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회사 입사하고 한 1년후에 아반떼를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첫 차라 운전도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었겠지요.
근데 몇 달 몰다보니까 슬슬 자신감이 생긴겁니다.
시골집이 경북 안동인데, 대략 서울서 세 시간 정도 걸리더라구요.
어느 날, 제사를 안동에서 지낸 후에, 저녁 9시쯤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한 5년전 이야기라, 중앙고속도로가 생긴지 얼마 안되었을 때입니다.
요즘은 제법 차가 있습니다만, 그때는 거의 그 긴 고속도로에 나 혼자 달릴 정도로
차가 거의 없었지요.
덕분에, 제대로 밟았습니다. 150킬로미터까지 첨 밟아보았죠.
처음에는 이 중고차가 제대로 나가나 싶어 겁나다가,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속도를 마구 올리게 되더군요.
계속 고속도로를 그렇게 달리다 보니, 속도감각이 무뎌진 겁니다.
호법분기점에서 이제 중부고속도로를 타게 되었습니다.
중부고속도로는 제 1중부가 있고, 제 2 중부 고속도로가 있잖아요.
제 2 중부를 탄 다음에 조금 더가면 또 우측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올라가면 옆에 차선과 합류하게 됩니다.)
아무 생각없이 140킬로로 달리며 저 앞에서 보이는 표지판을 보면서
'아 이쪽으로 가면 이천 방향인가 보다' 하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데,
우측으로 도는 코너가 제법 급한 겁니다.
이미 핸들을 천천히 돌릴 때는 지났고, 살짝 급하게 핸들을 우측으로 휙 틀었죠.
속도는 생각을 못한 채. 시내주행하듯이 핸들을 튼 겁니다.
이때부터 차가 제어가 안되더군요. 뒷바퀴 쪽이 왼쪽으로 미끄러지더군요.
뭐 정신없이 본능적으로 핸들을 다시 왼쪽으로 틀었다가 다시 우측으로 틀었다가 하니까 차가 두어바퀴 빙빙 도는데,
머리 속으로는
'이거 죽겠구나'가 아니라
'차 전복되면 내일 출근해야되는데 여기서 어떻게 가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그 순간 스치더군요.
차가 빙빙 돌더니 딱 멈추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차가 고속도로에서 멈추었다면, 그 다음 오는 차들로 인해 아마 대형 사고가 났을 겁니다.
그런데, 다행히 옆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 빗금친 안전지대에 차가 딱 멈춰선 겁니다.
제가 헤드라이트 킨 채로 거기 멈춰서 멍하니 있으니까 트럭들이 빵빵 거리며 지나가더군요.
다행히 제 뒤에는 아무도 따라오는 차가 없었습니다.
손은 덜덜덜 떨리는데,,, 입에선
'아우 죽을 뻔 했네.. 아우 죽을 뻔했네..' 이 소리만 계속 나옵디다.
다시 정신차리고 출발했는데, 도저히 속도를 못 내겠더라구요.
집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까 안동서 서울까지 딱 두시간 걸렸습니다.
무지하게 밟은 거죠.
죽다 살아난 이 경험이 제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속으로 주행할땐 절대로 핸들을 급하게 돌려선 안된다는 것.
차 모시는 분들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