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표지판

금산스님 작성일 13.05.09 00: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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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척스와 조는 화가 치민 상태에서 말없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탄 지프차는 사람한명, 건물하나 보이지 않는 외딴 숲길 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었다.
 
둘은 일본계 미국인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같이 자라온 절친한 친구였다.
 
언젠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여행을 한번 다녀오자는 조의 말에, 척스도 흔쾌히 수락했다.
 
서로가 여행을 가기로 약속할 당시, 그들은 뉴햄프셔 주를 지난 뒤에, 고속도로 측면에 자리잡은
 
비탈길로 들어선후 작은 산 하나를 등반하기로 계획했다.
 
물론 아직 젊고, 때문에 사리판단이 그리 현명하지 않은 그들은 벌써부터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지도도 네비게이션도 하나없는 얕은 지리파악으로 원활한 여행이 될리가 없었고,
 
그 결과가 길을 잃고 이리저리 해매고있는 지금이었다.
 
사방에 쓰러진 나무와 거친 바위가 즐비한 까닭에 차를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갈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인것이다. 고요한 침묵을 깨고 조가 운전을 하고있는 척스에게 말했다.
 
"이봐, 내가 아까 왼쪽길로 가는것이 맞을것 같다고 했지? 이게 뭐야? 한시간째 아무것도 없어"
 
척스는 짜증스런 얼굴로 아무런 대답도 없이 묵묵히 운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속을 긁어 놓는 친구의 눈치없는 투덜거림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슬슬 배도고프고, 애당초 잡은 여행계획도 모조리 엉망이야, 대체 이제 어쩔거야?"
 
결국 참지못하고 한마디 하려는 척스는 순간 차를 강하게 급정거했다.
 
끼이익-! 그바람에 조는 차앞 선반에 머리를 들이 받았다. 꽝-!
 
"아야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화를 내려던 조는 척스가 차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척스는 고개를 다시 차안으로 넣고는 조를 바라보았다.
 
"이걸 봐" 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척스는 몸을 의자쪽으로 잔뜩 빼서 조가 그것을 볼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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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history

From - 2 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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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이었다.
 
굉장히 낡았고, 파란 바탕에 흰색의 정자로 글씨만이 새겨져 있었다.
 
"prehistory..? 이게 뭐지? 척스, 무슨 뜻이야?" 그를 돌아보는 조에게 척스도 고개를 묵묵히 저었다.
 
"마을인가? 어쨋든 2마일만 가면 적어도 무언가는 있다는 뜻이네"
 
둘은 마을이 있을 거라는 희망에 차서 다시금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차를 몰기 시작한지 1시간쯤 뒤였다. 사방에 살아있는듯 흐멀거리는 물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의 안개는 차갑고 음습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기에 둘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크르르르륵.. 크륵.. 퉁-! 무언가 그들의 지프를 옆에서 들이 받았다. 강한 충격을 받은 지프는
 
옆으로 1m 남짓을 주르륵 밀려났다. "뭐,뭐야?" 조는 급하게 배낭안에서 조난대비용 손전등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창문 옆을 비추었다.
 
"아..."
 
공룡이었다. 아니,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이미 멸종했다던 공룡을 닮아있었다.
 
모양은.. 굳이 닮았다고 한다면.. 어릴적 박물관에서 본 '티라노 사우르스'..
 
10m 가량의 거대한 몸을 서서히 일으킨 그것을 지프차에게 포효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캬아아아아-!
 
"처,척스 빨리 출발해, 빨리!" 안색이 파리하게 질린 조가 재촉하자 그때까지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던 척스는 서둘러 악셀을 밟았다.
 
서둘러 출발하기 시작한 차를 그 파충류는 끔찍할정도의 모양으로 쫓아왔다.
 
10m 가량의 육식 동물이 땅에 굉음을 일으키며 뒤에서 쫓아온다는 것은 엄청난 공포였다.
 
핸들을 너무 꽉잡아 허옇게 질린 손가락으로도 척스는 이내 침착히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커다랗게 울리던 공룡의 발소리가 이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대체 그게 뭐였지? 저런걸 본적있어 척스?"
 
"아니.. 저건 어릴때 책에서나 보던 공룡이잖아, 어떻게 된건지?"
 
그들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가장 시급한것은 이곳을 뜨는 것이었다.
 
언제또 그런 공룡이 나타날지 모른다. 놀랍게도, 그들이 운전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사방에 공룡이 있는 것이 보였다. 천장이 뚫려있는 지프차내부인 덕에
 
공중을 활공하고 있는 익룡과 주변을 걸어다니는 초식공룡들이 보였다.
 
"척스! 저것 봐!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공룡이야! 트리케라톱스 였던가?"
 
척스는 조의 말에 대꾸하지 못할정도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믿기지 않았다.
 
이곳은 뭐지? 공룡들이 살아있는 곳이라니? 한참을 차를 몰아가니 서서히 안개가 젖히기 시작했다.
 
우연인지, 그와 동시에 공룡들도 차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른 것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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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From - 2 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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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모양의 표지판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와 척스 모두 단어의 의미를 알았다.
 
"천국? 이번엔 또 뭐야, 아까 그 이상한 단어는 뭔지 몰랐지만 좋은건 아니었잖아"
 
척스도 가히 좋은 표정은 아닌 얼굴로 표지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길을 돌려 가자면
 
공룡들이 있었던 그곳으로 가야한다. 답은 하나였다.
 
지프는 다시 표지판을 지나 서서히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둘은 잔뜩 긴장한채 계속해서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아까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와 위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경계하는 그들은
 
서서히 주위의 경관에 압도되었다.
 
"...척스, 진짜 '천국' 이었어.."
 
그들은 해가 지면서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 물들인 따스한 구름속을 운전해 가고 있었다.
 
평범한 비탈길이 어느새 구름으로 바뀌었고, 사방이 붉으스름하게 물든 구름들이었다.
 
놀랍게도, 길옆으로 굉장히 멀어보이는 저쪽의 구름에 높은 탑과 비슷한 건물들이
 
수없이 세워진것이 보였다. 고아해 보이는 하늘은 절대로 변치 않는 따스하고 신비로운 빛이었다.
 
성경과 같은지, 다른지 알 수 없으나 그들에게 드는 생각은 이곳이 정말 "천국"이라는 것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금빛 구름속에서 그들은 저도 모르게 서서히 속도를 줄여가며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내리는 햇빛과 잔잔히 흩어지지만 절대로 형태가 변하지 않는 구름들..
 
그 광경속에 높게 솟아있는 탑들.. 그들은 주위의 광경을 쳐다보느라, 또다른 표지판을
 
지나게 된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 표지판은 구름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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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
 
From - 1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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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지났을까? 둘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고요하던 주위의 풍경이 갑작스레 어두워지는것을
 
느꼈다. "척스, 뭐지? 구름들이 사라졌어" 그또한 주위를 살피며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느새 그들은 전혀 다른곳에 와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방법이 없어 조,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는것 밖에는.."
 
서서히 주변 풍경은 기괴하게 바뀌었다. 척스와 조는 앞에있는 길이 양쪽에 구덩이가 있고
 
아슬아슬하게 일자로 이어진 허공 길인 것을 보고는 잠시 차를 세웠지만,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풍경은 점점더 끔찍해졌다.
 
아무것도 없던 패인 양쪽에 구덩이에 용암이 끓고 있던 것이다.
 
"이럴수가.." 절벽 양쪽의 벽은 용암의 붉은 빛에 비추어 온통 피처럼 빨갛게 보였다.
 
그때였다. 그 두명은 봐서는 안될것을 보고 말았다.
 

끼야아악.. 아아악, 우으으으.. 어어어, 아아아악.. 크아악, 아아아..
 
한명의 것은 아닌 비명소리가 아련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여자의 것도, 남자의 것도, 노인의 것도, 어린아이의 것도 있었다.
 
모두가 끔찍스러운 고통을 겪고 있는 듯이 끓어오르는 듯한 고통의 비명소리를 목이 터져라
 
질러대고 있었다. 척스는 간신히 고개를 내밀어 용암아래를 살펴보고는 곧바로 후회했다.
 

용암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두명이 아니다.. 수만, 수억명의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사람들이 붉게 넘실대는 용암의 바다에서 미칠듯이
 
몸부림을 쳤다.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고통은 끝이 없었다.
 
척스는 보았다, 용암에 모조리 타들어가 사라진 사람이 다시금 용암에서 기괴하게 꿈틀거린뒤
 
새로운 육체가 생겨나 다시금 타들어가는 억겁의 고통을 받는것을..
 
그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하늘로 척스와 조가 지나왔던 아련히 아름다운 천국의 구름들과 세계가 보였다.
 

"....." 항상 유쾌하고 수다스럽던 조가 조용했다, 부들부들 떨고 있던 까닭에.
 
척스보다 더욱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그는 창밖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때였다. 탕탕탕! 끄륵 끼이익.. 차 체를 밖에서 긁어대고 있는 소리였다.
 
피부가 모조리 타들어간 끔찍한 몰골의 사람이었다. "나 좀 데려가! 나 좀 데려가! 너무 뜨거워!"
 
절벽을 미친듯이 기어 올라온 것처럼 보였다. 카륵, 카라락.. 다른쪽 차체에서도 소리가 들렸다.
 
"문열어! 문 당장열란 말이야!" 쾅 쾅 쾅! 이제는 문을 부술듯이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차 전체에서 울려펴졌다.

"안열어? 정말 차를 부숴버리겠어"
 
"죽여버린다, 빨리 문열어"
 
"제발 열어요, 너무 뜨거워, 더이상 못견디겠어!"
 
"당장 열지못해! 모조리 죽여버릴거야!"
 
건장한 남자와 늙은 노인, 여자의 협박.. 셀수없을 만큼 많은 목소리가 사방에서 이어졌다.

지나가는 그들을 보고서 손톱이 부러지면서 절벽까지 필사적으로 기어올라온 이들이었다.
 
척스는 두려움에 정신을 잠식당했다. 도저히 손가락하나 까딱할수가 없었다.
 온몸에 오한이 난 것처럼 몸이 떨려왔다.
 
그때였다. 조가 척스의 뺨을 세게 때렸다. "뭐하고 있어! 빨리 출발해!"
 
셀수없을만큼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차를 쳐대자 차의 유리창이 부서질것 같았다.
 
결국에, 조의 도움으로 척스는 정신을 차리고는 서둘러 악셀을 밟았다.
 
부우우웅-! 텅, 텅, 탕, 트텅.. 차에 매달려있던 사람들이 치여 나가떨어지는것이 보였다.
 
부딪힌 사람들이 다시 용암속으로 곤두박질쳣다. 뒤에 남은 십여명의 사람은 미친사람처럼
 
그들의 지프를 계속해서 쫓아왔다. 스스로의 두려움을 이기지못한 광적인 비명소리를
 
계속해서 질러대면서. "안돼, 안돼.. 제발 돌아와! 돌아와!"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그곳을 벗어났다. 둘은 공포감에 사로잡혀 말할틈도 없이 계속해서 차를 최고속으로 몰았다.
 


서서히 지옥의 광경이 끝나고 다시 평범한 비탈길로 접어들었을 무렵, 조는 창밖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무언가를 발견한듯, 말을 꺼내려다가 꿀꺽 삼킨 조의 모습에서 척스는 왠지모를
 
공포심을 보았지만, 그 역시도 너무나 두려운 마음에 쉬지 않고 차를 모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끊임없이 계속해서 달리었다.
 
그리고 그들이 정확히 2시간 27분 동안 달렸을 때였다.
 

 

 

척스와 조의 눈에 가득했던 공포감이 사라졌다. 그대신 짜증감과 초조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야, 척스.. 그냥 여행포기하고 집에나 갈까보다"
 
조의 비아냥거림이 척스의 신경을 건드렸다. "아휴, 정말.. 그럼 네가 운전하던가!
 
너나 나나 길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 아냐?"
 
그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투닥거리고, 서로 말싸움하면서 천진난만하게 차를 몰았다.
 
급하고 위험한 일은 어떠한 것도 없는 것처럼..
 
"아, 마을이야" 조가 기쁜듯이 말했다.
 
"정말이네" 척스도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그들은 영화관과 술집, 그리고 사람들이 수없이 걸어다니는 번화가를
 
지나가던 길 옆에 있는 절벽아래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마을로 가는 길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런데 우리차, 심하게 기스가 많은걸..? 진흙길을 온 기억은 없는데 타이어에도 진흙이 묻어있고.."
 
척스의 의아스런 말에 조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거야, 거친 숲길을 달렸으니까 그렇지..
 
얼마나 달렸지?" 조의 말에 척스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모르겠다고? 아무튼 오래 달린것만은 틀림없어, 몸이 상당히 피곤하니까.."
 

 

 

여담이다.
 
그들은 지옥에서 지나오면서 하나의 표지판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너무나 큰 충격과 공포를 받아 패닉상태에 의해 무작정 차를 빠르게 몰아가는 중이었기 때문일거다.
 
아마 이랬던 표지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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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livion
 
From - 1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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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매우 낡은 표지판이었다, 파란 바탕에 흰색 글자가 새겨져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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