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할아버지꿈 이야기

한물간아자씨 작성일 13.06.20 05: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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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매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이 아닌 글을 올리게 되네요.

글이 자주 올라오지 않아서 좀 아쉽긴 하지만 무서운 글터를 참 사랑하는 한명의 짱공인으로서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올려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제목대로 막내삼촌께서 겪으신 일이며 제가 초등학교적 어른들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희 아버님께선 육남매의 장남으로 아래 여동생 세분 남동생 두분이 계십니다.

 이 꿈은 그 육남매중 가장 막내이신 삼촌께서 어느날 주무시다 꾸게된 꿈으로 비롯됩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참고로 전 81년생입니다.) 추석때 아버님 형제분들이 모두 모여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초등학교 3학년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중 원래 술을 좋아하시지만 큰형인 저희 아버님을 어려워해서 술을 자제하시던 막내삼촌께서 연거푸 몇잔을 뒤돌아 들이키시더니 저희 아버님께 이런말씀을 하셨습니다.

"형님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말고 이 이야기 한번 들어주실래요?"

 마침 분위기도 좋고 못들어줄 이유도 없는터라 아버지께서도 승낙을 하시고 전 그때부터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거 같아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이런 직감을 한 이유는 우리집안이 6대째 천주교 집안으로 미신을 믿지 않는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아버님이셨지만 유독 막내 삼촌은 우리가 미신이라 부르는 무속인들을 많이 믿으시는 분이셨기에 그런 종류의 이야기일것만 같아 기대를 하게 된겁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1992년. 제가 5학년때 9월에서 10월 쯤의 일로 어느날 집에서 주무시던 삼촌께서 이상한 꿈을 꾸게 됩니다.

꿈속에서 막내삼촌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것이 할아버지의 관이 묘 밖으로 나와있는 것이었습니다.

놀란 삼촌이 달려가보니 파낸 흔적도 없고 봉분이 그대로인채로 할아버지의 관만 밖으로 나와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쩔줄을 몰라하던 삼촌이 저희 아버지께 연락을 하려고 하는 찰나에 관의 뚜껑이 열리고 할아버지께서 걸어나오시더랍니다.

놀란 삼촌은 그자리에서 얼어버리고 꿈속 할아버지께서는 그대로 걸어와 막내삼촌의 목을 물어 뜯어버리셨다고 합니다.

너무 놀란 삼촌은 그 순간 꿈에서 깨셨답니다.

막내 삼촌으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것이 첫째이신 저희 아버님께는 엄하고 무서우셨지만 막내삼촌께는 할아버지를 가장 닮으셨던데다가 귀여운 막내라는 이유로 무조건 사랑만 주시고 이뻐하셨던 할아버지인지라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막내삼촌께서는 지독한 꿈이었지만 바쁜생활때문에 곧 그 일을 잠시 잊고 사시게 됩니다.

 

 그 후 약 한달 뒤에 큰고모부님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됩니다.

저희 아버님께는 친구이자 바로 손아랫 매제로 항상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하던 분이라 크게 충격을 받으셨고

삼촌들 또한 많은 고민을 큰고모부와 나누며 친하게 지내온 터라 집안의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습니다.

큰고모님과 사촌형, 누나들의 충격은 아루 말할수 없었지요.

 

 힘겹게 장사를 지내고 휴가를 낸 막내 삼촌은 문득 할아버지꿈이 생각이 나더랍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 믿어오던 무속인을 찾아가보기로 하셨답니다.

가서 꿈 이야기를 하니까 그 무속인이 하는 말이

 

"너 그얘기 누구한테 했어?"

 

기억을 되짚어보니 생각나는것이 하나 있더랍니다.

 사실 그 꿈을 꾼 후에 무슨 안좋은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거란 생각에 막내삼촌께서는 형제들중 첫째이신 저희 아버님께 전화를 하셨지만 그때 시간이 새벽 3시를 넘는 시간이라 아버님 어머님 모두 주무시고 계셔서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번째로 아버님 바로 밑에 동생이신 큰 고모님댁으로 전화를 드리자 큰고모부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막내삼촌께서 큰고모부님께 방금 꾼 꿈 이야기를 하며 안부를 여쭙자 큰고모부님께서는 대수롭지 않게, 요즘 막내 니가 잘나가니까 너무 자만하지말고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해석하라고 말씀하시며 불안해하는 막내삼촌을 잘 달래시곤 전화를 끊으셨답니다.

 그때 한참 자동차 세일러로 잘나가시던 막내삼촌이셨기에 큰고모부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하셨지만 너무 흉한 꿈이기에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전화를 받는 집이 없었습니다.

 

"우리 큰 매형한테만 얘기한거 같아요"

 

그러자 그 무속인이 대뜸 하는말이

 

"그놈이 대신 갔구만."

 

그러곤 입을 다물고 다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않고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막내삼촌은 꿈 이야기만 했을 뿐 큰고모부에대한 이야기는 일절 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는 지역도 멀고 친척따위의 인맥이 전혀 없던 사이인지라 막내삼촌의 큰매형이 누구인지 알리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막내삼촌께서 생각하시기론 할아버지께서 목덜미를 물어뜯으셨던 것은 현재 당신께서계신 저승에서 멀리 떨어지라는 의미로 강하게 표현하신게 아닌가 생각하셨답니다. 다신 오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이게 말이죠.

어쨋든 그렇게 이야기를 끝낸 막내 삼촌을 보며 아버님께서는 웃으시며

 

"그래서? 너 지금 나 뒤지라는 얘기냐?"

 

 막내삼촌께선 그때까지도 웃지 못하시고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상관없다고 걱정마시라고 진지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제가 본적없는 인자한 표정(사실 저희 두형제에겐 굉장히 무서운 아버님이셨습니다.)으로 우리가 천주교신자로써 어쩌구 저쩌구~ 그런거 믿으면 안된다 그냥 우연일 뿐이다라며 훈계(?)를 하시며 그냥 재밌는 옛날이야기정도로 치부하시곤 넘겨버리셨습니다.

 

 아무튼 삼촌 말씀대로 그 후에  다행히 집안에 큰일도 없었고 꿈에 할아버지께서 나오는 꿈은 꾼적 없으셨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아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더 기대하셨던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귀신을 직접 보았거나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게 있어서 가장 기묘한 이야기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가족이 직접 연결되어있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구요.

이 이야기가 생각날때면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우리 가족들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하기도 하구요.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중 가장 기묘하고 재밌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올렸는데

막상 글로 올리고보니 너무 싱거운것같아 좀 부끄럽네요...

짧지만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에 또 글을 올릴 용기가 난다면 다른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보다 재밌다고 장담할순 없지만 나름 신기한 경험들이 몇 있어서요 ^^;;

 

지금시간이... 오전 5시 반이 넘었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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