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에 입각해 쓰겠습니다. 물론 픽션인 부분이 약 0.0000000003% 정도는 있겠죠]
때는 제가 군대에 있던 시절의 이야깁니다.
12xx 52r 소속으로 전방에 투입되어 있던 시절이었죠.
저는 당시 중화기 중대의 k4 라는 소대의 일원이었고 화기의 특성상 전방 투입과 동시에
소총중대로 배속되어 전방에 투입되어 집니다.
일단 각설하고...
전방 야간 근무라는 것이 티비에 나오는 것처럼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혹한기 훈련이라던가, 유격훈련이라던가 하는 것은 겨울의 전방 근무에
비하면 천국과 같은 나날들이라 할 수 있겠죠.
아무리 길어야 일주일도 안되는 그 훈련이 몇개월을 말도 안되는 추위와 싸우는 것은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름은 잠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해가 떠있는 낮에는 각종 노역에 시달려야
했으며, 그 시달림의 끝에 근무를 나서게 되면 피곤과의 싸움도 엄청났었죠.
여튼....제가 막 병장을 달고 2개월째를 보내던 중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위로는 몇 없던 시절이었죠.
전방 투입후 근무중 또는 취침중 가위에 자주 눌리는 병사나 귀신을 본다는 병사가 나오곤
하는데...저는 딱 잘라 말하죠.
"저게 제대로 빠졌구만."
왜냐하면...노역에 지치는 것은 저도 후임들도 마찬가지 거든요.
그러다보면 야간 근무때 졸다가 헛것을 본다고 직간접적으로 단언 할 수 있는 경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그 믿음을 빗나가게 하는 1%는 저도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제가 겪은 지금 생각해도 제 눈이 의심이 가는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때는 가을동화 3화가 방영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잠시 돌려 사건 발생 6일 전으로 가겠습니다.
첫주 방영 1-2화에 이미 가을동화의 노예가 된 모든 소초원들은 2화가 끝나자 마자 다음주
전반야 근무자는 누구인가 하고 상황실로 달려가는 상황이었죠.
전반야 근무자란 해지기 30분 전에 투입되어 자정 30분까지 서는 근무자들을 말합니다.
물론 가을동화는 못 보는 시간대의 근무고요.
전방의 특성상 소초장 지시하에 야간 티비 시청이 허락되는 것은 뭐 말하지 않아도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그렇게 달려오는 병사들의 기대감을 알았는지 상황실에서 상황병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자자 다행이도 박xx 병장님이 근뭅니다."
박xx는 접니다.
"오~제대론데!!"
"다행이다."
등등 환호성이 들려오는것에 저는 훗 하는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저야 그당시나 지금이나 드라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당시 newton 이라는 과학 잡지에 한참 빠져있을 때라...
시간만 나면 보고 또 보고 하는 중이었죠. 1년 정기 구독중이었고요.
"야 어떻하냐? 다음주에 우리조가 전반야인데 아쉽게 됐네?"
"괜찮습니다!"
옆에 저와 근무조를 이루고 있는 이제막 일병이 된 후임이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렇게 말하더군요.
"야 임마 그깟 드라마에 뭐 그리 울상을 지어. 나가서 담배나 한대 피고 잊어라 하하."
티비 시청을 마치고 슬리퍼를 찾아 끌고 나가는 인원들을 보며 저는 피지도 않는 담배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그 날이 왔습니다.
해가 지기 30분전에 전원투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미 나가있는 근무자 전반야 근무자 후반야 근무자 심지어 취사병까지 상황실의 상황병을
제외하고는 철책에 투입이 되는 것이지요.
평소에 근무를 서지 않는 초소까지도 전원 인원이 투입되어 해가 지고 30분 까지 근무를
서게 됩니다.
저는 그날 전반야 근무로 자정 30분까지 근무를 서고 후반야 근무자와 교대를 하게 됩니다.
해지고 30분이 지나면 전반야 근무자인 3개 조 즉 6명만을 제외하고 모두 철수하여 막사
안으로 돌아가게 되고요.
그렇게 전반야 근무자만이 철책에 남아 근무를 서면 본격적인 전반야 근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22시 30분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슬슬 순찰자가 올때가 된 것입니다. 그날은 부소초장의 순찰차례.
약 10시가 되면 슬슬 막사를 출발해 1초쪽을 들러 다시 2초를 찍고 저희가 있는 문제의 초소로
걸음을 향하게 되지요.
"야 저기 온다."
"예 알겠습니다."
저는 후임에게 저쪽 초소쯤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후 후임에게 고개짓 해보였습니다.
이미 후임도 눈치채고 있는 듯 날개진지에서 수구리고 앉아 전방 타겟에 대해 암구어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담배~"
"셋!"
"둘~"
후임은 무음으로 눈앞에 다가오는 부소초장에게 받들어 총을 해보였습니다.
하이바는 아니 헬멧은 턱끈없이 대충 걸쳐쓰고 총은 전령에게 맡기고는 죽겠다는 모양으로
닝기적 제게 걸어오더군요.
"박병장 어떻하냐?"
"뭐가 말입니까?"
"가을동화 하는 날인데 못봐서 어떻게?"
그러고는 후임쪽도 슥 살펴보는 것입니다.
"저야 뭐 안봐도 그만이지만, 김일병이 많이 아쉬울겁니다."
"그래?"
부소초장이 제 부사수를 바라보자 동기인 전령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던 그는 '아닙니다' 라고
경직된 자세를 취하더군요.
그에 부소초장은 부사수의 어깨를 툭툭 두어번 치고는 고개짓으로 저희 근무초소를
가르켜 보였습니다.
부사수는 후다닥 초소안으로 들어가 순찰일지를 들고 나와 부소초장에게 내밀더군요.
"아~가을동화 봐야 하는데 옘병할 순찰이 딱 걸렸네."
"하하하. 운이 없으셨습니다. 주말에 재방송 보셔야지 말입니다."
"그러게..."
그러고는 부소초장은 휘갈기듯 순찰일지를 쓰고는 후임에게 건냈습니다.
"후반야 것도 써놨다."
"예."
새벽 2시경에도 순찰을 돌아야 하지만 이미 그것까지 계산해서 써놨다는 말이지요.
그 사이에 올 다른 근무자들의 공백을 몇칸 띄운채.
"찍고올게~"
"예 다녀오십시요. 충성."
짧게 받들어 총을 해보이고는 저는 후임을 바라보았습니다.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저 멀리 51연대와의 협조점으로 올라가는 부소초장과 전령의 모습을 보며 저는 후임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 여기 52연대인데요..그쪽으로 저희 부소초장님 올라가십니다."
'예 알았어요'
인터폰에서 저쪽 근무자의 소리가 작게 들려왔습니다.
51연대 협조점.
즉 그쪽은 저희와는 아저씨라 불리우는 계급 관계가 없는 남남인 사이이죠.
하지만 순찰자가 올라가고 내려간다는 통보정도는 해 주고 하는 사이입니다.
"상황실에도 알려라."
"예 알겠습니다."
'뚜~'
"상황실. 5초소 김일병 입니다. 부소초장님 지금 찍고 협조점 올라가셨습니다."
'.......'
인터폰에서는 소리가 없었습니다.
"가을동화 보느라 정신들 없는 모양이구만."
형식상 보고는 했지만 의자에 앉아서 티비쪽에 눈 박아두고 있을 상황실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지더군요.
그렇게 약 20분 정도 지나고 슬슬 저위쪽 협조점에서 부소초장이 내려올때가 됐습니다.
'뚜~'
'그쪽 부소초장 내려가네요'
'뚜~'
"예 알았어요."
저는 간단히 대답하고는 후임에게 저 위쪽 잘 보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뚜'
이내 상황실에서의 인터폰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k3 탄통을 깔고 앉아 있던차에 저는 저를 부르는 인터폰 소리가 귀찮게 느껴져 잠시
뜸을 들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뚜'
'뚜'
그렇게 두번이 더 울렸고 상황실에서도 답답했는지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박병장님. 박병장님.'
저는 탄통을 박차듯이 일어나서 인터폰을 누르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어."
'박병장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
'아니 조금전에 오하나랑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까?'
오하나는 51연대를 가르키는 말입니다.
"어 했어."
'정말이십니까?'
"왜 뭔일있어? 좀전에 김일병이 오하나로 부소초장 올라간다고 이야기 할땐
조용하더니...."
'............'
갑자기 인터폰너머로 약간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약 10초정도 였을까요?
그다음 인터폰으로 흘러나온 목소리를 듣고 저는 온몸에 털이 서는 오한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박병장 임마! 뭔소리야! 나 가을동화 보고 있잖아!!"
그 목소리는 약간의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절대 착각할리 없는 부소초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에! ....예?"
'야 박병장 너 존거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저는 반사적으로 초소 창문켠에 걸려있는 순찰일지를 투광등에 비추어 보았습니다.
".........아..."
따라 할 수도 없는 악필...부소초장의 싸인이 정확히 22시 37분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 저멀리 누가 내려오는게 보이더군요.
"부소초장님....순찰일지에..일지에....부소초장님 싸인이 있는데 말입니다. 저기 지금
부소초장님이 내려오고 계십니다......"
'뭐!!?'
저는 뭐가 생각 났던 걸까요?
그 한여름에 말도 안되는 추위를 느끼며, 제 후임을 바라보았는데, 후임은 그 어둠속에서도
겁에 질린것이 한눈에 파악될 정도로 눈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마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던 모양이었습니다.
총구는 어설프게 저쪽을 가르키고 있는것을 보니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야 떨지마!!"
저는 세워둔 제 총을 집어들고 튀듯이 초소밖으로 나와 저쪽을 주시했는데 정말 어렵지 않게
부소초장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에 무슨 생각이 든건지 주위에 있는 돌을 부소초장을 향해 마구 던졌습니다.
정말 그런 행동밖에는 할게 없더군요.
그에 후임도 미친듯이 돌을 주워 던지더군요.
"야 임마 박병장!! 이게 뭔짓이야!!"
저멀리 서서는 부소초장이 이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의심도 안갈 부소초장의 목소리가 이쪽을 향해 들려오자 저는 정말로 온몸이 얼어버릴 듯한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뭐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부소초장에게 잘 겨냥이 되지 않고 날아가는 돌맹이 수가 내것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저는 부사수를 쳐다 보았습니다.
거짓말 같겠지만 이미 후임은 기절해서 날개진지에 고꾸라져 있는 상태였지요.
"야이 씨x....."
원망 비슷하게 정말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그 때에도 부소초장은 그 특유의 닝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투광등의 역광에 가려 얼굴이 분간가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 누가봐도 부소초장과 전령이라는
것을 알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채 제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인터폰에서는 저를 계속 부르는 부소초장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박병장!! 박병장!!'
이도 저도 할 수 없었던 저는 정신을 놓는 것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것이 티비에서 나오는 것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옆에 뻗어있는 김일병이 얼마나 부럽던지...
약 15미터 정도로 가까워지자 저쪽에서 소리가 한 번 더 들렸습니다.
"박병장 미쳤어!!? 일단 거기 가서 나랑 이야기하자."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그때도 인터폰을 향해 상황병과 부소초장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중이었습니다.
'야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간다! 알았지!?'
진짜 완전히 돌겠다라고 생각한 상황이 그 상황이었습니다.
비포장 길을 올라가는 경운기에 타고 있어도 그렇게 자연적으로 몸이 떨리진 않았을 겁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결심에 저는 제 k2의 노리쇠를 당겼습니다.
'철컥'
장전이 되는 소리가 정확하게 들렸습니다.
'틱'
조종간을 연사에 놓고 정말 쏠 준비를 하고 쏘기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였을까요?
부소초장의 움직임이 전에 없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전령과 함께 이쪽으로 내달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 그때의 그 모습은 악마가 있다라면 저것이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 정도로 저것이 나를
죽이러 온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되더군요.
그 때 뭐가 시킨건지 긴박함에 그리했던건지 저는 잽싸게 초소 안으로 튀어 들어가 창문에
거치되어 있던 k3를 집어들고 초소 입구쪽을 향해 장전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k3 가 꽤 무겁습니다.
그걸 양손으로 들고 람보같은 자세를 취한다는게 일반적으로는 굉장히 힙겹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는 그따위것 아무런 장애가 안됐었습니다.
문쪽으로 오는 놈들은 다 쏴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하며 노리쇠 부분 덮개를 열고 탄통에 담긴
총알 꾸러미를 노리쇠부분에 연결했습니다.
이젠 방아쇠를 당기고 총열이 휘어져라 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 씨발 이렇게 깜빵가던지 뒤지던지 둘중 하나겠구만!!'
속으로 저도 모르게 다짐이 됐습니다.
희안하게도 마음이 안정이 되고 예전의 기억들이 되살아 나더군요.
그동안 놀려온 귀신목격자들이 제일 먼저 스쳐 지나가고, 휴가때 술마시던 기억, 가족들....
정말 한순간이라고 느끼기엔 무리가 있을 만큼 수많은 것들이 눈앞을 지나가더군요.
그러나 것도 잠시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누군가가 후다닥 들어오느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죠.
'철컥철컥'
아 젠장! k3 탄약 연결 핀이 노리쇠에 걸려버렸던 겁니다.
그 때였죠. 복부에 심한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고꾸라 진것이.
바로 이어지는 머리위에 충격.
헬멧 안에서 '쿵' 하는 소리가 진동하고 귀가 멍멍해졌습니다.
"야 박병장!! 이새X 정신차려!!"
'쿵쿵' 계속해서 머리위로 충격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이 가실 즈음..저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죠.
"부소초장님...?"
"그래 임마! 정신이 드냐?"
푹 눌러덮여진 헬멧을 위로 올리며 고개를 들어보니 부소초장이 절 쳐다보고 있더군요.
저는 잠시 어리둥절해 어떻게 된 상황인가를 생각해 보는 중이었죠.
그러다가..
"앗!"
번뜩 방아쇠를 당기던 생각이 나서 반사적으로 양 손을 쳐다보니 손에 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듯 둘러보니 저만치 총이 떨구어져 있더군요.
"야 임마! 너 20분 사이에 뭔일이 있었던거야?"
부소초장이 뭐라 하는 것 같은데 저는 막 잠에서 깬 것 같은 멍한눈으로 부소초장을
봐라봤던게 생각납니다.
그러다가 사태가 파악이 됐는지 홀린듯 있었던 일을 그대로 부소초장에게 이야기 했죠.
"그래서 나한테 돌은 던졌던거냐?"
"예..."
"단단히 홀렸었구만."
"예 그런데 분명 인터폰에서...."
"너가 졸았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분명 헛것을 들은거다..."
"그러면 인터폰이 이상하다는 이야긴데 분명 부소초장님 목소리 였습니다."
"훗...그럼 내가 귀신이라도 된다 그거냐? 박병장 너는 그런 헛것 안 볼줄 알았는데...요즘
애들이 귀신 많이 본다더니."
"하지만 방금것은..."
"됐다 임마. 일단은 이거 나 혼자 알고 있을테니 상황실에서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이야기해. 괜히 군장싸서 돌고 싶지 않으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보고 씨익 웃어보이는 것이었죠.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일까요?
더이상 방금일에 대해 뭐라 설명을 해봐야 소용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냥 가위에 눌렸거나, 요즘 피곤해서 헛것을 본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해보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천장쪽에 빨갛게 LED 불을 비추고 있는 인터폰이 굉장히 무서운 것처럼 느껴졌고요.
앞으로는 정말로 만지고 싶다라는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애들이 말하던 귀신이 이런건가 싶기도 했죠.
꿈은 아닌가 싶 기도 하고...
'아 쪽 제대로 팔리게 생겼네...내일 군장 싸서 op찍고 와야 하는 건가.아 씨발!'
진짜 오만가지 상상이 다 되더군요.
그중에 그동안 빠졌다고 갈궜던 밑에 놈들이 저를 쳐다보고 수군거릴걸 생각하니 미치도록
화끈거리는 것이었죠.
"일단 너는 오늘 근무 쉬고, 교대해라. 밖에 뻗어있는 쟤도 데리고 들어가."
"....예."
부소초장은 제게서 돌아서 인터폰의 호출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뚜~'
"상황실."
부소초장이 상황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뚜~'
상황실은 두번째서 호출음을 듣고서야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실 상병 xxx 입니다. 부소초장님 벌써 도착 하셨습니까? 박병장은 어떻습니까?"
"........"
부소초장은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멍하게 힘도 안 들어가는 몸을 축 늘어트린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시선을 돌려 초소
입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때였죠.
이 세상에 보이지 말아야 할 무엇이 바로 눈앞에 있었던것이...
'아 도대체 이 상황은 무엇인가.....내 옆에 서 있는 이건 또 무엇이고...'
정말 저 생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완전히 울상이 되어 진짜 살고 싶지도 않다고 느껴지며 저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지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바로 기절하지 않았던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입구쪽 에서 더 앞으로 가면 순찰로가 아닌 교통로쪽으로 완만한 언덕이 있고 그 중간쯤에
떼로 쌓아올린 엄폐물이 있었는데...
그 엄폐물에는 저쪽 날개진지에서 고꾸라져 있어야 할 후임이 빨래처럼 걸쳐져 있고 그 위로
부소초장 전령의 모습을 한...
정확히 허리 부분부터 아래로는 없는 몸뚱이가 그 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더군요.
뱅글 뱅글 몸은 도는데 머리는 저를 바라보며 딱 고정되어 있는데, 멀리서도 그 눈만은 확실히
보이고 있었죠.
까맣다고 느낀건지 어두워서 그런건지 귀 있는 곳까지 찢어진 눈...만화에서나 보이는 눈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이하고 흉칙하던지..정말 말로 설명이 안됩니다.
'....아...'
저도 모르게 진짜 절망의 한숨이 새어나오더라고요.
눈물이 막 흘러내렸습니다.
눈알이 빠질것 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중이었죠.
그러다가 부소초장이 서 있는...아니 서 있다고 느껴지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정신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때는 분명 부소초장의 전투화를 보았던 것 같은데, 다시 보겠다고
돌렸을땐 분명 제옆에 부소초장이 있음에도 부소초장의 다리는 없었던 겁니다.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반사적이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몸뚱이에
머리만 붙은 부소초장이 저를 내려보며 웃고 있더군요.
"악!!!!!!!!!!!!"
저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고 순간 머리에 전해지는 '쿵'하는 충격에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습니다.
기억은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때는 막사 안 이었는데 이미 날이 밝아 있을때였죠.
저쪽 출입구에서 빛이 들어오는게 보이더군요.
부스스한 눈으로 옆을 바라보니 후반야 근무자들이 자고 있고 바로 옆에는 제 부사수가
누워있더군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었습니다.
"악!!"
비명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자, 소초장실에 있던 소초장과 상황병이 제게로 달려오더군요.
"박병장 괜찮냐?"
"박병장님 괜찮으세요?"
두 사람이 동시에 물어오자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어제 마지막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이었습니다.
"소초장님...어제...그..."
"박병장 이젠 괜찮어. 진정해...."
소초장은 제 양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몰랐었는데 제 어깨가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는것을 소초장의 손을 통해 알 수 있었죠.
"소초장님 저 어제 어떻게 된건지...분명 헛걸 본게 아닙니다. 머리에 충격 목소리 아 정말
부소초장이었는데....그런데..."
머릿속에 몸통만 남아 저를 쳐다보던 그 눈빛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으....."
미칠 것 같았죠..
"박병장...지금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내가 하는 이야기 잘들어."
"......예."
"어제 협조점하고 너가 있던 초소 근무일지에 부소초장 싸인 찍힌거 확인했다.
네가 본게 헛게 아닐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부소초장도 어제 나랑 티비 보고
있었거든"
"아....."
"그런데....."
소초장은 제 어깨에 손을 댄채 그대로 저쪽을 쳐다 보는 것이었습니다.
침상 저 구석에 부소초장이 보이더군요. 자고 있는 건지..
"부소초장하고 나하고 애들 몇명이 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깐 니 부사수는 완전 널부러져
있고 너도 정신이 없었어. 그런데 말야.."
제가 널부러진곳 그 근처로 부소초장이 다가오면서 그냥 말없이 쓰러져버렸다는 겁니다.
숨은 붙어 있지만 지금 제가 보는 저기 누워있는 모습그대로고요.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위에다가 보고 하지는 않았지."
하긴 보고해봐야 위에선 믿을리가 만무했죠.
영창이나 안 가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자 어느정도 안도의 숨이 내쉬어 지더군요.
"일단은 좀 더 자 두도록 하고 오늘 전반야 근무는 쉬도록 해. 취사병이랑 부소초장
전령이랑 보낼테니...."
"예 알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 소리가 좋아야 했지만...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근무서나 하는 걱정이
앞서더군요.
머릿속에는 자꾸 떨쳐내려고 해도 강하게 기억되는 부소초장 전령의 몸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죠.
너무나 선명해서 지워지지도 않는....직접 보게 된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몇일을 악몽에 시달리는 체험을 해보시면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저녁 해가 질 무렵쯤 되서 전원투입 시간이 다되어 가자 부소초장이 깨어나더군요.
멍한 눈으로 주위에 몰려든 저와 모두를 향해 그가 해준 이야기는 정말 기겁을 할
정도였습니다.
웃대- 공포게시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