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에 눌린건지.. 귀신을 본건지

대부호 작성일 11.09.05 21: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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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5월 갓 제대하고 하릴없이 빈둥빈둥하다가
저보다 두어달 늦게 입대한 친구놈이 생각이 나더군요.

 

"아.. 이놈 제대했을텐데 연락이 없네."

 

그리 멀지않은 그 친구의 집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했는데,
집이 비어 있더군요.


오래전에 떠난듯 빈집으로 남아 있더라구요.
친구집 바로 옆이 구멍가게여서 종종들렸던 터라
담배도 살겸 방문해서 주인아주머니와 인사하고
친구놈 소식도 물었습니다.

 

다른건 모르겠고.. 친구놈이 입대하고 얼마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겁니다.
그 뒤로 빈집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연락도 전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전세보증금도 찾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일이지.. 하며 집으로 돌아온 후 며칠을 보냈습니다.

 

집에서 눈치도 보이고 제대하고 용돈타는것도 민망할 찰나에
아파트 외벽공사에 일용직으로 일을 하게 되어.. 별 생각없이 나갔습니다.
한참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어느덧 점심때더군요.
함박집에서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어 허겁지겁 들이키던 찰나에
친구놈을 본 겁니다.

 

이 놈의 자식도 오늘 처음 나온겁니다.
정신없이 군생활얘기하고 이래저래 근황 묻다가
조심스레 친구놈 어머님에 대해 물었죠?

"돌아가셨다면서..."

친구놈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일 마치고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일 끝내고 공사판 근처 호프집에 들렀습니다.
시원하게 생맥 두어잔 연거푸 들이킨 후
친구놈 갑자기 저보고 비시시 웃습니다.

"갑자기 왜 웃어? 미쳤냐?"

이놈아 본래 인상이 좋은편이 아니었던 터라 괜시리 소름끼치더군요.
분명 입대전에 보지못한 웃음.. 그놈아가 아니었습니다.
많이 변했더군요.

 

덜 취했더라면 그냥 집으로 갔을터인데..
공사판일이 좀 힘들잖아요.. 거기다 둘다 취기가 상당히 올라온상태였으니..
친구집에서 한잔 더하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친구집으로 향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잠깐 잠들었나 봅니다.
가는 도중 잠깐 깨어 눈을 떠보니.. 고속도로를 타고 있더군요..

 

"뭐야.. 어디가는겨?"

친구 왈, "우리 집 이사갔다...."

"그래?..."

 

그렇게 택시가 고속도로에서 빠져서 국도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로
향하더니 웬 폐공장같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 폐공장 뒤쪽으로 돌아서니 2층집 한채가 있더라구요.

 

막상 택시에서 내리니... 이건 뭐..
멀리 보이는 가로등의 불빛뿐, 완전 암흑천지 입니다.
불빛하나 없이 컴컴한 2층집도 얼마나 을씨년스럽게 보이던지..

그래도 술김이었는지... 그냥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큰집에 혼자 살고 있더군요..

 

어찌되었든 둘이서 거실에서 집에 있는 온갖술 다 가져다 놓고
마시다 뻗었습니다.

한두어시간 잠들었나 봅니다.
갈증이 나서 잠에서 깨보니 불이 꺼져 있더군요.

 

친구놈은 쇼파에 누워서 자고 있고,, 저는 거실바닥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1층 거실창문이 꽤 컸는데,, 달빛때문인지 창밖으로
집앞마당이 넓게 보이고, 그 뒤로 3층 높이정도의 폐공장이 보이더군요.
누워서 보는데 그냥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친구가 누어있는 쇼파 뒤쪽으로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자는게 좋을것 같아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창문이 하나 있는데.. 창문좀 열어놓고 머리를 창문 쪽으로 하고
바로 누웠습니다.
어느새 금새 눈꺼풀이 내려 앉더라구요..

 

그러던.. 순간..
눈꺼풀이 내려 앉는 순간.. 그 느낌 아실겁니다.
너무 졸려서 눈꺼풀이 자동으로 막 내려갈때.. 그런느낌..

머리위로 반쯤 열어놓은 창문에서 차가운 기운이 내려오는 겁니다.

'어.. 찬바람이 많이 들어오네... 좀 닫어야 겠다..'

이 생각으로 눈을 딱 뜨려는 순간 눈이 움직이질 않는 겁니다.
아.. 그 순간 뭐야 가위 눌렸나...
제 평생 가위 눌려본 순간이 그때 뿐입니다.

 

머리위에서는 찬기운이 더더욱 정수리쪽으로 자꾸 들어오는 느낌..
냉동실에 머리 박고 있는 느낌..(ㅋㅋ)
그 순간 눈이 딱 떠지더라구요..
그런데 이게 뭔지.. 모든 벽이 반정도 투명해져있는 겁니다.

친구놈이 쇼파에 누워있는게 보이더라구요..
제가 누워있는 방에서 거실이 보이고 주방이 보이고.. 건물 바깥쪽까지 보이는 겁니다.
순간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지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줄 흐르는 느낌..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아까 거실에서 깨었났을때 창문밖으로 보이던 폐공장..
보이지 않던 폐공장의 문이 서서히 선명해지더군요..
제가 누워있는 곳에서 정면으로 30~40m정도..

 

갑자기 철문이 서서히 열립니다.
문이 어느정도 열리자 뭔가가 보입니다.
하얀물체..

'사람인가?'
'폐공장이 아닌가?' '누가 늦게까지 작업하고 이제 퇴근하는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던 찰나에
그 하얀물체가 서서히 집앞마당 쪽으로 나옵니다.
이제 뭔가가 보입니다.
아니 그때부터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하얀소복을 입은 할머니였습니다. 머리는 백발에 비녀로 단정히 꽂고 있습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리를 지를려고 하는데..
제몸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움직이질 않더라구요..
하지만.. 제눈은 그 할머니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고 웃습니다. 씨이익....
집 앞마당쪽으로 천천히 걸어옵니다.
이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저에게 다가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지..
발버둥치고 친구를 불러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움직이질 않습니다.

노인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은채 저에게 다가옵니다.
저는 미칠것만 같습니다. 완전 땀으로 젖을 정도였습니다.
제 앞에 섰을때.. 잠시 저를 보더니..
다시 한번 씨이익....

 

그리고, 저의 발 끝에서 뒤돌아섭니다.
그러더니.. 그 노인은 저에게 눕더라구요..

'이 미이친 할멈이 내 몸에 들어올려는 거구나'
'이게 귀신들리는 거야..'

노인이 완전히 누워 제 몸속으로 들어올려고 하는 느낌..
저의 육체와 노인의 영혼이 합쳐질것만 같은 느낌..
어떻게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움직이려고 발버둥치는데.. 소용이 없으니..
몸이 덜덜덜 떨리더라구요..
정말 귀신들리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를 불렀습니다.
있는 힘껏 대여섯번 시도하니까..
이게 목소리가 나오더라구요..
친구가 들었나 보더라구요..
깨어나더니.. 저를 부르며 방으로 뛰어 들어오는게
보입니다.
저를 막 흔들어 깨웁니다.

 

그 순간 그 노인 갑자기 휙 일어나더니..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깨어났습니다.

온몸이 젖어 있더군요.. 방바닥이 미끈거릴정도로 땀을 흘렸더군요.
친구가 제가 몸을 부르르 떨고 있고..
친구이름을 불렀다고 하더라구요.

 

멍해서 거실로 나가보니.. 새벽5시가 안된시간이더군요..
이 시간에 집에가기도 그렇고 동이 틀때까지 눈뜨고 버틸려고
남은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다, 친구랑 소주한잔 더 하면서 잠들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니까.. 어제 그런일이 있었나 싶을정도로
거실로 들어오는 햇볕이 너무 좋더라구요..
아침 찬공기도 너무 좋고.. 어제일은 꿈이었나 싶을정도로..
집안이 훤했습니다.
천천히 일어나서 어제 제가 누워있었던 방으로 들어가서 옷가지좀
가지고 나오려던 찰나에 책상위에 사진이 있더라구요..
얼핏 멀리서보니까 어릴때 친구놈하고 친구엄마가 같이 찍은 사진같더라구요.
가까이 가서 사진을 들어올리는 순간...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어제 봤던 그 노인이 친구어머니였습니다.

 

아침밥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도망나오듯 콜택시타고 집으로 왔네요..
택시타고 나오면서 공장을 보니 불이났었는지.. 여기저기 그을림의 흔적들..
그 친구하고도 연락도 끊어지고..
십년이 지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쫙 끼칩니다.

 

몇년전에 들었는데.. 그 친구 큰형이 어류가공을 했는데..
사업이 부도가 나고, 공장에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살을 했다는 소리도 있고........... 그 친구와 친구어머니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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