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친구 분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육이오가 끝나고 몇 년이 지났을 때였다고 합니다. 아주머니(그러니까 어머니 친구 분)의 친척 분께서 주무시는 데
자정이 지났을 무렵,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들기더랍니다.
친척 분께선 '이 밤중에 누구지?' 하며 눈을 비비며 문을 열었는데, 어떤 남자가 대뜸 "**씨 되시죠?“ ”지금 당숙이
돌아가셔서 부고를 전하러 왔다며 빨리 가셔야 겠습니다“ 라고 하더랍니다.
친척 분께선 평소 친분이 있던 터라, 곧바로 옷을 추스르고 나왔더니, 부고를 전하러온 분께서 자전거와 함께 기다리고
계셨답니다.
이윽고 자전거 뒤에 올라타서 당숙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양쪽 뺨이 얼얼했답니다.
‘아니, 이게 먼일인가‘ 싶어 정신을 차려보니, 웬 취객이 입에 술 냄새를 엄펑 풍기면서 “당신 지금 어디가?
친척분의 뺨을 때리고 있었답니다.
친척 분께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금 이게 뭐하는 겁니까! 난 지금 이 분과 상갓집에 가야 되요!” 라고 고개를
돌렸더니만... 아니 이게 웬일! 아까 있던 사람과 자전거가 사라진 것입니다.
취객은 “이 사람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먼! 하면서 지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셨는데 데, 친척 분께서는 너무
놀라서 등골이 오싹했다고 합니다.
방금 전, (취객)아저씨께선 집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친척 분께서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오더랍니다.
그래서 ‘저 친구도 나만큼이나 취했군. 하면서 얼굴을 보는 데, 헉... 그 친척 분 눈동자가 뒤집혀서 흰자위만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아저씨는 ‘이 사람이 뭐에 홀렸구나‘ 하고 뺨을 때리신 것이죠. 그리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친척 분께서 가려고 했던 방향이 낙동강이었답니다.
당시 낙동강은 전쟁으로 인해 강물이 핏빛을 물들 정도로 치열한 전투에 있어서 많은 시체가 나왔었는데,
아마도 친척 분께선 낙동강의 그 누군가에 홀린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