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나는 이상한 방에 갇혀 있다.
정확히 스무명이다, 아무런 색도 없는 흰색 밀실..
너무나 비좁다. 스무명 개인이 모두 엎드릴수도 앉을 수도 없는 곳이다.
스무명 모두가 흰색 옷을 걸치고 있었다.
서로가 몸을 붙이고 빈틈없이 서 있는데,
몸을 뒤챌수도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다.
이상하다, 스무명 모두가 스스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덧없이, 이유없이, 자신에 관한 아무런 사고없이 그냥 그렇게 존재한다.
누군가 우리들 20명을 만들어내고 그냥 밀어넣었다.
심지어 우리는 우리가 갇힌 이유도 모른다.
단정지어 본다면, 우리가 여기 갇힌 이유 그 자체도 '그냥' 인 것이다.
의문도 반발도 없다.
우리는 그냥 이 밀실안에 있을 뿐이다.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건 나만이 아닌 것 같다,
그냥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다.
옆에 말을 걸어보니, 그 또한 아무것도 모른다고 전해왔다. 전혀, 아무것도..
그러니까, 거듭 말하지만 우리 스무명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아무것도 알지못한채로 그냥 밀폐된 공간 속에 갇힌 것이다.
너무 많이 서있어서 지치지만, 앉을 공간도 없다.
그런데 그때였다.
거대한 무언가가 우리중 하나를 잡아 갔다.
아무 구멍이나 입구도 없다고 없다고 생각했던 이 방의 천장이 불쑥 열리더니
이내 방이 뒤집힌다.
천장 열린곳으로 한명이 떨어졌다.
저항할수 없다.
언제 또 문이 열리고 누군가 잡혀갈지 알 수 없다.
다행히.. 나는 문과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있다.
두렵다..
수없이 잡혀가는 이들, 자비는 없다.
첫번째가 희생된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린다.
그전까지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갑작스레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해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6명이다. 20명이나 되었던 우리는 이제 넉넉한 공간 속에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편안하지 않다.
편안할 수 없다..
그래, 내차례다.
나 하나만이 남았다.
다시 방이 뒤집어 진다. 구석에 비스듬이 자리잡고 앉아 있는 나는 입구로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방이 한차례 요란하게 흔들린다.
나는 그래도 떨어지지 않는다.
더욱더 모서리를 꽉 붙잡는다.
찌지익-!
아..
방이 부서져 나간다. 문이 있던 곳이 허무하게 뜯겨져 나갔다.
어둡다.. 검은색의 무언가가 나를 잡아 끄집어 낸다.
앞서 19명이 겪었던 것들을 이내 나도 겪는다.
그들 중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보았다. 내게로 다가오는 네모꼴의 무언가를.
그리고 그것이 내게 뜨거운, 아주 뜨거운 무언가를 선사하고 멀어지는 것을.
불이다.
발끝에 불이 붙었다.
끔찍하다.
몸이 타들어 간다. 발끝부터 서서히 나를 태운다. 뼈 한조각, 살점 하나 조차 남기지 않고.
증오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나를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나를 땔감삼아 웅장하지만 초라한 불길을 본다.
피부가 쭈그러 들고, 이내 다 타들어간 부분은 재가 되어 바닥으로 서서히 떨어진다.
발바닥, 종아리, 허벅지 이내 허리까지 타들어가는 동안 내 의식은 멀쩡하다.
나는 생각한다.
이 저주스런 고통을 선사한 이들에게 똑같이 되돌려 주겠노라고..
비록 타들어가는 잔연이 될지라도, 이 미움과 증오를 담아
기필코 복수를 하겠노라고.
'나'는 사라졌다.
만족한다.
나를 받아들인 그의 몸에 저주를 깊숙이 각인시켰으니까.
비록,
담배 한개비였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