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사랑의 대상이 꼭 사람인것은 아니다.

금산스님 작성일 13.04.18 23: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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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그녀가 한 쪽 다리를 들어서 그의 허리에 올렸다. 따스한 감촉과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민혁은 한 쪽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가 말한다.
 
"... 사랑해"
 
그녀가 배시시 미소짓는다.
 
아찔한 웃음이다. 그는 잠시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입술이 다가와 민혁의 입술을 탐색하다가 이내 혀를 찾아내 서로 섞인다.
 
"나도 사랑해"
 

 

 


민혁은 곧 룸의 문을 열고 나온다.
 
카운터를 보고있던 서브웨이터가 얼른 다가와 알랑거리기 시작한다.
 
"예, 사장님. 오늘도 괜찮으셨는지.."
 
"그럼,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이곳엘 오겠는가. 이 집이 최고라서 아닌가? 다른 집으로 갈 생각일랑은
 
전혀 없으니 마음 놓게"
 
웨이터가 크게 웃는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사이 사장님이 애용하시는 E-GN I 버전은 갓 출시된 까닭에 굉장히
 
고가입니다. 저희도 간신히 한대 들여놨을 뿐이니 다른 집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요"
 
"근데, 그.. 얼굴이 말일세. 잘 나가는 레이싱걸과 아주 비슷하게 되어있던데? 아니, 아주 똑같아.
 
하지만 실재 존재하는 공인의 얼굴과 똑같은 인형은 불법인 것으로 아는데?"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웨이터가 이내 가까이 오라는 제스처를 보이고 민혁의 귀에 속삭였다.
 
"물론 불법이지요. 하지만... 왜 안되겠습니까? 고객들의 욕구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하는게
 
저희인 것을요. 저희 샵에서는 자체 페이스 가공 기술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 최고지요.
 
그 외에도..."
 
웨이터가 각 연예인들과 아이돌들의 사진이 인쇄된 종이를 한장 꾸깃꾸깃 민혁의 겉옷 주머니로 넣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인기상품들이 있으니, 사양치 말고 애용해주십시오"
 
민혁은 개운치 못하게 걸어나가다가 다시 멈추어 서서 물었다.
 
"그리고 말이야. 그 AI(인공지능) 말인데... 너무 사람과 똑같은 것 같아"
 
웨이터가 간사해보이는 미소를 쭈욱 지어보였다.
 
"실재인물의 얼굴과 체형까지 100% 재현해내는데.. 무엇이라고 불가능하겠습니까?
 
대화패턴과 학력수준을 고려하여 기억을 제외한 지능정도까지 구현해내고 있습죠.
 
뭐... 정 그게 불편하다면, 지능을 최대한 낮춘 백치 모드로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만..."
 
민혁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됐네, 말하는것이 너무 진짜 같기에 해 본 소리네. 그럼.."
 
"또 오십시오"
 
민혁은 가게를 나섰다.
 

 


그의 나이 사십.
 
갈수록 살이찌고 신경질이 느는 와이프에게는 이미 신물이 날 정도였다.
 
매춘부와 나누는 정사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들은 음탕했고, 지저분했으며 역겨웠다.
 
민혁은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을 느꼈다.
 
그것은 하나의 남자가 가지는 유기적인 희망이자 괴물이었다. 끊임없이 자라나는.
 
TV에 나오는 탄력있는 몸매의 여성들, 인터넷 뉴스와 화보지를 독점하는 아이돌 그룹들.
 
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장지세를 확산시키는 최고의 여자들인 반면에,
 
민혁은 갈수록 살이찌고 추레해지는 늙어가는 남자에 불과했다.
 
대기업 사장이었던 그는 모든 것을 다 시도해보았다.
 
흔히 말하는 연예인 접대라고 했던가.. 꿈도 꿀 수 없었다.
 
성납세 규제법이 강화됨에 따라 아름다운 공인들은 말 그대로 잡을 수 없는 뜬 구름이었다.
 
그런 그가 찾은 것이 바로 'RD- SHOP' 이었다.
 


'RD - SHOP' 는 철저한 회원제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각 회원들의 등급정도... 한번에 받아들이는 회원수는
 
각각의 랭커에 따라 모두 수가 틀렸다.
 
S 랭커들은 단 세명.
 
A 랭커들은 다섯 명.
 
B 랭커들은 열 명.
 
C 랭커들은 삽심 명.
 
민혁은 발을들여놓고 상담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유일한 S 랭커가 되었다.
 
민혁은 회원들의 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은 거의 모두 들어가 있었던 것.
 
C 랭커들은 말만 C급이지, 목록에는 잘나가는 스포츠선수들이나 방송국 사장, 결찰 청장등
 
막대한 부와 권력을 거머쥔 이들이 가득했다.
 
민혁이 범 세계적 기업을 꾸리는 경영자가 아니었다면 S랭커는 결단코 불가능했을 터였다.
 
회원비는 톡톡했다.
 
S 랭커는 한달에 1500만원을 부담하게 되어 있었다.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 랭크는 특별했다.
 
우선, S 랭커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인형' 들이 있었다.
 
최상급 '인형' 들, 바로 방송에 나오는 유명 가수와 연예인, 아이돌들.
 
그들과 완벽하게 똑같은 '인형'들이 S랭커들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상품들이었다.
 

 


처음에는 주저했다.
 
그 모습은 룸안에서 비추는 자신의 정사장면을 보고 나서 더욱 분명해졌다.
 
십대 소녀의 아름다운 나신과 늙어가는 자신의 추레한 몸뚱이가 한데 어우러져있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그리고 그 십대소녀가 자신에게 정감어린 목소리로 또박 또박 말을 걸어올때에도
 
경악했다. 완벽한 화음에 끼어든 불협화음. 그것이 자신임을 깨달았을 때 민혁은 이미
 
그 특별한 '취미'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몇 십명일까, 몇 백명일까.
 
TV를 틀때마다 나오는 소녀와 여자들은 모두 그의 정액을 받아냈던 얼굴들이다.
 
천진하게 웃고, 젊음을 상징하는 아이콘들이다.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한때나마 더럽혀진다. 근본부터 죄악인양, 아담을 외면하는 신처럼.
 
그래서 민혁은 아내와 자식들이 TV를 볼때에도 거실로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그만두자고, 실제로는 알지도 못하는 그녀들과 섹.스를 하고,
 
거친손으로 나신을 더듬고 움켜잡으며 이내 그녀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소름과
 
죄악과 그 무게를 동시에 실감하는 그 빌어먹을 저주를 그만두자고 아무리 뇌까려보아도, 소용 없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기어코 일주일이 지나면 RD - SHOP 으로 달려갔다.
 
웨이터는 변함없이 그를 맞아주었다.
 
그랬다. 현실은 그를 강.간했고, 그는 인형들을 강.간했다.
 
갈수록 헬쓱해져 가는 그의 얼굴을 아내가 모멸찬 눈초리로 바라보곤했다.
 
필시, 정부가 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맞긴 맞았다.
 
하지만 그 대상은 사람이 아니었고, 아내의 생각처럼 한 명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날도, 민혁은 샵의 문을 열었다.
 
언제나 처럼 미묘한 특유의 미소를 짓는 웨이터가 그를 반겼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민혁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어떤 아이로..?"
 
"E-GN I... 그 아이로, 어서.."
 
웨이터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늘 가시던 방으로..."
 
민혁이 참지못하고 방을 향해 달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변함없이 침대에 누워 아름다운 나신을 드러낸 그녀의 눈이 민혁을 향했다.
 
혐오나 우스움, 멸시와 조롱 따윈 없었다.
 
순수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듯 애수와 간절함이 담긴 눈초리.
 
현실에서는 없는 눈초리, 모든 현실과 극을 이루는 눈초리.
 
신성을 더럽히려는 악마처럼, 민혁은 천천히 물침대로 걸어갔다.
 
요란스럽게 흔들리는 침대가 만인이 눈살을 찌푸릴 죄악을 몸소 받아냈다.
 


민혁은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
 
옆을 바라보자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눈망울로 민혁에게 다시 안겨왔다.
 
"...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요? ...아저씨"
 
그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고 말없이 그녀의 몸만을 더듬었다.
 
그녀는 조그맣게 웃으면서 민혁을 꽉 안았다.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손이 점점 더 조이고 압박해와 그의 갈비뼈가 처음으로 부러졌을 때도 그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부러진 뼈가 폐부를 찔렀을 때 번쩍 눈이 뜨이며 비명이 터져나왔다.
 
붉은색 비명이었다.
 
부러진 갈비뼈들이 살을 찢고 나왔다. 다음으로 머리를 감싸안은 그녀는 다시금 꽉 사랑의 포옹을 했다.
 
두개골이 으스러지며 흰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으히히히..히.."
 
비명은 바람 새는 소리로 바뀌어 민혁의 목을 통과하여 나왔다.
 
돌출된 눈알이 기어코 피투성이 물침대 위로 떨어져내려 찰박, 하는 소리를 낸다.
 
소리는 없다. 비명다음엔,
 
붉은색 정적이었다.
 

 

 

"... 산재보험은 성사되었습니까?"
 
"그래도 대기업 사장이라고 두둑이는 주더군. 그 사람이 남긴 유산들까지 모조리 상속되었으니,
 
이제 거래는 끝났어. 아, 금액의 30%는 오늘내로 그쪽 계좌로 보내죠"
 
뚱뚱하고 험악한 인상을 지닌 부인이 서브웨이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부인을 배웅하는 서브 웨이터, 그때 부인이 아 하는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할거지? 이런 큰 손이 하나 죽었으니 영향이 클 텐데?"
 
"아, 상관없습니다. 가입 조건중에 로봇오작동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으니까요. 더구나 말그대로 '오작동' , 제가 잃을 피해는 로봇하나 폐처분하는 것 밖에는 없지요..
 
대기업 사장님의 유산 30%를 받는 것치곤 아주 가벼운 손실이죠. 후후후..."
 
부인은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그런데, 정확히 이 가게는 뭐요? 매춘에 인형을 동원하다니.. 더구나 인공지능 로봇을 말이야."
 
웨이터는 싱긋 웃으면서 팜플렛 하나를 부인에게 내민다.
 
"한번 훓어보시고 관심 생기시면 연락 주시지요"
 
팜플렛에는 최근 남자 영화배우와 아이돌 가수들의 사진이 잔뜩 인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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