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청구야담]우 임금을 만난 포수(問異形洛江逢圃隱)

쭈구렁탱이 작성일 12.01.16 13:36:37
댓글 7조회 5,043추천 8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퍼왔습니다.

읽을수록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 듯 해서 여기까지만...



출처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327/read?articleId=13534335&bbsId=G005&itemId=145&pageIndex=4


----------



박천의 한 포수가 묘향산에서 사냥을 했다.


묘향산은 큰 산이어서 인적이 미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포수가 사슴 한 마리를 보고 거의 잡을 뻔 했으나 결국 잡지 못했다.




하루 종일 쫓아다녔지만 결국 사슴을 잡지 못하고 떠돌다 깊은 산 속 골짜기에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날까지 저물어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위태로운 상황에 겁을 먹고 있는데, 깎아 세운 듯한 골짜기 가운데 작은 길이 있어 앞으로 몇 리를 나아가니 초가집 한 채가 있었다.




그 집은 12칸이 길게 통해 있었는데, 한 칸만 주방이었을 뿐 나머지는 문도, 창도, 벽도 없이 길게 통해 있었다.


주방에서는 아름다운 한 여자가 저녁밥을 짓고 있었는데, 포수를 보고도 별로 놀라거나 이상히 여기는 기색이 없었다.


포수가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말하자 그 예쁜 여자는 정성스럽게 응대하였다.




포수가 젊은 나이의 치기로 시험 삼아 유혹을 했더니 여자 또한 부끄러워 하는 기색이 없어 쉽게 관계를 맺었다.


잠시 후 여자가 저녁밥을 내왔는데 반찬은 곰발바닥, 사슴포, 산돼지 고기 등이었다.


포수가 남자는 없느냐고 물어보자 여자는 [사냥 나갔다.] 고 대답했다.




4시쯤 사람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여자는 바로 뛰어나가 맞이하였다.


포수가 나가보니 거인이 뜰에 서서 등에 지고 온 짐을 땅에 풀어 놓고 있었고, 그 짐의 크기는 집 한 칸만 했다.


그 사람은 몸도 크고 키도 커서 지붕보다 30m는 더 높이 솟아 있었기에 방 안에서는 도저히 그 사람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거인이 아내를 보며 말했다.


[오신 손님을 잘 대접하였소?]


[예, 잘 대접해 드렸습니다.]




거인이 마침내 방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 사람은 키가 너무 컸으므로 방으로 똑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리부터 서서히 구부려 들어와 

그대로 누웠다.


그 누운 길이가 11칸의 방을 모두 채웠다.


그 거인이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누운 것은 그의 앉은 키가 대들보보다 높아 몸을 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인이 포수에게 물었다.


[당신은 오늘 하루 종일 사슴을 쫓았지만 잡지는 못하지 않았소?]


[예, 그렇습니다.]




[당신은 저 여자와 관계를 갖지 않았소?]


포수는 [저 거인이 이처럼 신령하고 거대한데다 내가 지은 죄를 이미 헤아리고 있구나!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하며 사실대로 고하고 용서를 빌었다.


거인이 말했다.




[걱정할 것 없소. 내 비록 저 여자를 이 곳에 두고 있지만 음식을 시중들게 한 것 뿐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았다오. 당신이 그녀와 관계를 가졌다해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니 두려워할 필요 없소.]


그리고 거인은 여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먹을 것을 준비해 오시오.]




여자는 명령을 받들어 조금 전 거인이 메고 왔던 큰 돼지 한 마리를 잘라 큰 그릇에 가득 담아 내왔다.


모두 날고기였고 다른 음식은 없었다.


거인이 고기를 모두 먹고난 뒤, 잠잘 때가 되자 다시 여자에게 말했다.




[저 손님과 함께 자시오.]


여자가 비록 포수와 함께 누워 있었지만, 포수는 의아스럽고 두려운 마음 때문에 밤새 그냥 잠만 잤다.


다음날 아침 다시 그 거인을 보자 그저 사람과 비슷할 뿐, 진짜 사람은 아니었다.




포수의 마음 속에서는 별의별 괴이한 생각이 다 떠올랐다.


날이 밝자 그 거인은 누운 채 여자를 불러 말했다.


[손님의 밥과 내 밥을 같이 차려오시오.]




여자가 명령을 받들어 밥을 준비하여 내왔다.


포수의 것은 밥과 반찬을 익혔으나, 거인의 것은 어제처럼 날고기만 그릇 가득 담겨 있었다.


음식을 다 먹자 거인은 긴 몸을 이끌고 방 밖으로 나왔는데, 마치 긴 이무기가 요동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머리부터 똑바로 기어나온 거인은 바깥 뜰에 나와서야 드디어 앉고 말했다.


[내가 당신의 관상을 보니 정말 복이 대단하구려. 그대가 어제 이 곳에 온 것 역시 내가 유인했던 것이오. 저 여자는 이 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니 두려워말고 데려 가시오. 또 내가 모아 놓은 호랑이, 표범, 노루, 사슴, 곰, 돼지 등의 가죽은 이 곳에 쌓아 놓아도 소용이 없으니 당신에게 주겠소. 그렇지만 당신은 힘이 약하여 많이 짊어질 수 없을테니 내가 힘을 다해서 운반해 주리다.]


거인은 동굴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던 가죽들을 큰 그물에 담아 어깨에 메고 나오더니 말했다.




[당신은 저 여자를 데리고 나보다 먼저 가다가 어느 곳이던 배가 멈추는 곳에서 멈추시오.]


포수가 안주 항구에 이르니, 그 거인도 산더미 같은 가죽을 등에 짊어지고 그 곳에 도착해서 말했다.


[이것들을 팔면 당신들 집안이 평생 먹고 살 재산을 될거요. 나 또한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소. 닷새 후 소를 두 마리 잡고, 소금을 100석 사서 이 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시오. 내가 그 때 반드시 다시 오리다.]




마침내 포수와 거인은 거기서 작별했다.


포수는 배를 빌려 여자와 가죽을 실었다.


여자는 아내로 삼고, 가죽은 팔아서 엄청난 돈을 얻었다.




그 거인이 사람인지 아닌지는 여자 역시 모르는 것 같았다.


닷새 뒤 포수는 소를 잡고 소금을 구해서 약속한 장소에 나가 기다렸다.


역시 거인이 왔는데, 지난번처럼 등에 가죽을 지고 왔다.




거인은 소는 모두 먹어 치우고, 소금 100석은 가죽을 담아온 그물에 넣어 짊어졌는데, 조금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거인은 또 [닷새 후에 또 소금 100석을 가져와서 이 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시오.] 라고 말하고 갔다.


포수는 거인의 말대로 소금을 준비했는데, 혹시 소는 거인이 잊어먹고 말하지 않은 것인가 싶어 소 두 마리도 잡아서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다.




거인은 또 가죽을 등에 잔뜩 짊어지고 왔다.


역시 예전처럼 소금을 그물에 넣어서 가져가다, 잡아온 소를 보고는 보기도 싫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만일 소가 먹고 싶었다면 먼저 내가 말했을 것이오. 이치상 이번에는 당연히 먹지 않아야 하오.]




고개를 흔들면서 가는데, 포수가 절실한 마음으로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니고 또 오랜 친구도 아닌데 당신은 나에게 예쁜 아내와 큰 재산을 주셨습니다. 지금 내가 소를 잡아온 것은 비록 당신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은혜를 갚기 위해 드리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한 입 먹어보지도 않고 가십니까?]


포수가 또 간청하니 거인이 손가락으로 셈을 해보고는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비록 5일의 기한을 늦추더라도 정성을 받아들여야겠구려.]


거인이 고기를 다 먹고 가면서 말했다.


[이제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오. 좋은 것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부디 스스로를 안전히 보호하시오.]




포수가 다시 거인 앞에 꿇어 앉아 길을 막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상대를 대함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입니다. 게다가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마당에 아직 어떤 분인지도 모르겠으니 마음이 아파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은 사람이십니까? 아니면 짐승이십니까? 도깨비십니까? 아니면 산신령이십니까?]


거인이 말했다.




[정해진 법이 있어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오. 그대는 내년 단오날에 낙동강 나루터에 가서 기다리다가 초립을 쓰고 청색 도포를 입은 채 검은 말 위에 앉아 있는 미소년을 만나면 그에게 물어보시오. 그러면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거인은 홀연히 가버렸다.


포수는 한편으로는 이상하고 괴이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슬펐다.




집으로 돌아와 가죽을 모두 팔아버리고, 드디어 평안도 지방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다.


포수는 다음해 단오날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낙동강 나루터에서 기다렸다.


과연 한 미소년이 보였는데, 거인이 말한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포수는 말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고 그 소년에게 거인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은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 분은 우 임금이십니다. 우 임금이 물체로 존재하면 다행이지만 없어지는 것은 불행입니다. 보통 천지의 정기가 변화하여 영웅, 호걸이 됩니다. 임금이 성스럽고 신하가 충직하고 국가가 태평하며 백성이 편안하면,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도 세상을 구할 필요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영웅이 되지 못한 정기들이 모여서 우 임금의 모습을 불러내는 것입니다. 우 임금은 깊은 산 골짜기에 몸을 감췄다가,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액운이 나타날 것 같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 때 소금이 꼭 필요하지요. 우 임금이 목숨을 거두면 정기가 우주에 흩어져 수많은 영웅들이 무더기로 태어납니다. 영웅이 태어나는 것에 어찌 까닭이 없겠습니까? 그가 소금을 달라고 했던 것은 소금을 먹고 죽으려 했던 것입니다. 소금은 첫번째 5일 동안 먹으면 몸이 쇠약해지고, 그 후 두번째로 5일 동안 소금을 먹으면 죽게 됩니다. 그러나 중간에 만약 생고기를 먹으면 5일을 더 버틸 수 있게 됩니다. 우 임금이 두번째에 굳이 쇠고기를 사양했던 것은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 이제 30년 안에 우리나라에 중국 삼국시대처럼 영웅 호걸들이 넘쳐날테니 우리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복은 정말 축하를 받을만 하군요. 우 임금은 당신을 친구로 삼고, 덕 있는 아내를 주었습니다. 그가 그 여자를 범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사람이 타고나는 기는 남자는 양기이고 여자는 음기입니다. 그러나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여자라고 음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자에게는 양기 중에 음기가 있고 여자에게는 음기 중에 양기가 있어서 그 때문에 교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 임금은 완전히 양기만을 가진 신령한 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와 관계할 수 없지요.]




포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무척이나 신기해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소년의 이름을 물었다.


소년이 말했다.


[내 이름은 정몽주입니다.]




그리고 소년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갔다.


이후 30년도 되지 않아 나라 안이 크게 어지러웠고, 수많은 영웅들이 연달아 나타났으니 이것은 죽은 우 임금으로 인한 것이 아니겠는가?


백성들이 전란에 시달려 고깃덩이가 되는 것이 예삿일이었지만, 그 포수만은 온 집안이 무사하여 죽은 사람 하나 없었다고 한다.

쭈구렁탱이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