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11.12.29

다르나서스 작성일 11.12.30 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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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위에 눌렸다. 정말 오래만에 눌린 가위였다. 오래만에 눌린 가위라서 그런지 처음으로 귀신이 찾아왔다. 내가 보았던게 귀신인 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만약 내가보았던 형체가 귀신이라면 나는 21살에 마주했던, 눈자위가 꺼멓게 비어있던 그 여자 이후로 두번째로 보는 귀신이다.

 OO이와 OO와 삼겹살에 술을 마신후 밀려있는 과제를 냅두고 먼저 잠이들었다. 29일의 첫번째 잠이었다. 12:00경 밀려오는 잠을 뒤로한채 일어났다. 그 뒤로, 계절학기의 고달픈 과제들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 5:00시경 3번째 과제의 영감이 더이상 떠오르지 않아 잠을 청하기로 했다. OO학사의 2층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자 하는 찰나에, 아 가위가 오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지금까지 가위에 많이 눌려봤음에 어느정도 내성이 있기에..

하지만, 이번에 온 가위는 조금 달랐다. 나는 분명히 눈을 떠있었고, 코를 고는 룸메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위가 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에 조금 움직이면 어짜피 풀리겠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내가 잘 못 생각했었던것 같다. 이번엔 뭔가 달랐다. 눈을 뜨고 있음에 뚜렷히 본, 희멀건 형체... 가위가 진행됨에 있어 내 다리 즈음에서 또렷히 보이던 배경에, 희멀건 형체가 나타나더니 가위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검은색 형체가 보였다. 이건 사람의 형체였다. 분명히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껏 눌렸던 가위와는 달리,(지금껏 눌려왔던 가위는 분명 육체와 정신이 분리됨이 존재하긴 했지만, 나를 누르는 느낌이 있었다.) 나를 육체에서 끄집어 내려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쪽에서부터 하늘로 붕 뜬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름이 끼쳤다. 이번가위에 보이던 저 시커먼 형체에게 그 행위를 허락한다면 나는 마치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이 검은색 형체는 나에게 5번이나 찾아와서 같은 짓을 반복했다.

 잠결에 두렵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신비한 경험이다. 무섭지는 않다. 이 세상에는 내가 단정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분명 존재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끼기에 다음번에 이러한 경험이 다시 한번 생긴다면, 나의 영혼을 내어주고 그 다음에 생기는 일들을 관망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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