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란건 아무도 없는 버스에서 저절로 불이 켜진 것이 아니고
뚱이가 지른 비명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쇼. 정말 바람소리만 간당간당 들리고 쥐죽은 듯히 조요한
이곳에, 서로의 숨소리마저 느껴지는 살벌한 조용함이 머무는곳에
귀청 찢어지는 단발마의 날카로운 비명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겠습니까.
오나전 정말 심장 벌렁 뒤집어 지는줄 알았습니다.
녀석 엇저녁에 그리 고생했는데 또 이딴 일을 당하니 오죽 하겠습니까만은..
막 담배를 뽑아 올리는 저는 불빛과 비명소리에 놀라 몸이 통제를 벗어났고
뚱이가 뛰는 그 제스처에 내 몸이 부지불식간 반응해 버린겁니다.
즉 같이 뛰어 나가려고 몸이 움직인 것이죠 덕분이 막 뽑아 올린 담배 한 개피는
허공으로 춤추며 튕겨 올라갔고 상체는 앞으로 확 숙여진체 중심이 완전 바닥을
향해 매다 꼽히고 있었죠. 힘껏 발길질을 하고 나서야 앞으로 쏟아지는
상체의 힘을 상쇄 시킬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느껴지는 그 공포감은
실로 글로 써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어제 그 방의 공포감은 진득한 공포감이라면
이건 정말 초극단의 말초신경까지 곧두세우는 그야말로 멘탈붕괴의..
앞서 열라 바바박 거리며 눈발을 차올리며 뛰는 두녀석의 뒷모습이..
그리 아쉽게 느껴 지더군요..
정말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이라고 이따위 ...
정말 극심한 감각속에 한줄이 솟아오른 용기가 있었죠.
사모는? 사모는 제 뒤쪽에 있었습니다. 엄마야 하는 비명도 들었었죠.
뒤를 돌아 봐야 하는데... 왜 그렇게 뒷골이 무거운지 고개가 돌려지지 않았습니다.
시선을 높이면 버스 안이 보일까봐 일부러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겨우 돌아보니 사모는 아예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양손으로 귀를 틀어 막고 있었습니다. 니미럴...
무서우면 졸라 달려야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리면 우짭니까?
이 순간이 정말 찰라 1초도 안된 시간에 벌어진 상황이었음을 말해 드립니다.
제가 엉겹결에(이미 멘탈붕괴된 상태에서 몸만 움직임...)
한쪽 팔을 잡고 끌었는데.. 아놔.. 무신 발바닥이 바닥에 고장된 듯..
꼼짝달싹 안하더군요. 확 끌어 당겼는데도 딸려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찾아온 정적...
쉭쉭 거리며 거칠게 몰아치는 제 숨결과 차가운 칼바람에 정신이 푸떡 들더군요.
두 놈은 어느새 시야 밖으로 사라진 상태였고...
“사모님, 일어나세요. 일나세요.”
제가 조금 크게 고함을 치자. 그제서야.. 저를 올려다 보는 사모님..
그 표정 아직 기억에 납니다
사람이 경기 들리면 순간적으로 몸이 팍 굳어진다 하더만 딱 그 순간이네요.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냥.. 굳어져 버린겁니다.
“야~이~ 쉐!끼~들!!아~~~!!”
제가 화가 너무 치솟아 올라 크게 고함쳤습니다.
다시 바바닥 하는 눈차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뛰어 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뺀질이었습니다. 저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이쪽으로 저렇듯 뛰어 오고 있는지는
그순간에는 몰랐죠. 어튼 치솟아 오른 공포감을 멘탈로 겨우 억누르고
사모를 계속 일으켰습니다. 나중에 뺀질이까지 와서 함께 일으켜 세우고는
일단 허겁지겁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정말 뒤도 안돌아 보고 뛰다 시피
달음박질 해됐습니다. 주자장 입구에 서 있는 큰 가로등 바로 앞까지
멈추질 않고 그렇게 뛰었습니다. 뚱이는 어쩔줄을 몰라 우왕 좌왕하고 있었죠.
“야~이~ 아니 무슨 큰일 터졌다고 비명치고 뛰 댕기냐? 응?”
조금 화가난 목소리고 말하니 그제서야 멋쩍은 표정을 짖습니다.
제발에 놀란 마냥..
한동안 호흡을 고르고 상황을 판단해 보니.. 여전히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우리가 조금 공황상태에 이르렀던건 순전히 분위기 탓이었습죠.
괜히 오싹한 이야기 듣고 몸이 후덜거린 상태에서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나니 오금이 다 놀라지 않을수밖에요.
뚱이가 비명지르고 뛰니 뺀질이도 덩달아 뛰어 버린것이고..
역시 전.. 사모님을 챙겼다는.. 이 얼마나 위대하고 숭고한 희생입니까?
열분들은 이 상황에서 이렇듯 냉철하고 침착한 행동을 하실 수 있을지요?
사모도 진정이 되었는지 아무말 없이 물끄러미 버스쪽을 처다 봅니다.
아무리 어두운 주차장 구석이지만 혼자 덩그러니 불이 켜져 있으니
이곳에서도 아주 똑똑히 그 자태(?)가 보이더군요.
솔직히 불이 켜질수도 있지요. 뭐 스위치가 덜 떨어졌거나.. 뭐 과학적으로
설명해서.. 우연히 스위치가 켜진 것일지도...
한동안 처다 봐도 불이 커질 기미가 안보이네요..
“버스는 어떤지 몰겠네요? 저대로 두면 방전되지는 않을까요?”(뺀질)
어휴..이 쉐1끼 또 주둥이가 말썽이네..
“야. 시! 밤바야 네가 끄고 올래?”
제가 엄포를 놨지만.. 사실 이렇게 큰 버스 구조상 저렇게 실내등이 다 들어온 상태에서
방전이 되는지 안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 짧은 지식으로 일반 승용차는 헤드라이트
켜놓고 밤새면 방전이 된다고 알고 있던 그정도 수준이었죠. 물론 다른녀석도 마찬가지..
물론 사모도 알수 없는 상황이었고.
만약 뺀질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다들 날 밝으면 끄면 되지 이랬을겁니다.
하지만 방전이란 소리에.. 또 사모님 울컥 하신 모양입니다. 눈치를 보니..
끌 심산입니다. 제가 고개를 돌려 처다 보니 뚱이는 벌써 좌우로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고 있습니다. 순간 아무도 말을 쉽게 못꺼냅니다.
솔직히 맘 같아서는 제가 후딱 끄고 오겠습니다라고 호기있게 말하고 싶지만..
버스 구조상 어떻게 끄는지도 모르겠고 무서운데 그거 찾는다고 시간 허비하기도 싫고
완전 진퇴양난입니다. 전 눈초리를 세워서 뺀질이를 쏘아봅니다.
이 쉐1끼 쓸데 없이 주둥이는 나불거려? 지도 말해놓고 아차 싶었는지 어쩔줄을
몰라 합니다. 물론 제가 여기에 카운터 한방 날립니다.
“말 했으니 니가 후딱 끄고 와랏!!”
아후 녀석의 그 똥십은 표정은 진정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군요.
사모도 가긴 가야겠지만 솔직 너무 놀라서 아직 호흡조차 고르지 못한 상태라..
그걸 언제까지 보고 있지는 못하겠고..
“아.. 신발..다시.. 가자..”
“전 여기서...”
도저히 뚱이는 발걸음이 떼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뚱이과장 혼자 여기 있을래?”
이 말 한마디에 뚱이는 뺀질이를 처다 보지만 뺀질이 녀석은 이미 죄를
지었기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혼자 여기 있기는 싫고 그렇다고
따라 가기도 싫고.. 여튼 남 사정 봐줄 상태가 아니어서..
일단 제가 먼저 움직입니다. 사모님 따라오고 뺀질이도.. 그리고 마지못해
엉거주춤한 자세로 뚱이도 움직입니다.
뒤돌아 뛸때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덜 무서웠는데. 이건 정면으로 그 불빛을
향해 다가가는 모양새여서 눈을 어디에 둘지 난감하더군요.
하지만 새파란 놈1새1끼 3명인데 그 공포감은 혼자일때와는 비교가 안되지요.
만약 혼자라면 절대... 네버.. 이런 만행(?)은 하지 못할터이지요.
살아있는 인간이 바로 옆에서 눈에 밟히니 망정이지 혼자라면 후덜덜...
불빛이 점점 더 가까워 질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가고 심장이 득달같이 콩딱콩딱거리네요.
왜 다 정리하고 불까지 끄고 내렸는데 왜 갑자기 딱 타이밍 맞춰서 불이 켜지는건데..
“사모님 불 확실히 컸죠? 네?”
사모는 겸염쩍은 듯 대답대신 고개만 까딱입니다.
수초, 수분. 도대체 이때쯤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조차 짐착키 어렵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떠 올려 보아도 그 순간의 시각이 얼마니 흘렀는지는 유추해 내기
어렵습니다.
아무런 말없이 잠시간의 침묵이 묵줄기를 타고 흘렀습니다. 지금 3남1녀는 정확히 버스의
우측 앞바퀴 부분에 모여 있었죠. 즉 사람이 타고 내리는 그 입구쪽에 말입니다.
“험, 험. 후딱 불끄고 가요”
말문을 연 것은 뺀질이였습니다. 비록 버스 창가를 통해 내부의 불빛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극히 미량이고 왜냐하면 대부분의 버스 창에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으니 말입니다. 확 밝으면 덜 할 터인데.. 이것이
시커멓게 빛이 쏘아져 나오니 정말 기괴한 분위기가 따로 없더군요.
서로 얼굴 윤곽정도만 구분할수 있을 정도의 밝기였습니다.
그때 쪼그려 자세로 잠시 앉아 있던 사모가 겸역쩍은 듯 윗옷을 털면서
일어나더군요. 다들 그 순간의 공포감 때문에 놀라 경직이 되었던터라
자연히 시간이 흐르고 혼자 있는것도 아니고 덩치가 산만한 남정네 3명인데
그리 공포감은 오래 가지 않았죠. 물론 살떨리는 어떤 감각은 확실히
느껴졌지만 말이죠. 도대체 왜 뺀질이가 이때 용감하게 나섰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만..
“사모님 같이 가시죠. 불끄고 나옵시다.”
뺀질이가 선뜻 나서며 버스 정면을 돌아 서는데 사모님도 정신을 완전히
추스린 듯 따라 가더군요. 뺀질이가 용감히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순전히 사모 때문이란걸 알고 있었지요. 저 녀석은 여성 앞에서만 서면
지가 히어로가 된 것으로 착각하는 놈이걸랑요. 이 순간에 그런 개버릇이
나올줄이야. 우리에겐 정말 박수칠 일이었지만 말이죠.
저랑 뚱이랑 조금 멍한 표정반 걱정 스런 표정반으로 그 둘의 몸을 따라
눈알을 움직여 대고 있었습니다.
달그락 소리와 함께 기사석 문에 열쇠가 꽃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죠.
저흰 반대편에 서 있었으나 고요한 가운데 그 소리는 명쾌하게 귓속을
파고 들었죠. 차문이 열리는 소리 사람 몸 움직이는 소리.
‘올라가는구나’
전 그때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잠시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가는 소리도 무언가 중얼 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렸지요.
아마 버스 안에서 뺀질이랑 사모님이 무슨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고
느꼈습니다. 밤공기가 정말 매서웠습니다. 코 끝이 찡할 정도였거든요.
두꺼운 점퍼 안으로 차가운 공기가 계속 쏟아져 들어오니 인상도
오만상 구겨지기 시작했죠. 조그만 빛더미 속에 뚱이가 뿜어내는
입김이 제 얼굴을 마구 핥고 지나갔습니다.
둘이 거의 마주보다시피해서 같이 서 있었고 발을 동동굴리며
두사람이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아직 버스안에 불은 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글쎄요. 꽤나 시간이 흐른 것을 느꼈죠.
분명 열쇠 소리가 나고 수분은 흐른 것 같았죠. 벌써 뒤처리 하고 나왔어야
될 시간은 분명 지났다는 것이죠.
“아이씨.. 자들 머하노? 빨리 안나오고..”
그 궁금함이 또 무섭게 치고 올라 오더군요. 물론 그 궁금증을 못이기고
제가 몸을 돌려 세웠습니다. 버스 앞쪽으로 가려고 두걸음 정도 디뎠을까
확하고 세상이 푹 꺼지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버스 앞쪽으로 쏟아져
나오던 불빛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죠. 갑작스런 반응에 몸이 조금
경직 되었지만 애쎄 태연함을 보이기 위해 긴 한숨을 내쉬며 버스 앞쪽가
헤드라이트 옆부분을 주먹으로 퉁퉁 치며
“어이. 빨리 가자. 후딱 나온다.”
그렇게 소리쳤습니다. 뭐 불이 꺼졌으니 금방 나오겠죠.. 주위는 너무 깜깜했습니다.
마치 지옥의 암흑처럼 말입니다. 그런 어둠을 찢어 발기는 것은...
나온 것은 둘이 아니라 차가운 공기를 갈갈이 찢어 버리는 오뉴얼 서리보다
더 화끈하고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세워 버리는 그런.. 순간 혈압이 극피치를
향해 치솟아 오르며 두 다리에 힘을 팍 풀어 버리는... 영화속에서나 들어보는
그런류의 비명 소리를 들은겁니다.
“악” 정말 처절하리 만큼 짧고 간단 명료하고 폐부 깊숙이에서 단번에
내지르는 그런 소리말입니다.....
고음의 단조! 너무나 날카로와 이 차가운 공기마져 주춤 거리게 만드는
소리의 정체는 여자의 비명소리였습니다. 그렇죠! 여자 비명이라면
사모밖에 없을터....
그 비명 소리 몇초 뒤 들리는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
“우어어...”
그 소리의 정체는 바로 알수 있었죠. 선 굵은 뚱이 과장의 목소리였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알 수 없었죠. 아니 알고 싶지도 않고..
그냥 몇초 간격에 양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온몸이 그 자리서 딱
굳어 버리고 말았죠. 순간 뭔가 팍 떠올라야 되는데..그래야.. 다음 행동을
하던지 무엇을 하던지 몸이 반응 할껀데.. 머리가 순간 쌰악하고 비워지니...
즉 멘탈 붕괴가 되니 몸이 뭘 해야 할지 몰라 굳어져 버린 것이죠...
그걸 일깨워 준 것은 ‘바바박’ 거리는 중후한 울림이 있는 소리였죠.
필시 뚱이과장이 이 자리를 벗어나고자 육중한 몸을 놀리는 소리였습니다.
바닥을 치고 뛰는 소리였던 것이죠.
그때 전 거의 버스 앞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던 터라. 소리로만 주변 환경을
유추할 수 있었죠. 빛이라고는 아예 없었단 말입니다. 그나마 있는 가로등빛은
버스 뒤쪽 즉 주차장 입구고(한참 멉니다.) 이쪽은 거의 암흑 상태란 말입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뭔지 아십니까?
어제 출발전 버스밑에 기어 들어가던 이상한 사람의 모습이 마구 스크랩 되면서...
아후..
왜 공포 영화보면 차량 밑에서 귀신이 손을 쓱 내밀어 주인공 아니.. 조연 중 한명의
발을 확 붙잡고 끌어 당기서 쩝쩝하는 장면... 하필 그때 그 장면이 확 떠오른 겁니다.
어제 저녁에 봤던 그 이상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하필 이때 떠오를 줄이야..
아랫도리가 시큰하다 못해 달달 떨리는 상황이고.. 뒷통수의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모조리 솟구쳐 올랐습니다. 엄마를 찾고 싶은 딱 그런 심정이었죠.
주변은 완전 암흑천지고.. 다리 바로 아래 버스밑에서 뭔가 촉감이 있는 물건이
내 다리를 후욱하고 움켜 잡을 것 같은 환장 오라질 같은 이 기분(?)
솔까말 쉬마려워지는 그런 순간적인 공포였죠................................
이 순간 그렇게 추웠던 추위마져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극악의 흥분상태였죠.
헌데, 헌데... 놀랍게도 저에게 그런 공포감 보다 무서운 것이 있었던 거죠.
그건 권위감이랄까. 상사로써의 권위감? 뭐 이런거로 설명하면 되것네요.
내가 뚱이가 뛰는 방향으로 덩달아 뛰어 버리면 남아 있는 사람들. 사모는 몰라도
뺀질이에게는 체면이 안선다는 것이죠. 아까 대합실에서 귀신이니 뭐니 용을 쓰듯
떠들어 놓고 그딴거 난 체질적으로 안무섭다고 웃으며 예기 했는데..
여기서 뛰면 쪽팔리잖아요. 나중에 뺀질이가 비웃을거 아닙니까?
이게 저를 옭아 매더군요. 남자의 자손심은 귀신도 안무섭게 만든다. 랄까....ㅠㅠ...
“쾅, 쾅”
얼어붙은 주먹이 깨지는 것 같은 충격과 함께 초매운 짬뽕국물과 같은 얼큰시큰한 고통이
콧구멍을 확 넓히며 들어왔죠. 엉겹결이 힘껏 내지른 주먹이 차가운 쇳덩이와 접촉하면서
무한의 고통을 쏟아져 내더군요. 정말 주먹 아작 나는 줄 알았습니다.
고통이 마약이자 진정제 이더군요. 조금전 버스밑바닥에 귀신의 손하나가 훌쩍 튀어 나올 것
같은 극악의 공포감이 순간 식어 들면서 고통과 공포감을 능히 누를수 있는 짜증이
확 튀어 나온겁니다. 순간 풀렸던 다리에 파워가 쭉 올라가면서 몸이 반응했습니다.
주먹으로 힘껏 버스 앞을 두 번 정도 때렸던거죠.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지른 주먹이었지만
그에 따른 파급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고통 때문에 정신이 후딱 든것이지요.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주위 공간이 쩡 쩡 울렸습니다.
물론 그에 비례해 고통이 엄청 났습니다. 순간 뭐라고 말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뭐냐? 모꼬?등의 단어는 소리를 크게 지를수 없는 단어죠. 일단 소릴 쳐야 겠다는
생각에 나온 것은 “야. 야” 이 소리뿐이었습니다.
정말 크게 고함친 것 같았습니다. 일명 내공이 실린 사자후정도 였다고 분명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제 반응에도 돌아오는 것은 싸늘하고 기괴한 느낌의 차가운 겨울 바람 소리뿐.
또 다시 내려갔던 공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굳어 버릴 것 같아 정말 밑바닥에서 겨우 겨우 초집중력을 끌어 올려 버스앞면의
차가운 쇳덩이의 감촉을 더듬어 가며 운전석 문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하는데 자꾸 버스 밑 바닥이 얼매나 신경이 쓰이던지 다리 옮기기가 아후..니미!럴..
아시다시피 버스 운전석 옆쪽은 상당히 높습니다. 올라 가려면 문이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옆 손잡이 잡고 몸 자체를 반동으로 튕겨 올려가면서 올라가야 되는건데..
이 어둠속에서 그 손잡이를 찾기란 정말 답이 없더군요. 오만상 인상쓰면서 더듬 거리다가
다시 문을 주먹으로 냅다 소리나게 후려 갈겼습니다.
슬슬 안에 두사람이 어떻게 된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올라왔죠.
도망가고 싶은 심정보다 두사람의 안위가 더 걱정이 되었으니.. 전 정말 된사람이였죠.
제가 수초 사이로 버스 정면에서 두방. 지금 운전석 문에서 두방 총 4방을 질렀는데도
반응이 없으니.. 이거 환장할 노릇입니다.
오옷.. 신이 내게 기회를 준것인가 아무렇게나 올린 손가락에 문고리가 딱 감기더군요.
냅다 잡고 들어 올렸더니 철옹성 같은 문이 기지개를 켜듯 당겨 나오더군요.
손바닥으로 계단을 확인하고는 큰 들숨을 들이키고 몸을 올렸습니다.
칠흙과 같은 어둠.. 그리고 어느정도 달궈져 훈훈한 느낌의 공기가 안면을 살살
어루만지듯 지나갔죠. 그때 전 뭔가 말을 하고 싶었으나.. 이 축축한 공포감 때문에
말보다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된 것이죠.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는 일회용
가스라이터를 집어 낸것이죠. 그리고 엄지로 힘껏 돌렸습니다.
눈앞에서 확하고 어둠이 뒤로 쭈욱 물러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둠이 뒤로 물러나더군요.
제 상체는 운전석의자에 걸쳐져 있었고 머리만 겨우 통로쪽으로 내민 상태였죠.
물러가는 어둠속에서 바로 코 앞에 납작 엎드린 두터운 물체를 감지했죠.
라이터의 불빛이 살랑살랑 거리는 틈에 보인 두터운 물체는 누구의 등짝이었습니다.
바로 뺀질이의 등짝이었죠. 바로 코앞에 말입니다 녀석은 마치 누굴 보호하듯
양팔로 감싸 앉은체 납작 엎드려 있었습니다. 수초간 그 모습을 해석하니 녀석이
사모를 양팔로 꽉 껴안고 꼭 누르고 있었죠. 고개를 앞으로 완전히 파묻고 말입니다.
“야, 야..”
불빛과 제 소릴 감지 했던지 녀석의 등짝이 잠시 흔들흔들 거리더니
“과.. 과장님.. ”
이 소릴 했습니다. 녀석은 내가 누군지 정확히 파악할정도의 의식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못움직이고 겨우 그런 소리만 질러 내더군요.
전 조금 뒤 그 이유를 알게 되었죠. 라이터가 뜨거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라이터 불이... 손가락이 뜨거워서.. 전 무심코.. 절대 봐서는 안되는...
보고 싶지도 않은... 곳을 저도 모르게 눈길을....
라이타가 뜨거워 절대 고개를 안들겠다고 마음속으로 당부 또 당부했으면서도
왜 고개를 버스 뒤쪽으로 들추 세워 들었는지....
무슨 공포 영화 찍는것도 아니고 영화속 명장면 만들어 낼려고
각본대로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 제 눈속에... 들어온 것은...
버스 중간쯤...에서.. 불쑥 이쪽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어떤 .. 머리...ㅠㅠ...
여자인 것 같았다라는 순간적인 느낌과.. 콧구멍 평수가 확 확장되면서...
아마도.. 주위 공기는 그 순간 제가 다 빨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놀라서 허억...했는지.. 순간 대량의 공기가 폐부로 찔어 들어오면서..
잡고 있는 라이터를 놓치고 말았죠...오메.. 끝장 났구나... 오메...오마이갓...
비명도 안나왔습니다. 눈을 찔끈 감았죠. 아니 어둠이 확 다시 쏟아져 들어왔죠.
그 어둠이 밀려 오면서 마치 슬로 비디오처럼 그 머리통이 덩달아 다가오는듯한
착시까지 느껴졌습니다. 이건 1초도 안되는 정도의 순간이었지만...
정신은 이미 붕괴되어 버렸습니다. 식은땀? 경직? 그 어떤 단어를 다 쏟아내도
그때 심정은 표현하기 불가능할겁니다. 눈동자속에 어둠이 완전히 들어차자
코앞에 이상한 냄새까지 느껴지지 시작했습니다. 마치 지옥의 냄새같은...
영혼의 냄새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괴하고 기묘한 냄새였습니다.
비릿하고 단번에 거북한 느낌이 팍 하고 올라오는 그런 냄새가...
“딱”하고 바닥에 부딪치는 라이터 소리를 듣고는 모든 힘을...
아니 초인적인 힘을 다해 바로 앞에 엎드려 있는 뺀질이의 뒷덜미를
잡고 당겨 냈습니다. 얼마나 초인적인 힘이 발휘 되었던지...
아마도 그것은 그 순간의 무서운 감각을 이겨내고자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이었겠죠. 물론 앞에 있는 뺀질이를 세워 방패로 쓸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해 마시기를. 그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단지 구해 내야겠다는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생각에서였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저의 모든 감각은 오직 양손에
집중하고 있었죠. 손아귀의 힘이 처절하게 들어 갔습니다.
절대 놓치 않겠다는 일념으로 잡아 끌어 냈습니다. 뺀질이와 사모는
마른 굴비 꿰어 놓은거 딸려 나오듯 그렇게 줄줄이 딸려 나왔습니다.
전 온 정신을 개방해서 온리 힘쓰는데 이용했습니다. 다른 생각은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미친 듯이 용을 쓰면서 사람을 땡겨냈습니다.
입에서 미친 듯이 호흡이 뿜어지고 심장이 최고조로 박동치며 난리를
쳤습니다. 무언가 걸리적 거리는 부분이 많을텐데.. 제가 어떻게 용을
써댔는지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을 뽑아 낼수 있었죠. 두사람은
거의 맨바닥에 패대기쳐져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개조차 못든
상태에서 있는 힘껏 문을 처 닫았습니다.
어둠.. 무서운 어둠이 주위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죠..
밑에서 무언가 꿈틀 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잡아 끌어 올렸습니다.
조심스럽게.. 아니..무겁도록 힘들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뛰고 싶은데 너무나 어두워서 뛸 수조차 없었죠.. 그렇게 버스 정면을
돌아 나오니 멀리서 가로등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걷던 걸음이 점점 가속도가 저절로 붙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달려지기 시작하더군요. 살짝 고개숙인 상태에서 뒤를 돌아보는 센스도 가질 수 있었죠..
뺀질이가 사모의 한쪽 팔을 감싸 쥐고 뛰더군요...저도 걸음을 조금 늦추고
뺀질이 반대편에 서서 사모의 다른쪽 팔을 잡고 같이 뛰었죠..
중간쯤에 와서야 몸이 지친다는 반응을 보이길래 뛰는 것을 멈추었죠.
‘절대 뒤돌아 보지 마라.. 뒤돌아 보지 마...’
이 소리가 머리 속에서 미친 듯이 메아리쳤습니다.
가로등아래 도착하니... 한숨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누구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불, 불있냐?”
이게 제가 처음 꺼낸 말이었습니다. 제 라이타는 버스에 떨어 트리고 나왔으니..
뺀질이에게 그렇게 물은 겁니다. 뺀질이가 주섬주섬 호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건내자 담배 한 대 물고 길게 뿜어댔습니다..등짝이 축축할정도로 땀을 흘려댔습니다.
그 땀이 식어 가면서 엄청난 차가움이 온몸을 휘감아 돌았죠.
이때의 담배맛은 진정 살아났다는 안도감의 맛이었을겁니다.
아. 진정으로 말하건데 이때의 담배맛 때문에 제가 담배를 못 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신이 화끈거리며 머리가 띵한 것이 어질어질했습니다.
다들 깊은 숨만 헉헉 거릴뿐 누구도 쉬이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뚱이는 어디갔노?”
먼저 달아 났던 뚱이과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던 겁니다.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도망 갔다손 치더라도 혼자 위쪽으로 갔을리는 만무한데 말입니다.
새벽12시가 넘어 가는 시점이라 사람이라고는 우리말고는 전무한 상태였죠.
슬쩍 사모를 처다보니 많이 놀란 듯 뛰는 심정을 억누르는듯한 모습이었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거고?”
“글세. 그게...”
분명히 비명소리는 사모님이 질렀던 것 같았는데 말이죠.
뺀질이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사모님을 같이 처다 봤죠.
“갑자기. 뭔가 보여서 조금 놀라서...”
애써 방금전에 본 장면을 떨쳐 버리려는 듯 말을 얼버무리더군요.
뭐 더 이상 꼬치꼬치 묻지 마라는 식으로 말이죠..
제가 본 것은 엉겹결에 본 것이 아직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그것이 물건을 잘못봤는지.. 아니면 그 장면에서 그냥 시각적인 어떤
착시나 그딴 것 때문에 잘못본 것일수도 있겠다고 애써 생각을 다잡았습니다.
어제의 그 악몽이 또다시 뇌리를 스쳤지만...
도저히.. 납득을 쉽게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죠.
더군다나 시급한 것은 사라진 뚱이과장의 행방이었죠.
“올라 가볼까요?”
“그러자..”
“저기...”
“네?”
“가. 가바을 떨어 뜨린 것 같아요....”
사모님의 손에 들려 있어야 할 가방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 온 목적이
아까 부탁 받은 가방을 가지러 온것인만큼...
“어디서?”
“글쎄요. 워낙 급한 상황이어서....”
“아까 버스에 올라가실 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럼...”
니미.. 으휴... 짐작컨대.. 가방을 버스 안에 두고 오신 듯...
물론 3사람이 다시 저길 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난감하네요... 뭐라 해야 할지...참...
3명은 한동안 얼어붙은 듯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죠..
다시 가야 되냐 말아야 되냐...
쉬이 답을 내지 못하고 있을때였습니다.
저기 멀리서 뭔가 번쩍 하는 것이 눈에 비쳐졌습니다.
심하게 흔들거리는 빛줄기..
그건 이내 손전등의 불빛이란걸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죠..
일단 사람이 내려 오고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뚱이과장 아니가?”
주자창으로 가까이 온 사람은 뚱이과장과 한손에 손전등을 든 수위 비슷한
복장의 아저씨 한분이었습니다.
대충 판단이 섰네요. 뚱이과장이 누군가를 불러 온 모양입니다.
아마도 스키장내 안전 요원정도 되는 모양입니다.
애써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 안전요원에게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버스안에 물건을 찾아야 하는데 너무 어두워서 손전등이 있으니 같이 좀 가자고 말이죠.
시커먼 남정네 3명이 그리 말하는 것이 좀 이상한 듯 우리를 번갈이 처다 보더니
쾌히 승낙을 하더군요...
그나마 손전등이 있었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 한분이 가세했으니..
정말 그나마 다시 갈 용기가 조금 생기더군요..
4명이 모조리 버스쪽으로 다시 이동... 다들...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서..
버스에 도착해서 운전석 문열고.. 올라타는 사모님..
그리고 재빨리 가방을 찾아서 나왔습니다...
아무런.. 일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그래.. 아까.. 우리가 워낙,,, 이상한 공포감에...휩싸여서...
집단 트라우마를 겪었던 것일게야...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올라온 우리는 사모님과 헤어졌습니다.
사모는 그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지요..
다시 대합실로 돌아온 우린.. 따뜻한 캔커피 하나 뽑아 들고...
“그 버스요... 진짜.. 진짜.. 큰일한번 날것 같은데요...” (뺀질이)
“재수없는 소리마라. 내일모래 그 버스타고 가야하는데..”(뚱이과장)
“니는 내빼는 재주만 있고 다른 사람 걱정 안되더나?”(저)
“그게...”(뚱이과장)
사실 가장 멋쩍은 것이 뚱이과장이었죠. 지 혼자 어찌 해보겠다고
도망갔으니.. 지말로는 신고(?)하려고 올라 갔답니다
니미.. 도둑이니? 강도니? 뭘 신고하려는건데? 귀신?
올라가다가 순찰(?) 안전점검중이던 안전요원을 만나게 된거고...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퀘를 완료 할수 있었지만...
지금도 소름이 쫙 끼치네요..
“그럼 아까 신 발 쉐1 끼야. 비명은 왜 지르고 지1 랄했니?”(저)
“아니 내가 질렀어요? 그 아줌마가 질렀지”(뺀질이)
“뭐 땜에 그랬는데?”(뚱이과장)
뺀질이도 뭔지 모르겠답니다. 자기는 뒤돌아 서있고 막 버스 불을 끄는순간
아줌마가 비명을 질렀고 자신도 놀라서 그냥 아줌마 감싸앉고
주저 앉은 기억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부르는 고함소리랑 버스가 퉁퉁 울리는 소리(제가 버스 주먹으로 친 것)만
기억난다네요..
그러니까 왜 사모가 비명을 질렀는지는 모른다는 소리였죠..
어렴풋이 제가 본 그것이 원인인 듯 했지만... 저도 너무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긴가민가 했었던터라.. 뭐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을 해 줄수 없더군요.
지금이 겨우 새벽1시 되어 가는데 여기서 잠도 못자고 밤을 새워야 하니..
그것도 환장할 노릇이네요. 즐거운 스키장 MT와서 이 무슨 억한 고생인지..
그렇게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