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반 단합 야영에서 겪은 이야기

봉산의대가 작성일 12.09.11 22: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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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군대도 다녀왔고, 8년이나 지난 옛날일이라 그럴려니 하곤 하는데 가끔은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 이야기는 내가 고2때, 반 단합으로 떠난 계곡에서 친구가 겪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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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 반에는 100% 아는아이들이 모였다. 사회탐구 영역 교과 선택과 제2외국어 계열에 따라 반을 나눴는데


고1때 반 친구들끼리 합심해서 아예 같은 반으로 몰아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2학년때 반엔 서로서로 다 아는 친구들이어서, 우린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거대한 가족을 이루게됐다. 


그래서 고2땐 학교생활 너무너무 재밌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아마 1학기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이었을거다. 


우리는 반 단합 야영을 계획했다. 마침 친구들 중 계곡에 펜션을 운영하는분이 계셨고


덕분에 우리는 꽤 저렴한 가격에 2층펜션을 빌릴수 있었다. 


단, 아무래도 우린 미성년자였기에 뜻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우려가 있었다. 고2때 애가 생긴다던가, 라는 우려가 제일 컸을것이다. 


그녀석네 삼촌이(펜션 주인) 이 동행했고, 알고보니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우리 모두 이의가 없었다. 




계곡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하루종일 신나게 놀았다. 계곡물은 차가웠고,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쪽은 이상하게도 서늘했다. 


아무튼 시원하니 최고였다. 해가 지자 펜션에서 조금 떨어진 야영장으로 이동해 앞마당에서 거하게 삼겹살을 구웠다. 


으레 친구들끼리 왔을 땐 몰래몰래 꼼쳐온 소주나 맥주를 까서, 못 마시는 술도 마셔보고 노는 것이 참재미였는데 삼촌이 있었기에 그건 못했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남자(응큼한 생각도 있고, 못 마셔본 술에 대한 알수없는 환상이 있는) 애들은 꽤 아쉬워하던 찰나였다. 


삼촌이 전화를 한 통 받더니, 잠깐 어디를 좀 다녀온다고 한 후 사라진 것이 아닌가. 


기회는 이 때다. 


우리는 몰래 가져온 소주병들을 꺼냈다. 친구들 중 다른 한명은 부모님께서 슈퍼를 운영하셨기에, 소주와 맥주를 알게 모르게 꼼쳐오는게 가능했다. 


아마 집에 도착하면 죽을만큼 얻어맞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땐 마냥 신났다. 


못 먹는 술을 종이컵에 따라 신나게 마셔댔다. 


이상하게도 삼촌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올 생각을 안 했고, 술파티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고2짜리들이 술을 마셔봐야 얼마나 마시겠는가. 


얼마 못 가 하나 둘 픽 픽 쓰러져갔고, 새벽 2시경이 되자 살아있는 놈들은 나를 포함한 여섯 명 정도였다. 


그중 지연이(가명)는 1학년때부터 은근히 내가 짝사랑해오던 여자애였는데, 살짝 맛이 가 보이는게 어째 심상찮아 보이긴 했었다. 


지연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했다. 


나는 내가 갈게!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같이 있던 여자애 하나가 일어나 같이 사라졌다. 


남은 우리들은(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나는 술이 상당히 강하다. 평소주량이 소주 약 세병정도)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것이 지연이와 여자애 하나가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질 않는것이다. 


돌아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한 시간 정도가 더 지났다. 


이쯤 되자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걸 느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한 시간 반이 걸릴 리가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들어 있던 친구들을 깨웠다. 


하지만 늦게까지 술을 퍼마신 녀석들은 일어날 생각을 안 했고, 그나마 멀쩡하게 눈을 뜬 놈들도 맛이 간 상태였다. 


결국 난 혼자서 자리를 떠났다. 





화장실은 약 300미터정도 떨어진 펜션에도 있었지만, 더 가깝게는 200미터 남짓한 거리의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야영장은 상당히 넓었고, 비성수기인지라 사람도 없었다. 이 곳은 크게 알려지지도 않은 터라 성수기에도 바글바글대진 않는다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저 멀리 공중화장실의 불빛이 어렴풋이 보인다. 


나는 그곳으로 걸어가 문마다 노크를 했다. 


언젠가 읽은 괴담이 떠올랐다. 노크를 했는데, 답이 들려왔는데,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는데, 천장을 보니 으악!


하는 시답잖은 괴담조차 되새겨보니 왠지 오싹하다. 


물론 다행히도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펜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헌데 저 멀리서, 검은색 형체가 미친듯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 내 몸이 굳어버렸다. 


원체 옛날부터 이런저런 귀신 경험을 겪어본지라 순간적으로 무서움에 등골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그 검은색 물체는 가까워져왓고, 나는 미리 심호흡을 하며 비명 지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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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귀신은 아니었고, 지연이와 같이 떠난 여자애였다. 


그 여자애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지연이가 없어졌어!"


분명히 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야영지로 걸음을 옮겼는데 갈수록 이상한 길이 나오더랜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우리가 있던 쪽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조금 멀지만 충분한 불빛이 보였고, 그걸 못 찾는다는건 말이 안 된다. 


헌데 하는 말이 갈수록 가관이다. 


분명히 불빛을 보고 걸음을 옮겼는데, 갈수록 불빛이 멀어지더니 이상한 길에 와 있단다. 


그리고 거기서 한참 헤메다가 지연이와 갈라졌다는 것이다. 




미리 말했지만, 이곳은 계곡이다.


계곡은 산중에 있고, 일단은 사방은 산이다. 가파르진 않더라도 한밤중에 헤메이다 보면 충분히 길을 잃을만 한 곳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급히 야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든놈들의 머리 위로 찬물을 한바가지씩 퍼부으며 깨웠다. 


투덜대면서 일어나는 녀석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연이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새벽 5시가 되고 6시가 되어 날이 밝아질때까지 지연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마음이 닳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기에, 일단 야영장으로 다시 모여 머리를 맞대는 찰나.


삼촌이 도착했다. 


급하게 일이 생겨 어딜 좀 다녀왔다고 했는데, 차에 지연이가 타고 있었다. 


삼촌 왈, 산 초입에서 비틀비틀 걸어다니고 있길래 태우고 왔다고 했다. 


차에서는 삼촌의 와이프가 지연이를 돌보고 있었는데,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팔다리에 긁힌 자국이 가득했고,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원랜 3박 4일을 목표로 잡았으나, 이렇게 되니 다 쫑이다. 


지연이와 같이 삼촌의 차에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지연이는 별 탈은 없고, 탈수증세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의사 왈 
"별거 아니구요, 밤새 걸어다닌 모양이네.... 발에 물집 잡힌것좀 봐. 주사한방 맞고, 링겔좀 맞고 하면 될 거에요."
별거 아니었구나, 하고 안심하는데 지연이는 그게 아닌가보다. 
겁에 질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입술을 깨물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그래서 물었다. 
"뭔 일이야? 밤새 어디있었어?"
지연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링겔을 팔에 꼽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며 슬금 슬금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고맙게도. 
물론 곧 부모님이 도착하셨고, 지연이는 링겔을 다 맞음과 함께 집으로 가 버렸다. 아쉬웠다. 




그리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나는 원체 공부와는 거리가 좀 멀었기에, 빈둥거리며 방안에 쳐박혀 컴퓨터만 만지는 신세였다. 
그때 지연이에게 전화가 왔다.
안 바쁘면 잠깐 나오라는 전화다. 
올타꾸나 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그때 스타벅스를 처음 가 봤다. 그리고 그 이후로 한잔에 4천원이 넘는 아메리카노를 마신 적은 없다. 
아무튼 지연이는 꽤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기가 그때 겪었던, 기이한 이야기에 대해서. 











여자애와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는 불빛을 보고 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가도 야영장은 안 나오고, 웬 오솔길이 나왔다고 했다. 
오솔길 끝에는 야영장이 보였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 신나게 놀고 있었다고 했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때 
"지연아! 빨리와!"
라고 내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여자애와 지연이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었지만 야영장은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비탈길에서 미끄러졌는데, 몸을 추수르고 보니 같이 있던 여자애가 없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저 멀리 불빛은 보였고, 그녀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휴대폰을 들었지만 이미 배터리가 나가 무용지물이었다고 했다. 
(1편에선 빼먹었지만, 나는 그녀의 번호로 100번은 넘게 전화를 걸었었다. 꺼져있어서 포기했다.)
눈을 꼭 감은채 한참을 달렸다고 했다. 
눈을 떳는데, 사방에 거대한 아파트가 서 있었다고 했다. 



아파트?
그 대목에서 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근엔 아파트가 있을리가 없다. 
아무튼 그녀는 말을 이었다. 





조심스럽게 아파트 사이를 걸어가는데, 30층은 족히 될 거대한 건물들인데도 불구하고 


불빛은 단 한 가구도 켜 있지 않았다고 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두리번거리는데, 한 층에서 불이 켜졌다고 했다. 


창문으로 누군가가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두 눈은 시뻘갰고 눈이 얼굴의 1/3은 될 정도로 컸다고 했다. 


흰자위 검은자위가 없이, 온통 새빨갰다고 했다.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 그녀를 보더니 씨익 웃었댄다. 


웃었는데,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고, 입이 귀까지 찢어져서 웃었는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고 했다. 


머리카락도 없고, 귀도 없고, 눈과 입만 있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아파트의 불이 하나 하나 켜지는데, 창문마다 그런 사람들이 그녈 쳐다보며 그랬다고 했다. 


그녀는 너무 무서워 비명도 못 지르고 털썩 주저앉았는데, 아파트 문에서 그런 인간들이 우루루 나오더니


그녀의 사방을 둘러싸고 빙글 빙글 돌면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했다. 


헌데 그놈들의 입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는데,


"지연아! 빨리와!"

"지연아! 빨리와!"


라면서 반 친구들의 목소리로 말했다는것이다. 


입은 귀까지 찢어진 채로 웃으면서, 입모양은 하나도 안 바뀌면서 그녀를 불렀다고 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냅다 달렸다고했다. 


헌데 목소리는 떨어지지 않고 쭉 그녀의 뒤를 쫒아오면서


"지연아!"


"지연아!"


라면서 소리쳤다고 한다.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 날이 밝을때까지 미친듯이 달렸다고 했다. 


내 목소리는 날이 밝을때까지 유일하게 그녀를 쫒아오며 집요하게 괴롭혔다고 한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난 너랑 사귀기 싫어."


"......."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있다. 


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가끔 전화를 걸어


"지연아! 빨리 와!"


라고 무의식적으로 말 하면,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라며 진절머리를 내곤 한다. 


참고로 그녀는 지금 고2때 내 친구와 8년째 사귀고 있고, 아이가 생겨 곧 결혼할 예정이다. 


나는 나대로 대학교 2학년때 여자친구를 만났고, 잘 사귀고 있다. 





물론 삼촌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그 지역을 찾아보았지만


이런 괴담에 등장하는 '공동묘지' 라던가 '전쟁때 포로가 매장됐던 곳' 이라던가 '심령스팟' 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그 뒤로 그런 경험을 한 손님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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