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포병군단 작성일 11.02.17 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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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학교 개학식이다.

이제 고3이 되는 나는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처음으로 술을 마시며 신나게 놀았다. 친구들과 놀다가 취기가 올라 비틀거리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웃기 시작했다.

"얼마나 마셨다고 벌써 취하냐. 크크"
"얘도 취한 거 같고 시간도 늦었으니까 이제 집에 가자"
"그래 내일 학교도 가야지 아쉽지만 다음에 또. 크크"

친구들과 헤어진 나는 버스가 끊겨서 집을 향해 투덜거리며 비틀 비틀 걷고 있었다.

"지들은 얼마나 잘 마신다고!? 아 눈이 핑 돈다."

한참을 걸어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미용실이 보였다. 그 미용실은 내가 좋아하는 예쁜 누나가 일하는 곳이라서 거의 매달 머리를 자르러 가는 미용실 이였다.

평소에 10시면 문을 닫는 미용실이 12시가 넘은 지금까지 열려 있는 것이 의아했지만 방학동안 기른 머리도 자를 겸 예쁜 누나도 볼 겸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나를 부르니 물소리와 함께 미용실의 반을 가르고 있던 검정색 커튼이 젖히면서 미용사가 나왔다. 그런데 예쁜 누나가 아닌 다른 미용사였다. 아마 예쁜 누나는 다른 손님의 머리를 감겨주는거 같다.

이 시간에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있다는 게 신기하게 생각하며 의자에 앉았다.

"가위반삭 해주세요."
"머리……."

미용사가 머라고 중얼거렸지만 머라고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미용사는 가위를 들고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거울로 이것저것을 보다가 구석 쪽에 미용 연습용 마네킹 머리가 보였다. 4개 중 유난히 하나가 눈에 뛴다. 머리가 길고 엉클어져있다. 엉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마네킹의 눈, 코, 입……. 어디선가 본 듯하다. 머리가 어지러워 어디서 본지 생각나지 않는다.

갑자기 온몸에 돋는 소름…….오줌보가 터질 거 같다…….
머리를 다 자르려면 아직 많이 남은 거 같다.
머리 모양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미용사가 거울로 내 얼굴만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너…….봤지?"
"네? 뭘요?"

문득 커튼 안쪽에 직원용 화장실이 있을게 떠올랐다.
근데 무슨 머리를 이렇게 오래 감기는 걸까…….여자 손님일까?

"…….자르자"

미용사가 머라고 말했지만 화장실 생각에 듣지 못했다.

"저 죄송한데 직원용 화장실 좀 쓸게요."

급하다. 얼른 화장실에 가야겠다.

커튼을 젖히는 순간 난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를 감을 때 눕는 의자에는 미용사의 옷을 입은 머리 없는 여자의 몸이 누워있었다…….

그 순간 미용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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