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겪은 경험담

쭈구렁탱이 작성일 11.11.01 18: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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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서 혼자 자취하는 자취생입니다.
지난 주말, 감기 기운 때문에 주말인데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평소에 낮잠을 잘 안자는 편이지만, 감기 때문에 힘도 없고, 점심먹고 약먹고 나니 잠이 몰려오더라구요.그래서 블라인드를 내리고 불을 끄고 방을 좀 어둡게 한 다음 잠을 청했습니다(반지하라 불 끄고 블라인드 내리면 어둑어둑해짐).다른 때 같았으면 억지로 자려고 해도 잠이 안오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누운 지 몇 분도 안되어 잠이 오더라구요.
얼마나 잤을까.. 어떤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잠은 깼지만 감기기운 때문인지 몸은 뒤척이지는 않고 어렴풋이 눈만 떠 졌어요.근데 좀 전에 들렸던 그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소린가 누운채로 들어보니 다름아닌 제 방 문 손잡이를 잡고 덜그럭거리는 소리였습니다.
제가 사는 반지하 방 구조가.. 현관문을 들어서면 주방 겸 복도가 있고, 현관 맞은편에 방 문이 있거든요.근데 좀 이상했던것이.. 현관문은 분명 잠근 상태이고, 방 문은 잠근 기억도 없을 뿐더러, 평소에 방 문을 잠그는 일도 없고, 더군다나 방 문은 열쇠도 없습니다.뭔가 이상했지만, 잠이 덜 깬 상태에 몸상태도 메롱이라 별다른 신경을 못쓰고 있었습니다.그런데 밖에서 문 손잡이를 돌려대던 그 사람이 열쇠로 제 방문을 여는 소리가 났습니다.
철컥..
??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올 사람은 없는데), 열쇠는 또 웬건지를 생각을 못했습니다. 문 손잡이를 잡고 덜그럭거리다가 문을 따고 방으로 진입하기 까지는 불과 수초도 걸리지 않았으니까요...정신이 비몽사몽한 상태라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겁만 조금 났을 뿐, 일어나지도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그렇게 들어온 그 사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제 침대 옆에서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맴도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운이 없어 고개를 그쪽으로 돌려서 보지는 못하고 소리만 들었습니다.방바닥 장판의 소리로 보아 맨발이고, 그 나일론 같은 소재로 된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는지 걸을때마다 슥슥하고 소리가 납니다.
처음엔 전혀 뜻밖의 상황에 겁이 났지만, 그 사람이 걸음질을 하면서 생기는 반복되는 소리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덕분에 잠은 다 깼고, 도둑이나 강도 이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벌떡 일어나서 뭐라도 반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몸에 힘을 주었습니다.그런데 몸이 안움직입니다. 그때서야 가위에 눌렸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평소에는 가위를 눌려도 그냥 몸만 안움직이는 정도일 뿐, 이렇게 뭔가가 보이거나 들리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고 나니 좀 전의 짜증은 다시 두려움으로 변했습니다.그때 방금 제가 움찔 했던걸 느꼈는지, 뺑뺑이 돌고 있던 그 사람의 발 소리가 멈추고, 침대로 가까이 다가오는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움직이지 않는 몸은 일자로 누워있고, 그 사람이 제 옆에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게 느껴졌습니다. 눈동자를 굴려서 확인이나 할까 생각도 했지만, 눈동자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에라 모르겠다 있는 힘껏 몸에 힘을 주자, 가위 눌림이 사라졌고, 옆을 바라보니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지금도 조금 섬뜩하긴 합니다.빙의나 이런게 몸이 허한 사람한테 된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것 같기도 하구요.한편으론 섬뜩하고 무서운데, 한편으로는 상황이 조금 우습기도 했습니다. 츄리닝 입은 사람이 방에 들어와서 한쪽에서 뺑뺑이 돌고 있는 상황이라니...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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