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범재 양성 프로젝트

금산스님 작성일 13.05.11 20: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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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2109년도의 이야기를 해주려고 한다.
 

 

 


과학자 티르녹에 의해 발견된 '진화 유전자'는, 지구에 사는 생물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유전자였다. 일개 나노 크기의 살점에서도 포함되어 있을 만큼 분포도가 넓은 DNA다.
 
작은 크기에 비해 이것이 하는 일을 매우 막중하다.
 
바로,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을 총괄하는 사령탑같은 DNA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모든 동식물이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에 맞추어 신체를 변이시키는 진화는,
 
지각된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라는 이 유전자의 지시가 두뇌에 도달되면서 일어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티르녹 게이트, 줄여서 ' TG '라고 명명했다.
 
TG의 발명은 혁신을 가져왔다. 말그대로 혁신이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일정량의, 그리고 규칙적인 화학적자극이 TG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토대로 구축되어왔던 인간세계는 180도 바뀌었다.
 
지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완벽한 인간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30여년뒤, TG의 유전자 촉진으로 전 세계 인구의 78%는 모두 최적화된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 100M 달리기 평균 12초 6.4
 
전국체전 수준의 러닝 페이스를 전 세계인들이 가지게 된다.
 
마을 앞 공원에서는 중 고등학생이 길거리 농구를 하며 우습게 덩크슛을 성공시킨다.
 
그런가하면 NBA에서는 정규 골대 높이를 50CM 가량 높이고, 3점슛 포인트 거리를 1M 가량 늘렸다.
 
잉글랜드 축구 협회는 국제 축구 연맹에 골대의 크기를 줄이는 청약서를 제출했다.
 
철인 삼종 경기가 개선되기도 했다.
 
- 마라톤코스 20KM, 바다 수영 2.5KM, 사이클 50KM.
 
진화 유전자로 강화된 육상선수가 처음으로 100M 달리기 9초 2를 석권하면서 너나할것없이
 
몸을 강화시키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인간은 두뇌를 50%가량 활성시키는데 성공한다.
 
기존 과학계를 이루던 이론들을 강화된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질타하기 시작했다.
 
상대성 이론도 무너졌다.
 
핵융합과 우주과학설립소의 연구원들이 가진 평균 IQ는 250대를 돌파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졌다. TG 유전자는, 어떤 물리적인 개체를 육체에 삽입한 것이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던 진화유전자를 자극시켜 촉진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다고 해소되는 것이
 
아니었다. 되려 이 유전자는 1세대 강화인들의 자식들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환경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분쟁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사랑에 본질이 무엇인가 이해하는 방법-
 
소수의 희생없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
 
인간은 인류가 추구해오던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지구는 나날이 발전하고 쾌적해졌으며
 
사람들은 전쟁없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다툼과 분쟁은 없었다.
 
누구나 원하는 이와 사랑에 빠졌고 다수가 소수에게 굴복을 바라는 일 또한 없어졌다.
 
획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회 개념과 시스템들이 속속 고안되었고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은
 
그것을 뒷받침했다.
 
그 때, 이 판국을 뒤엎을 영화 한편이 개봉된다.
 
그것은 할리우드에서 제작 된 '평범한 남자와의 오후' 라는 로맨스 영화였다.
 
아름답고 똑똑한 한 여자에게 반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남자는 똑똑하지도 않았고, 잘생기지도 않았으며 신체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마침내 그 남자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영화는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모든 인류는 TG로 이루어진 완벽한 외모와 운동능력과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완벽한' 그들에게 '무언가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 주는 이미지는 상상 이상이었던 것이다.
 
남자배우는 히트를 치고 대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그 이후부터 모든 여자들의 이상적인 남편감, 애인은
 
'평범한 남자, 못난 남자' 가 되어버렸다. 이후에, 이번에는 평범하고 못난 여자가 뛰어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소재를 다룬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가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은 '평범한 여자, 못난 여자' 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추남, 추녀는 이제 희귀한 존재였다.
 
생존경쟁에 필요한 아름답고 깔끔한 외모, 세계 평균 IQ 150, 과거였다면 종합 전국 체전에 출전할
 
만한 운동 능력 등- 모든 지구인이 TG의 영향 아래 너무나도 '완벽한 인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수수하고 못나보이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여고생들 사이에서는 '덧니 만들기'가 유행했다.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의 여주인공이 가진
 
이그러진 치열이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밖에도 '머리숫 적어보이는 법' 이나
 
사팔뜨기 눈을 만드는 법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문을 닫을 판이던 성형외과도 새로운 기법에
 
다시 사람들이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언청이 수술, 곰보수술, 주름 수술 등이 그것이다.
 
패션감각도 달리 주목되기 시작했다. 파리 콜렉션에서 실제 사람들이 며칠동안 입은 츄리닝으로
 
워킹을 선보인 달 쁘디아르가 극찬을 받으면서 꾀죄죄한 패션, 지저분한 모양새의 옷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든 남여가 살을 찌우기위해 폭발적으로 먹어대기 시작한 것도 그 열풍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획기적인 유전자 발전으로 비만이 되는 남녀는 아주 드물었다.
 
1. 사례
 
배가 불룩나오고 두꺼운 돗보기 안경을 쓴 채, 바지는 회색 츄리닝, 상의는 구겨진 검은 마이,
 
삼색 슬리퍼를 걸친 남자가 거리를 나서자 사방에서 여자들이 동경의 눈길로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머리는 언제 한번 감았는지 떡이 되어 있다. 온통 여드름이 솟은 얼굴을 보니 심한 덧니에다
 
곰보였다.
 
"야- 저 남자봐. 스타일 죽인다. '평범한 남자와의 오후' 주인공 닮지 않았어?"
 
"그러게. 몸이 저러니 옷발 정말 잘 받는다"
 
"어머,어머. 방금 봤어? 이 쪽 본거?"
 
"꿈 깨 이년아. 우리 같은 얼굴로 어디..."
 
여자는 한숨을 쉬며 손거울로 얼굴을 살핀다. 오똑한 콧날에 큰 눈망울, 깨끗한 피부가 아주 추녀다.

옆에 친구도 여우눈에 작은 얼굴을 가진것이 영락없이 추녀였다.
 
"야, 난 저번에 과 술자리에서 선배가 한효주 닮았다는 거 있지?"
 
"뭐? 한효주? 그 옛날 드라마에 나오는 그 끔찍한 여자?"
 
"그래! 너무 속상해서 암것도 안먹고 나왔지 뭐니"
 
"야, 그거가지고... 나는 저번에 고아라랑 비슷하다고 하더라니까"
 
"뭐! 누가!"
 
"아 글쎄 우리 옆집 오빠가..."
 
"너도 뭐라고 하지 그랬어!"
 
"안돼... 그 오빠, 문세윤 닮았어"
 
"뭐? 정말? 그럼 뭐라고 반박도 못했겠네... 그나저나, 그 오빠 여친은 있대?"
 
"꿈 깨 이년아"
 

2. 사례
 

대학교 3학년학생 지혁은 과 대표 추남이었다.
 
이민호를 닮았다고 해서 별명이 이민호였다. 아, 이 얼마나 끔찍한 별명인가.
 
지혁은 같은 과 동기인 은혜를 좋아했다. 신입행 오티때 부터 반해버리고 3년째 짝사랑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봉선을 닮은 미모의 소유자였다. 감히 그 따위가 대쉬해볼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속 앓이만 하던 그가, 오늘 남자친구를 데리고 대학가를 거니는 그녀를 보았다.
 
남자친구는 오지헌을 닮은 엄청난 미남이었다.
 
친구들이 모여 가진 술자리에서 지혁은 취한 채 오열을 하고 친구에 의해 택시에 태워져
 
울면서 집으로 향했다.
 

 

TG 바이러스의 효과는 너무 막대해서,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완벽해져만 갈 것이다.
 
결국 남녀가 바라는 '추남'은 점차로 사라지겠지.
 
현재는 전체인구의 1% 남짓한 수치로만 존재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얼굴이나 신체를 망친
 
'성형 추남'이 사람들에게 혐오를 받으면서 점차로 그 수효는 줄어들 것이다.
 
사실 나는 극비 시험을 진행중인 민간 과학단체에서 왔다.
 
즉, 2109년에서 타임머신을 통해 왔다는 말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
 
그저 못생기고 못나면, 아니- 평범하기만 해도 우리 시대에서는 명성, 권력, 부 모두를 손에 쥘 수 있다.
 
현대인들의 취향대로 생긴(일류 연예인들) 여성, 남성들이 우리 시대에는 넘치고 넘친다.
 
다시는 이 곳에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마음 가짐이라면, 나에게 전화하라.
 
총 100여명을 데리고 우리 시대 미래로 데려가겠다.
 
나는 한국을 담당하는 타임 컨트롤러다. 지금 전 세계 각국에 파견되어 있는 나의 동료들도
 
100명을 선발하고 미래로 돌아갈 것이다.
 
관심있는 사람은 내게 즉시 연락하기를 바란다. 연락처는 아래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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