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정말 무서운 이야기(아르바이트2)

봉산의대갓 작성일 13.03.15 19:23:10
댓글 3조회 2,574추천 4

아르바이트 2

 

 

다음날, 우리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말도 하지 않은채로 아침을 맞았다.

침묵속에, 갑자기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고, B는 깜짝 놀란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B는 어제의 경험에 상당히 겁을 먹고 있는것 같았다.

 

 

평소에도 남에게 친절한 성격의 B는 알람을 끄고 누운채로 말했다.

 

 

"나보다 훨씬 무서운 일을 당하고 있는줄도 모르고, 도와주러 못 가서 정말 미안하다."

 

어제의 일을 떠올리면 나는 그런 따뜻한 말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였다.

 

 

 

가만, '나보다 훨씬'이라니?

 

 

2층에 올라간건 나이고, A도 B도 밑에서 보고있었을 뿐이었다.

 

 

 

그건가?

내가 눈을 뒤집고 계단을 달려 내려왔던 모습이 무섭게 느껴졌나?

아니면, 그냥 내가 말해준 이야기가 무서웠다는 뜻인가?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 내가 공포심 때문에 B의 의미없는 말 한마디에 너무 민감해 져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이럴때 일수록 어서 빨리 돌아가서, 이런 일따위는 잊어버리고, 남은 여름방학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부터의 B의 불안해 하는 모습은 약간 짜증이 날 정도로 과했다.

 

 

무슨 소리만 들리면 깜짝깜짝 놀라면서 반응을 하고, 내 다리의 상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등, 어떻게 봐도 이상한 행동밖에 하지 않았다.

 

 

"야, 괜찮냐? 잠을 못자서 그래?" B가 걱정이 되었는지 A가 물었다.

 

 

그리고는 뒤쪽에서 가만히 B의 어깨를 잡아주었는데, A가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시끄러!! 손대지마!!" 라며 A의 손을 뿌리쳤다.

 

 

A는 갑자기 보이는 B의 반응에 당황하며 멍 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괜찮냐고? 괜찮을 리가 없잖아. 나도 그렇고 ㅇㅇ도(내 이름) 그렇고 죽을만큼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걱정해 주는척 하지마!!"

 

 

B는 A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B가 죽을만큼 무서웠던 일은 도대체 뭘까?

내 이야기를 듣고 무서웠던게 아닌가?

 

B는 평소에도 아무리 괴롭히더라도 화 한번 내지 않는 온화하고 꼼꼼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이 정말 낯설었다.

 

"죽을만큼 무서운 일이라니... 넌 계속 계단 밑에 있었잖아?"내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응, 밑에 있었어. 밑에서 계속 보고있었지." 라고 대답하고 B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보고있어." B는 고개를 숙인채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도 보고있다니...

B는 도대체 뭘 보고있는 것일까.

 

 

어제부터 벌어진 일들이 단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단, 벽을 보고 부들부들 떨거나,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웅크리거나 하는 B의 행동은 B가 무언가에 씌이거나,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다.

 

 

A와 함께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B가 느릿느릿 말했다.

"그때, 난 계속 밑에 있었지만, 난 계속 보고 있었어."

 

 

"계단에 올라가는 날 말이지??" 나는 답답한 나머지 B를 조금 닦달하는 식으로 말했다.

 

 

"아니, 아, 처음엔 그랬지. 그랬는데, 니가 계단을 다 올라갔을때쯤부터 보이기 시작했어."

 

 

이때부터 나는 속으로, ‘이 이야기는 정말 듣고싶지 않다.’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하지만 혼자서만 담아두기엔 너무 힘들어서 하나둘씩 말을 하는것 같은 B를 보니, 어제의 내가 생각나서 참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내 이야기를 친구들이 말없이 들어준것만으로도 얼마나 안심했는지를 기억하면서 끝까지 들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던 B는, 뭔가를 각오 한듯한 얼굴로 우리에게 말을 이었다.

 

 

 

"그림자..."

 

 

 

B는 흠칫 놀라는 A와 나를 쳐다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응, 처음에는 니 그림자인줄 알았어. 그런데, 니가 무릎꿇고 앉아서 그걸 먹고 있을때도 그림자는 니 주위를 계속 움직이고 있었거든.무릎을 꿇고 앉아버린 니 그림자는 이미 보이지 않았을때고, 우리 그림자도 우리 발밑에 붙어 있었어."

 

 

B는 입이 마르는지 입술에 혀로 침을 바르고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움직이는 그림자가... 셋... 아니, 넷정도 있었어."

 

 

나는 온몸에 한꺼번에 소름이 솟아오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B의 이야기가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하는 B의 모습은 거짓말이나 장난을 하고 있는것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혹여 B에게, 농담하지 말라는 말이라도 했다가는 큰일이 날만큼 심각한 얼굴이었다.

 

 

 

"거긴... 나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거기엔 세명 네명이나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어."나는 어떻게 해서든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힘겹게 B에게 말했다.

 

 

"그것들이 사람이 아닌것 정도는 알잖아?" 당연한걸 묻느냐는듯한 얼굴로 B가 대답했다.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절대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해."

B가 흘리는듯이 말했고, 나와 A는 무슨말이냐고 금방 되물었다.

 

 

 

"전부... 벽이랑 천정에 붙어있었어... 꼭 거미처럼... 벽이랑 천정을 왔다갔다 하면서 스멀스멀 기어다녔어... 그러더니... 그러더니... 그러더니......"

 

 

 

B의 호흡이 거칠어 졌다.

 

 

우리는 B를 우선 안정시키려고 이불로 데려가서 눕혔고, 한참을 흥분상태에 빠졌지만 다시 안정을 되찾아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건, 사람이 아니야. 아니,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어. 생긴것도 사람이... 아니, 사람의 생김새는 하고 있는데, 절대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사람같이는 생긴 검은 무언가가 벽에 붙어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말이야?”"

나는 또다시 호흡이 거칠어져서 횡설수설 하는 B의 말을 끊고 물었다.

 

 

B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을 입으로 토해낼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절대 사람은 아닐것이다.

 

 

정리를 해 보면, 나는 내 주위에서 무엇인가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썩은 밥만 먹고있었단 말이었다.

 

 

 

그럼 그 소리는?

 

 

그럼 그 뭔가를 손톱으로 긁는 소리는 문 뒤쪽이 아닌, 내가 있던쪽의 벽에서 나는 소리였나?

 

 

그 숨소리도?

 

 

 

공포에 질려 머리가 띵 해지기 시작했다.

 

셋 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각자 바닥에 앉아서, 미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무의미한 심호흡 소리만이 들려왔다.

 

 

 

가장먼저 입을 연것은 A였다.

 

 

"B, 너... 방금... 지금도 보고있다고 했잖아..."

 

 

 

B는 A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아니, 미안, 아깐 좀 착각해서 그랬어... 아무것도 없어 지금은... 미안... 하하하..."

 

 

누가봐도 억지웃음이었다.

웃고 있는 B의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A와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서 아무것도 묻지를 못했다고 하는편이 정확할것 같다.

 

 

처음에는 화까지 내며 이야기를 시작한한 B가 지금은 무언가를 감추려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무슨 이야기를 더 듣게 된다면, 정말 머리가 돌아버릴것 같았다.

 

 

또다시 침묵...

 

 

조금 있으니, 문 밖에서 미사키가 아침식사 준비가 되었다면서 우리를 불렀다.

 

 

식욕이 있을 리가 없었지만, 셋 다 아침을 거르면 아주머니와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 할 것 같아서, 너무 안색이 창백했던 B만 방에서 쉬도록 놔두고 A와 둘이서 연회실로 향했다.

 

 

 

"미사키한테 주먹밥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할테니까 나중에 먹어라." 방문을 나오면서 B를 향해 A가 말했다.

 

 

"응, 야, 나 니 노트북좀 쓸게. 뭐 좀 찾아보고 싶은게 있어서."라며 B는 컴퓨터를 기동하였고 우리는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 문을 열자, 아주머니와 아저씨, 미사키가 먼저 앉아 있었고, 아주머니는 들어오는 우리를 보더니, 내 발쪽을 한번 보고는 미소를 듬뿍 지으며 물었다.

 

 

 

"잘 잤어?"

 

 

 

항상 듣는 아침 인사지만, 마치 어제의 일을 다 알고 있는것처럼 보여서 기분이 나빴다.

 

 

우리는 태연한 얼굴로, B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방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미사키에게 나중에 주먹밥 몇 개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침식사를 하는동안 아주머니는 계속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밥이 넘어가질 않았다.

 

아저씨와 미사키도 그 이상한 공기를 눈치채고 흘끔흘끔 보기 시작했다.

분위기에 못 이긴 우리는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도중에 식사를 마쳤다.

 

 

모두의 식사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주머니께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일분 일초라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기 위해서 방으로 B를 부르러 나갔다.

 

방문 앞까지 오니, 방 안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고 들어보니 B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B의 통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예, 꼭 오늘 부탁드립니다...... 예! 고맙습니다!! 오후까지는 갈테니까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B는 오늘 가야할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별로 뭔가를 묻고싶은 기분도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B를 데리고 연회실로 향했다.

 

 

 

연회실에 돌아오자, 미사키와 아주머니가 밥상을 치우고 있었다.

미사키는 B를 보자, "아, 금방 주먹밥 만들건데..." 라며 진심으로 B를 걱정 해 주었고, 아주머니는 상 위를 행주로 훔치고는 우리를 향해 앉았다.

 

 

 

아주머니는 무슨 일이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 보았고, 나는 마음을 다잡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멋대로 결정해서 정말 죄송한데, 저희 셋 다 오늘 일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고, A와 B도 나를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정말 무서웠다.

마치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

 

 

한참 후 아주머니는 입을 열었고,

 

"그래, 할 수 없지 뭐... 이놈들, 처음부터 끝까지 속만 썩이고 가네!!"

라며 다시금 편안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급료와, 묵었던 방은 다시 깨끗이 청소만 해 주면 된다면서, 아무도 왜 그만 두는 거냐고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서 우리는 안도했다.

 

짐은 어젯밤에 미리 싸 두었기 때문에 청소를 끝마치고 각자의 짐을 들고는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하러 연회실로 갔다.

 

 

연회실 안에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침울한 표정을 하고 앉아있는 미사키가 보였다.

 

 

우리 셋은 나란히 앉아서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감사했습니다. 멋대로 그만 두게 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아니야, 도와줘서 우리가 더 고맙지... 이거 적지만 받아." 라고 하며 우리에게 봉투와, 천으로 만든 주머니를 세 개씩 건네 주었다.

급료와 함께, 오마모리도 함께 넣었으니 가지고 가라고 했는데, 봉투는 생각보다 두꺼워서 급료를 많이 챙겨 주신것 같았다.

 

 

그리고는 미사키가 조심해서 가라며 랩에다가 싼 주먹밥을 건네 주었고 곧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얼굴로 우리 셋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섭섭해 지는걸 보면, 어젯밤에 죽을 뻔 한것 치고는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는것 같았다.

 

 

 

아저씨가 불러준 택시가 집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아저씨가 역까지 바래다 준다고 하였지만 B가 거절했다.

 

 

A와B가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을때, 나는 잠깐 집쪽을 돌아보았다.

나무에 가려 겨우 옆쪽 벽에 어제의 문이 보였고, 문이 약간 열려 있는것 처럼 보여서 금방 얼굴을 돌렸다.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택시에 올라탔고, 일주일 정도 지냈던 집이 악몽같은 기억과 함께 뒤쪽으로 멀어졌다.

 

 

조금 달리자, 갑자기 B가 택시 기사에게 역 대신에 이곳으로 가 달라며 메모를 건넸고, 기사는 꽤 먼 곳인데, 괜찮냐며 물어왔다.

 

 

 

우리는 무슨 일인지 몰랐기에 B를 쳐다 보았고, B는 결연한 얼굴로 괜찮으니까 빨리 가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쪽을 보고, "너희들이랑 꼭 가야할데가 있어서 그래." 라고 한마디만 했다.

 

 

A와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아침에 보았던 B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 소리만이 들려오는 가운데, 택시가 한참을 달렸을때, 택시기사가 미러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뒷 차... 학생들 아는 사람이야?"

 

 

 

깜짝 놀라 뒤를 보니 아저씨가 자신의 경트럭을 타고 따라 오고 있었고, 우리가 뒤를 돌아보자, 경적을 울리면서 손을 흔들었다.

놀라서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었지만, 평소에 자상했던 아저씨 였기에, 혹시 우리가 놔두고 온 물건이라도 있었나 싶어서 택시를 멈춰달라고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택시 뒤에 트럭을 대고 아저씨도 내려왔고, 우리를 보자마자 말했다.

 

 

"그대로 가면 안된다!!"

 

 

 

"안가요, 이 상태로 갈 리가 있겠어요?" 머뭇거리는 우리와 달리,B는 아저씨를 향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A와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저씨는 갑자기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 거기에 갔지?"

 

 

가슴이 내려 앉는것 같았다.

 

어떻게 아는걸까...

 

 

그때는 정말 너무 무서운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라고 대답하는것도 힘이들었다.

내 대답을 들은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대로 가면 그것들이 데려가 버릴꺼야. 정말, 왜 그런데를 간거냐? 뭐... 우리가 미리 말을 안한 잘못도 있지만..."

 

 

 

다른 말은 들리질 않았다.

응?

데려가 버린다니?

누가 누구를 어디로???

 

 

지금 집으로만 가면, 다시 즐거운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불안해져서 A를 보았다. A는 나보다 더 불안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대로 눈길을 돌려 B를 보았다.

B는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아까 인터넷에서 용한 무당을 찾았는데, 그 사람한테 부탁해서 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 중이야."

 

믿을수가 없었다.

역시 나에게 뭔가가 씌인 것일까?

난 죽는걸까?

지금 이 분위기는 내가 죽는 분위긴데?

왜 그런곳엘 갔느냐고? 그런 곳이었으면 처음부터 말을 해 주던지, 문을 잠궈 놓든지 할것이지.

 

 

 

참고 있었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패닉상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와 뭔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은 B는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갔다.

 

 

"무당이라니?"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B에게 물었다.

 

 

"예."B가 대답했다.

 

"너... 보이는구나?" 아저씨는 신기하다는 듯이 B에게 말했다.

 

 

"지금은 그 이야기 하기 싫은데..." B는 눈을 피하면서 말을 바꾸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B의 멱살을 잡았다.

 

"너 아침부터 뭐냐!? 이야기를 하기 싫다는건 또 무슨말이야!?"

B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고, 멱살이 잡힌채로 내 눈을 피하기만 했다.

 

 

"그만해라, 니들은 아직 안보여서 그래. 지금 가장 위험한건 사실 B이다."

아저씨가 중간에 끼어서 우리를 말렸다.

 

"아까부터 보이네 마네 하는 말이 무슨말인데요!?"

화가 난 채로 아저씨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검은색 이라는 것 밖에는..." 이라고 대답을 하고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너희들, 무당에게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거다." 아저씨는 B를 보면서 이야기 했다.

 

"게다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엄청 빠를거다."

 

 

빠르다는둥 보인다는둥... 나는 아저씨가 하는 말이 단 한마디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아저씨의 그 한마디를 들은 B는 무릎에서부터 무너지는듯이 쓰러져서 웅크리고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 쓰는 울음이었다.

나와 A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택시기사가 창문을 내리고 우리에게 괜찮냐며 물어왔고, 아저씨는 요금을 계산하고 택시를 보내 버렸다.

 

 

"내가 왜 너희들을 *아 왔겠냐... 이 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데려다 줄테니까 빨리 차에 타거라. 이미 이야기는 해 두었고, 더 늦기 전에 어서 오라고 했다."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말에 밀려서 우리는 트럭에 탈 수 밖에 없었다.

 

몸을 주체를 하지 못하는 B를 양쪽에서 부축해서 앞좌석에 태우고는 우리는 뒤쪽 짐칸에 올라탔다.

 

 

짐칸에 사람이 타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엄청난 스피드로 달렸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A와 나는 어디로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도 모를 새에 도착 하였다.

 

 

 

도착한 곳은,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마당 뒷쪽에 토리이*가 세워져 있었고, 그 뒤쪽으로 돌계단이 쭉 놓여 있는것이 보였다.

*주: 토리이(鳥居) - 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

 

 

아저씨를 따라서 집의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자,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평범한 여자였지만, 눈 사이의 큰 점이 인상적이었다.

 

 

집 안은 부엌이나 방이 없었고, 다다미 바닥이 깔린 커다란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그 위에 스님이 한명, 중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한명, 노인이 한명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마자, 중년 남자가 "재앙..." 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스님앞에 나란히 앉았고, 방 안에 있던 세명도 우리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곳에 간 것은 이놈이오?" 노인이 B를 가르키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올라간건 ㅇㅇ(내 이름)이고, 그놈은 밑에서 보기만 했다고 합니다."

 

 

옆에 앉아 있던 스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동안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 하더니, B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이런 경험을 전에도 한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B가 힘없이 대답했다.

 

 

"이상하네..." 스님은 탄식과 함께 말을 흐렸다.

 

 

"... 저는..." B는 울음을 참는듯한 목소리로 더듬더듬 물었다.

 

"... 죽는겁니까...?" B의 몸은 가늘게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스님이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그렇겠죠... 이대로라면... 확실히"

 

B는 영혼이 빠져 나간듯이 더 이상 떨지도 않고 바닥의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가는것도 당연합니다. 당신은 그곳에 갔을때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이번엔 나에게 물었다.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상한 숨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는 부적이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내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떼었다.

 

 

"아마도 당신은 그 '사람이 아닌것'의 존재를 귀로 느꼈고 B군은 눈으로 느낀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본래대로라면 '그것'은 사람에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고, 정말 조용히, 몰래 숨어 있는것 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끔씩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스님은 세상이 끝난것 같은 분위기의 우리를 한번 슥 쳐다보더니 말을 계속했다.

 

 

 

"지금 이안에서는 B군에게도 그것들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는 결계를 쳐 놓았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것들은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수도 없는 일이니, 별당으로 가서 그것들을 떼어내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따라서 일어나려 했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셋 다 잘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스님이 말했다.

 

 

"의식을 치르는 동안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들을 꼭 살려 줄테니 조금만 더 참으세요."

 

 

우리는 몸이 떨려서 인지, 그 말에 위안을 얻어서 인지, 이상한 박자로 목을 끄덕였다.

 

 

후들거리는 다리... 아니, 온 몸을 짊어지고 겨우 한발짝씩 돌계단을 끝까지 오르자, 큰 절이 보였다.

하지만 그 절로 들어가지는 않고, 절을 끼고 산 속으로만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자 토리이가 하나 더 나왔고, 또 돌계단이 만들어 져 있었다.

 

 

 

"B군, 지금 그것들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토리이 밑을 지나면서 스님이 B에게 물었다.

 

 

"두 다리로 서서... 계속... 이쪽을 쳐다보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B가 떨면서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돌계단의 끝까지 다 오르고 나자, 낡고 조그만 별당이 있었다.

스님은 그 별당 앞에서 우리를 불렀고, 우리 셋은 스님앞에 나란히 섰다.

 

 

스님이 의식에 관한 설명을 시작 했는데, 정리를 하자면

이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

 

 

 

이 안에서는 빛이 없어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안에서는 먹어서도, 마셔서도, 잠을 청해서도 안 될것.

 

용변은 이 포대기 속에다 해결할 것.

 

이라며, 쌀포대기 같은것을 건네 주었다.

물론 휴대폰이나 라이터등 빛을 내는 물건들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대나무로 만든 수통에 들어있는 물을 한모금씩 마시게 하고, 남은 물은 우리의 몸에 조금씩 뿌렸다.

 

 

그리고는 별당의 문을 열어 우리에게 들어가도록 손짓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별당에 발을 들였던 B가 한발짝 들여 놓자 마자 갑자기 입을 감싸고 밖으로 튀어 나와서는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스님이 몹시 당황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방금 천수로 몸과 속을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별당의 결계에 걸리는지 모르겠다며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옆의 노인들과 뭔가 급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후 스님은 B에게 다가가서, 혹시 그 곳에서 가지고 온 물건이 없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헛구역질이 멈추질 않아 괴로워 하는 B를 대신해서 내가 대답했다.

 

"급료요, 급료밖에 가지고 온건 없는데..." 라고 하며 바지 주머니에 꼬불쳐 넣어 두었던 돈봉투를 내었고, 뒤따라 A가 자신의 것과 B의 호주머니 속에서 B의것까지 찾아서 내밀었다.

 

돈봉투 속을 찾아봐도 별다른건 없었다.

하지만, 뒤지다 보니 아주머니가 건네주었던 작은 주머니가 떠올랐고, 아주머니가 손수 천으로 만들어준 주머니 세개를 찾아내서 스님에게 건넸다.

 

 

"이...이건..."

 

 

주머니 속을 들여다 본 스님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못볼걸 본 표정을 지으면서 주머니의 속이 보이도록 우리에게도 보여주었다.

 

 

 

 

손톱이 잔뜩 들어 있었다.

 

 

내 무릎의 상처에 박혀있던 그 손톱과 똑같은 붉은색과 때가낀 흰색의 낯익은 손톱...

 

 

그걸 본 B는 또다시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A와 나도 더이상은 참지못하고 구역질을 해 버렸다.

 

그것을 보고있던 스님도 눈쌀을 찌푸릴 정도로 심한 광경이었다.

 

한참을 토악질과 헛구역질을 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을때, 우리는 자신의 휴대폰과 지갑을 스님에게 맡기고, 별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 문을 열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저희는 모두 본당에 있을것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누구도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스님은 별당의 문을 닫기전에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벽 너머의 것과 대화를 해서는 안됩니다. 이 별당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도 절대로 안됩니다."

스님은 뱃속에 든것을 다 비우고, 창백한 얼굴로 있는대로 겁에 질려있는 우리를 약간 못 미더운듯이 쳐다보면서 마지막 당부를 했다.

 

 

 

"방금 말한 이것들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다음화로 이어짐.



봉산의대갓의 최근 게시물

무서운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