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30년 정도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스님이었습니다.
어느 사진의 위령을 의뢰받았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등산이 취미인 30대의 남자로,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스님은 조상을 공경하고 추모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지만,
영혼이나 영능력, 귀신같은 건 내심 믿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이라는 직업상,
가끔 이렇게 사진의 위령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곤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봤던 심령사진들은 풍경을 사람 모습으로 착각했다든지,
유리에 비친 사람 얼굴을 귀신으로 착각했다든지 하는
별것 아닌 게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뢰인들에게도 그 점을 설명하며,
마음먹음, 마음가짐, 기분 다스림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다고 합니다.
그랬기에, 그 남자가 의뢰한 사진도
비슷할 것이라 여기며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은 의뢰인이 가운데 서 있고,
그 주변에 등산 동료로 보이는 사람들이 너덧 명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흔히들 찍는 단체 기념사진처럼 보였습니다.
스님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위령을 하기 전에 묻고 싶은데, 이 사진의 어떤 것이 신경 쓰이시는 건가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아마도 풍경 어딘가에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거나 하는 것이리라 여겼다고 합니다.
[그 사진에서 무언가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확실히, 처음 봤을 때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기는 했습니다만..]
실제로 스님도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어딘지 모를 가벼운 위화감을 실제로 느꼈다고 합니다.
[등산 동료들과 찍은 기념사진이지요?]
그러자 의뢰인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역시 그렇게 보이시는군요..]
그 대답이 신경 쓰여서,
스님은 다시 한번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의뢰인을 중심으로 등산 동료들이 서서,
다 같이 찍은 기념사진..
그런 구도의 사진인데,
다시 보니 오히려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더 커졌습니다.
[아닌가요? 다 같이 찍은 기념사진으로만 보입니다만..]
[그 사진, 셀프 타이머로 저 혼자 찍은 겁니다..]
스님은 농담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사진을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그제야 처음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의뢰인은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표정이 어둡고 침울했습니다.
무엇보다 맑은 날씨에 찍은 사진인데도,
의뢰인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