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저승표 티켓을 삽니다.

금산스님 작성일 13.05.02 09: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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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난 말요, 아새끼들 대학도
 
다 일류로 보냈지. 헌데 그놈아들 중에서 공부 잘하는 새낀 하나도 없었어. 군대간놈도 한새끼도 없지.
 
그게 왜인줄은 굳이 말해줄 필요도 없겠지.
 
세무조사나 세금납세같은것도 무섭지 않았어..
 
더 큰 돈 몇번쥐어주면 싸악! 조용해지는 지거든"
 
65살의 최양득씨가 한 목사에게 조용하게, 그러나 힘이 담긴 목소리로 애기하고 있었다.
 
"양득 씨.. 저는 어린 선민들을 하나님 아버지께로 이끄는 목자일 뿐입니다.
 
어떻게 제게 그런 권한이 있겠습니까?"
 
최양득은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찾아 꺼냈다.
 
교회안에서 거침없이 불을 붙여 한모금 쭉 빨아들이는 그의 모습에서 신앙에 대한 예의라고는
 
털끝만큼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당신도 목사란 거지. 먹물먹은 새끼들은 다 똑같아.
 
근데 그새끼들 공통점이 뭔지 아우?"
 
목사는 펼친 책을 보던 시선을 들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책 잡는 동안 난 회칼꼬나잡고 세상 헤쳐왔다는 거야.
 
싫으면 말 것이지 주절주절 말이 많우? 일없수다."
 
최양득은 뚜벅 뚜벅 회랑을 걸어나왔다.
 

 

한 소년이 있었다.
 
주정뱅이 아버지에 매춘부 어머니.
 
언제였던가.. 끝없는 폭력과 주사에 집을 도망쳐나와버린것이.
 
13살부터 공사장 노역판을 기웃거렸다.
 
소년이 18살이 될 무렵, 그의 몸은 다른 청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뼈가 굵어 장사가 되어 있었다.
 
젊은 피가 끓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이 비참하다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괴롭혔다.
 
어느 날이었다.
 
술에 취해 부두를 걷다가 검은 정장쟁이들 몇 놈이 시비를 걸기에 흠씬 두들겨 주었다.
 
욕설을 내뱉으며 도망치는 검은 정장들을 보면서 목청이 터지도록 웃어 재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일하던 하역장으로 스무명이 넘는 건달들이 찾아왔다.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익숙한 몇 놈이 보였다. 일하던 아저씨들이 모조리 도망가는 것을 시작으로
 
싸움이 일어났다. 양득은 기죽지 않았다.
 
맞아도 맞아도 또 일어났다. 일어날때마다 대거리로 모두가 지랄맞은 새끼라며 혀를 찰때쯤
 
뒤편에 가만히 서서 담배만 피우던 사내가 말했다.
 
"뭣때문에 그렇게 독이 오른거냐? 쓸만한 마음가짐이다.
 
너도 순탄찮은 인생인듯 한데 어떠냐? 같이 일해볼테냐?"
 
양득은 주먹질을 하던 사내들과 섞여 우루루 선술집으로 갔다.
 
당장 뒤섞여 술을 마시고 따르며 한바탕 웃고 떠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양득은 벤츠의 뒷자석에 앉아 피곤한듯 콧잔등을 눌러 잡았다.
 
"형님, 어디로.."
 
"이새끼야.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죄송합니다."
 
"... 교회쪽은 이제 일없다. 유명한 절이나 함 찾아봐라"
 
"절 말입니까?"
 
머리를 박박 민 사내는 볼에 쭉 그어진 칼자국을 가지고 있었다. 무척이나 위압적인 생김새였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엑셀을 밟는 모습이 더없이 우스워보였다.
 

양득은 출발하는 차에 앉아서 다시 며칠 전 일을 생각했다.
 

 

"최양득씨.. 우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악성뇌종양이십니다. 중기이긴합니다만.. 사례가 거의 없는 희귀한 것인지라
 
수술성공확률이 절반도 되지 않는군요.
 
무조건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젊어서부터 진찰을 맡긴 주치의가 내린 진단은 사형선고였다.
 
2개월쯤 남았다고했다.
 
양득은 그날이라고 다르게 보내지 않았다.
 
조직을 나오면서 인계받은 사채업소의 사장이 그였다. 죽어도 맘편히 죽을 수 없었다.
 
애들보내서 일수찍게하고, 돈 빌리러온 사람들에게는 기름진 미소를 지으며
 
아첨을 떨어야한다. 며칠만 봐달라고 사정보따리를 꺼내온 사람들한테 면전에다 대고
 
침을 뱉어야 한다. 그게 그가 하는 일이다.
 
자식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말해봤자다. 유산싸움이 일어날게 뻔했다.
 
아내는 자식들 등쌀과 자신이 저질러온 수많은 행태에 속이 썩어 먼저 가버렸다.
 
양득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달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날,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일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평생 생각따윈 해보지 않던 죽음이었다. 이제 그놈이 스물스물 자신을 타넘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 그가 제일 처음 한 행동은 이거였다.
 
다음 날- 유명 신문 구인광고란에는 이런 문구가 실렸다.
 
'천국행, 극락행 티켓삽니다. 누구든 좋은 곳으로 보내주실수 있는 사람은 연락해주시오.
 
사례금 : 그자리에서 현찰로 1억원 드립니다.'
 

다음 날부터 전화가 폭주했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녘에도.. 심지어는 새벽에도 왔다.
 
양득은 그렇게 많은 종교가 한국에 있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그들모두는 자신이 사후세계에 통달한듯이 지껄였다. 자신만 믿으면 모조리 해결될것이라는
 
자신감어린 어조로.
 
하지만 일평생 돈을 빌리기위해 알랑대던 사람들을 지켜봐온 그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별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그는 전화를 일축해서 끊어버렸다.
 


진실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양득씨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잠시간 받지 말까하고 갈등했지만 이내 느릿느릿 거실을 가로질러 전화기를 향해 걸아갔다.
 
그와중에도 계속 전화기가 울었다.
 
딸칵-
 
"여보시오"
 
"저승행 티켓 사고싶다던 그사람이오?"
 
"그렇소만?"
 
"내, 직접가서 애기하고 싶소만 댁이 어디시오?"
 
최양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한 놈이었다.
 
말하는 억양이나 어투가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말투는... 그래! 마치 자신이 갚을 돈이 있는 빚쟁이이고 수화기 너머 그놈은
 
돈을 빌려준 채무자가 된 듯한 그런 목소리였다. 되려 자신이 당당한 자식이라..
 
최양득은 순순히 집주소를 불러주었다. 여지껏 수많은 연놈들이 주소를 물었지만
 
거짓을 발견한 그는 가차없이 축살령을 내렸다. 이번 놈은 다르다.
 
그는 옷을 제대로 갖춰입고는 응접실에 차를 내어놓으라 일렀다.
 

 

도착한 놈은 형편없어 보이는 놈팽이였다.
 
가운데가 늘어난 허름한 런닝구에 남색 츄리닝은 고무줄이 빠져 흘러내리는지 남자는 쉴새없이
 
바지를 추켜올렸다.
 
비싼 상황버섯차를 한꺼번에 들이마시다가 내뱉지를 않나.
 
머쓱해하는 그에게 최양득은 간신히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래, 우선 내 소개를 해야겠지.
 
난 평생 나쁜짓이란 나쁜짓은 다 해본 놈이요. 젊은 시절에는 유명한 부두 깡패였고
 
지금은 사채업자가 되어 여러사람 눈에 피눈물 맺히게 하는 작자라오.
 
내 덕에 죽어나간 사람이 못되어도 스물은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 할수 있는놈이오
 
평생 종교라고는 믿어본적도 없고 솔직히 관심도 없소.
 
그런데 이제와 죽게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나는 구려. 어떻게..
 
날 극락이나 천국에 보내주실수 있소?"
 
양득이 진심을 담아 말했지만 남자는 귓구멍을 후비다가 말이 끊나자 아, 하는 표정으로
 
양득을 쳐다보았다.
 
"에.. 그러니깐.. 1억이라굽쇼?"
 
양득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겐 못하지유, 사람이 죽고 기거할 곳을 정하는 치렌데..
 
어떻게 1억같고 먹히남유. 정말 1억으로 극락가면 후려쳐두 그렇게 후려칠수가 없구만요"
 
양득씨는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지만 참았다.
 
또 생각해보니 죽을마당에 돈이 무슨 소용이랴 싶었다.
 
"그래.. 얼마를 원하시오?"
 
"우선, 조건이 있어유"
 
양득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이윽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액수를 임의로 정할 것이구, 무엇보다도 돈을 저에게 미리 주셔야만 하겠는뎁쇼"
 
"...."
 
말에 거짓이 조금이라도 섞여있었다면 양득은 당장 아랫손들을 불러 사내를 흠씬 두들겨놓았을터였다.
 
하지만 깨끗한 어투에 양득은 간신히 화를 억눌렀다.
 
"알겠소. 액수를 말해보시요"
 
하지만 런닝구의 남자는 얼뜬 표정으로 게슴츠레 양득을 바라보았다.
 
양득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5억?"
 
반응 없음
 
"10억?"
 
역시 반응 없음
 
"15..."
 
"그라믄 안되지유. 전용 계좌에 80억이 든 사람이 자기가 죽고가는데에 돈을 그리 아껴서야 되남유"
 
양득은 식은땀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당신뭐야. 내 뒤를 캔거야?"
 
얼빠져보이는 남자가 알고있는 것은 그의 아들들조차도 모르는 일이었다.
 
"양득 씨. 잘생각해보셔유 죽어서 80억 갖구 가문 또 몰라두.
 
불구덩이 지옥에 떨어지믄 그 상판 다 탈텐데 무어가 아까우요?"
 
양득 씨의 얼굴이 보랏빛으로 질렸다. 그는 거친손으로 담배를 잡아 불을 붙였다.
 
한대를 다 태울무렵에 슬슬 심신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80억주세유, 한푼도 빠짐없이"
 
남자의 말에 다시금 혈압이 상승하려했지만 양득씨는 간신히 참았다.
 

 

 


"믿고 마음 푹 놓으셔두 좋구만유.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갈것잉게"
 
런닝구 사내는 비실비실 웃으며 대문을 나섰다. 안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뒤였다.
 
양쪽손에 여행욕 백팩을 두개씩 들고 있었다.

 양득은 굳은 얼굴로 그를 배웅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돈, 돈! 그것이 어떤 돈인데!
 
자신에 60여년 삶을 몽땅 바쳐 얻은 돈이었다. 사람 패고, 때리고, 울리고, 죽여서 생긴 돈이었다.
 
그 사람들 원혼이 지금도 꿈에 나타나는 판에 80억원은 떠나가려 한다!
 
양득은 결국에 핸드폰으로 연락을 걸었다.
 
"어, 지금 내집에서 나간 놈있지? 그사람한테 날쌘 애들 몇명만 붙여놔.
 
어, 그래. 특히 돈 어디다 쓰는지 눈 부릅뜨고 봐야해. 알았어?"
 
양득은 소파에 무너지는 듯이 앉아서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리고 두시간 뒤,
 
"뭐야? 놓쳐! 이런 병신같은 자식들! 밥먹고 사람 쫓아온 새끼들이 그런 얼빠진 새끼하나 놓쳐가지고!
 
찾아내! 뭐? 이런 개.새.끼가! 모가지 잘리고 싶어? 그새.끼 못찾으면 니넨 다 모가지야!"
 
양득은 있는대로 고함을 질렀다.
 
이제야 현실감각이 돌아온듯했다.
 
왠 얼빠지고 어수룩한 놈한테 당한것이다.
 
그런 멍청한 놈에게 뒷조사까지 당하고, 이어서 거짓말도 구별못하고 그대로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
 
양득씨는 계속해서 씨근거렸다.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빠르게, 빠르게.
 

 

 

25일 뒤.
 

양득 씨는 병원 매트리스에 누워있었다.
 
이제는 머리에 극통이 치밀어 올랐다. 무게감이 사라져 도저히 서있을 수 없었다.
 
이제는 악성종양이 거의 뇌 전체에 퍼졌다.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의사는 내내 침중한 표정으로 서있다가 병실을 나갔다.
 

양득 씨는,
 
묘하게.. 아주 묘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아픈만큼 마음은 아물어가는 듯 했다.
 
자신이 좋은 곳에 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에는 한 인간이 지나가야할 길이라고 들었다.
 
최양득은 언제나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집을 뛰쳐나와 외부세계로 뛰쳐나가는 방법은 순탄했었는가?
 
일인 노동력에서 부두 건달로 들어갈때는 두렵지 않았는가?
 
그는 남들은 정상이 아니라고, 바른 길이 아니라고 여기는 길을 걸었고
 
독하게 살아남아 그들만큼, 아니 그들보다 더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자신했다.
 
누군가 아니라고 한다고 그 길이 틀린것은 아니었다.
 
진창길이고 더러워도 길은 길이다.
 
그렇게 그는 편하게 죽음을 맞았다.
 

 

 

 


양득은 길게 늘어선 줄에 대열에 서있었다.
 
자신의 앞과 뒤로 수없이 많은 영혼들이 함께 줄지어 서있었다.
 
양득은 자신이 죽어 저승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열 양쪽에 시립한 무서운 장군상들은 눈을 희번득거리며 도망치는 영들이 없나 감시하고 있었다.
 
그 줄을 이탈해 도망치면 단칼에 베어져 환생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될 터였다.
 
이윽고,
 
최양득씨가 염라대왕앞에 섰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커다란 코를 지닌 염라대왕은 불같은 눈길로 양득씨를 내려다보았다.
 
살아생전 남에게 위압감을 준적은 있어도 당해본적은 없는 양득씨였지만
 
지금은 오금이 저려 감히 눈길을 마주칠수도 없었다.
 
"허어, 이놈 보게나. 기껏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주었더니
 
담배를 피워 수명을 깍아먹지를 않으이, 집에서는 가출을?
 
보세나 보세나.. 깡패가 되어서 사람 많이도 쳤구만. 깽값 많이 물었겠어.
 
말년에는 좀 건전한 직업을 찾을줄도 알아야지. 굳이 한것이 사채업자인겐가?
 
사람 여럿 울리고 죽였구만. 울음소리가 귓가에 앵앵거리는듯 하고나.
 
속썩여 아내를 일찍 보내고 아들놈에게 재정적으로만 후원해줄뿐 아버지다운 모습은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군. 참 가관이구만 가관"
 
양득은 그때 겨우 고개를 들어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저... 외람되지만 제 아내는 어디에 있습니까?"
 
염라대왕이 잠시 불같은 눈초리로 양득을 바라보았다. 양득은 어깨를 움츠렸다.
 
대왕은 명부를 뒤적이다가 말했다.
 
"못난 남편만나 온갖 수발만 하다가 죽었군. 자식들 불평불만과 남편 독고집 사이에서
 
오죽이나 했겠어? 다행히 지금은 극락에 있구먼"
 
대왕은 이윽고 붓을 들어 판결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읇으려 할때,
 
옆에 있던 저승사자가 대왕에게 다가가 귀엣말을했다.
 
잠시 멈칫한 대왕은 다시금 명부를 들어 책을 뒤적였다.
 
"최양득이.. 막장 인생이라 마지막까지 펼쳐보지도 않았더니. 끝에 변고가 있으렸다?
 
고아원 아이들을 1000명도 넘게 후원했군. 장애인들을 위한 기금도 천문학적으로?
 
독거남녀와 가출소년소녀들을 위한 기금도 엄청나게 지원했군.
 
사회복지시설에 기부금 20억원, '양득 재단' 설립이라.. 허, 허허.. 허허허허허"
 
양득 씨의 머리에 번개같이 런닝구를 입은 추레한 남자가 스쳐지나갔다.
 
그때 염라대왕의 불같은 호령이 떨어졌다.
 
"네 이놈! 그렇게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이제와 그까짓 땡푼좀 내놓은들 판결이 달라질것 같으냐?
 
그 오만한 표정은 무엇이냐?"
 
양득은 표정한번 바뀐적이 없었지만 어쨋든 허옇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허나, 자신이 평생에 걸쳐 착취한 피륙을 모조리 남에게 베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
 
네가 준 공으로 자라날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부여받았을 터이니.
 
내 판단에 재고를 불러일으키는구나"
 


염라대왕의 판결봉이 높이 올라갔다.
 
양득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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