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때 미술부였다.
스스로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나는 부원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
한작품 한작품 끝낼때마다 무수한 칭찬이 쏟아졌다.
미술부에 남자 부원이 적었고 대부분이 여자 부원이었다.
얼마 없는 남자 부원들은 그림 잘그려서 인기 있어 좋겠다며 나를 부러워 했다.
하지만 나와 비슷할 정도의, 아니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한사람 있었다.
머리카락이 길고 긴 여자 아이.
하지만 그 아이는 음침한 분위기의 소유자였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그 누구도 지켜봐주지 않았다.
고문 선생님도 언제나 내 편만 들었다.
나는 그 아이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리서 나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기로 결심을 했다.
"OO상. 그림 정말 잘 그린다. 나보다 훨씬 잘 그리는 것 같아."
그때 당시 나는 이미 마음 속으로 어떤 식으로 말을 걸지 할말을 정해두고 있었다.
그래서 말을 걸 당시는 그 아이가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내 말을 듣더니 그 아이는 기뻤는지 지금까지의 음침한 분위기를 날려버릴 듯한 미소를 보였다.
뭐야, 의외로 명랑한 아이잖아?
나는 조금 더 대화를 하고 싶어졌다.
화제를 만들기 위해 그 아이가 그리던 그림에 시선을 옮겼다.
선명한 빨간 물감이 번들거리는 예쁜 수채화.
라고 생각했으나 그녀가 그리고 있던 것은 내 시체였다.
아무도 그아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알 수가 있었다.
참고로 후에 친구들에게 물으니 그 여자아이는 좋아하는 사람의 시체를 그리는게 취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