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입니다.
군대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며 전 제대한지 거의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일은 생생합니다.
토요일 점심식사가 끝났습니다.
토요일 오후는 자유시간으로 부대원들끼리 하고 싶은 사람만 모여서 축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20명이 모이면 10 vs 10으로 하고 30명이 모이면 15명 VS 15명 이런식으로
당시 전 이등병이었는데, 축구를 좋아하고 잘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근대 오전에 사용했던 삽자루와 곡갱이를 창고에 반납해야 되는 상항이 되었고,
제고참 병장에게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병장 역시 축구를 좋아하는 편이라 짜증이 났지만
빨리 갖다주고 축구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부대에선 혼자 움직이는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이병인 저와 함께 가게되었고,
후딱 반납한 후에 축구를 할 생각에 들뜬 둘은 발걸음을 제촉했습니다.
창고와의 거리는 꽤되었습니다. 도보로 약 10분
외진곳에 있었고 그곳은 그 창고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면 갈곳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삽과 곡갱이를 창고에 넣어두고 열쇠로 잠그고
후다닥 축구에 투입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중간쯤 가고 있을때 약 100미터 전방에 어떤 군인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오면 올수록 이상해보였습니다.
계급은 일병이었는데, 복장이 굉장히 불량했습니다.
느긋한 팔자 걸음처럼 터벅터벅 걷고 있었고,
상의는 밖으로 빼서 입고 여름이었는데, 팔은 걷은둥 마는둥
전투화는 대충 신어서 전투화끈을 묶지 않았고,
고무링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전투복 바지가 군화를 거의 덮어놓은 상태였습니다.
우리부대는 이를 '예비군 패션'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병장들도 그러고 다니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건 우릴보고 비실비실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겁니다.
우리부대는 다른 대대라도 상급자를 보면 경례를 하는 부대인데,
가까이 다가와서 뻔히 얼굴을 마주 보는데도 경례를 하지 않았습니다.
화가난 고참(병장)은 경례 마저 하지 않자
불러 세웠고 그 군인은 우리앞에 멈춰섰습니다.
고참 :
" 너 이세끼 뭐야?"
"이게 빠져가지고 복장은 이게 뭐고? "
" 말을 해라 미친 세꺄 "
그래도 그 군인은 약간의 표정 변화만 있을뿐 당당하게 서있었습니다.
화가난 고참은 따귀를 때렸습니다.
고참:
"너 미쳤지?"
머리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습니다.
군복에 새겨져 있는 이름과 소속 부대를 보고
"3대대 김럭시!" ( 가명 : 그냥 제옆에 휴대폰이 놓여져 있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너 이따가 봐 내가 너 찾아간다 넌 뒤졌어!"
그러고 따귀를 두어대 정도 더 때리고, 우리는 축구를 하러 연병장으로 갔습니다.
축구 끝나고 저녁밥 먹고
고참은 3대대로 그세끼 혼좀 낸다며 (우리는 2대대)
3대대는 줘낸 당나라라며 찾아나섰습니다.
2~30분 후에 돌아온 고참은 저에게
" 너 아까 그세끼 있지"
" 걔 3대대에 그런애 없다더라?! "
" 너도 같이 봤잖아 걔 분명 3대대 아니었냐? "
(참고로 우리 부대는 대대에 현역군인이 약 50명 정도 입니다. 전쟁시 예비군이 합류 되면 일반적인 대대의 규모만큼 증편됩니다.)
나 : " 네 맞습니다. 분명히 3대대가 맞습니다. "
고참은 화가 많이 났지만 찾을길도 없고 신경쓰지 말자는 식으로 그일은 흐지부지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러 제가 제대를 하게 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일반인이 군인이 되면 신분증을 부대에 보관해놓도록 되어있습니다.
제대를 하게 되면 신분증은 다시 되돌려 줍니다.
제대 하루 전날 신분증을 돌려받기 위해
인사과에 방문을 하게되었고, 인사 장교가 바쁘다며
신분증 보관함을 툭 던져 놓고 직접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 신분증을 찾으면서 부대원들 신분증 사진을 보며 혼자 낄낄 웃고 있었습니다.
이내 제신분증을 금방 찾았지만 또다른 신분증을 보고 놀랐습니다.
신분증의 주인은 ' 김럭시 ' 저보다 3살인가 많았고,
사진도 그때 따귀를 때렸던 그 얼굴과 동일했습니다.
저는 인사장교에게 이 신분증은 뭐냐고 내밀었고,
인사 장교는
" 아 그거 3~4년 전인가 이 부대에서 자살한 사람이야.... 그거 아무도 신경 안쓰고 있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