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입니다. 아래에 있는 2ch 문좀열어주세요 이야기를 적당히 각색했습니다.
가냘픈 남자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왜소하고 키 작은 사람은 어디를 가나 소외받기 십상이니까요. 지하철에서건 버스에서건 늘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닐 때면 이렇게 태어난 제 자신이 슬퍼집니다. 약한 외모를 가졌으니 마음이라도 강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도 못해서, 허무맹랑한 B급 공포영화조차 무서워 보지를 못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헤어진 옛 여자 친구가 밤중에 무서울 정도로 전화를 해서, 차마 받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다 다음날 아침 핸드폰을 바꾼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필요 없이, 당당히 전화를 받고, 더티하게 왜이래?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막상 그 여자이름이 뜬 전화가 울리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얼어붙어버립니다.
하여튼, 그런 일들은 제쳐두고라도, 저는 최근에 이사한 제 자취방에서 누가보아도 오싹할만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대게 12시 내외로 잠이 듭니다. 불을 다 끄고 침대에 혼자 누울 때, 그 고요한 순간에는 시계바늘 소리조차 분명히 들립니다. 잠이 잘 오지 않아 그런 소리에 괜히 귀 기울이고 있을 때, 저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악-사악- 하면서 누군가가 현관문을 긁는 듯 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꼼짝도 못하고 누워서 잠을 설쳤습니다. 다음날, 저는 제 자취방에 인터폰을 설치했습니다. 이 인터폰은 문 앞에 누군가 있으면 자동으로 카메라가 켜지고, 끌 때는 버튼을 눌러줘야하는 번거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것을 설치했으니 오늘 밤은 편히 잘 수 있겠지. 기껏해야 바람이 대문에 긁히는 소리에 놀랐던 걸 거야,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12시, 여느 때처럼 침대에 누운 저는 또다시 사악-사악-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터폰이 자동으로 켜지고, 저는 용기를 내어 화면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커다란 사람 손가락이 있었습니다. 필시 밖에 있는 사람이 카메라를 눈치 채고 가린 것이겠지요. 대체 이 이상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아, 저는 그 화면을 계속 보고 있다 화면을 꺼버렸습니다.
삐-
저는 아차, 싶었습니다. 이 인터폰은 꺼질 때 작은 버튼 음이 난다는 사실을 깜빡해버린겁니다.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미친 듯이 현관 벨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이불 속에 숨어버렸습니다. 벨이 계속해서 울리고, 저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그 사람은 포기했는지 벨소리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저는 문 앞에서 잘려진 여자의 머리카락을 발견했습니다. 꽤 오싹했지만, 이런 걸로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저는 차마 경찰을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도 잠을 설쳤지만,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현관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을 뿐입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집 앞에서 칼로 마구 난도질당한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비명을 지르며 난리를 쳤고, 결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아직 범인이 누군지 파악되지 않았으니 오늘은 친구 집에서 자라고 조언했습니다. 저는 경찰의 말을 순순히 따랐고, 그날 밤은 그럭저럭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저는 일이 있어서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금 께름칙했지만, 언제까지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질 수도 없어서 돌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현관문에 열쇠를 돌리는데, 열쇠가 헛돌았습니다. 이상하다? 어제 분명히 잠그고...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이상한 사람이 집안에 있는 것이다. 틀림없어! 나는 허둥지둥 건물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하고는 친구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몇 시간 뒤, 경찰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범인을 잡았다고. 범인은 여자로, 식칼을 든 채 침대 밑에 숨어있었다고 합니다. 집안 가구들이 갈기갈기 찢겨진 상태였고, 분노에 차서 완전히 정신이 나간 여자였다고 했습니다. 여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가 없어 직접 와주셨으면 하다고 말했지만, 저는 너무 무서워서 그럴 수 없다고 말했고, 경찰은 이해한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는 내일 바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경찰서 안, 산발한 채 옷이 찢어진 여자가 수갑에 묶여 구석에 앉아있다. 나이든 경찰관이 통화를 하고 있고, 젊은 경찰관은 여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이든 경찰관이 전화를 끊었다.
“역시 안 온다는군.”
“제가 그 사람이어도 저 여자를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 여자 신원조회는 했어?”
“신분증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서 신원조회는 못했어요. 핸드폰이 있긴 한데, 연락처마다 전화가 안 되고.. 최근에 여자가 가장 많이 연락을 시도한 사람이 ‘남자친구’인데, 그 남자, 핸드폰을 바꾼 거 같아요....어?”
젊은 경찰관은 여자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경찰입니다. 네. 네. 친구 분이신가요? 네.”
그는 사정설명을 한 후, 한동안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그랬군요. 네. 알겠습니다. 곧 경찰서로 와주시겠어요?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젊은 경찰관은 한숨을 쉬었다.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나보네?”
“네...”
경찰관은 여자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안된 여자에요.. 아버지 없이 어머니랑 살던 외동딸인데, 남자친구랑 눈이 맞아서 집을 나갔었나봐요. 자취방에서 둘이 지내다 임신을 하게 됐는데, 남자가 도망가버렸나봅니다. 여자는 어머니한테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서 어떻게든 혼자 살다 집에서 애를 낳았는데, 유산했나봐요. 남자에게 몇 번이고 연락해도 받지도 않고, 결국 어머니에게 연락했는데 어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셨다나봅니다. 결국 미쳐버려서 이후 연락이 안됐었는데,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나이든 경찰은 한숨을 쉬었다.
“...여자를 임신시키고 도망친 채 핸드폰까지 바꾼 남자친구라니.. 그 놈이 제일 나쁜놈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