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별봉이 작성일 12.03.16 13: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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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후회하고 있다.


'절대 이런 흉가엔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어.'


'정말로 귀신이 존재할 줄이야. 난 정말로 몰랐다고!!'


친구와 같이 장롱 속에 숨어 있지만 지금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상황.


'왜 담력 시험 같은 걸 하자고 했을까.'


'하필 그렇게 어른들이 가지말라고 했던 이 집에 들어왔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 들었지만 지금은 다 부질없다.


지금 생각해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친구와 같이 흉가에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을 때 나는 보고 말았다. 


손전등에 비치는 저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2층 계단 위에서 서서 온 몸에 피를 철철 흘리며 원망스런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는 그 귀신을!!


'으어어어' 하는 단말마를 듣자마자 온 몸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순간 놀라 손전등을 떨어뜨려 깨트렸을 때에는 진짜 모든 게 끝장난 줄 알았다.


갑작스럽게 어둠이 찾아오자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으니깐.


현관을 찾으려고 해도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그 때 친구가 재빠르게 움직여 이리로 오지 않았다면 난 꼼짝없이 잡혔겠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지금은 어떻게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엔 없다.


가만히 숨죽여 기다리면 해결되겠지. 지금은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옆에 있는 친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녀석도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손이 땀으로 축축했다.



2.


문을 두드리는 난폭한 소리가 카요코를 놀라게했다.


시간은 심야 3시쯤. 당연하게도 손님일 리는 없다.


자다가 깬 생후 2개월의 아기를 조용하게 하고


겨우 한숨 돌렸다고 생각하자 마자 일어난 일이다.


약간의 짜증과 불안을 안고 현관까지 나가, 현관문의 렌즈로 밖을 살핀다.


그랬더니 문 저편에는 본 적도 없는 남자가 서 있었다.


사내는 아무래도 술에 취한 모양이다.


카요코는 잠시 고민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면 이웃들이 깨버린다.


그렇다고 문을 열고 주정뱅이를 상대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어쩔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자는 궁시렁대면서 계단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집을 잘못 찾았다고 착각한 모양이다. 카요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집에서 나와 주정뱅이가 없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문을 닫았다.



3.


엄마 말 잘 들어봐, 우리 아가.



귤은 한 개가 썩으면


그 주변에 있던 귤들도


눈 깜짝할 사이에 썩게 하지만



양파는 한 개가 썩으면


자기를 희생해서 주변에 있던 다른 양파를 지켜준단다.


그 양파 한 개가 지켜낸 다른 양파는


2, 3개월이 지나도 안 썩어서


원 상태를 유지한대.



너도 양파처럼 훌륭한 아이가 되려무나.



4.


"역시 퍼즐은 멋지다니깐!"


나오토는 전화기로 여자친구랑 통화를 하며 집으로 향한다.



"요즘 혼자살게 되어서, 방에 인테리어 삼아 퍼즐을 장식했거든.


빛을 받은 후에, 어두워지면 빛나는 건데, 그 빛이 몽롱한게 좋다 말이지."


집 근처에 도착했다. 차를 세워둔다.



"요전에도 야근하고 밤에 돌아갔더니, 그 퍼즐이 옅게 빛나서 말야.


어쩐지 마중나와 준 것 같아서 치유받는 느낌이었거든."


신나게 얘기를 하며 현관문을 열고 불을 켠다.



"또 퍼즐 하고 싶어지기도 했고, 다음엔 같은 사이즈로 2000피스인 걸 사볼까."



5.


10년 쯤 전 이야기.



미술 교사였던 언니가 아틀리에용으로


방 두 개에 부엌과 식당이 딸린 고물 아파트를 빌렸다.


거기 살진 않고, 그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빌린 아파트.



모처럼 빌렸는데 비워두면 아까워!


...라고 생각한 나는 언니에게 간절히 부탁해 거기서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생활 첫 날.


두근두근하며 아틀리에로 귀가.


언니가 잊지 말고 문단속 하라고 했으니까


집에 가자마자 현관문을 잠그고 체인을 걸었다.


저녁밥을 만들어 먹고 책도 읽으며 즐겁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자기 전에 한 번 더 현관문을 확인하고, 가스밸브도 잘 잠근 후 잠이 들었다.



잠시 후, 아마 밤 11시 쯤이였던 것 같다. 현관문이 철컥 열렸다.


언니가 들어온 것 같았다.


잠이 덜 깨서 인사도 못 건네고 그저


이런 밤 중에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는데


언니는 내가 자고 있던 방 옆방에 들어갔다.



옆방은 물감이나 캔버스같은 그림 도구들이 있는 방.


이렇게 늦은 밤에도 그림을 그리다니 언니도 참 열심이구나


...하고 생각하다 어느새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언니는 어딜 나갔는지 아틀리에에 없었다.


언니의 그림에 대한 정열은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나갈 준비를 하고 현관을 나섰다.



그 후로, 나는 절대로 그 아틀리에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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