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임신이란 실제로 임신하지 않았음에도 임신했을 때의 몸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상상 임신에 대한 기록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는데, 히포크라테스가 기원전 300년경 상상 임신 증상을 보이는 12명의 여자 환자에 대하여 처음으로 기록하였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상상 임신에 관한 증례는 ‘블러디 메리(Bloody Mary)’로 불린 영국 여왕 메리 투더(Mary Tudor)의 상상 임신이다. 메리 여왕은 수 차례에 걸쳐 자신이 임신했다고 믿었으나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심한 좌절감에 빠졌는데, 이것이 훗날 그녀를 ‘블러드 메리’로 불리게 할 정도로 폭정을 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임신 여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방법이 개발되면서 상상 임신은 전세계적으로 드물어졌으나, 임신에 대해 문화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지역이나 임신과 여성의 가치를 결부시키는 문화를 가진 지역의 경우 여전히 많이 보고되고 있다.
상상 임신 시 나타나는 증상은 실제 임신하였을 때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와 유사하다. 무월경, 구토, 유방 크기의 변화, 유두 주변의 색소 침착, 복부의 팽만, 진통 등 임신 시의 모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실제 임신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증상이 너무도 비슷하여 상상 임신 환자의 18% 정도가 병원에서 임신으로 진단받았다는 보고도 있다. 상상 임신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자신이 임신을 하였다고 믿는 증상이고,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임신하였을 때처럼 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부의 팽만은 상상 임신 환자의 약 63~97%가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상 임신에서의 복부 팽만은 일반적인 비만에 의한 것과는 다르며 실제 임신하였을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아랫배가 부풀어오른다.따라서 겉모습만 볼 때는 실제 임산부와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밖에 56~98%의 상상 임신 환자가 불규칙적인 월경을 호소하고, 48~75%의 환자는 태동을 느끼기도 한다.
상상 임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어떤 이론은 임신에 대한 내적 갈등(임신을 하고 싶은 마음과 임신에 대해 두려워하는 마음 사이의 갈등)이 상상 임신을 유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내적 갈등이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내분비계의 변화를 유발하고, 그러한 내분비계의 변화가 상상 임신의 여러 가지 증상을 유발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이론은 간절한 소망을 충족하는 수단으로서 상상 임신을 설명하기도 한다. 즉,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여성의 경우 신체의 작은 변화를 임신의 징후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울증이 신경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상상 임신의 증상이 생긴다는 설도 있다.
남자가 입덧을 한다? 최근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의사 남편으로 나오는 방귀남(유준상)이 임신 중인 아내 대신 입덧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도 일부 예비아빠가 마치 임신부가 입덧하는 것처럼 입맛을 잃고 메스꺼움과 헛구역질, 구토 같은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임신부처럼 살이 찌거나 수면 패턴이 바뀌거나 드물게는 진통, 산후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 남성도 있다.
의학에선 이를 쿠베이드(꾸바드)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증상은 대부분 임신 3개월쯤 가장 심하다 점차 약해지지만, 임신 말기에 다시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쿠베이드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페로몬 같은 각종 생체물질에 남편의 몸이 반응하는 거라는 설,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전후로 남편도 호르몬의 변화를 겪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창해 교수는 "실제로 쿠베이드 증후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 관련 호르몬의 패턴이 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심리적, 정신적 영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을 아내와 동일하게 여기거나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 때문에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이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성의 출산에 대한 남성의 시기와 질투의 표현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쿠베이드 증후군에 대해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은 없다. 박 교수는 "대부분 그때그때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보조적인 치료를 한다"며 "입덧이 심하면 생강차를 먹는다든지 하는 민간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 SNUH, 한국일보 임소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