을 부르르 떨며 이상한 소리를 내더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어났더니 다리가 몹시 아픈게 걷기가 힘들정도 였다고
했다.
"조금만 더 있다간 우리 둘다 그 귀신한테 끌려 나갈지도 모르겠다...
나.. 살다가 정말 ....그말이 맞네...분신사바고 뭐고 장난으로라도
심각하게 하지 말라던 것....그 이유를 알겠다.."
방장 형은 이제 너무 힘이 든다며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소름이 너무 끼친 나는 한 걸음에 최 선배에게 연락을 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역시 사람 피로 불러내어 쉽게 떨어지지 않을 모양이네요..걱정입니다..
잠깐 본원에 다녀 올테니 둘보고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요...
저녁 전에 돌아올테니..."
최 선배는 그렇게 돌아가더니 저녁 9시가 되서 방으로 찾아왔다..
"미안하다.. 내 잘못이네... 지금 본원에 같다왔다...상황이 많이 심각하데.."
최 선배 말로는 지금 이 소혼된 귀신은 한이 맺힌 남자 귀신으로 아마도..
그 기숙사 폐허 건물과 연관이 있다는 싶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폐허 건물 근처에서 몇해전
순찰을 돌던 기숙사 경비아저씨가..살해를 당한적이 있다고 했다..)
"하필이면 불러낸게 한 맺힌 악귀라고...쉽게 물러가지 않을거라고 하더라...
무지하게 혼나면서 이거 하나 들고왔다.. 이거면 백이야.. 귀한 거거든.."
그러면서 최 선배가 보여준건 노란 색에 빨간색으로 무언가가 가득 적혀있는
부적이었다.
이 부적은 여느 부적중에서도 어떠한 악귀도 몰아낼 수 있다는
천하무적 관운장 주라고 했다..
이건 부적 재질도 닥나무로 만들어 진것이라고 하며 빨간색 글씨도..
무슨 경면주사인가 하는 광물질에다가 닭피를 섞어서.. 실력있는 무당이..
조심스럽게 써 내려간 아주 귀한거라고 했다.
"천하무적 관운장 의막처 근청 천지팔위제장"이라고 시작하여 무슨 "어울령
사파야"라고 끝을 맺으며 최선배가 주문을 외웠다.
둘은 그 와중에도 넋 나간 사람처럼 허공만 바라볼 뿐.. 아무런 의지가
없어 보였다.. 저렇게 두다간 조만간 그 귀신에게 씌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거 창문에 붙여 놓을게...그리고 이건 본원에서 가지고 온 회화나무..
이거도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구...오늘 밤 한번만 더 견뎌봐라...
혹시 어제 같은 또 벌어지면 한번 싸워봐...이번엔 승산있어..."
최선배의 그말에 방장형과 친구는 그냥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다음날,
아침일찍 친구 방으로 갔다...
친구는 역시 식은땀을 흘리며 앉아있었고.. 방장형은 아직 자고 있었다..
"어지간히 소리를 지르더라.. 효과가 있나봐... 자꾸 뒤로 물러나더라고.."
같이 가자!!라며 그 남자 귀신은 친구에게도 소리를 지르며 창쪽으로 달려
들었는데 무언가에 엄청 놀랬는지 뒤로 확 눌러나며 앞으로 좀처럼
나오지를 못하더란다....
"그래서 나도 소리를 질렀지.. 꺼지라고 ... 있던 곳으로 가라고..
여기는 사람사는 곳이니까..."
친구는 그렇게 희미하게 웃으며 또다시 잠에 들었다.
그렇게...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도 남자 귀신은 모습을 계속 보였지만 이제는 위협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울면서 혼자 소리만 지르더란다..그렇게.. 그 영혼 - 악귀인지 잡귀인지.
그들이 장난으로 불러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어준 그 남자 귀신은...
(우리는 몇해전 거기서 살해당한 경비원 아저씨라고 했다.)
친구와 방장형에게 불러내어져 그들에게 다시 쫓겨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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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친구는 바로 군대를 갔고 안타깝게도 그 방장형은 몇달 후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 형은 사고 전까지도 충격에서 헤아나지 못한듯..
많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었다.
이 사건은 그 대학교 기숙사에서는 전설적으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로...
그 남자 귀신을 보러 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폐허 기숙사 건물에
가봤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 나도 군대를 갔고 바로 미국으로 공부하러
나오는 바람에 그 일은 옛날의 기억 저편으로 넘어갔다..
아마.. 그 학교 학생이라면 이 이야기를 알것이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내가 위에서 언급한 저런 일들을 그 학교 기숙사에서 만큼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사람 피로는...절대 장난 치지 말것을....
[출처] 귀신소혼술vs천하무적 관운장 주 (마지막)-실화|작성자 카이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